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는 되고 현대차는 안 됩니다” 결국 현대차랑 똑같은 문제로 밝혀졌다는 벤츠 교환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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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The Palisade’ 동호회 x 오토포스트 | 무단 사용 금지)

분명히 같은 내용인데 이를 표현하는 방법에 따라 듣는 이가 받아들이는 기분은 다를 수밖에 없다. 심지어 서로 다른 기준의 잣대를 들이댄다면 상황은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최근 자동차 업계에선 오랫동안 실효성 논란이 이어졌던 레몬법을 적용한 첫 교환 사례가 등장하면서 “왜 같은 문제를 겪고 있는 국산차와 수입차에 다른 기준을 적용하냐”라는 말들이 이어지고 있다.

확인해보니 환불을 진행하게 된 수입차에서 나타나는 원인 증상이 국산차에서도 동일하게 일어나고 있었던 것이다. 심지어 이런 증상이 소수의 특정 차에서만 나타나는 게 아니라 많은 차종에서 발생하고 있어 향후 뜨거운 논란이 예상된다.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는 한국형 레몬법의 첫 적용 사례 이야기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박준영 에디터

사실상 유명무실한 제도로
골머리를 앓아온 한국형 레몬법
2019년 1월부터 시작된 한국형 레몬법은 그간 꾸준히 유명무실한 제도라며 비판을 받아왔다. 레몬법이란 소비자가 신차를 구매한 뒤 중대하자가 2회 발생하여 수리를 받고도 문제가 발생하거나, 일반 하자가 3번 발생한 뒤 같은 문제가 재발하면 교환이나 환불이 가능하도록 한 제도다.

미국에서 먼저 시행된 레몬법의 취지는 상당히 좋았으나 한국형 레몬법은 강제성이 없는 권고사항에 그친 것이 문제였다. 제조사들은 결함을 인정하지 않으며 시간을 끌어 기한을 넘기는 등의 행태를 보여 결국 레몬법을 활용해 신차를 교환 또는 환불받은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제대로 실행되지 않고 있으니 유명무실한 법이라는 비판을 피해 가기 어려웠던 것이다.

법 시행 2년 만에
레몬법을 적용한
첫 교환 사례가 등장했다
그렇게 비판이 쏟아지던 레몬법이 적용된 첫 사례가 등장했다. 지난 13일, 국토부 소식에 따르면 지난달 말 자동차 안전, 하자 심의위원회를 열어 메르세데스 벤츠 S350d 4MATIC 차량에 대한 하자를 인정했다. 하자가 인정됨에 따라 제조사에는 교환 명령을 내렸다.

레몬법이 적용되기 위한 조건을 살펴보면 신차 출고 후 1년이 지나지 않아야 하며, 주행거리는 20,000km 이내여야 한다. 해당 벤츠 S클래스는 조건을 충족했으며, 같은 문제가 계속해서 재발하였기에 레몬법을 적용받을 수 있었다.

주행 중 ISG 작동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것이 원인이었다
S클래스에 레몬법이 적용된 원인은 주행 중 ISG 기능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ISG 기능이란 Idle Stop & Go의 약자로 흔히들 오토 스톱이라고 부르는 기능이다. ISG가 탑재된 차량들은 운행하다 브레이크를 밟아 정지하게 되면 엔진을 잠시 멈추고, 출발을 위해 액셀러레이터를 밟으면 다시 시동이 걸리게 된다.

해당 기능을 활용하면 배출가스를 줄일 수 있을뿐더러, 정차 시 공회전 시간을 줄이기 때문에 소폭의 연비상승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레몬법 적용 대상이 된 S클래스는 ISG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수리하기 위해 서비스센터를 3회 방문했지만 해결되지 않아 결국 첫 사례로 남게 됐다.

신형 쏘나타에서 발견된
ISG 오작동 문제
한국형 레몬법 적용의 첫 사례가 된 벤츠 S클래스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국산차에서도 ISG 문제는 흔하게 발생되고 있는데 왜 수입차가 첫 사례가 된 건지 모르겠다”라는 반응들을 보였다. 실제로 벤츠 S클래스 ISG 문제가 대두되기 이전에도 수많은 국산차에서 ISG 오작동 문제가 발생했다.

2019년 출시된 DN8 쏘나타는 출시 직후 ISG STOP 상태 진입 중 재출발 조건 미흡으로 재시동이 불가능한 문제가 발견되어 3개월 만에 무상수리를 진행했다. 당시 현대차는 버튼식 기어 로직을 가진 신차에서 발생된 변속 문제임을 밝히며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문제를 해결했다.

팰리세이드 ISG 결함은
1년 넘게 해결되지 않고 있다
쏘나타보다 먼저 출시된 대형 SUV 팰리세이드는 1년 넘게 ISG 결함이 발생하고 있음에도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팰리세이드 동호회 분위기를 살펴보면 ISG 오작동 문제로 불편을 호소하는 차주들의 후기를 생생하게 찾아볼 수 있다.

