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는 크게 잡아야 한다”라는 말이 있다. 반대로 “네 주제를 알아라”라는 말도 있다. 우리나라에는 상반되는 이 두 문장이 모두 존재한다. 자동차 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목표를 크게 잡은 제네시스는 수입차 브랜드를 겨냥해 신차를 출시한다. 이에 일부 소비자는 “국산차면서 왜 수입차보다 비싸냐?”라고 되묻기도 한다.
실제로 최근 높은 관심 속에 출시된 GV70만 해도 그렇다. GV70은 생각보다 훨씬 비싼 가격에 출시돼 뭇 네티즌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GV70을 구매할 값으로 벤츠, BMW 혹은 더 큰 위급의 SUV도 구매 가능하다. 목표를 너무 크게 잡은 탓일까? 몇몇 소비자는 “그 돈을 줄거면, 국산차가 아니라 수입차를 사겠다”라는 의견을 더하는 상황이다.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는 GV70 가격으로 살 수 있는 수입차 리스트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글 정지현 에디터
그간 국산차 시장에는 암묵적인 규칙이 있었다. 그 규칙은 간단히 말해 신차를 출시할 때, 동일 차급의 국산차 가격을 염두에 두고 가격을 책정하는 것이다. 그런데 제네시스가 등장하고부터는 그 암묵적인 규칙이 깨졌다. 제네시스는 프리미엄 브랜드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동일 차급의 ‘수입차’에 가격을 맞추기 시작했다.
일부 소비자는 이 현상을 두고 “현대차가 가격 라인업을 완전히 뒤바꿨다”라고 평가한다. 그러나 몇몇 소비자는 곧 고민에 빠졌다. 비슷한 가격대 덕분에 제네시스를 사는 게 좋은 건지 같은 가격으로 동일 차급의 수입차를 구매하는 게 좋을지 판단이 어려워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국산차는 수입차와 비교해 서비스센터 접근이 용이하다는 특장점이 있다. 하지만, 이 장점도 “더 이상 국산차만의 것은 아니다”라는 의견도 많다. 최근 수입차 브랜드도 국내에 서비스 센터를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국산차 결함 문제가 끊이지 않으면서 수입차로 눈을 돌리는 소비자가 느는 추세다.
GV70을 예로 들어 살펴보자. GV70은 사전 계약 하루 만에 1만 대 판매를 넘길 정도로 인기가 많은 신차다. 이는 현대차가 제시한 GV70 연간 판매 목표인 4만 4,000대의 20%를 넘는 수준으로, 가히 놀랄만한 기록이다. 하지만 가격을 듣고 이 기록에 의문을 가지는 네티즌도 있었다. 가격이 생각만큼 착하지 않기 때문이다.
GV70은 기본가격만 살펴보더라도 4,791만 원부터 6,038만 원대의 높은 가격대를 자랑한다. 여기에 최고 트림인 가솔린 터보 3.5 모델에 스포츠 사륜구동 모델을 선택하고, 스포츠 디자인 셀렉션, 파퓰러 패키지, 파노라마 선루프, 렉시콘 사운드 패키지 등 풀옵션을 탑재한다면 1,528만 원의 가격이 더해진다. 취득세와 부대비용 등을 고려한 실구매가는 8,067만 원으로, 무려 8,000만 원 이상에 달하는 가격이 책정된다.
BMW
X3
그렇다면, GV70과 비슷한 가격대에 구매할 수 있는 수입차 모델은 어떤 게 있을까? 먼저 BMW X3가 있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X3은 2017년에 출시한 3세대 모델로, 고성능 모델인 X3 M까지 보유했다. 이전 세대 모델과 달라진 점으로는 키드니 그릴의 크기가 더욱 커졌다는 점, 차량 크기가 소폭 커진 점을 말할 수 있다.
X3의 파워트레인은 2.0L 가솔린, 3.0L 가솔린, 2.0L 가솔린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2.0L 디젤과 3.0L 디젤로 구성됐다. 가격은 6,410만 원부터 8,910만 원까지로 책정됐다. 굳이 GV70에 풀옵션을 추가하지 않고 필수적인 옵션만 선택한다고 해도 겹치는 가격대를 확인할 수 있다.
벤츠
GLC
GLC도 GV70의 경쟁 모델로 꼽히는 대표적인 모델 중 하나다. GLC는 C클래스급 SUV로 중형 SUV에 속한다. 현재 판매 중인 모델은 2019년 제네바 모터쇼에서 공개된 페이스리프트 모델로, 일반 모델과 쿠페 모델로 구분되어 있다는 특징도 갖고 있다.
