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년 동안 한국인의 사망 원인 1위 자리를 지켜온 것은 암이다. 증상이 거의 없어 알아차리기 쉽지 않고, 이상을 느껴 병원을 찾았을 땐 이미 손쓰기 늦었을 때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암을 예방하기 위해선 겉으론 이상이 없어 보여도 꾸준히 건강검진을 통해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최근, 자동차 업계에서 이상 증세를 보이기 시작하는 제조사가 있다고 한다. 현대차이다.
현대차는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고, 북미 올해의 차에 선정되는 등 건강한 기업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최근, 네티즌들의 반응에서 이상 증세가 발견되고 있는 듯하다. 국내 출시를 앞두고 있는 일본차 소식에 뜬금없이 현대차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과연 어떻게 된 일인지,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에서는 현대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부정적 인식에 대해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글 이충의 에디터
2019년 7월 시작된
불매운동의 여파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2019년, 대한민국을 강타했던 한 움직임이 있다. 국민들을 중심으로 벌어진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이었다. 대한민국에 대한 일본의 수출 통제 조치에 대한 반발로 벌어진 이 불매운동은 “No JAPAN”이라는 슬로건까지 붙으며 일파만파 퍼졌다.
일본은 한국의 불매운동을 일시적인 파장쯤으로 여겼던 것 같다. 초기에만 해도 뉴스나 예능 등에서 한국의 불매운동을 조롱하는 모습까지 보였던 것이다. 하지만 불매운동의 규모는 상당히 커졌고, 국내에 진출한 모든 일본 기업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 최근에는 명동에 위치한 유명 일본 의류 브랜드가 철수하기도 하는 등 지금까지도 그 여파가 이어지고 있다.
물론 자동차 시장도
예외는 아니었다
국내 진출 일본 기업에 대한 불매운동은 자동차 시장도 피해 갈 수 없었다. 불매운동이 시작됐던 2019년 7월, 렉서스 판매량은 전월 대비 64%나 하락했다. 다른 일본 제조사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혼다의 판매량은 59% 감소했고, 토요타는 35%, 닛산은 17%나 판매량이 감소했다.
이에 일본 제조사들은 1,500만 원 상당의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등 판매량 회복을 위한 마케팅 전략을 펼쳤다. 하지만 자동차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신차에만 붙는 일명 “세 자리 번호판”을 단 일본차를 고발하는 움직임이 퍼지면서 크게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반대로 현대차나 기아차는 판매량이 증가하며 반사이익을 얻기도 했다.
혼다 CR-V
하이브리드 모델이
국내 출시된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혼다는 주력 SUV, CR-V의 국내 출시 소식을 전했다. 기존 가솔린 1.5 모델만 출시했던 것과 달리, 이번엔 2.0 하이브리드 모델만 출시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최근 하이브리드 모델에 대한 수요가 높아진 국내 시장에 대응하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
실제로 혼다의 세단 모델 어코드는 작년 한 해 하이브리드 모델의 판매량이 가솔린 모델 판매량을 상회했다. 이에 발맞추어 SUV 모델 CR-V도 하이브리드로 국내 소비자들을 공략하려는 것이다. 이번 CR-V 하이브리드 모델은 사륜구동을 베이스로 하며 184마력의 전기모터 2개와 2.0 가솔린 엔진의 조합으로 이뤄진다. 기본 가격은 4,510만 원부터 시작하며, 투어링 트림은 4,770만 원이다.
그런데 네티즌들은
예상과 다른 반응을 보였다
한편, 혼다 CR-V 하이브리드 국내 출시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예상과 사뭇 다른 반응을 보였다. 불매 운동의 여파가 이어지고 있음에도 부정적인 반응 보다 기대된다는 반응이 더 많았던 것이다. “일본차는 품질만큼은 확실하다”, “기술적으로 국산차보다 한수 위에 있는 것은 분명하다”, “글로벌 판매량을 보면 알 수 있다” 등 일본차 품질에 대한 칭찬이 일색이었다.
