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식당에서 백종원 대표가 끊임없이 주창하는 말이 있다. 가게의 이상 현상은 곧바로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음식 맛이 변하거나 서비스가 불친절하더라도 당장의 손님 수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때문에 식당 사장님들은 크게 문제를 인식하지 못하지만 이런 문제가 계속되면 어느 순간 갑자기 손님들의 발길이 끊기게 될 것이라고 백종원 대표는 말한다.
자동차 업계에서도 품질, 서비스 문제로 신뢰를 잃고 판매량이 급감하고 있는 브랜드가 있다. 한때 럭셔리 브랜드로 인식되었던 재규어 랜드로버이다. 꾸준한 결함 소식으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판매량이 떨어지고 있으며, 계속되는 경영 악화 인해 최근에는 특단의 조치까지 내렸다고 한다.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에서는 재규어 랜드로버의 대대적인 구조조정 이야기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글 이충의 에디터
잦은 결함 소식으로
신뢰를 잃은 재규어 랜드로버
온라인 수입차 커뮤니티에선 “믿거재랜”이란 말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는 믿고 거르는 재규어 랜드로버를 줄인 말이다. 다소 폭력적인 듯한 이 말은 잦은 결함 소식을 전하고 있는 재규어 랜드로버 차량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을 나타낸다.
심지어 차량을 구입할 때, 서비스 센터에 맡겨놓을 차와 수리를 진행하는 동안 타고 다닐 차량 2대를 한 번에 구입해야 한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문제는, 재규어 랜드로버가 럭셔리 브랜드인 만큼 수리비 또한 천문학적인 금액이라는 점이다.
설상가상 수리 비용도
천문학적인 수준이다
랜드로버의 천문학적인 수리비 문제는 오토포스트에서도 몇 차례 다룬 바 있다. 최근에는 시승기 촬영 도중 발생한 접촉 사고로 인해 회사 소유 레인지 로버 차량의 전면부 범퍼가 파손되었으며, 천만 원 이상의 수리비를 청구 받기도 했다.
전면부 라디에이터 그릴 이외에 범퍼 하단에도 그릴이 장착되어 있으며, 헤드 램프 안에 포함된 안개등까지 파손되어 수리 대상으로 책정되었기 때문이다. 랜드로버는 부품이 모두 직수입을 통해 공수되기 때문에 관세, 물류비용이 더해져 상당한 가격대를 형성한다. 더불어 부품 당 공임비도 여느 수입차 제조사보다 높은 수준이다.
영국의 자동차 산업은
세계적으로 선두에
위치해 있었다
현재 재규어 랜드로버를 비롯한 영국 자동차들은 꾸준히 품질 논란에 휘말리고 있다. 하지만 과거 영국은 자동차 산업의 대명사로 여겨지기도 했다. 1913년 영국엔 자동차 제조사만 140개 이상 존재했을 정도로 자동차 시장의 선두에 위치해 있었기 때문이다.
1946년에는 영국에서 생산된 자동차가 전 세계에 10만 대 이상 수출되었으며, 반대로 영국으로 수입되는 자동차는 60여 대에 불과했다. 로터스 앨란같은 클래식 자동차는 물론 롤스로이스, 애스터마틴 등 고가의 럭셔리 자동차 제조사도 모두 영국 태생이다.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결함 소식을 전했다
이처럼 선두에 위치해있던 영국 자동차 산업이 몰락한 이유는 꾸준히 제기된 품질 결함 이슈 때문이다. MG나 젠슨, 로터스 같은 스포츠카에서 물이 새는 등의 품질 결함이 발견되기 시작했으며, 같은 시기 들어온 푸조나 폭스바겐의 해치백에게 점유율을 빼앗기게 되었다.
비싼 가격에도 저조한 품질을 보여주는 영국산 스포츠카 대신, 독일이나 프랑스의 승용차 라인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점차 영국 제조업이 퇴보하기 시작한 것이다. 실제로 1970년대 중반, 자동차 관련 제조업에 종사하는 영국 노동자들의 비율이 26% 정도였다면, 오늘날엔 9%에 불과하다.
재규어 랜드로버의
판매량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한편, “믿거재랜”처럼 꾸준히 제기되는 결함 이슈는 곧 판매량으로 직결되었다. 지난해 재규어 랜드로버의 글로벌 판매량은 42만 5,794대로, 전년 대비 23.6% 감소했다. 직전 해인 2019년에도 저조한 매출을 보이며 손실을 기록하기도 했다.
2019년 재규어 랜드로버의 적자 규모는 약 36억 파운드, 우리돈 5조 6천억 원 정도이며, 2020년에는 6천억 원 규모의 적자를 기록했다. 2016년 이후부터 꾸준히 만 대 이상 판매량을 기록했던 한국 시장에서도 작년 판매량이 5천 대 수준까지 떨어지는 등 하락세를 보였다.
구조조정은 전 세계
임직원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최근 재규어 랜드로버는 경영 상황이 악화됨에 따라 2년 만에 구조조정을 감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전 세계에 포진되어 있는 3만 7천여 명의 근로자 중, 2천여 명의 인력을 감축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구조조정은 제조 인력이 아닌 경영 직군 대상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이미 재규어 랜드로버는 지난 2019년, 한차례 구조조정으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4,500명 규모의 인력을 감축한 바 있다. 당시 한국 지사의 임직원들을 대상으로도 인력 조정이 있었던 만큼, 이번에도 구조조정의 여파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럭셔리 브랜드의 이미지가
점차 사라지고 있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경영난을 겪고 있는 재규어 랜드로버의 상황에 대해 국내 네티즌들은 당연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AS도 불편하고, 부품값도 비싸고, 품질도 좋지 않으니 판매량이 감소하는 것은 당연하다”, “상품성도, 경쟁력도 없는 제품은 당연히 시장에서 도태된다”, “살 때부터 2대를 사야 한다는 우스갯소리가 괜히 나오는 게 아닌 것 같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대체로 잦은 결함 소식으로 럭셔리 브랜드의 이미지가 사라졌으니, 판매량이 저조해지는 것이 당연하다는 반응을 찾아볼 수 있었다. 한편, 랜드로버 차주들은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안 타봤으면 말을 말라”, “그렇게 잔고장이 많진 않다” 등 옹호하는 입장을 보이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결함은 많지만 희소성으로 그냥 탄다”, “그래도 하차감은 괜찮다” 등 달관하는 모습을 보이는 사람들도 있었다.
당장 눈에 보이는 이상이
없더라도 소비자들의 인식에
꾸준히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신차에 대한 시장 반응은 즉각적으로 나타난다. 디자인이나 성능이 공개됨에 따라 즉각적으로 경쟁 모델과 비교되고, 판매량을 통해 제품의 성패가 결정된다. 하지만 브랜드의 인식은 신차에 대한 시장 반응처럼 즉각적이지 못하다.
브랜드의 이미지는 그간 출시해온 차량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를 통해 만들어진다. 그런 만큼, 한 번 떨어진 브랜드의 이미지를 회복시키는 것은 쉽지 않다. 당장 판매량에 이상이 없더라도 소비자들의 인식에 꾸준히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일 것이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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