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를 살 수 있는 충분한 재력이 있음에도 국산차를 사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과거엔 가격 차이에서 오는 부담 때문에 국산차를 선택하는 소비자들이 많았으나, 이제는 국산차와 수입차의 가격 격차가 줄어들어 이는 옛말이 되었다.
요즘은 대다수의 소비자들이 수입차 대신 같은 가격대의 국산차를 구매하는 이유로 “유지비가 저렴하고 정비 받기가 편하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현대기아차 서비스센터는 국내 어느 지역에 가더라도 없는 곳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이기 때문에 이는 분명한 장점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요즘은 어떠한 문제 때문에 “현대기아차가 정비하기 편하다는 말도 옛말”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는 현대기아 서비스센터 이야기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글 박준영 에디터
유지비나 가성비의 이유도 있지만
큰 이유 중 하나는
서비스센터 수리 문제다
요즘은 국산차 대신 수입차를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프리미엄 브랜드인 제네시스 정도를 사려는 소비자들은 특히 수입차 구매 비율이 높은데, 차량 가격만 놓고 보면 동급 수입차와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소비자들은 수입차 구매를 망설이는 게 현실이다. 상대적으로 국산차보다 비싼 유지비나 가성비를 이유로 들 수도 있지만, 서비스센터의 수리 문제 때문에 구매를 망설이는 소비자들이 꽤 많다. 수입차 서비스센터 수리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소비자들이 사연이 가끔 이슈 되어 보도될 때마다 소비자들의 불안감은 커지는 상황.
“엔진 오일 가는 데 1달 걸렸어요”
수입차 서비스센터의 실태
그나마 국내 서비스센터망이 잘 짜여 있다는 메르세데스 벤츠나 BMW, 아우디 같은 독일 3사들도 서비스센터는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지역에 따라 편차는 존재하지만 차량 증가 대수 대비 서비스센터망이 이에 맞게 늘어나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 엔진오일을 가는 데만 한 달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즐비하다.
한 수입차 차주는 주행 중 엔진 경고등이 점등되어 불안한 마음에 센터에 입고시키려고 알아보니 “최소 한 달 뒤에 입고가 가능하다”라는 답변을 받았다. 당장 운행하기가 불안한 상황이지만 한 달 뒤에 들어오라니, 그간 차를 제대로 이용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일 수도 있지만 별다른 방법이 없다. 간단한 점검이나 소모품 교환 역시 마찬가지다. 일단 센터에 차를 입고시키는 거 자체가 어렵다.
부족한 서비스 망과
부품 수급 차질로 생기는 문제다
이러한 문제가 생기는 가장 큰 이유는 서비스 망이 제대로 갖춰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계속해서 늘어나는 수입차 대수 대비 서비스센터는 이에 걸맞은 수준으로 확장이 되지 못하고 있다. 규모가 큰 제조사들은 대형 서비스센터를 계속해서 늘리고 있지만 여전히 실제 수요자들은 센터 부족으로 큰 불편을 겪는다.
부품 수급 차질 역시 큰 문제다. 어찌어찌 센터에 입고하는 데는 성공하여 문제의 원인이 되는 부분까지 찾아냈으나, 해당 부품이 국내에 없어 이를 수급하려면 2~3개월이 걸릴 수도 있는 상황에 놓인 차주들이 다수 존재했다. 결국 차는 센터에 몇 달 동안 세워놓고 이용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 펼쳐질 수도 있다.
“지금 세 달 넘게 부품이 없어요”
전국 현대기아차
정비업체들에 벌어진 부품 대란
그러나 정비가 편해서 국산차를 구매한다는 말도 옛말이 되어가고 있다. 최근 전국 현대기아차 서비스센터에는 부품 수급이 제대로 되지 않아 수리를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와이퍼, 사이드미러나 범퍼 같은 외장 부품뿐만 아니라 연료필터나 전장 관련 핵심 부품들이 모두 공급 부족 상황에 놓였다.
한 정비업체 대표는 “지금 현대기아차 부품 수급 상황이 수입차보다 더한 상황이다”라며 “부품이 없으니 수리를 제대로 하지도 못하고 막막하다”라는 현 상황을 토로했다. 현재 수많은 현대기아차 정비소에는 부품이 없어 수리를 하지 못해 세워놓는 자동차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난에 직면해
공급에 차질이 생겼다”며
협력사 탓으로 돌린 현대모비스
현대기아차 부품을 생산 및 공급하는 현대모비스 측은 몇 개월째 부품 공급 차질이 발생하자 “현재 부품을 생산하는 협력업체들이 경영난에 직면해 공급에 차질이 생겼다”라며 입장을 밝혔다.
