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시민들에게 “쏘나타”라는 자동차는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아마 ‘국민 자동차’, ‘대한민국 중산층의 상징’, ‘가장 오랜된 국산 승용차’, ‘현대차의 대표 자동차’, ‘현대차의 중심’등 다양한 수식어가 떠오르는 차량일 것이다.
쏘나타는 1985년부터 지금까지 생산되고 있는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승용차 브랜드다. 대한민국 자동차 산업 및 그 시절 살던 시민들과 함께 추억을 나눈 자동차이기도 하다.
대한민국 시민들에게 ‘강남’은 어떠한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강남’이라는 키워드는 상징적인 수식어가 많이 떠오른다. 특히 서초구, 강남구, 송파구 등이 지리적으로 자리하고 있기 때문에 ‘부자의 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 ‘부자들의 동네’ 등의 수식어가 일반적으로 떠오른다.
부촌의 상징 ‘강남’과 중산층을 상징하는 자동차 ‘쏘나타’가 만나 ‘강남 쏘나타’라는 말이 생긴지 오래다. 수입차 오너들에게 자칫 실례가 될 수도 있는 말이지만, 어쨌거나 부자동네 ‘강남’에서 국민 자동차 ‘쏘나타’만큼 흔하게 볼 수 있는 차량들을 지칭하는 말이다. 쏘나타가 계속해서 세대교체가 이뤄졌듯이 강남 쏘나타도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변천사가 존재한다. 지금부터 알아보자.
‘강남 쏘나타’의 시초는 ‘포드 세이블’이었다. 현재는 미국차들의 인기가 예전만 못하지만 1994년에 가장 많이 판매된 베스트셀링 수입차는 ‘포드 세이블 LS’였다. 세이블은 기아자동차가 직수입하여 판매했었다. 당시 수입차의 국내 자동차 시장 점유율은 0.34%에 불과했기 때문에 ‘수입차’라는 것만으로도 눈길을 끌 수 있었던 시절이다.
포드 세이블은 당시 연간 판매량 904대를 기록해 수입차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했었다. 90년대 중반은 미국산 자동차의 호황기였다. 포드 세이블과 더불어 포드 토러스, 링컨 컨티넨탈, 크라이슬러 스트라투스 등 강남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수입차는 미국 차였다. 미국차 외에 ‘볼보’, 지금은 사라진 ‘사브’도 몹시 인기였다. 독일차의 국내 시장 터닝 포인트는 1997년 IMF 외환위기다. BMW는 1997년에 5시리즈를 비롯한 차량들을 베스트셀링카 10위권에 올려놓게 된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5시리즈와 더불어 3시리즈도 가세해 최다 판매 실적을 기록하기도 한다.
메르세데스는 S-클래스를 시작으로 BMW와 함께 수입차 양대 산맥 구도를 형성한다. S320으로 메르세데스는 수입차 판매 1위를 기록하고, BMW와 비슷한 맥락으로 E-클래스까지 가세하여 2000년 전후는 BMW와 메르세데스의 경쟁이 나름의 구경거리였다. 2001년엔 토요타가 국내 시장에 본격적으로 들어온다. 토요타는 렉서스 GS300을 시작으로 2002년엔 ES300을 1,855대나 판매하여 1위 자리에 올라간다. 위 사진에 있는 ES는 지금도 꽤 자주 보인다. 이때부터 시작된 ES의 월등한 판매량은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경기도에서 강남역으로 출퇴근하면서 아래 사진에 있는 최근의 ES도 몹시 많이 본다. 오히려 쏘나타보다 더 자주 보는 것 같다.
‘강남 쏘나타’라는 말은 ES의 등장과 함께 만들어졌다. ES의 등장과 함께 국내 수입차 점유율이 2002년에 처음 1%를 넘어서 1.3%를 기록한다. BMW와 메르세데스가 이루고 있던 수입차 양대 산맥 구도도 렉서스의 등장으로 3강 구도로 바뀐다. 1990년대가 미국차의 호황기였다면 2010년 전까지는 일본 차의 호황기였다. 토요타가 렉서스 ES, LS를 비롯한 ‘토요타 캠리’ 등으로 수입차 국내 점유율을 많이 올려놓았고, 혼다도 CR-V, 어코드 등을 들여오면서 수입차 시장 점유율이 2007년 5.13%로 늘어나게 된다. 처음으로 5%의 벽을 넘어선 것이다.
캠리, 어코드 등은 강남 중산층을 제대로 공략한 차량들이다. 렉서스는 고급 브랜드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중산층보단 중상류층이 적절한 타깃이었다. 비어있던 중산층 타깃을 잘 노린 사례라고 할 수 있겠다. 2010년이 넘어가면서 독일차의 호황기가 다시 시작된다. ‘강남 쏘나타의 전성기’라고 불려도 될 만큼 독일차들의 호황기가 극에 달한다. 메르세데스는 2010년과 2011년에 E-클래스로 판매량 1위를 기록한다. BMW는 2012년과 2013년에 520d를 통해 판매량 1위를 기록한다. BMW와 메르세데스의 대결이 다시 시작된 것이다.
사진에 있는 520d는 지금도 자주 보인다. 그만큼 많이 판매됐다는 소리다. 2012년과 2013년에 판매량 1위를 기록한 520d는 2위와의 격차도 매우 컸다. 520d의 인기 덕에 국내 수입차 점유율이 처음으로 10%를 넘게 된다. 메르세데스 E-클래스를 비롯하여 아우디, 폭스바겐 등도 가세하면서 독일차의 호황기가 이어져간다. 최근에는 다양한 프리미엄 브랜드들도 합세한다. 재규어, 랜드로버, 벤틀리, 마세라티, 포르쉐 등 다양한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등장하면서 토요타, 렉서스, BMW, 메르세데스-벤츠로 압축되던 수입차 브랜드가 몹시 다양해진다.
그래서인지 오늘날 강남의 도로 풍경은 몹시 다채롭다. 포르쉐 파나메라, 마세라티 기블리의 활약이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띈다. 사실 이들은 “강남 쏘나타”보단 “강남 그랜저”정도가 맞지 않을까 한다. 파나메라는 해외 유명 자동차 저널리스트들에게 “토 나올거 같이 생겼다”라는 혹평을 들은 바 있음에도 국내에서 꽤 많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파나메라는 최근 풀 체인지 된 2세대 모델도 몹시 자주 보인다.마세라티도 강남 쏘나타 대열에 합류한다. 마세라티의 국내 인지도는 ‘탑기어 코리아’ 등장 때부터 올라간 것으로 보인다.
사실 마세라티의 완성도는 대기업인 토요타, BMW, 메르세데스만큼 높진 않다. 그러나 충분히 화려한 외관과 엔진 사운드, 그리고 이탈리안 감성이 그들의 선택을 좌우했나 보다. 2016년에는 마세라티 전체 판매량의 69%를 차지할 정도로 기블리의 인기가 상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