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셉트카 시절만 해도 “디자인 하나는 정말 기대된다”, “마크 떼고 보면 수입차에 꿀리지 않는다”, “언뜻 보면 애스턴마틴 느낌도 난다”라는 반응들이 이어졌다. 그러나 양산차가 공개되고 나선 “저게 뭐냐”, “역대급으로 못생겼다”라는 반응이 이어진 국산차. 오늘은 쏘나타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출시 초기엔 그나마 신차효과에 힘입어 괜찮은 성적을 기록하나 싶더니, 이젠 미리 제작해놓은 차도 팔리지 않아 재고가 7천 대나 쌓일 정도로 저조한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다고 한다. 국민차 쏘나타는 이렇게 처참히 무너지는 걸까?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는 현대 쏘나타 이야기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글 박준영 에디터
옛날 같지 않은
국민차 쏘나타의 명성
2019년 3월에 출시된 쏘나타. 이제 출시된 지도 약 2년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르필루즈 콘셉트카 시절 “디자인이 정말 기대된다”라는 평을 한 몸에 받던 자동차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쏘나타 외관 디자인에 대한 호불호는 심하게 갈렸다.
안타깝게도 호보다는 불호라는 반응들이 지배적이었다. 쏘나타 이후 등장한 K5는 역대급 디자인이라는 호평을 받으며 승승장구하고 있는 상황이라 쏘나타 입장에선 체면을 제대로 구긴 셈이다. 그간 국민차로 불리며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쏘나타의 명성이 옛날 같지 않다.
K5가 너무 잘 나온 걸까
쏘나타가 너무 못 나온 걸까?
일각에선 “쏘나타가 못 나온 게 아니라 K5가 너무 잘 나와서 그런 것이다”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대중들의 반응을 본다면 쏘나타 디자인은 확실히 성공보단 실패작에 가까운 느낌이다. “신형 K5와 쏘나타 중 어떤 차를 선택할 것이냐”라는 질문에 “K5를 선택하겠다”고 말하는 대다수의 소비자들은 디자인 때문에 K5를 선택하겠다는 경우가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출시 초반엔 그나마 신차 효과에 힘입어 준수한 판매량을 기록했으나 K5가 등장한 이후로는 매달 판매량으로 K5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이젠 국민차 타이틀을 기아에게 넘겨주게 생긴 상황. 최근 현대차 내부에선 쏘나타 판매량이 너무 저조해 먼저 만들어 놓은 재고차만 7,000대가량이 쌓여있다고 한다.
쌓여있는 쏘나타 재고만 7,000대
보기 드문 5% 할인까지
실시했으나 판매량은…
쏘나타 재고가 계속해서 쌓이자 현대차는 지난 10월 국산차에서는 보기 드문 5% 할인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5월 이전 생산된 쏘나타는 5%, 6월부터 8월까지 생산된 쏘나타는 3% 할인 혜택을 제공한 것이다.
그러나 할인에도 쏘나타 재고 부담은 크게 줄질 않았고 결국 현대차는 12월 23일부터 6일간 쏘나타를 생산하는 아산공장을 일시 정지시켰다. 매일 300여 대 정도의 쏘나타가 생산되는 아산공장이 6일간 멈추면서 약 2,500대의 쏘나타 재고를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정도면 사실상 실패작으로 남는 자동차라고 해도 할 말이 없다.
“5% 할인으론 부족해”
“왜 안 팔리는지 현대차만 모르는 거 같다”
쏘나타 동호회 회원들의 반응
재고차를 할인해 준다던 지난해 10월 당시 네티즌과 쏘나타 동호회 회원들이 보인 반응도 눈여겨볼 만하다. 일반적으론 연식변경이나 풀체인지를 앞둔 재고차에나 적용되는 5% 할인이 적용된다는 소식에 “얼른 재고차를 사야겠다”라는 반응보다는 “5%는 부족하다”, “그래도 K5를 사겠다”라는 반응들이 이어진 것이다. 실제로 10월 당시 3%, 5% 할인을 진행하던 재고차는 꽤 오랜 기간 물량이 남아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재고가 7,000대나 남아있다는 기사에 달린 댓글 반응도 눈여겨볼 만하다. “재고가 왜 남아있는지 모두가 아는데 현대차만 모르는 듯하다”, “모르면 옆집 기아에 가서 물어봐라”, “8세대 쏘나타 디자인을 보면 사고 싶은 생각이 들까?”, “예상되는 실패였다”, “싼타페처럼 빨리 페이스리프트나 해야 할 거 같다”라는 반응들이 이어졌다.