더불어 특이한 점은, 일본차 출시 소식을 전하는 와중에 국산차에 대한 반감을 드러내는 사람들도 많았다는 것이다. “불매운동만 아니었으면 국산차는 언급되지도 않았을 것”, “국산차 기술력으론 아직 하이브리드는 시기 상조”, “녹슬고 구멍 뚫린 차보다 낫다” 등 부정적인 반응을 찾아볼 수 있었다.
경쟁 모델로 언급된
쏘렌토 하이브리드는
꾸준한 결함 소식을 전했다
왜 이런 반응이 나오게 되었을까? 이는 CR-V의 국내 경쟁 모델로 쏘렌토 하이브리드 모델이 거론되었기 때문이다. 쏘렌토 하이브리드는 출시 이후 꾸준히 논란이 있었던 모델로, 얼마 전에는 오토포스트 측을 통해 차체 하부에 녹이 스는 결함까지 보도된 적 있다.
더불에 최근에는 머플러 결함 소식까지 이어졌다. 응축수가 제대로 배출되지 않는 결함이 발견되었으며, 그 원인이 머플러 설계에 있다는 사실까지 밝혀진 것이다. 때문에 머플러에 고여있던 응축수가 한파에 얼어버리면서 동파되는 일이 발생하게 되었다. 해당 문제는 영하의 날씨에 외부 주차를 해 두었던 쏘렌토에서 공통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소비자들의 비난이 폭주하고 있다.
미흡한 대처도
논란이 되었다
문제가 되었던 것은 현대차 측의 대처였다. 머플러에 고이게 된 응축수 축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상수리를 진행한 것이다. 하지만 설계상의 문제로 인한 결함임에도 머플러를 교환하는 것이 아닌, 멀쩡한 머플러에 구멍을 뚫어 응축수를 빼내는 조치 정도에 불과했다.
졸지에 새 차에 구멍을 뚫고 달리게 된 소비자들의 불만은 하늘을 찌를 듯했다. 이런 상황에서 혼다 CR-V 하이브리드 모델의 국내 경쟁 모델로 쏘렌토 하이브리드가 언급되자 분노한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국산차 비판 여론이 거세게 일기 시작한 것이다.
다른 하이브리드 모델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그밖에 혼다 CR-V의 또 다른 경쟁 모델로 언급되었던 투싼 하이브리드 모델에서도 최근 결함이 발견되어 무상수리를 진행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하지만 무상수리 항목 이외의 결함이 차주들 사이에서 꾸준히 거론되고 있어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되고 있기도 하다.
이처럼 현대차는 최근 꾸준히 결함 소식을 전하고 있으며, 이는 비단 하이브리드 모델의 문제만은 아니다. 정의선 회장 취임 직후 품질 관리 비용으로 3.4조 원의 예산을 충당하는 등 품질 경영에 대한 기대를 모았던 탓에 소비자들의 실망감이 더욱 커진 것 같다.
건강한 기업이 되려면
이상 증세를
치료해야 할 것이다
한편 꾸준히 결함 소식이 이어지고 있는 현실에 소비자들의 태도는 두 가지로 나뉜다. “국산차에 대한 신뢰를 잃고, 아예 수입차나 견제 기업 차량으로 시선을 돌리는 것”, 혹은 “신차에 결함이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하며 순응하는 것” 등이다. 기업의 입장에서 보기엔 두 가지 태도 다 겉으로는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기저에선 기업에 대한 불신이 싹트고 있으며, 이는 분명히 기업에 대한 피해로 돌아오게 된다. 더군다나 최근엔 네티즌 반응을 통해 기업에 대한 불만이 조금씩 발현되고 있기도 하다. 때문에 현대차가 지금처럼 건강한 기업의 모습을 유지하려면, 조금씩 나타나고 있는 “소비자의 불만”이라는 이상 증세를 치료하기 위해 힘써야 할 것이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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