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도산대로에 매일같이 울려 퍼지는 소리가 있다. 지나가는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만드는 굉음, 바로 슈퍼카의 배기음 소리다. 평소에는 찾아보기도 힘든 비싼 수입차나 슈퍼카들도 강남에선 쉽게 찾아볼 수 있으며, 청담동이나 한남동 같은 동네에선 억 소리 나는 차들이 공동 구매 수준으로 주차되어 있기도 하다.
우리나라에 벌써 이렇게 부자가 많아졌나 싶기도 하지만, 자세한 살펴보니 이런 현상은 법의 허점 때문에 발생하고 있는 것이었다. 법의 허점을 이용하면 비싼 수입차를 타면서 오히려 돈까지 벌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에선 법의 구멍을 이용하는 법인차 오너들의 이야기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글 이충의 에디터
차량을 구입하면
오히려 세금 감면
혜택을 받는다
아무리 규모가 작다고 해도, 개인 병원을 운영하는 병원장은 모두 수억 짜리 차를 탄다는 이야기가 있다. 심지어 하루에 병원을 찾는 환자가 채 열 명이 되지 않는 곳도 말이다. 이는 단순히 의사의 수입이 높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항간에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개인 병원을 운영하는 병원장들이 럭셔리카를 타는 이유는 오히려 돈을 아끼기 위해서라고 한다. 고가의 수입차를 운용하는데, 돈을 아낄 수 있다니, 이게 무슨 소리일까? 하지만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이다. 법인차를 이용하면 세금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법인차 유지 비용은
회사 자금으로
처리되기 때문이다
개인 병원을 운영하는 사람이나 회사를 운영하는 사업자의 경우, 매출에 따라 부과되는 세금이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연 매출에서 회사 운영 경비를 뺀 금액, 즉 과세표준에 따라 세율이 각기 다르게 적용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차량을 법인 명의로 구매할 경우, 차량 한 대당 연 1,500만 원까지 경비로 처리할 수 있게 된다. 경비 처리된 금액이 늘어남에 따라 연 매출액이 감소하고, 적용되는 세율도 낮아지므로 결과적으로 세금이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쉽게 설명하자면, 회사를 운영하는 대표가 개인적으로 차량을 구매할 경우, 개인 사비를 이용하는 것이므로 이렇다 할 세금 혜택을 받을 수 없다. 하지만 법인 용도로 차량을 구입하게 되면, 연간 1,500만 원의 경비 절감 혜택이 적용되어 연 매출액이 낮아지므로 세금이 감면되는 효과를 낳는 것이다.
차량 한 대당 경비로 처리할 수 있는 비용이 1,500만 원으로 한정된다고는 하지만, 리스를 이용할 경우에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GLE 300d 4Matic를 예시로 들어보자. 해당 차량의 정가는 9,270만 원이지만 48개월 리스를 이용한다면 한 달에 지불하는 돈은 100만 원 남짓이다. 이를 1년으로 따지면 1200만 원으로, 충분히 경비로 처리할 수 있는 정도인 것이다.
편법을 이용하여
부당 이익을 챙기는
사람들도 있다
심지어 법인차로 고급 자동차를 구매한 사람들 중에는 꼼수를 이용하여 목돈을 챙기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접촉 사고가 발생할 경우, 추후에 수리를 진행하는 대신 미리 보험사에서 미리 수리비를 받는 미수선 처리 방식을 이용하여 수리비를 챙기는 것이다.
법인차로 이용되는 럭셔리카는 고가의 금액인 만큼 부품 비용도 상당하다. 때문에 이에 상응하는 수리비를 받은 후, 사설 센터를 이용하거나 수리를 진행하지 않으면 미리 지급받은 금액은 고스란히 차주의 몫으로 남게 된다. 법의 허점을 이용하여 부당 이익을 챙기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법인차를 개인적으로
운용하는 것은 위법이다
법인 차량을 개인 용도로 사용하면서 세제 혜택을 받는 것, 과연 아무 문제 없을까? 그렇지 않다. 신고된 용도와 다르게 사용했기 때문에 명백한 위법 행위라고 할 수 있다. 본인 소유의 회사라고 해도, 회사의 자금을 통해 구입된 법인 차량을 개인적인 용도로 이용하면 업무상 횡령이나 배임 혐의로 입건될 수 있다.
회사 운영주의 가족이 법인 차량을 개인적인 용도로 이용할 경우에도 동일하게 처벌받을 수 있다. 실제로 법인 명의로 구입한 차량을 자녀 통학 등 개인적인 용도로 이용하다 적발되어 처벌된 사례도 존재한다. 이러한 행위를 막기 위해 정부에서는 법인 차량 운행 일지를 작성하도록 하는 등 법인차 등록 요건을 강화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적 이용 정황은
계속 포착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정부의 노력도 큰 효과를 발휘하진 못했다. 작년 한 해 동안 급격한 판매량 성장을 기록한 람보르기니, 벤틀리, 롤스로이스 등의 신규 등록 차량을 조사한 결과, 법인 구매 비중이 상당한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가장 높은 판매 대수를 기록한 람보르기니의 경우, 법인 구매 비율은 91%에 달했다. 롤스로이스 차량의 법인 구매 비율도 92%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벤틀리의 경우 법인 구매 비중은 75% 정도로 앞선 두 브랜드보다 낮지만, 절반 이상을 넘기는 상당한 수치이다. 즉, 고가의 차량을 구입하는 열 명 중 아홉 명은 법인 명의로 차량을 구입한다는 것이다.
법인차의 범위를
상용차로 한정해야 한다
주장하는 네티즌들
한편,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법인 명의로 등록된 차량 중 고가의 차량이 많다는 점에 대해서 “도대체 법인이 저런 차들이 왜 필요하냐?”, “법인 명의로 등록할 수 있는 차량을 상용차로 한정해야 한다” 등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보였다.
법인차의 사적 이용에 대한 단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대한민국 법은 고소득자를 보호해 주는 법이다”, “소시민의 지갑만 털지 말고 이런 부분을 단속해야 한다” 등 법인차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찾아볼 수 있었다.
제도 정비와 단속을 통해
위법 행위를
근절해야 할 것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다. 그 말은, 법률에 의거하여 나라가 운영된다는 이야기이다. 때문에 이번에 언급된 법인차의 사적 이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사업주들의 깨끗한 차량 이용을 촉구하는 것에서 그쳐선 안될 것이다.
법률을 통해 이들을 견제하고, 사적 이용을 단속하여 위법의 책임을 묻는 것이 법인차의 사적 이용 문제를 근절할 수 있는 방법인 것이다. 이 같은 일이 가능하려면, 해당 문제에 대한 국민들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할 것이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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