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이후 최대 위기를 겪고 있는 쌍용차, 직원 복지 삭감과 서울서비스센터 매각으로 어떻게든 버텼지만 작년 6월, 인도의 대기업이자 쌍용차의 모기업인 마힌드라가 결국 지배권을 포기하고 쌍용차를 다시 매물로 내놓았다. 쌍용차는 새로운 투자자를 모색하는 한편, 비핵심자산을 매각하는 등 여러 노력을 했지만 작년 연말에 유동성 위기로 기업 회생을 신청했다.
쌍용차에 관심을 보인 외국 기업은 몇 있었지만 그중 미국의 HAAH 오토모티브가 쌍용차를 인수할 가능성이 가장 높게 점쳐졌다. 하지만 최근 잠정 협상 시안으로 정한 22일까지 매각 협상이 이뤄지지 못하면서 상황은 점차 급박해지고 있다. 이번 포스트에서는 쌍용차 위기 타임라인에 대해 짚어보겠다.
글 이진웅 에디터
적자 위기로
대우그룹에 매각된 쌍용차
쌍용차의 적자 문제는 꽤 오래전인 1992년부터 시작되었다. 현대차가 갤로퍼를 출시해 SUV 시장을 장악하면서 매출이 감소했으며, 체어맨 개발에만 4,500억 원을 투자했다. 참고로 현행 코란도를 개발하는데 3,500억 원을 사용했으며, 당시 물가까지 반영하면 체어맨 개발비용은 매우 큰돈이었다. 대출은 계속 누적되어 3조 4천억 원까지 늘어났다.
사실 쌍용그룹의 계열사들은 대부분 흑자를 기록하고 있었다. 시멘트, 정유, 제지 등 경기에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 업종이 중심이었으며, 특히 시멘트 사업은 쌍용그룹을 대기업으로 성장시키는데 크게 기여했다. 하지만 쌍용차의 적자가 쌍용그룹 나머지 계열사 전체 흑자의 배 이상으로 커서 적자를 메꾸는데 실패했다. 결국 쌍용그룹은 1997년 부도 처리되었다.
이후 쌍용차는 대우그룹에 매각되었다. 이후 대우차와 판매량을 통합하고 1999년형부터 무쏘, 체어맨, 이스타나, 뉴 코란도가 대우 엠블럼을 달고 출시했다. 이때를 기억하는 네티즌은 대우차 특유의 삼분할 그릴이 무쏘와 체어맨에 적용된 모습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쌍용차를 인수한 대우그룹은 매출은 62조였지만 무리한 사업으로 부채가 크게 늘어 조 단위의 적자가 발생했고, 유동성 위기를 맞아 부도 처리되었다.
쌍용차를 인수한 상하이자동차
기술 유출과 노조의 파업
대우그룹에서 나온 쌍용차는 독자적으로 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갔다. 대우그룹 산하에서 개발했던 렉스턴을 출시하고 대박이 나면서 어느 정도 회생하고 흑자 전환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2004년, 중국의 상하이자동차에 매각되면서 상황은 완전히 달라지게 된다.
상하이자동차에 매각된 이후 인수 시 약속했던 재투자는 지켜지지 않았으며, 로디우스 등 소비자가 선호하는 디자인과 전혀 다른 디자인을 선보여 소비자들로부터 혹평을 받았다. 그 외에 쌍용차를 가져다 중국에서 상하이자동차 브랜드로 판매하는 등 일명 먹튀 행동을 보였다.
특히 상하이자동차의 로위 350은 쌍용차를 법정관리까지 이르게 한 큰 원인이 되었다. 상하이자동차의 자체 기술력으로는 준중형차 플랫폼 개발이 어려웠기 때문에 플랫폼을 개발한 경험이 있는 쌍용차를 인수했으며, 이후 로위 350의 개발을 쌍용차에 맡겼다. 쌍용차에서는 이를 B100 프로젝트라고 불렀다.
상하이자동차는 로위 350 개발에만 집중시켰으며, 나머지 분야는 지원이 거의 없었다. 당시 쌍용차 자체적으로 C200 프로젝트도 로위 350 개발로 차질이 생긴 상태였다. 로위 350 개발에만 집중한 나머지 쌍용차의 시판 모델들은 낮은 경쟁력으로 판매 부진에 시달렸으며, 로위 350 개발 이후에는 약속과 달리 상하이자동차에서만 생산, 시판했다. 즉 상하이자동차에 신차만 개발해 준 꼴이 되었다.
기술 유출도 발생되었다. 국고 지원을 받아 개발한 디젤 하이브리드 기술, 카이런 등에 장착한 디젤엔진 관련 자료 등이 유출된 것이 확인되었다.
