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굴곡진 역사를 가진 국산차 기업이 있다. 적자와 흑자를 반복하고 위기와 극복을 이어가는 기업, 쌍용자동차다. 그런 쌍용차가 최근 뉴스에 유난히 자주 등장해 소식을 알리고 있다. 기쁜 소식이면 좋을 텐데, 실상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계속된 적자로 인해 기업 회생절차를 신청한데 이어 모기업 마힌드라마저 지분 매각에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쯤 되니 소비자들은 “이제는 정말 쌍용차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때 같다”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쌍용차의 기업 회생절차 신청은 처음이 아니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조금 다르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2009년 노조 사태보다 이번이 더 심각하다”라는 반응을 드러내는 소비자들도 있다.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는 쌍용차가 맞이한 최후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글 정지현 에디터
어떻게든 버티던
쌍용자동차
한국의 전성기를 이끈 산업 중 하나는 자동차 산업이다. 지금도 현대, 삼성, 기아 등 국내 대기업의 자동차는 전 세계를 상대로 맹위를 떨치고 있다. 체어맨, 무쏘, 코란도 등을 출시하면서 큰 사랑을 받았던 쌍용차 역시 한때 이들과 이름을 나란히 한 적이 있었다.
쌍용차는 지난 2010년, 인도의 마힌드라를 새 주인으로 맞으면서 2015년 소형 SUV인 티볼리로 큰 선풍을 일으켰다. 2016년에는 흑자전환까지 이뤄내면서 잠깐 상승세를 탔지만, 이후 15분기 연속 적자 수렁에 빠지면서 지금까지 줄곧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역경에 역경을
겪었다
마힌드라가 쌍용차를 인수하기 전, 2004년에는 중국 상하이차가 쌍용차를 인수했던 바 있다. 그런데 상하이차가 경영권을 인수한 4년간 단 한 푼의 투자도 하지 않았으며, 애초 매각 협상 시 합의한 기술이전료 중 절반인 600억 원만 지불한 채 쌍용자동차의 하이브리드 엔진 기술 및 핵심 연구원들을 중국 현지 본사로 빼돌렸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상하이차는 세계 금융위기를 틈타 2009년 1월 9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쌍용자동차의 법정관리를 신청하고 쌍용차의 경영권을 포기했다. 이후 2월 6일 법원의 회생 절차 개시가 결정되자, 쌍용차는 경영 정상화 방안으로 총인원의 36%에 달하는 2,646명에 대한 인력감축안을 발표했다. 이에 쌍용차 노조는 5월 21일에 공장을 점거하고 총파업에 돌입했다.
장장 77일간 공장 점거 총파업이 이어졌던 만큼 피해 규모도 상당했다. 당시 경찰은 1,708개 기동대와 39개 특공 제대를 운용했으며 이 과정에서 143명이 부상당했다. 노조도 마찬가지로 파업 이후 2018년 7월까지 해고 노동자와 그 가족들을 포함한 총 33명이 목숨을 잃는 등 모두에게 처참한 비극이 아닐 수 없다.
반복되는 기업 회생
이번에는 상황이 더 나쁘다?
최근 쌍용자동차는 금융기관으로부터 빌린 대출금 1,650억 원을 갚지 못해 법원에 회생 절차를 신청했다. 2009년의 기업 회생 악몽이 떠오르며 직원들은 불안에 떠는 상황이다. 그런데 항간에선 “2009년 노조 사태보다 상황이 더 안 좋은 것 같다”라는 반응을 보인다. 무슨 일일까?
업계에선 이번 상황이 첫 번째 회생 절차와 다른 점으로 크게 세 가지를 꼽았다. 절차상 순서가 뒤바뀐 점, 이 때문에 시간에 쫓긴다는 점, 기업 자체 경쟁력이 크게 약화됐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인수 및 합병으로 끝난 2009년과 달리 이번엔 이를 마무리 짓기 위해 회생 절차를 신청했고 그러므로 주어진 시간이 고작 3개월 남짓 되는 것이다. 게다가 기업 경쟁력이 당시보다 떨어져 있는 것도 큰 문제다.
대주주 마힌드라
쌍용차를 떠난다
쌍용차 대주주 인도 마힌드라 그룹이 지분 매각 작업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이르면 이번 주 쌍용차 새 주인이 윤곽을 드러낼 전망이다. 마힌드라 측은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통해 “다음 주에 지분 인수자에 대한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지분 매각이 이루어지면 마힌드라의 쌍용차 지분은 30%까지 떨어진다”라고 말한 바 있다. 마힌드라는 현재 쌍용차 지분 74.7%를 보유하고 있지만, 다음 달 말까지 지분 약 45%를 넘기는 계약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임원진들은 사표를 냈다
노조는 물러나지 않을 것?
11년 만에 반복된 기업 회생에 경영진과 노조의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고 있다. 쌍용자동차 측은 이어지는 경영난을 해소하기 위해 모든 임원이 사표를 제출하기로 결정하는 등 배수진을 펼쳤다. 실제로 쌍용차 측은 “긴급회의를 통해 전체 임원들이 일괄 사표를 제출하고, 더 탄탄하고 경쟁력 있는 기업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라고 밝힌 바 있다.
노조는 “총 고용이 보장된 회생 절차는 반대하지 않는다”라고 말하면서도 “정리해고가 노동자들에게 감행된다면 결코 물러서지 않겠다”라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산업은행은 쌍용 측에 강도 높은 자구안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일각에선 “기업과 노조 간의 원만한 합의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금은 서로 힘을
모아야 할 때다”
쌍용차 노조 측은 “2009년 이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산하 산별노조인 금속노조는 탈퇴했다”라며 민주노총에 선을 그었던 바 있다. 이는 이른바 ‘옥쇄 파업’으로 불린 2009년 평택공장의 77일간 파업이 재현될 수 있다는 자동차 업계 안팎의 우려 잠재우기에 나선 모습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네티즌은 “임원진과 노조의 단합이 필요한 시점이다“라며 노조와 기업의 합심을 응원하고 있다. “힘들수록 서로 힘을 모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2009년 노조 사태 재현될 수도 있다”라며 파업 사태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는 상황이다.
쌍용차를 응원하는
소비자도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 혈세 투입 절대 반대”라며 위기를 반복하고 있는 쌍용차가 못마땅하다는 분위기다. 또한, “세금 낭비 그만했으면 좋겠다” 등의 의견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그러나 이에 반해 쌍용차를 응원하는 반응도 살펴볼 수 있었다.
몇몇 소비자는 “한국 자동차의 명장, 대우자동차가 어찌 사라졌는지 가슴 아프다. 마니아들의 자동차인 쌍용은 한국에서 살려야 한다”, “쌍용차는 정말 애증이다”라며 쌍용차의 몰락이 가슴 아프다는 반응을 보였다.
쌍용차의 ARS 기간이 끝나는 3월은 국내 보궐선거가 코앞인 시점이다. 때문에 네티즌 사이에선 “정부가 대규모 실업 사태에 따른 경제 위기보다는 쌍용차 회생에 무게를 두지 않겠냐”라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다만 이 경우 국민들로부터 ‘혈세 투입’이라는 비난을 받게 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그러나 어떤 경우건 대규모 구조조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그렇게 되면 2009년의 악몽 같던 사태가 반복될 수도 있어 국민의 우려의 목소리가 잦아들지 않고 있다.
“사즉생생즉사”라는 말이 있다. 이는 “죽으려고 하면 살 것이고, 살려고 하면 죽을 것”이라는 의미다.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좌우명이기도 하다.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는 지금의 쌍용차에게 필요한 마음가짐이 아닐까 싶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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