현재까지 알려진 정보들을 종합해보면 팰리세이드에 적용된 버튼식 기어 로직이 아직 미완성 상태이기 때문에 시스템이 오작동하여 시동이 차단되고, 버튼이 먹통이 되거나 엑셀, 브레이크가 먹지 않는 먹통 증상이 발생한다. 특히 주차할 때 이런 증상이 자주 발생되는데, ISG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차주가 직접 시동을 끄고 켜야 한다.

신형 쏘렌토 차주들도
같은 증상을 호소했다
현대 싼타페 판매량을 넘어서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기아 쏘렌토에서도 ISG 결함이 발견됐다. 출시 이후 많은 차주들은 “ISG와 오토홀드를 모두 작동시키고 정차 후 재출발을 하기 위해 가속 페달을 밟았으나, 계기판이 꺼지고 시동 역시 꺼졌다”라는 후기들을 쏟아냈다.

팰리세이드나 쏘나타처럼 ISG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가 모두 먹통이 되는 것이었다. 신호 대기 중 이런 상황이 자주 발생했으며, 해당 증상을 겪은 차주들은 그저 당황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현대기아차에서 연이어 ISG 관련 문제가 발생하자 일각에선 “아직 현대차그룹의 ISG 시스템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벤츠는 문제를 인정했고
현대차는 여전히 부정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따져보자면 한국형 레몬법의 1호 사례가 된 벤츠 S클래스에서 발생한 ISG 문제와 유사한 사건들이 국산차에선 이미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같은 문제가 발생하는 국산차들도 레몬법을 적용받는 사례가 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연히 같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으니 국산차들도 연이어 레몬법을 적용받을 수 있지만 현실은 그렇게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먼저 벤츠 코리아는 중재 위원회의 ISG 결함 내용을 스스로 인정했다. 하지만 현대차는 팰리세이드 ISG 결함 문제에 대해 인정을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사진=보배드림 커뮤니티)

소비자가 문제를 스스로 입증해야 하는
한국형 레몬법 특성상
현실적으론 어려울 전망
한국형 레몬법의 허점으로 지적받는 부분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자동차에서 발생된 결함을 소비자가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는 것이다. 돌려서 생각해 보면 제조사가 “해당 문제는 결함이 아니다”라고 부정해 버리면 소비자로썬 더 이상 문제를 제기하여 해결할 방법이 없다.

실제로 많은 차주들이 레몬법을 활용해보려고 시도했지만, 국산차 제조사들은 하나같이 결함 내용에 대해 부정하며 소위 말하는 시간 끌기 전략을 펼쳤다. 결국 현재 상황으로썬 대한민국에서 소비자가 레몬법을 활용하여 차를 교환 또는 환불받기 어렵다는 것이다.

문제를 호소하는
차주들의 불만은
점점 커져가는 중
이런 상황들이 이어지자 신차 품질 문제 및 결함을 겪고 있는 차주들의 불만은 날이 갈수록 커져가고 있다. 특히 지난해 가장 많이 팔린 국산차인 현대 그랜저에선 크래시패드 조립 불량 및 엔진오일 감소 문제를 호소하는 차주들이 줄을 이었다.

다양한 결함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자 그랜저 차주들은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결함 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물론 이런 소비자들의 움직임이 있었지만, 문제는 여전히 제대로 해결되지 않았고 그랜저 오일 감소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국산차와 수입차에 적용되는
서로 다른 이중 잣대
언제까지 지켜만 봐야 하나
한국형 레몬법의 1호 사례는 국산차와 수입차에 적용되는 서로 다른 이중잣대를 확인할 수 있는 사례로 남게 됐다. 이미 같은 문제들을 호소하고 있는 여러 국산차들은 정작 레몬법을 활용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며, S클래스를 타는 대다수의 차주들은 같은 문제를 호소하고 있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클래스가 레몬법의 첫 사례로 등장하며 메르세데스 벤츠 측은 자존심을 구기게 됐다. 매일 발생하는 신차 품질 및 결함 문제들을 보고 있자면 당연히 국산차 제조사들이 수많은 사례로 등장해야 할 거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이래서 많은 소비자들이 “국토부가 아닌 현토부다”, “대한민국은 현대차 공화국이다”, “결국 한국형 레몬법은 소비자를 위한 법이 아니었다”라며 비판을 이어가는 것이다.

소비자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소비자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대한민국에선 심각한 문제가 발생해도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잊혀지는 경향이 있다. 이를 두고 냄비근성이라며 비판하는 네티즌들도 존재한다.

자동차 역시 수많은 결함 사례들이 보도되지만 그것은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곧 잊혀진다. 문제가 제기됐다면 그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진 집요하게 제조사를 향한 목소리를 내어야 한다. 물론 소수의 움직임으로는 턱도 없을 것이다. 모든 소비자들이 모여 한마음 한뜻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을 때, 그제서야 조금씩 바뀌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오토포스트 시선집중이었다.

autopostmed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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