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이슈플러스 “살인죄로 처벌해야지 뭐하냐” 모두가 잊고 있었던 끔찍한 음주운전, 피해자 부모님 반응

“살인죄로 처벌해야지 뭐하냐” 모두가 잊고 있었던 끔찍한 음주운전, 피해자 부모님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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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MBC, YTN)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망사고”. 기사 제목만 봐도 숨이 턱턱 막혀오는 것 같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이러한 기사를 보면 가슴이 아리지만, 글을 쓰는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하나하나 사건을 파헤쳐 보려니 손가락의 움직임이 평소와 같지 않다. 단어 하나하나가 조심스럽고 죄스럽다.

무슨 사건이길래 이렇게 운을 떼는 것인지 궁금할 독자가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오늘 얘기할 주제는 작년에 벌어진 음주운전 사망사고로, 피해자는 한국에 유학을 온 타이완 여성이었다. 가해자는 음주운전 전과 3범에 말도 안 되는 변명으로 자신의 죄를 덮으려고 하는 상황이다. 이에 친구들은 그녀를 위해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불사했다.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는 음주운전의 피해자, 타이완 유학생, 그녀의 이야기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정지현 에디터

“한국은 안전한 곳이에요”
그녀는 한국이 좋아
한국에 왔을 뿐이다
생전 A씨는 한국을 굉장히 좋아했다. 한국이 좋아 한국에서 공부하고 싶었던 A씨는 부모님의 허락을 받기 위해 “한국은 매우 안전한 곳”이라고 이야기하며 그들을 설득하기도 했다. 또한, “한국이 안전해서 한국을 매우 신뢰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런 A씨가 지금은 피해자로 각종 매체에서 언급되고 있다. 이는 다름 아닌 음주운전 사고로 벌어진 비극으로, 많은 사람이 그녀의 죽음에 애도를 표하는 상황이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 전말을 살펴보도록 하자.

(사진=MBC)

비극적인 음주운전 사고의
전말을 알아봤다
피해자 A씨는 누군가의 금쪽같은 딸이자, 누구보다 따뜻하고 정이 넘쳤던 친구였다. 28살의 타이완 유학생 A씨는 지난해 11월 6일 밤, 서울 도곡동에서 음주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공교롭고 안타깝게도 이날은 한국에서 신학을 공부한 지 꼭 1년째 되는 날이었다.

당시 A씨는 교수님 가족과 저녁을 함께 먹고 귀가하는 길이었다. 보행자 신호등이 초록불로 바뀌고 횡단보도를 건너기 위해 한 걸음씩 발걸음을 떼고 있었다. 그런데 난데없는 음주운전 차량이 그녀를 덮쳤고 비극이 시작됐다.

(사진=YTN)

평범했던 일상에
음주운전 차량이 끼어들었다
제한속도 50km/h 도로를 80km/h로 질주해오던 외제차는 A씨를 그대로 덮쳤다. 초록불이 한참 남은 횡단보도 한복판에서 벌어진 참사였다. 운전자는 52살 김 모 씨로, 당시 혈중알코올농도 0.079%의 만취 상태였다.

특히 김 씨는 2012년 3월과 2017년 4월, 음주운전으로 이미 두 차례 적발돼 벌금 4백만 원을 냈었던 전력이 있다. 작년 11월, 3년 만에 또다시 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아 끝내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것이다.

(사진=YTN)

“렌즈가 빠져서…”
이해하기 어려운 변명
게다가 가해자 김 씨는 유족에게 전한 사과문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을 펼친 바 있다. 그는 “왼쪽 눈 시력이 극도로 나빠져 평소 착용하던 하드렌즈가 공교롭게도 사고 당시에 갑자기 빠졌다”라며 이해하기 힘든 변명을 했다. 여기에 결코 술 때문에 사고가 난 게 아니라는 말도 덧붙였지만, 검찰은 김 씨에게 징역 6년을 구형했다.

이에 피해자의 아버지는 “가해자는 초범이 아니고 음주운전을 세 번이나 했다. 처음부터 엄벌했다면 두 번째, 세 번째 음주운전은 없었을 것이고, 우리 딸이 죽는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징역 6년이면 음주운전을 장려하는 수준의 아주 가벼운 처벌이다”라며 참담한 심경을 밝혔다.

