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국민차 하면 쏘나타였다. 1가구당 1대 차량이 보급되면서 패밀리카를 찾는 수요가 많이 늘었는데, 쏘나타는 적당한 가격과 크기로 패밀리카의 조건에 딱 알맞았다. 2000년대를 지나 2016년까지만 해도 쏘나타가 꽤 잘 나갔다
하지만 그랜저 IG가 출시된 이후 쏘나타의 입지는 점점 줄어들었다. 2017년에는 그랜저가 쏘나타 판매량을 앞서더니 2018년에는 SUV 열풍으로 싼타페와 쏘렌토가 쏘나타 판매량을 앞섰다. 2019년 연말부터는 서자 취급을 받던 K5에도 밀려났으며, 현재는 재고가 7천 대 쌓여있다고 한다.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에서는 한때 국민차였던 쏘나타의 근황에 대해 살펴본다.
글 이진웅 에디터
한때 잘 나갔던
쏘나타의 전성기
쏘나타는 1985년에 출시된 이후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 현대차의 대표 모델이다. 경제가 성장하면서 1가구당 1대가 보급되면서 패밀리카의 수요가 많이 늘었는데, 쏘나타가 가격과 크기가 가장 적당해 패밀리카로서 안성맞춤이었다. 당시 쏘나타는 지금과 비교하면 크기가 한참 작았다. 전장은 현행 아반떼 수준, 전폭은 현행 아반떼보다도 작았다.
패밀리카 수요 덕분에 쏘나타는 오랫동안 국민차로 불려왔으며, 중간에 K5가 잘 나와 쏘나타를 위협하기도 했지만 2015년까지만 쏘나타는 매우 잘 나갔다. 2001년부터 12번이나 1위를 차지했다.
그랜저와 SUV 인기에
점차 하락세를 걷는 쏘나타
하지만 2016년 그랜저 IG 출시 이후 2017년부터는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랜저 IG가 호평을 받으면서 쏘나타 판매량을 크게 앞섰다. 그랜저는 11만 1,856대를 기록한 반면 쏘나타 판매량 역시 7만 7,231대를 기록했다. 그래도 쏘나타 판매량은 전년과 큰 차이는 없었다.
2018년에는 쏘나타 판매량이 6만 1,724대로 감소했다. 반면 SUV 판매량과 카니발의 판매량은 대폭 늘었다. 싼타페는 10만 대 가까이 판매해 1위를 차지했으며, 쏘렌토도 6만 7천여 대로 쏘나타보다 많이 팔렸다. 카니발은 7만 6천여 대를 판매해 4위를 차지했다.
2019년은 쏘나타 DN8 출시 덕분에 판매량이 6만 5,242대로 증가하긴 했지만 신차효과 치고는 증가폭이 적은 편이다. 당시 SM6와 말리부의 경쟁력 부족, K5가 끝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판매량은 전년보다 4천여 대밖에] 늘지 않았다.
2019년 12월, K5 3세대 출시 이후에는 서자 취급을 받던 K5에도 밀려나기 시작했다. 당시 12월 판매량이 쏘나타와 1,300대밖에 차이 나지 않았으며, 이듬해 1월에는 K5가 쏘나타를 앞서나갔다. 그 후 쏘나타는 K5를 다시 앞서지 못했다. 2020년 판매량에서도 크게 차이가 났는데, K5는 7만 9,072대를 팔았지만 쏘나타는 4만 8,067대를 판매했다. 5만 대 선이 무너지고 10위까지 밀려났다.
현재 쏘나타의 재고가
7천 대 쌓여있다고 한다
올해 역시 쏘나타의 실적은 좋지 않다. 지난 1월 판매량은 K5가 5,117대, 쏘나타는 3,612대를 기록해 여전히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판매 순위는 13위로 대형 SUV인 팰리세이드 바로 밑이다.
이제 월간 자동차 판매량에서 쏘나타는 상위권에서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지난해 2002년 이후 처음으로 판매량이 20만 대에도 못 미쳤으며, 현행 쏘나타 재고는 7천 대 이상 쌓여 있다고 한다. 차를 계약하면 바로 탁송 받을 수 있을 정도였으며, 작년 12월에는 쏘나타의 부진 탓인지 2주간 아산공장을 멈추기도 했다. 현대모비스 아산공장 역시 함께 생산을 중단한 바 있다. 재고를 털어내기 위해 11월 이전 생산분은 5% 할인, 12월 생산분은 3% 할인 프로모션을 내세우기도 했다.(하이브리드 제외)
메기를 닮은
혹평 받는 디자인
자동차에 있어 디자인은 판매량을 좌우할 만큼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아무래도 외적으로 보이는 부분이다 보니 차주들 입장에서도 신경을 안 쓸 수가 없다.