상하이자동차는 2008년 세계 금융 위기가 오면서 유동성 위기를 맞아 쌍용차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이후 쌍용차 경영진이 경영 정상화 방안으로 직원의 36%에 달하는 2,646명에 대한 인력감축안을 발표하자 노조원들이 반발해 2009년 5월부터 77일 동안 파업을 단행했으며, 이 과정에서 평택공장을 점거하고 화염병을 던지기는 등 격렬한 투쟁이 일어났다.
장기간의 파업으로 인해 차량만 3천억 원 이상 손실이 발생했다. 연구직 직원들은 연봉 및 처우가 생산직보다 떨어지는 사례가 많은 데다가 회사의 비전에 대한 확신이 없어져 대규모 이직 사태가 발생했다.
또한 462명 무급휴직, 353명 희망퇴직, 165명 정리해고가 이루어졌다. 참고로 이때 발생한 노동자 관련 문제는 9년이 지난 2018년에 정리해고자 전원 복직 합의가 이뤄졌으며, 2020년이 되어서야 복직된 노동자가 첫 출근을 하는 등 여파가 컸다. 이 사태를 일으킨 원흉이자 기술 유출이라는 범죄를 일으킨 상하이자동차는 국내에서 처벌을 받지 않아 당시 큰 논란이 있었다.
마힌드라가 인수한 쌍용차
티볼리 성공으로 재도약
상하이자동차가 매물로 내놓은 쌍용차는 입찰 과정을 통해 인도의 대기업인 마힌드라 그룹에 매각되었다. 이후 마힌드라의 지원으로 자금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되었고, 생산이 거의 안정화되었다. 또한 오랫동안 진행해왔던 쌍용차 자체 프로젝트인 C200도 마힌드라 인수 후 빛을 보게 되었으며, 2011년 코란도 C라는 이름으로 국내에 출시되었다.
2013년에는 내수와 수출 모두 합쳐 14만 5,649대를 판매하면서 매출 3조 4,849억 원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89억 적자를 기록했지만 2011년 1,412억 원 적자, 2012년 990억 원 적자에서 크게 줄어들었다.
2015년에는 소형 SUV인 티볼리를 출시했다. 당시 소형 SUV는 쉐보레 트랙스와 르노삼성 QM3 2종뿐이었으며, 판매량도 많지 않았다. 쌍용차는 여기에 주목해 합리적인 가격과 디자인, 기본에 충실한 사양을 적용해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면서 크게 성공했다. 출시 당해 쌍용차 전체 판매량의 45%에 해당하는 4만 5,021대가 팔렸다. 2015년 4분기에 218억 원 흑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다만 연간 전체로 보면 358억 원 적자를 기록했다.
2016년에도 티볼리가 크게 활약하면서 역대 최다 실적을 기록하기도 했다. 내수와 수출 모두 합쳐 15만 5,844대를 판매해 매출 3조 6,285억 원, 영업이익 280억 원, 당기순이익 581억 원을 기록했다. 2007년 이후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쓰러져 가던 쌍용차가 이뤄낸 기적이었다.
다시 맞은 위기
야심 차게 출시한 신차의 실패
티볼리의 성공 신화는 오래가지 못했다. 티볼리의 성공을 지켜본 경쟁 국산 브랜드들이 하나둘씩 소형 SUV를 선보여 경쟁했다. 2017년 현대차에서 코나를 출시했지만 티볼리의 경쟁력도 나쁘지 않아 서로 엎치락뒤치락 했었는데, 2019년 기아에서 셀토스를 출시하면서 소형 SUV 왕좌를 완전히 내주게 되었다. 2020년에는 트레일블레이저와 XM3도 출시되었다.
2016년 흑자를 기록한 후 2017년부터 다시 적자로 돌아섰으며, 이때부터 계속 연속 누적적자에 빠졌다. 쌍용차는 R&D 투자로 인한 경영정상화 과정에서 발생한 적자라고 설명을 했지만 결국 2011년 이후 최대 적자폭을 기록하면서 2019년 중순, 임원을 감축하고 불필요한 지출에 대한 비용 삭감과 부분적인 조직개편을 실행했다.
야심 차게 출시한 신차도 기대 이하의 실적을 기록한 점이 가장 문제가 컸다. 2017년, 16년 만에 렉스턴 풀체인지 모델인 G4 렉스턴을 출시했지만 초반에만 2천 대 팔았을 뿐 이후 천대 수준으로 감소했으며, 2018년 연말에 팰리세이드의 등장으로 렉스턴은 완전히 묻혀버렸다.
2019년 출시한 코란도 풀체인지인 뷰티풀 코란도는 3,500억 원을 들여 출시했지만 티볼리와 비슷한 생김새로 인해 ‘티란도’라는 별명이 붙으면서 혹평을 받았다. 게다가 코란도 이후 출시된 소형 SUV들이 코란도만큼 커졌으며, 티볼리 역시 페이스리프트를 거치면서 코란도와 거의 동일한 편의 사양을 탑재해 경쟁력을 잃었다. 끝물 모델인 투싼과 스포티지가 오히려 신차인 코란도보다 더 잘 팔릴 정도였다. 그나마 2018년 출시한 렉스턴의 파생모델 ‘렉스턴 스포츠’가 경쟁 모델의 부재로 인해 어느 정도 성공했으며, 쌍용차를 이끌어가고 있었다.