최근 코로나로 인해 자동차 부품업계 역시 경기가 좋지 않아 부품이 제대로 생산되지 못하니 공급에도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현대 모비스는 공급 차질을 협력사 탓으로 돌렸다.
알고 보니 현대모비스가 도입한
재고관리 시스템 MAPS가 문제였다
그러나 알고 보니 협력업체들의 생산 문제가 아닌 현대모비스가 자체적으로 도입한 재고관리 시스템 MPAS가 문제였다. 현대모비스가 작년 12월부터 도입한 새로운 재고관리 시스템 MAPS는 부품 공급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인공지능과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데이터 기반 통합정보시스템이다.
당시 현대모비스는 MAPS 시스템 도입을 발표하며 “물류센터를 비롯한 국내 3만 5,000여 개의 부품 대리점 및 정비 업소, 해외 200여 개 국가에 위치한 딜러 등 10만 여명이 부품 구매와 물류 관련 업무를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구축을 마친 MAPS 시스템은 먹통이 되었고, 결국 전국 서비스센터 상당수에 부품 조달이 제대로 되지 않아 이런 문제가 생긴 것이다.
거의 유일한 장점이던
정비 편의성마저 희석된 상태
최근 현대기아차 부품 대란으로 인해 수리가 빠르고 편리해서 국산차를 산다는 정비 편의성마저 희석됐다. 현재 많은 현대기아차 차주들은 부품 재고가 남아있는 서비스센터를 직접 찾아다니며 수리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 차주는 엔진오일을 갈려고 센터를 찾았으나, 오일 필터가 없어 주변 센터 세 곳을 방문했으나, 결국 오일을 교환하지 못했다.
직접 부품을 공수하여 사설 정비소를 찾아 수리를 진행하는 차주들까지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런 좋지 못한 상황이 지속된다면 가성비와 함께 현대기아차의 거의 유일한 장점이었던 정비 편의성마저 사라지는 것으로 소비자들의 불만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국산차와 수입차 모두
소비자 대응 문제가
꾸준히 지적되고 있다
많은 소비자들은 부품 수급뿐만 아니라, 국산차와 수입차 모두 서비스센터와 제조사의 소비자 대응에 문제가 있음을 꾸준히 지적했다. 특히 결함이나 품질 문제로 서비스센터를 찾았으나, 이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차주들이 많았으며, 일부는 시동이 꺼지는 등 안전에 문제를 초래할 수 있는 결함임에도 “문제가 없다”, “정상이다”, “고객이 예민한 거다”라는 답변을 내놓는 서비스센터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차에 문제가 있어 서비스센터를 찾은 고객들이 원인조차 모른 채 문제 해결은커녕 스트레스만 더 쌓여 돌아오고 있는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논란은 더욱 커질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자동차인 현대 그랜저만 보더라도 엔진오일 감소 같은 큰 문제가 발생했지만, 일부 서비스센터는 고객을 무시하거나 기만하는듯한 발언을 하는 것도 포착됐다.
제대로 수리해 주는
인력조차 드문 상황
서비스센터를 찾는 고객들은 차에 무슨 문제가 생겨 이를 해결하기 위해 찾는 것이다. 원인을 알고 입고하는 경우도 있고,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는데 전국 각지에 분포해있는 제조사 공식 서비스센터들은 제대로 수리를 하지 못한다는 평을 받고 있는 곳이 매우 많다.
특히 수입차 서비스센터 같은 경우엔 인력난으로 인해 제대로 수리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없는 미케닉들도 대거 포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산차 서비스센터는 그나마 낫지만, 결국 차를 제대로 고칠 수 있는 정비사들의 부재는 많은 소비자들이 실력이 더 좋은 사설 서비스센터로 발걸음을 돌리게 만들 수밖에 없는 이유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늘어나는 소비자 불만들
이대로 괜찮을까?
국산차와 수입차 모두 제조사 공식 서비스센터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사실상 제조사를 불문하고 대한민국에는 제대로 된 공식 자동차 서비스센터가 없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국산차 서비스센터는 조금 더 정비 품질을 올리고 부품 수급을 원활하게 개선할 필요가 있으며, 수입차 서비스센터는 무엇보다 인프라 구축이 우선이다.
양측 모두 개선해야 할 점은 소비자를 대하는 태도다. 어떠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를 해결하려는 의지보다는 고객 과실로 돌리려는듯한 뉘앙스를 풍기는 지금의 태도가 이어진다면 나중엔 걷잡을 수 없을 정도의 상황이 펼쳐질 수도 있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autopostmedia@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