디자인이 판매량을 좌우한 대표적인 사례로는 아반떼가 있었는데, 2015년에 출시된 아반떼 AD는 무난한 디자인 덕분에 한때 연간 10만 대 가까이 팔린 적이 있었다. 하지만 2018년 출시된 페이스리프트 모델은 삼각떼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크게 혹평을 받았으며, 월평균 판매량도 5천대로 줄어들었다. 판매량이 적은 것은 아니었지만 실적 하락과 계속되는 혹평으로 인해 2년도 안되어 풀체인지를 진행했고, 다시 예전 수준인 월평균 판매량 8천여 대까지 회복했다.
쏘나타 역시 디자인으로 크게 혹평 받고 있다. 콘셉트카인 르 필 루즈를 바탕으로 쏘나타 8세대를 디자인했지만 실물을 본 네티즌들은 메기라는 별명을 붙여가며 혹평했다. 헤드 램프는 눈, 보닛으로 올라온 주간주행등과 범퍼를 가로지르는 크롬 몰딩은 수염, 와이드 한 캐스케이딩 그릴은 입, 길쭉한 차체는 몸통에 비유했다. 또한 후면 테일램프는 영덕대게에 비유하기도 했다.
그래도 쏘나타 8세대를 출시한 2019년에는 판매량이 월평균 7,249대로 나쁜 편은 아니었다. 5월에는 1만 1,224대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경쟁 모델인 K5가 끝물 모델이었고, SM6와 말리부는 경쟁력이 부족해 힘을 쓰지 못했다. 하지만 12월에 출시된 K5 3세대가 훌륭한 디자인으로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면서 쏘나타 수요가 K5로 대거 이동했다.
쏘나타 살 돈으로
그랜저를 사는 소비자가 많았다
K5 외에도 그랜저로 수요가 많이 이동한 점도 쏘나타 부진의 원인이다. 쏘나타와 그랜저 가격 차이가 생각보다 얼마 나지 않는다. 쏘나타는 하위 트림의 옵션이 생각보다 적은 편이여서 대부분의 소비자가 트림을 높이고 옵션을 추가하는데, 그렇게 하려면 3천만 원 이상은 생각해야 한다.
반면 그랜저는 기본 트림에도 옵션이 꽤 풍부하다. 그런 반면에 기본 모델의 가격은 3,294만 원으로 쏘나타에서 옵션 어느 정도 선택한 것과 가격 차이가 크기 않다. 실제로 쏘나타를 구입하는 소비자들 대부분은 상위 트림을 많이 선택하지만 그랜저를 구입하는 소비자들은 대부분 하위 트림을 선택한다.
가격 차이는 생각보다 크지 않지만 두 모델이 국내에서 가진 위상은 크게 차이 난다. 쏘나타는 대중적인 중형차인 반면, 그랜저는 한때 국내 최고급 차였으며, 요즘에는 위상이 많이 낮아졌지만 여전히 고급차로 인정받고 있다. 그렇다 보니 쏘나타 살 돈에 조금 더 보태 그랜저를 구입하는 소비자가 많아졌다. 그 덕분에 그랜저는 현재 매달 자동차 판매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쏘나타와 마찬가지로 디자인에 대해서는 혹평 받고 있다. 하지만 고급차는 디자인보다 브랜드 가치를 더 중요시하는 경향이 있다. 국내에서 그랜저의 브랜드 가치는 매우 높은 데다 주 수요층도 젊은 층이 아닌 중장년층이다 보니 디자인은 크게 개의치 않는 편이다.
SUV 인기가
예전보다 높아졌다
SUV 열풍도 쏘나타 부진의 원인이다. 옛날에는 SUV 하면 투박한 이미지가 강했다. 하지만 요즘에는 SUV 전성시대라고 할 만큼 많이 팔리고 있다. SUV 판매가 증가하는 만큼 세단 판매량은 점점 줄고 있으며, 쏘나타 역시 그 영향을 받고 있다.
200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출시되는 도심형 SUV는 투박했던 정통 SUV와는 다르게 세련된 디자인을 가지고 있으며, 승차감 역시 많이 향상되었다. 거기다가 세단보다 기본적으로 차체가 크다 보니 큰 차를 선호하는 국내 소비자들에게도 알맞다. 요즘에는 캠핑, 차박 등 레저 열풍이 불면서 높은 실용성과 험지 주파 능력, 견인력을 갖춘 SUV가 더욱 각광받고 있다.
2020년 한해 판매량을 살펴보면 쏘나타보다 많이 팔린 SUV는 쏘렌토, 팰리세이드, 셀토스, 싼타페(구형과 신형 합계)가 있다. SUV보다 험지 주파 능력은 떨어지지만 실용성이 더 높은 카니발(구형과 신형 합계) 역시 쏘나타보다 많이 팔렸다.
쏘나타의 재고량이 한 달 판매량보다 많이 쌓여있다. 쏘나타 입장에서는 큰 위기라고 볼 수 있다. 파생형 모델로 N 라인을 출시하긴 했지만 고성능 수요의 특성상 쏘나타의 판매량을 높이기에는 역부족이다. 출시된 지 이제 2년 다 되어가는 모델이지만 페이스리프트 등 뭔가 특단의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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