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팩트체크 화재사건 이후 BMW 판매량은 정말로 더 늘었을까?

화재사건 이후 BMW 판매량은 정말로 더 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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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확인되지 않은 보도
소비자 인식에 악영향

BMW 디젤 자동차 화재 사태가 수면 위로 떠오른 지 한 달이 다 되어간다.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되기 시작한 시점이 7월 말쯤이니 말이다. 얼마 전 정부가 BMW 자동차에 대해 운행 정지 명령을 밝힌지 하루 만에 두 대의 자동차에서 화재가 연이어 발생했고, 이들 중에는 리콜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차도 있었다.

BMW와 정부가 차량 결함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정황도 드러나고 있어 BMW 사태는 갈수록 파장이 커지고 있다. 여느 때처럼 가장 열심히, 그리고 가장 활발하게 움직인 것은 정부도, 제조사도 아닌 소비자였다. 소비자가 BMW에게 직접 대책을 강구하도록 하게 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편, 일부 언론에서는 “정부가 타지 말라는데도 여전히 잘 팔린다”, “화재 사건에도 오히려 더 잘 팔리고 있다”라는 보도를 내놓았다. 이에 대해 일부 네티즌들은 “허세라면 한국인 따라올 민족이 없다”, “저래도 사니 한국이 호구지”, “세계적인 폭스바겐 불매 운동에도 프로모션으로 유일하게 판매량 늘어난 미개한 국가에 놀랍지도 않다”등의 부정적인 인식이 생겨나고 있다. 위 사진에 있는 것은 실제로 기사에 달린 댓글들이다.

일부 언론들이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여 소비자, 네티즌들에게 부정적 인식을 심고 있다. 그런데, 확인 결과 그들의 보도 내용은 사실과 거리가 있었다. 오늘 오토포스트 팩트체크는 화재 사태 이후 BMW의 판매량과 소비자를 외면하는 현행법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BMW 화재, 특정 모델에만
발생한다고 보기 어렵다

우선 올해 들어 현재까지 발생한 BMW 화재 발생 건수를 살펴보자. 지금까지 가장 화재가 많았던 모델은 ‘520d’다. 국토부와 신창현 의원실에서 분류한 차종별 화재 현황은 다음과 같다. ‘520d’에서 발생한 화재 건수는 14건, ‘520d xDrive’에서 발생한 건수는 2건, 그 외의 14건은 다른 모델에서 발생했다. 따라서, 특정 모델에서만 발생한다고 보기 어렵다.

이렇듯 다양한 BMW 차량들에서 화재가 발생하고 있는 와중에 일부 언론들은 오히려 BMW 판매량이 늘었다고 보도했고, 이에 대해 일부 소비자와 네티즌들은 국민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갖기도 했다.

화재 사건과 판매량
인과관계를 따지기 어렵다

그러나, BMW의 올해 판매 실적 확인 결과 화재 사건과 판매량의 인과관계를 따지기엔 어려워 보였다. 올해 BMW의 전체 판매 실적을 살펴본 결과, 1월 5,407대, 2월 6,118대, 3월 7,052대로 3월까지 계속해서 늘다가, 4월부터 줄어들기 시작해 지난달에는 3,959대까지 판매량이 떨어졌다.

그렇다면 화재가 가장 많이 발생한 ‘520d’ 모델의 판매량은 어땠을까? BMW의 전체 판매량과 비슷한 맥락이었다. 1월 850대, 2월 687 대 3월 1,610대로 3월까지 판매량이 늘었다가, 4월부터 판매량이 감소하기 시작하여 지난달에는 523대로 떨어졌다. 판매량이 늘었다고 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이야기다. 결론적으로, 올해 BMW의 전체 판매량을 따졌을 때, 그리고 화재가 가장 많이 발생한 520d 모델의 판매량을 따져보아도 화재 사태 이후 판매량이 늘었다고 보기 어렵다.

판매량 통계 기준으로도
화재 사태 이슈가 반영됐다고
보기 어렵다

중요한 것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자동차 판매량 통계 기준이다. 판매량 집계 기준은 자동차를 계약한 시점이 아니라 자동차를 인도받은 뒤 관공서에 등록하는 ‘등록일 기준’이라는 것이다.

수입차의 경우 계약 시점과 등록일의 차이가 많게는 1개월에서 2개월까지 난다고 한다. 화재 사태가 대대적으로 알려진 것은 7월 말이다. 따라서 판매량에 화재 사태의 이슈가 적극적으로 반영됐다고 보기 어렵다. 화재로 인해 판매량이 늘었는지 줄었는지는 8월 통계를 보아야 정확히 알 수 있다. 그러나 8월 판매량 집계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제대로 판단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2년 전과 똑같다”
일부 바뀌었지만
여전히 무력한 징벌적 손해배상

우리는 2년 전 폭스바겐 사태를 겪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똑같다고 생각한다. 2016년 당시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와 피해자 집단 피해 보상 제도 등을 반드시 법제화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2년 후인 지금,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집단 소송제 도입 등 소비자를 보호하고 BMW의 책임을 강화화기 위한 법과 제도를 시급히 마련하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정부의 태도도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은 것이다.

