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국산차는 현대기아차 뿐입니까?” 결국 쌍용차가 맞이한 최후가 놀라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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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Instagram)

“대한민국 1%를 위한 자동차” 얼핏 보면 프리미엄 자동차를 지칭하는 것 같은 이 카피는 사실, 쌍용자동차의 플래그십 SUV, 렉스턴의 광고 카피이다. 지금의 쌍용차만 보았던 사람들이라면 쉽게 공감할 수 없는 카피겠지만, 사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모든 사람들을 수긍시킬 수 있는 카피였다. 당시 쌍용자동차는 대중적인 이미지의 현대자동차와 달리 고급차의 이미지가 강했던 것이다.

하지만 최근 쌍용차의 상황은 그리 좋지 않다. 2009년에 이어 다시 한번 회생 절차를 밟게 된 것이다. 설상가상 경영 안정화를 위한 인원 감축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하는데, 어떤 일일까?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에서는 쌍용차가 당면한 안타까운 최후 이야기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이충의 에디터

위기에 빠진
쌍용자동차를 구해낸
작은 거인, 티볼리
2009년, 회생 절차 전후로 난항을 겪었던 쌍용자동차를 위기에서 구출해 준 한 자동차가 있다. 아기자기한 외관의 소형 SUV, 티볼리이다. 거대하고 우락부락한 중, 대형 SUV를 제치고 티볼리가 쌍용자동차를 견인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디자인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2015년 처음 출시된 티볼리는 소형 SUV 시장의 문을 연 차량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당시만 해도 SUV의 주 소비자는 남성이었지만, 소형 SUV 티볼리는 세련된 도심형 디자인으로 여성 소비자들의 수요를 이끌어 냈던 것이다.

티볼리를 통해 소형 SUV에 대한 수요를 확인한 현대자동차는 셀토스를 출시하기도 했다. 이후 르노 삼성도 동급 경쟁 차종인 XM3를 시장에 선보였으며, 2020년에는 쉐보레도 트레일 블레이저를 통해 경쟁에 뛰어들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티볼리 덕분에 소형 SUV 시장의 선택지가 다양해질 수 있었다고 말하기도 한다.

티볼리는 시장에서 큰 호응을 받은 만큼, 실제로 쌍용자동차의 매출에도 영향을 주었다. 계속 적자를 기록했던 쌍용자동차가 티볼리 출시 1년 후인 2016년, 흑자로 전환된 것이다. 그런데, 이런 티볼리가 최근에는 쌍용차를 나락으로 떨어뜨린 주범으로 언급되고 있다고 한다.

기존의 강렬한
디자인 정체성을
180도 갈아엎었다
기업을 위기에서 구해주고 매출까지 흑자로 전환시켜준 티볼리가 어쩌다가 쌍용자동차를 망하게 했다는 소리를 듣게 된 것일까? 쌍용자동차가 티볼리 이후로 디자인 정체성을 180도 바꿔버렸기 때문이다. 쌍용자동차의 주력 모델은 SUV, 픽업트럭이다. 때문에 오프로드 주행 성능을 강조하는 차량의 특성상 강렬한 디자인을 주로 차량에 적용해왔다.

하지만 아기자기한 디자인의 티볼리로 시장에서 성공을 맛본 이후, 브랜드 내 모든 차량의 디자인을 티볼리스럽게 바꿔버렸다. 이와 더불어 쌍용자동차는 “새로운 패밀리 룩”이라는 말을 덧붙였지만, 사실상 복제 수준에 가까워 소비자들 사이에선 “티볼리의 크기만 바꾸고 있다”라는 비난이 이어지기도 했다.

특히 강력한 지프형 SUV 디자인으로 마니아층까지 보유하고 있던 쌍용자동차의 주력 모델, 코란도까지 티볼리스러운 디자인으로 변하게 되면서, 쌍용자동차는 매출에 큰 타격을 입게 된다. R&D 비용에만 3500억 원이 소요되었음에도, 한 달 판매량이 천 대에 못 미치는 저조한 성적을 기록한 것이다.

때문에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디자인 팀은 뭘 하는 거냐?”, “티볼리로 성공하더니 무리한 일을 벌이고 있다”, “단순히 디자인만 귀엽게 한다고 성공하는 것이 아니다” 등 부정적인 반응이 잇달았다. 일각에서는 “가까스로 이뤄낸 흑자를 이어가려다 보니 판단력이 흐려진 것으로 보인다”라는 추측까지 나오고 있다.

올 뉴 렉스턴,
티볼리 에어로
반격에 나선 쌍용차
처참한 시장 반응이 이어지면서 쌍용자동차는 판매량 회복을 위해 움직이기 시작한다. 최근 차박 열풍을 겨냥하여 단종시켰던 티볼리 에어를 다시 출시한 것이다. 더불어 플래그십 렉스턴의 페이스리프트를 통해 기존의 강렬한 디자인으로 회귀하려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러한 노력이 빛을 발한 것일까? 페이스리프트를 진행한 올 뉴 렉스턴에 대해 소비자들의 긍정적인 반응이 이어졌다. 이런 반응은 곧 판매량으로 직결되었으며, 출시 직후 대형 SUV 시장에서 모하비의 판매량을 넘어서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최근
다시 한번 기업 회생
절차에 돌입했다
하지만 밝은 분위기는 오래 이어지지 못했다. 쌍용자동차가 2020년 말, 금융기관으로부터 빌린 대출금 1,650억 원을 갚지 못해 법원에 회생 절차를 신청했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이미 2009년, 기업 회생 절차를 진행하며 전체 36%의 인원을 감축한 적이 있어 노사 간 냉랭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더군다나 모기업인 마힌드라 그룹까지 지분을 매각하겠다고 밝혔다. 쌍용차는 이미 15분기째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인지라, 일각에서는 “마힌드라 그룹이 이미 쌍용차를 포기했다”라고 주장하기까지 하고 있다. 마힌드라 그룹은 현재 잠정 투자자와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서울경제)

설상가상 인원 감축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KDB 산업은행 이동걸 회장은 쌍용자동차 추가 지원과 관련하여 두 가지 조건을 제시하고 나섰다. “노사 단체 협약 유효 기간을 3년 단위로 연장하는 것”, 그리고 “흑자 전환 이전까지 파업을 진행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써야 한다”라는 조건이었다.

쌍용자동차는 이미 15분기 동안 적자를 겪으며 복지와 인건비를 감축했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조건을 지키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노조는 쌍용차 회생 절차와 관련하여 “고용만 보장된다면 감내할 수 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2009년 대규모 인원 감축으로 인해 벌어진 77일간의 파업 사태를 염두에 둔 것으로 추측된다.

다시 한번 회생에
성공할 수 있을까?
정리하자면, 이번 기업 회생에 있어 쌍용자동차의 당면 과제는 “인원 감축 없이 기업 회생을 이뤄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2009년 기업 회생 절차 진행 당시보다 짧아진 기간과 더불어 모기업까지 사라진 쌍용자동차가 이를 해결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아직 답을 내릴 수 없는 상황이다.

기업 회생 절차를 진행하기 불과 한 달 전, 쌍용자동차가 사활을 걸고 출시한 올 뉴 렉스턴의 시장 반응이 긍정적이었기에, 쌍용차의 소식이 더욱 씁쓸하게 들리는 것 같다. 과연 쌍용자동차가 역경을 딛고 일어설 수 있을지, 앞으로의 귀추가 주목된다.

autopostmed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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