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천 원 정도에 든든한 한 끼를 책임져주는 따뜻한 국밥은 대한민국 사람들의 소울 푸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담 없는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한 끼 식사로 부족함이 없기 때문에, 주로 가격 대비 성능을 이야기할 때 자주 언급되곤 한다.
그런데 최근, 자동차 시장에서 국밥으로 통용되는 자동차가 있다. 바로 그랜저이다. 불과 10년 전만 하더라도 고급차로 통용되던 그랜저가 가성비의 대명사 국밥으로 불리고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에서는 그랜저가 높은 판매량을 기록할 수 있었던 현실적인 이유 이야기에 대해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글 이충의 에디터
페이스리프트를 통한
디자인 변신이
원인 중 하나이다
작년 한 해 동안 자동차 시장을 가장 뜨겁게 달구었던 차량을 꼽는다면, 어떤 차를 꼽을 수 있을까?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아마 그랜저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3~4천만 원이라는 적지 않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약 14만 대의 판매량을 기록하며 명실상부한 국민차로 자리했기 때문이다.
이에 사람들은 그랜저의 성공으로 다양한 원인을 꼽았다. 30년 전부터 이어진 고급스러운 이미지나 페이스리프트 등을 통한 디자인이 그 이유였다. 2019년 12월 말, 페이스리프트를 진행하면서 혁신적인 디자인 변신을 통해 수요층을 확장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페이스리프트를 통한 디자인 변신이 처음부터 환영받았던 것은 아니다. 지금에서야 판매량 견인의 원인으로 거론되고 있긴 하지만, 처음 디자인이 공개되었을 때만 해도 전례 없는 디자인으로 시장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헤드 램프까지 이어지는 전면을 가득 채운 라디에이터 그릴과 마름모꼴 패턴은 소비자들의 부정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랜저의 파격적인 디자인 변신은 중장년층에만 국한되어 있던 수요층을 젊은 세대까지 확장시킬 수 있었던 결정적인 요인으로 언급된다.
여전히 굳건한
중장년층 선호도를
보여주기도 했다
그렇다면 그랜저의 주 소비자층이 젊은 세대로 이동하게 된 것일까? 그건 아니었다. 젊은 층의 수요를 충족하면서도 여전히 중장년층 소비자층을 유지했던 것이다. 이는 지난 30년 동안 고급차의 이미지를 구축해 왔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그랜저와 함께 자라온 세대들이 사회의 굵직한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현재 4~50대의 아버지 세대들이 기업의 임원직을 맡게 되면서 법인차로 그랜저를 선택하는 비율이 눈에 띄게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한 기관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4~50대 임원들이 법인차로 가장 선호하는 차량 1위에 그랜저가 뽑히기도 했다. 자칫 사치로 보일 수 있는 비싼 수입차나 프리미엄 자동차보다, 너무 과하지 않으면서도 체면을 세워줄 수 있는 그랜저를 선택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이다.
이는 과거로부터 이어진 고급차 이미지가 시대에 따라 변화하면서, 함께 자라온 세대들과 시너지를 일으킨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결과적으로 법인차의 판매량도 전체 판매량으로 집계되기 때문에, 2020년, 약 14만 대의 판매량이라는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것이다.
전략적인 가격 구성으로
가성비를 챙겼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그랜저의 가장 큰 성공 요인으로 언급되는 것이 있다. 바로 뛰어난 가격 대비 성능이다. 이는 현대차의 전략적인 가격 구성에 기반한다. 준대형급 그랜저의 기본 트림 가격이 중형급 최고 트림과 완벽하게 겹쳐져서 출시된 것이다.
실제로 쏘나타와 K5의 최고 사양 트림은 각각 3,298만 원과 3,151만 원이다. 반면 그랜저의 기본 트림 가격은 3,294만 원으로, 중형급 최고 트림의 기본가와 맞닿아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더군다나 그랜저는 기본 트림부터 12.3인치 디스플레이 내비게이션 사양을 제공하는 등 준수한 옵션 사양을 보여준다.
그랜저의 진입장벽도
과거에 비해 낮아졌다
물가 상승률 대비 가격 상승률이 낮은 것도 높은 가격 대비 성능을 보여줄 수 있는 원인 중 하나이다.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1999년도 4인 가구의 월평균 수입으로 그랜저를 구입하기 위해선 월급을 한 푼도 안 쓰고 7.4개월을 모아야 했다.
하지만 2020년 기준, 4인 가구 월평균 소득은 622만 원으로 집계되었으며, 기본 트림을 기준으로 5~6개월의 월급을 모으면 그랜저를 살 수 있게 된 것이다. 극단적인 예시겠지만, 이는 그랜저의 진입장벽이 과거보다 낮아졌다는 점을 나타내주는 지표라고 할 수 있겠다.
선택 가능한
범위 내에서
가장 괜찮은 차이다
그랜저의 놀라운 반응에 대해 네티즌들은 수긍된다는 반응을 보였다. “가격 대비 성능으로 그랜저를 따라올 차가 없다”, “이것저것 다 따지다 보면, 결국 국내에서 이 가격대에 그랜저만 한 차가 없더라”, “굳이 쏘나타를 옵션 넣고 탈 바엔, 그랜저를 사는 게 낫다” 등의 반응을 찾아볼 수 있었다.
더불어 “차급을 떠나 제일 만만하고 오래 버티는 차량이 그랜저다”, “월급쟁이의 마지노선은 딱 그랜저 정도인 것 같다” 등 일반적인 가구에서 구입할 수 있는 차량의 마지노선이라는 의견도 눈에 띄었다. 결국 그랜저는 운용 가능한 범위 내에서 가장 준수한 차량이라는 것이다.
국민차라는 새로운 타이틀로
이어갈 행보가 기대된다
현대차는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를 출범시키면서 그랜저의 고급차 이미지를 G80 라인으로 성공적으로 이식시켰다. 그리고 그랜저에게 국민차 타이틀을 접목시켜 멋지게 이미지 변신을 성공시키면서, 새로운 고급차 G80과의 판매량 개입 없이 시장에서 새로운 입지를 차지할 수 있었다.
지난 30년 동안 지켜왔던 이미지를 변신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랜저는 성공적으로 변화를 이뤄내면서 국민차 그랜저로 다시 태어났다. 가성비 좋은 국민차라는 새로운 타이틀과 함께 명맥을 이어갈 수 있을지,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된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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