이 제도로 배상받은 사례
현재까지 없음

그렇다면 그때나 지금이나 정부가 한결같이 내놓는 ‘징벌적 손해배상’은 무엇이 달라진 것일까? ‘일부’ 변화가 있다. 제조물책임법이 올해 4월부터 바뀌었다. 예컨대, 자동차의 결함을 제조사에서 알고도 방치했다면, 기존에는 실제 손해액만 배상하면 됐지만, 올해 4월부터는 고의성이 인정될 경우 실제 손해액의 3배 내에서 배상해줘야 한다.

배상액을 높여 징벌적 성격을 넣은 것인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일부’ 도입됐다는 것이다. 바로 적용 대상 때문이다. 징벌적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는 대상은 “생명 또는 신체에 중대한 손해를 입은 자”, 즉, 목숨을 잃거나 크게 다친 사람에게만 한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또한, 재산 피해에는 적용되지 않고, 이 제도로 배상받은 사례 또한 현재까지 없다.

그러나, 미국의 경우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강력하다. 이에 따라 여러 개의 주에서 재산상의 손해, 제조물 자체의 결함뿐 아니라 환경 파괴, 소비자를 속이는 행위에도 책임을 묻는다. 폭스바겐 사태 당시 미국 소비자가 1인당 500~800만 원가량 배상받을 수 있었던 것도 이 제도 때문이었다. 당시 한국에는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아예 존재하지 않았고, 지금 일부 바뀐 제도를 적용해도 배상을 받기 어렵다.

그렇다면 폭스바겐 사태 이후 정부는 왜 더욱 강력한 제도와 법을 도입하지 않았던 것일까? JTBC 뉴스룸의 국회 속기록과 국회 검토 보고서 확인 결과 2016년 당시 국회에는 총 8건의 징벌적 손해배상 관련 법안이 올라왔었다.

2년 전, 당시 여당과 야당 모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징벌적 손해배상과 관련하여 당시 여당이었던 새누리당이 1건,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 7건의 발의 안을 내놓았다. 민주당의 법안 내용에는 재산 피해도 포함시키는 내용이 일부 있었다. 배상 한도 역시 3배에서 많게는 10배 이상까지 다양했다. 반면, 새누리당은 재산 피해는 제외하고, 배상 범위 역시 3배로 제한하자는 내용이었다.

당시 속기록에 따르면 정부가 야당안을 반대했고, 특히 전경련에서는 “기업 활동 위축을 초래한다”라며 반대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결론적으로 당시 여당이었던 새누리당의 안대로 결정됐다. 문제는 당시 민주당 의원들도 별다른 이의 제기와 반대 없이, 그리고 치열한 토론조차 없이 의견에 합의했다는 것이다. 당시 여당이었던 새누리당과 야당이었던 민주당 모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소비자가 결함을 입증?
누구를 위한 법일까?

이미 관련 법이 소비자를 외면하고 있는 것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제조물 책임법 제3조 1항에 따르면, 제조업자는 제조물의 ‘결함’으로 생명·신체 또는 재산에 손해(그 제조물에 대하여만 발생한 손해는 제외한다)를 입은 자에게 그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

여기에 해당되는 ‘결함’은 제조사나 정부가 아닌 소비자가 입증해야 한다. 심지어 이와 관련해 지난 2010년부터 5년간 교통안전공단으로 접수된 차량 화재 신고 91건 가운데 단 한 건도 원인을 밝혀내지 못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소비자들은 “국산차에 면죄부 주더니 외제차들이 그걸 이용한다. 법이 바뀌지 않는 한 힘들다”, “이걸로 답은 나왔다. 시스템이 아니라 사람이 문제라는 것이다.”라는 등의 목소리를 냈다.

꽤 많은 소비자들이 우리나라의 관련 법이 국산차에 최적화되어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럴 만도 하다. 각종 안전규제 및 환경규제 등이 특정 국산 브랜드의 신차 출시 시기에 맞춰 개정되고, 이 때문에 안전 규제 및 환경 규제가 다른 나라에 비해 미미하다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현재 우리나라에는 명확한 소비자 권리 보장 규제도, 그렇다고 안전 관련 규제가 있는 것도 아니다. 더 나아가 다른 자동차 선진국들이 포괄적이고 세부적으로 환경 관련 규제와 방향을 내놓고 있는 것에 반해 우리나라는 노후 디젤차 관련 규제 목소리만 높을 뿐이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클린 디젤’이라고 불리던 것이 말이다.

수입차 브랜드들은 이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예컨대, 유럽이나 미국에선 안전 및 환경 규제를 충족하지 못해 판매할 수 없는 차량이지만, 상대적으로 규제 범위가 낮은 우리나라에선 판매가 가능한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 있는 법, 과연 누구를 위한 법일까? 오토포스트 팩트체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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