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드는 제품이 있음에도 묶음 서비스와 같은 제품 외적 요소로 인해 선택을 포기했던 경험이 하나씩은 있을 것이다. 휴대폰 요금제만 하더라도 값싼 알뜰폰 요금제를 쓸 수 있으면 좋겠지만, 통신사 요금제에 인질로 잡혀있는 인터넷 때문에 그러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국내 전기차 시장의 흐름 역시 이와 비슷하게 나타나지 않을까 싶다. 뛰어난 가성비 혹은 성능을 지닌 수입 전기차가 있더라도, 제품을 선택하는 데 있어서는 제품 못지않게 제품 외적 요소도 중요하게 고려되기 마련이니 말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테슬라가 국내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긴 힘들 것이라 보는 의견이 많다. 과연 이 이유가 무엇인지 지금부터 알아보도록 하겠다.
글 김성수 인턴
자신의 차를 충전하기 적합한
인프라가 확보되어 있어야 한다
전기자동차를 장만하기 전에 꼭 확인해 보아야 할 것이 바로 충전소 여부이다. 전기차는 내연기관 자동차만큼의 편리한 충전 인프라가 아직 갖추어져 있지 않다. 더욱이 충전소만 간다고 해서 충전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전기차는 종류에 따라 충전할 수 있는 충전소가 정해져 있다. 이는 전기차마다 충전 케이블의 모양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히 충전 케이블의 모양을 통일시킴으로써 해결될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전기차마다 충전 케이블이 다른 것은 둘째치고, 차량과 충전기 사이의 통신 프로토콜 방식 역시 제조사별로 상이하다. 수많은 전기차 제조사와 충전기 제조사가 앞다퉈 인프라 구축에 서두르고 있다 보니 제조사별 해석의 차이가 불가피하게 나타난다.
결국은 일체화된 충전 시스템이 마련되거나, 전체적인 충전 인프라의 수가 늘어날 때까지는 당장 주변에 인프라가 얼마나 확충되어 있는지를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렇기에 현대차와 테슬라 간의 인프라 대결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는 도로공사와의 협약을 통해
유리한 입지를 선점한 상태다
국내 자동차 제조사인 만큼 국내 인프라에 있어선 현대 쪽으로 다소 기우는 것이 현 상황이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2019년 12월, 한국도로공사와 전기차 충전소 설치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은 바 있다.
해당 전기차 충전소는 우선 전국 12개 고속도로 휴게소에 우선 설치될 예정이며 다음 달까지 설치가 완료될 것이라고 한다. 이미 충전소 구축은 한참 진행됐던 상황이었고, 특정 휴게소는 벌써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상태였다.
본격적인 인프라 구축에
나서는 현대자동차
동시에 현대자동차는 초고속 전기차 충전소 브랜드를 출범하였다. 브랜드명은 ‘E-Pit’으로 정해졌으며 빠르고 편리한 충전소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우선 설치된 12개의 충전소가 모두 완공이 끝난 후 바로 본격적인 인프라 증설에 착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충전소 상단에는 충전기별로 초고속, 급속과 같은 충전 가능한 방식이 표시되고, 충전기별 충전 가능 현황까지 표기가 된다. 충전기가 사용 중이라 충전 공간이 꽉 차게 되면 충전소의 전광판은 번호표 배부 안내 문구를 표기하기도 한다.
급속충전은 800V로 이루어지며 위 기술을 빠르게 E-Pit 충전소에 적용하기 위해 현대차는 고전압 초급속 충전소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현재까지 국내에서 출시된 전기차인 현대차 아이오닉5와 기아의 EV6는 모두 800V 충전을 지원한다.
초급속 충전 인프라가 갖추어지게 된다면 아이오닉5와 EV6는 E-Pit가 있는 어디서든 급속 충전을 사용하여 0%였던 아이오닉5와 EV6의 배터리를 20분 안에 무려 80%까지 충전이 가능하다.
고속도로 휴게소 안에서
슈퍼차저를 볼 순 없을 것 같다
본격적으로 인프라 확충 및 급속충전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현대와는 달리 테슬라는 국내에서 다소 난항을 겪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테슬라 코리아는 여건 상 고속도로 휴게소 안에 슈퍼차저를 설치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슈퍼차저를 이용해야만 하는 테슬라 운전자는 고속도로를 빠져나가 슈퍼차저가 있는 곳으로 이동해야만 한다. 출퇴근 시간이나 명절 연휴와 같은 시기에 갑작스럽게 충전을 해야 할 일이 생기기라도 하면 그야말로 눈앞이 깜깜하다.
그래도 테슬라는 불리한 여건 속에서 최대한의 대안을 강구하고 있다. 우선은 고속도로에 인접한 대형 쇼핑몰을 집중 공략하고 있는 것이다. 오는 3월 말 성능이 개선된 V3 슈퍼차저 충전소 운영을 시작으로 전국 24곳에 V3 슈퍼차저 설치를 계획하고 있다.
테슬라 V3 슈퍼차저는 5분만 충전하더라도 120km를 주행할 수 있다. 충전 속도는 250kW로 현대차의 350kW보다는 다소 낮다. 이 외에도 슈퍼차저를 이용하는 운전자들의 대형 쇼핑몰에의 접근성을 개선하는 등 최대한의 노력을 보이고 있다.
반대로 아이오닉5는
북미 시장 인프라 구축에
성공할 수 있을까?
내연기관 자동차를 구입하더라도 근처 서비스센터의 유무는 최종 결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당장의 운행에 크게 지장이 없는 서비스센터 여부도 큰 고민거리였는데, 충전소 인프라가 충분하지 않다는 문제는 간과하기 힘든 문제로 떠오를 것이다.
아이오닉5가 공개되고 얼마 되지 않아 유럽에선 큰 인기를 끌었지만, 북미 시장에선 생각보다 저조한 반응을 볼 수 있었다. 북미지역에선 반대로 테슬라의 인프라가 압도적이었기 때문에 아이오닉5가 마음에 들더라도 선택하진 않을 것 같다는 반응이 상당히 많았다. 출시되는 전기차의 시장 점유를 확고히 하기 위해서는 인프라 확충을 소홀히 해선 안 될 것 같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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