현대기아차의 국내시장 점유율이 지난 3월 71%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4.8% p 늘어난 수치다. 신형 싼타페, 그랜저, 제네시스 등의 판매량이 늘어나면서 기존에도 높았던 국내 점유율이 또다시 오른 것이다.
국내에서 마냥 잘 팔릴 것 같은 현대차에게도 비운의 차량들이 존재한다. 현대차라고 항상 모든 모델이 잘 팔리는 것은 아니었다. 그들에게도 흑 역사와 같은 차량들이 존재한다. 오늘은 월 판매량 50대도 못 미치던 판매량, 출시 이후 수명으로 4년을 못 넘긴 비운의 현대차 세 대를 간단히 소개해본다.
1995년 3월에 출시된 비운의 현대차 ‘마르샤’다. 마르샤는 출시 3년 만에 단종됐다. 쏘나타의 윗급 모델로 출시되었고, 고급 중형 세단을 콘셉트로 잡았다. 쏘나타와 그랜저 사이의 포지션을 채우는 것이 목적이었다.
현대차가 밀었던 마르샤의 주력 모델은 그랜저의 2,500cc V6 엔진을 탑재한 고급형이었고, 쏘나타에 탑재되는 2,000cc 엔진을 탑재한 보급형 모델도 출시했었다. 플랫폼은 쏘나타의 Y3 플랫폼을 기반으로 했다. 인테리어는 쏘나타를 베이스로 했고, 오디오, 공조장치, 에어백 등 안전 편의사양은 그랜저 급을 장착했다.
준수한 구동 성능 등 여러모로 매력이 있었으나 역시 가격이 가장 큰 문제였다. 그 당시에도 “그 돈이면 차라리…”라는 인식과 “그 비싼 가격으로 차라리 그랜저를 사는 것이 낫다”라는 판단을 가진 소비자들이 많았다. 고급형에 비해 보급형은 쏘나타 3의 최고급형 수요를 끌어오긴 했지만 말이다.
‘큰 자동차’를 선호하는 우리나라 자동차 문화는 그 당시부터 존재했다. 이 때문에 중형 세단 이상으로 갈수록 소비자들을 차체 크기에 민감하게 반응했고, 마르샤는 이러한 환경에서 빛을 발휘하지 못해 첫 출시 3년 만에 단종된다.
비슷한 시기에 먼저 출시된 그랜저 2세대 2,000cc 모델은 큰 차체 대비 가성비가 좋다는 이유로 인기가 좋았고, 이에 따라 “마르샤를 구매할 돈으로 그랜저를 사는 것이 낫다”라고 생각하는 소비자들이 많았기 때문에 마르샤의 입지가 더욱 좁혀지게 되었다.
1997년 4월에 페이스리프트 모델 뉴 마르샤를 출시하기도 했으나 IMF 외환 위기 이후 현대차의 모델 가지치기와 함께 사라지게 된다.
아반떼의 2도어 모델 ‘아반떼 쿠페’는 2012년 2월 시카고 모터쇼에서 공개된 이후 국내에는 같은 해 부산 모터쇼를 통해 데뷔했다. 국내 시장에는 2013년에 출시되었고, 2015년에 단종되는 비극을 맞이한다.
아반떼 쿠페는 미국에서도 외면한 최악의 차량으로 꼽힌다. 미국에서 출시 2년 밖에 되지 않아 단종되었는데, 국내와 마찬가지로 북미에서도 소비자들의 입맛에 전혀 맞지 않는 차량이었기 때문이다. 아반떼 세단 모델을 기반으로 만들어 젊은 소비자층을 겨냥하는 것이 현대차의 목표였는데, 뒷문을 없앤 것 말고는 큰 차이가 없어 ‘뒷문이 없어 불편해진 아반떼’에 불과했다.
외신에 따르면, 북미에서 2014년식 아반떼는 총 2만 1,533대가 판매되었다. 그중 쿠페는 고작 1,340대밖에 판매되지 않았다. 거기에 북미시장에서는 가격이 세단보다 2,350달러 비싼 1만 9,600달러(약 2,100만 원)였기 때문에 합리적인 매력도 없었다.
국내에서의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우선 가격이 1,690~2,315만 원으로 세단의 1,384~2,155만 원보다 비쌌다. 2014년 상반기 판매량도 고작 48대였다. 이에 따라 2015년 3월에 국내 시장에서 먼저 단종되었고, 현대자동차 역사상 가장 짧은 생산 기간 2년을 기록해 ‘가장 짧게 생산한 현대차’로 꼽힌다.
‘비운의 현대차’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차가 아닐까 한다. 출시 이후 3년 2개월 만에 단종된 세단 ‘아슬란’이다. 역사적으로 본다면 아슬란의 포지션은 과거 ‘다이너스티’와 같다.
다이너스티는 그랜저의 고급형 모델이었다. 당시 2세대 ‘뉴 그랜저’의 고급형 페이스리프트 모델로 출시되었고, 제네시스보다 먼저 있었던 현대차 고급화 모델의 전신이다.
다이너스티와 아슬란의 차이점이라 함은 소비자들의 시장 반응이 아니었을까. 다이너스티는 그랜저보다 고급스러운 디자인, 편의장비 등을 갖춰 그랜저와의 차이가 비교적 뚜렷했다. 그러나 아슬란은 그랜저와 제네시스 사이의 애매한 포지션에서 고전하다가 2017년 12월에 생산 중단이 발표되면서 3년 2개월 만에 단종된다.
출시 직후 아슬란은 2015년에 8,629대, 2016년에는 2,246대가 판매됐고, 작년 월평균 판매 대수는 40여 대에 그쳤었다. 3년 2개월 동안 아슬란 판매 대수는 1만 3,000여 대, 그랜저가 한 달 동안 판매되는 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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