자주 언급되는 디자인이
가장 큰 원인일 수밖에
쏘나타가 이렇게 저조한 판매량을 기록한 이유는 무엇일까? 대다수의 네티즌들이 디자인을 문제로 지적하는데 이는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실제로 디자인이 자동차 구매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큰 편이라는 것이 다양한 자료를 통해 입증되었기 때문이다. 쏘나타 판매량 및 재고관련 기사에 달린 댓글들만 봐도 이를 쉽게 알 수 있다.
네티즌들은 “쏘나타는 도저히 디자인 때문에 못 사겠다”, “Y2부터 해서 쏘나타만 근 30년째 타는데 이번 쏘나타 디자인은 정말 정이 안 간다”, “이게 쏘나타만의 문제도 아니다 싼타페 페이스리프트 디자인 봐라 판매량도 결국 쏘나타처럼 망했지 않느냐”라는 반응들을 보였다.
청년층에게도
중장년층에게도 외면받을 수밖에 없는
애매한 상품성
그러나 쏘나타의 실패를 비단 디자인 때문만이라고 한정 지을 수는 없는 법. 디자인은 이미 자주 언급된 이야기니 다른 관점에서 쏘나타의 실패 요인을 분석해 보자. 요즘 소비자들이 차를 구매하는 패턴을 살펴보면 답이 나온다. 일반적으로 기존에 쏘나타를 구매하던 중장년층은 그랜저를 구매하는 비율이 높아졌다. 그랜저 2.5 가솔린 기본 사양의 가성비가 워낙 훌륭할뿐더러 실제로 쏘나타에서 조금만 더 보태면 그랜저를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차를 구매하는 젊은 소비자들은 당연히 쏘나타보다 K5를 더 선호하는 경향이 짙다. 젊은 층이 K5를 더 선호하는 이유는 앞서 언급한 디자인 영향이 컸는데, 쏘나타라는 이미지 자체가 중장년층과 젊은 층 사이에 끼어있는 애매한 자동차라는 인식이 존재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결국 쏘나타는 외면받을 수밖에 없는 애매한 자동차가 되었다.
“택시로 물량 밀어내야 하는데”
택시 단종이 판매량엔
악영향을 미쳤다
일각에선 8세대 쏘나타의 큰 실패 요인 중 하나로 “이번 쏘나타의 진짜 폭망 요인은 택시로 밀어내지를 못해서다”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현대차는 공식적으로 8세대 쏘나타의 이미지 고급화를 위해 택시 버전을 내놓지 않겠다고 선언했고 결국 2021년 현재도 쏘나타 택시는 뉴 라이즈 버전만 출고되고 있다.
업계에선 “이전 버전 뉴 라이즈 쏘나타의 인기가 너무 없어서 결국 택시 버전으로 판매량을 채우다 보니 쏘나타는 택시라는 이미지가 굳어져 버린 것”이라며 “쏘나타=택시라는 이미지를 벗어던지기 위해 이번 세대부턴 택시를 팔지 않고 있지만 판매량 측면에선 오히려 독이 된 거 같다”라는 평가를 이어가는 분위기다.
결국 실패한 메기 디자인
사활을 건 페이스리프트를 진행해야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고작 출시된 지 2년밖에 지나지 않은 쏘나타가 빠르게 페이스리프트 될 거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현대차 입장에선 역대급 대박을 예상하고 사전제작까지 했으나 고스란히 회사 빚으로 안게 된 비운이 모델이 된 만큼 사활을 건 페이스리프트를 진행해야 한다.
기간으로 따지자면 출시된 지 2년이 지났지만 2019년에 출시된 것을 감안하면 어느덧 3년 차 모델이기 때문에 이르면 올해 연말, 늦어도 내년 상반기에는 쏘나타가 페이스리프트 되기 적절한 시기라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르필루즈 콘셉트카를 그대로 출시하지 않고 결국엔 메기 디자인을 택해 실패한 걸 생각하면 현대차도 스스로 디자인의 심각성은 인지했을 것이다.
첫인상에 감탄이 나오는
디자인을 선보여야 한다
현대차가 쏘나타 판매량을 다시금 끌어올리려면 어떤 방법을 택해야 할까? 중형 세단 수요 자체가 줄어들었다는 핑계를 대기에는 옆집 K5가 너무 잘 팔리고 있다. 결국엔 사고 싶은 차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인데 이렇게 되면 결국 또 디자인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게 된다.
최근 현대차가 선보이는 여러 신차들은 파격적인 디자인을 택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페이스리프트를 맞이하는 쏘나타 역시 디자인이 큰 폭으로 수정될 가능성이 크다. 어차피 풀체인지가 아닌 페이스리프트를 진행하는 거라면 K5와 사양 차이를 크게 두기는 어려울 것이기 때문에 매력적인 디자인으로 승부수를 던지는 수밖에 없다. 부가적인 설명이 들어가야 이해가 되는 디자인이 아닌 첫인상에 감탄사가 나오는 디자인을 선보여야 할 것이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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