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불감증’이라는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 이는 안전사고에 대한 주의 의식을 느끼지 못할 때 주로 쓰이는 말이다. 코로나 시국에도 자주 들려오는 말이기도 하다. 요즘 ‘안전불감증’은 방역수칙을 어긴 일부 사람들을 향해 비난의 어조로 종종 쓰인다.
그런데 자동차 시승을 하던 중에도 이 안전불감증이 발현됐다. 최근 렉서스 시승 사고 영상이 큰 화제를 몰고 있다. 영상을 확인해 보면, 자신만만하게 “브레이크 밟지 말아 보세요”라고 말한 딜러가 몇 초 후에 “어떡해…”라며 어쩔 줄 모르는 모습이다.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는 렉서스 시승 사고 이야기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글 정지현 에디터
“브레이크 밟지 마세요”
띠, 띠, 띠, 띠, 쾅!
사건은 렉서스 차량을 시승하던 중에 일어났다. 고객은 직접 운전을 하고 있었고, 옆좌석에 있던 딜러는 앞차와 가까워지는 상황에 운전자에게 “브레이크 밟지 말아 보세요”라는 말을 했다. 하지만 그 후 충돌사고가 일어났고, 렉서스 차량은 그대로 앞에 있던 트럭을 박았다.
딜러는 긴급제동장치인 ‘렉서스 세이프티 시스템 플러스’가 작동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실제로는 작동하지 않으면서 문제가 생긴 것이다. 트럭과 접촉사고가 난 후 딜러는 “어? 이게 꺼져있었나?”라며 긴급제동 장치가 작동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변명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다행히 저속 주행 중이라 큰 부상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럼에도 충격적인 사고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앞차가 서있는 게
왜 문제라는 걸까?
근본적인 문제 중 하나는 앞차가 정차 상태였다는 것이다. 다른 사물들은 멈춰있고 앞차가 움직인다면, 자동차는 앞차가 자동차라는 걸 쉽게 인식할 수 있다. 하지만 앞차가 정차해 있을 때는 그것이 자동차인지 사물인지 쉽게 구분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급제동하면 뒤에 있는 차량에 피해를 줄 수 있으므로 자동차는 앞차가 자동차라는 걸 완벽히 확인하기 전까지는 급제동하지 않는다. 한마디로 절대로 멈춰 선 차 앞에서는 브레이크를 떼서는, 즉 차를 믿어서는 안 된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트럭이면
상황은 더욱 심각해진다
게다가 추돌 사고의 피해 차량은 트럭이었다. 국내 트럭은 일반 승용차와 달리 차로 인식할 수 있을 만한 후면부를 갖고 있지 않다. 예컨대, 승용차처럼 넓은 후면부를 갖고 있지 않고, 리어램프의 위치 등으로 자동차임을 확인할 수 있는 요소와 확률이 적다.
따라서 자동차가 이를 또 다른 자동차로 인식하는데 어려움이 뒤따르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트럭이 정차까지 하고 있었으니, 렉서스 차량은 기술적 문제로 이를 자동차로 인식해 긴급 제동 장치를 실현하기가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살짝 밟았다면?
렉서스 측은 본 사고가 고객의 조작 미숙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상황이다. 그들은 “LSS+가 작동하기 위해선 시승자가 브레이크를 밟지 말아야 하는데, 브레이크를 건드리면서 LSS+가 해지됐다”라고 설명했다.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살짝만 밟게 됐을 때 자동차는 다음과 같은 두 개의 프로그램 중 하나로 작동한다. 먼저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충분히 밟지 못했구나”라고 생각하는 프로그램이 있고, “운전자가 제동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구나”라고 생각하고 “핸들을 돌려 꺾어 나가겠구나”라고 처리해 긴급제동을 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만약 후자의 프로그램으로 처리된다면, 렉서스 차량의 긴급제동이 무력화된 이유가 설명된다.
사고 책임은
누가 지게 될까?
일반적으로 고객은 시승하기 전에 보통 동의서를 작성한다. 그 동의서에는 운전 중 발생한 사고에 대해서 모든 책임을 진다는 내용이 기재돼 있다. 그렇다면 사고가 났을 때 모든 수리비를 물어내야 할까? 물론 차 수리비 전체를 고객이 부담하는 것은 아니다.
보험을 들었다면, 보험에 있는 자기 부담금을 내야 한다. 이는 적게는 20만 원부터 200만 원까지로 책정돼 있다. 일각에선 딜러에게도 도의적인 잘못이 있다는 의견이 존재한다. 아직 본 사고의 결말은 아직 알려지지 않은 상태이니, 좀 더 귀추를 주목하는 것이 좋겠다.
ADAS, 아직 완벽하지
못한 첨단 기능들
ADAS는 첨단 감지 센서와 GPS, 통신, 지능형 영상 장비 등을 이용하는 운전자 보조 시스템이다. 이를 통해 주행 중 일부 상황을 차량 스스로 인지하여 상황을 판단해 자동차를 제어하거나 운전자가 미리 위험요소를 감지할 수 있도록 소리, 불빛, 진동 등으로 알려준다. 첨단 기능이라고 소개되는 기능들이 주로 ADAS에 속한다.
그런데 첨단 기술들은 아직 완벽하지 않다. 앞서 말했듯이 브레이크를 살짝만 밟아도 자동차는 “핸들을 돌려 나가겠구나”라고 미리 짐작해 긴급 제동을 무력화하는 등이 일이 많다. 그런 기술을 사람을 상대로, 그것도 일반 도로에서 이런 실험을 한다는 건 너무 위험한 일이다.
“딜러가 진정한 애국자”
“안전불감증이 심각”
이에 대한 소비자의 의견은 어땠을까? 일각에선 “방탄조끼가 아무리 좋다고 해도 그거 입고 총 쏴보라고 말하면 안 되는 거다”, “안전불감증이 심각하다”라며 도로에서 일종의 실험을 한 게 옳지 못한 행동이었다며 비판을 더했다.
더불어 항간에선 “딜러가 진정한 애국자다”라며 본 사건이 일본 자동차에 대한 반감을 더하는 사건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몇몇 소비자는 “자율 주행은 진짜 최소 5년은 더 기다려야 할 것 같다”라며 첨단 기술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다.
미래 자동차 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이미지가 무엇인가? 일단 현실로 성큼 다가온 전기차가 있다. 그리고 운전자가 직접 운전하지 않아도 원하는 목적지로 냉큼 달려가는 똑똑한 자율 주행 자동차가 있을 것이다.
분명 언젠가는 실현될 기술이지만, 아직은 정교한 작업이 더해질 때까지 기다림이 필요한 듯하다. 그전까지는 자동차를 온전히 믿기보다는 자신의 경험과 그간 쌓은 자동차 전문 지식에 기대는 게 어떨까?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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