마힌드라, 쌍용차 포기
현재 최대 위기를 맞았다
2017년 1분기부터 시작된 적자는 2020년에 들어서도 해결되지 않았다. 적자폭 증가로 경영이 어려워지자 쌍용차의 대주주인 마힌드라 그룹이 쌍용차 정상화 계획을 밝혔다.
마힌드라 그룹이 2,300억 원을 지원하고, 나머지는 정부와 산은에 지원을 요청해 총 5천억 원 자금을 조성하는 것으로, 자금 확보에 성공하면 2천억 원은 부채 상환에 사용하고, 3천억 원은 운영자금으로 활용할 계획이었다. 마힌드라 고엔카 사장은 이를 위해 방한해 산업은행 이동걸 회장과 정부 관계자들을 만나 면담을 진행했다.
하지만 2020년을 강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여파로 마힌드라 그룹 역시 자금 부족으로 어려움에 처해있는 상황이었다. 당시 인도는 코로나바이러스 전파를 막기 위해 21일간 전면 봉쇄 조치가 내려졌으며, 응급 서비스를 제외한 모든 경제활동이 전면 중단되었다. 마힌드라는 쌍용차 대규모 투자 계획 철회하고 타격을 입은 계열사에 자금을 분배했다. 대신 쌍용차에는 400억 원의 일회성 자금을 지원했다.
하지만 400억 원의 지원금으로는 아무 소용이 없었다. 쌍용차의 자본대비 부채비율은 무려 755%로 매우 높다. 참고로 이 비율이 500% 이하여야 최소한의 기업 활동을 위한 자금 순환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으며, 일반적인 기업은 200% 내외다. 쌍용차가 부채비율을 최소한의 수준인 500%까지 내리기 위해서는 6천억 원, 일반적인 기업 수준인 200%까지 내리기 위해서는 1조 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한데, 400억 원으로는 당연히 어림도 없다.
마힌드라그룹은 신규 자본 투입 계획을 백지화했지만 쌍용차를 포기하는 것은 아니라고 밝힌 바 있었다. 하지만 마힌드라그룹의 사정이 더 나빠져 6월에 지배권 포기 선언을 했다. 이후 쌍용차는 매각주관사로 삼성증권과 IB로스차일드를 선정하고 매각 절차를 개시했다.
쌍용차의 새 투자자로 중국, 베트남 등 여러 기업들이 거론되었지만 미국의 HAAH 오토모티브가 가장 유력했다. 인수 제안서를 작성한다는 사실이 알려졌으며, 쌍용차 평택공장을 방문해 실사를 하기도 했다.
쌍용차는 새로운 투자자를 몰색 하는 한편, 경영정상화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했다. 부산 물류센터와 서울 구로 서비스센터를 매각해 2천억 원가량을 확보했으며, 이 과정에서 매각주관사를 선정하지 않고 직접 원매자를 구해 수수료를 절약했다. 그리고 임금 동결과 복지 축소, 업무시스템 고도화와 내부 혁신역량 강화 작업 등으로 인건비 600억 원, 기타 고정비 160억 원을 감축했다.
신차 개발도 꾸준히 이뤄졌다. 지난 10월에 단종되었던 티볼리 에어를 페이스리프트 해 재출시했으며, 11월에는 렉스턴 페이스리프트를 출시했다. 이외 렉스턴 스포츠 페이스리프트와 쌍용차 최초의 전기차인 E100, 중형급 정통 SUV인 J100 출시를 위해 개발을 진행 중이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난 12월 21일,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지난해부터 진행 중이었던 마힌드라와 HAAH 오토모티브의 매각 협상이 1월 24일 잠정 결렬되었다. 산업은행이 쌍용차의 새로운 투자자가 나타날 경우에 조건부 자금 지원이 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었기 때문에 산업은행으로부터 신규 대출도 쉽지 않게 되었다. 다음 날인 1월 25일에는 1월 급여를 절반만 지급했고, 2월 급여도 절반만 지급했다. 경영 상황이 개선되면 나머지를 지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1월 27일에는 마힌드라그룹이 쌍용차의 지배권뿐만 아니라 소유권을 완전히 포기하기 위해 행정 절차를 진행 중임을 알려졌다. 이렇게 될 경우 쌍용차는 어떠한 지원도 받을 수 없게 된다. 현재 회생 절차 개시 결정일을 2월 28일까지 연기해뒀지만, 이때까지 아무런 성과가 없을 경우 기업회생 신청이 인용되지 않아 최종 부도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쌍용차는 벼랑 끝에 몰려있는 상황이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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