GLC는 2.0L 가솔린, 2.0L 디젤, 2.0L 가솔린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고성능 모델인 3.0L 가솔린 AMG, 4.0L 가솔린 AMG 등 다양한 파워 트레인을 보유했다. 또한, 6,750만 원부터 1억 3,260만 원까지로 가격 책정이 이뤄졌다. 완전히 겹치는 가격대는 아니지만, GV70의 풀옵션 기준으로 일정 부분 가격대가 겹친다는 점에서 GV70의 대안이 될 수 있겠다.
포드
익스플로러
동급에서뿐만 아니라, 더 큰 위급의 수입 SUV도 구매가능하다. 그중 하나가 포드 익스플로러다. 익스플로러는 2019년까지 3년 연속으로 수입 SUV 판매량 1위를 거머쥘 정도로 이미 국내 시장에서 탄탄한 입지를 다진 상황이다. 여기에 6,010만 원부터 7,410만 원의 가격대를 갖고 있으니 GV70보다 더 큰 차체를 갖고 있음에도 오히려 저렴한 셈이다. 이에 뭇 소비자 사이에선 “풀체인지 모델 출시 당시에는 가격이 비싸보였는데, GV70과 비교해 보니 그렇게 많이 비싼 것도 아니었다”라는 의견이 더해지고 있다.
익스플로러 파워트레인은 두 개의 가솔린 엔진과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세 가지로 구성됐다. 가장 많은 관심을 끌고 있는 트림은 3.0L 가솔린 터보 라인업의 플래티넘이다. 기본 적용되는 사양만 해도 오토 라이트 컨트롤, 자동 디밍 룸미러, 12.3인치 계기판 등 이루 다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아 소비자 사이에선 “가격과 함께 성능까지 챙겼다”라는 평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폭스바겐
투아렉
최근 가성비 모델을 많이 출시하고 있는 폭스바겐에서도 GV70을 대신할 수 있는 모델을 찾아볼 수 있다. 8,276만 원부터 1억 2,556만 원까지의 가격대를 갖고 있는 투아렉이 그 주인공이다. 물론 위급의 SUV라서 웃돈을 내야 하긴 하지만 어느 정도 비슷한 범주 내에 있는 모델이다.
투아렉의 실내에는 이노비전 콕핏이 세계 최초로 탑재됐다. 이에 뭇 네티즌은 “디지털화 된 미래 자동차 인테리어를 보여주는 직접적 사례다”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게다가 2021년형 모델의 경우에는 전 트림에 ADAS 오버뷰 버튼이 추가되어 ADAS 기능을 한눈에 확인하고 제어할 수 있게 됐다.
“고민할 필요도 없는 문제”
“품질만 괜찮으면 제네시스도..”
소비자 대다수는 GV70의 높은 가격대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국산차는 가성비로 타야지 비싸게 타면 안 된다. 그러니 제네시스는 사는 게 아니다”, “솔직히 7,000만 원 이상 낼 거면, 베타테스터 되기보다는 검증된 외제차 사는 게 낫다” 등의 반응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관세, 운송비, 딜러사 마진까지 더해지는 수입차랑 가격이 비슷한 건 너무하지 않냐?”라며 수입차와 다를 것이 없는 높은 가격대에 불만을 제기하는 모습도 살펴볼 수 있었다.
한편 일각에선 “첨단사양, 디자인 보면 GV70은 크게 꿀리지는 않는데, 브랜드 네임벨류가 아직 한참 모자란 건 사실이다”라며 제네시스 브랜드의 역사가 오래되지 않았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더불어 “품질 괜찮으면 난 수리 비용 생각해서라도 GV70 살 의향 있다”라며 꾸준히 제기되는 품질 및 결함 문제를 꼬집는 소비자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일부 소비자는 GV70과 가격이 비슷한 수입 브랜드 경쟁 모델들을 소개할 때 “네가(제네시스) 왜 거기서 나오냐”, “GV70은 골목 대장이지만, 다른 브랜드는 월드클래스다”라고 얘기할지도 모른다. 그도 그럴 것이, 이미 오랜 세월에 거쳐 검증을 마친 타 브랜드와 비교하면 제네시스 브랜드는 그 역사가 오래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목표를 크게 잡는 것”과 “주제를 아는 것” 그 미묘한 줄타기가 계속되고 있다. 아직은 “그간의 국산차가 그래왔듯이 가성비를 좀 더 공략하는 게 어떻겠냐”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합리적인 가격과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수입차 시장의 점유율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아무리 국내 자동차 시장을 휘어잡고 있는 현대차, 제네시스라도 긴장을 늦춰선 안 될 것이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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