(사진=MBC)

친구들의 청와대 국민청원
“A는 따듯한 사람이었다”
평소 따뜻한 마음씨로 바른 생활을 했던 A씨는 주위에 친한 친구들이 많았다. A씨의 친구들은 가해자의 엄중 처벌을 위해 청와대 국민청원을 올리고 재판부에 탄원서를 냈다. 해당 청원은 닷새 만에 20만 명이 넘는 동의를 얻은 바 있다.

친구들은 A씨가 얼마나 아름다운 사람이었는지 절절히 고백했다. 한 친구는 “같이 버스를 타면 A는 한참 멀리 떨어져 서 계신 할머니에게 직접 다가가서 자리를 양보해드리곤 했다. 경제적으로 힘든 친구에게는 선뜻 돈을 건네줬고, 크리스마스에는 노숙자들에게 장갑과 목도리를 선물하기도 했다”라며 A씨가 얼마나 따듯한 사람이었는지 전했다.

또 다른 A씨의 친구는 “A의 밤길을 지켜주지 못해서 너무 죄송하고, 이런 사건이 계속 일어나게 만드는 곳이어서 정말 죄송하고, 많은 사람 앞에서 A의 부모님이 서럽게 울고 계셔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해서 정말 많이 죄송합니다”라며 죄책감을 느끼는 듯한 모습까지 보였다.

펑펑 울다 아침을 맞는
피해자 부모님의 호소
비극적 사고로 외동딸을 잃은 A씨의 부모님은 사고 이후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울 만큼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밤중 불현듯 딸이 생각나 펑펑 울다 아침을 맞는 일은 부지기수며, 딸의 흔적을 찾아 용기 내 찾아간 식당에서는 도망치듯 빠져나와야 했다. 다시는 딸과 함께 식사를 할 수 없다는 생각에 도저히 밥을 먹을 수 없었던 것이다.

피해자의 아버지는 “딸이 외국인이어서 사건을 중시하지 않을 수 있겠지만, 한국에서 벌어진 일이니 부디 한국인과 똑같이 중시해 달라”라고 당부했다. 더불어 피해자의 어머니도 “딸이 이렇게 사라져버린 건 일생의 커다란 고통”이라며, “재판부가 부모의 마음을 헤아려 달라”라고 호소했다.

“무기징역으로 법을 개정해야 한다”
“왜 살인죄로 처리하지 않는 것이냐”
네티즌의 의견은 어땠을까? 한 청춘의 죽음에 네티즌은 함께 분노했고 슬퍼했다. 일각에선 “한창 창창할 나이의 학생 목숨을 앗아갔는데 징역 6년이 말이 된다고 생각하냐”, “음주운전 사고 사망일 경우는 무기징역으로 법 바꿔야 한다”라며 가해자에 엄중한 처벌을 할 것을 강하게 주장했다.

더불어 “그간 벌금으로 끝난 게 문제다. 결국 3번째도 음주운전을 했고 사람이 죽었는데 고작 6년이네. 적어도 10년에 출소 후 면허 영구 정지시켜야 한다”라며 가해자가 전과가 있음에도 처벌이 약하다는 의견을 더했다.

(사진=뉴시스)

자동차는 분명 인간의 편의를 위해 개발된, 인간을 위한 상품이다. 인간을 해하지 않기 위해 우리는 여러 법을 제정했고, 법을 지키지 않은 경우엔 그에 맞는 합당한 처벌이 내려져야 마땅하다. 본 사건의 가해자는 무려 전과 3범이다. 두 번의 음주운전에는 벌금형이 선고됐지만, 이번에는 징역 6년이 선고됐다.

그런데 과연 청춘의 삶을 앗아간 대가가 그저 징역 6년이라면 그것은 합당한 처벌일까? 한국에는 봄이 왔고 창문 밖에는 벚꽃 비가 내린다. 가해자가 술을 마시지 않았다면, 그래서 A씨가 살아있다면, 그토록 사랑해 마지않던 한국의 찬란한 벚꽃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가해자는 한 잔의 술에 A씨의 모든 추억과 미래를 앗아간 것이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autopostmed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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