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 세금을 내고, 정부는 국민으로부터 걷은 세금을 국가 운영에 적절히 배분한다. 전기차 인프라가 부족한 상황에서 소비자들의 전기차 구입을 촉진하기 위해 지급되는 전기차 보조금도 국가 운영을 위해 책정된 예산이다. 그런데 최근, 판매고를 올리고 있는 아이오닉5와 EV6가 전기차 보조금을 지원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국내 판매된 전기차에게 골고루 지급되어야 할 전기차 보조금을 현재 테슬라가 독식하고 있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소비자들은 이런 상황에 대한 책임을 테슬라가 아닌 현대차에게 묻고 있다고 한다. 과연 어떻게 된 일일까?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에서는 아이오닉5, EV6 생산 지연과 전기차 보조금 문제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글 이충의 에디터
전기차 시대의 문을 연 테슬라는
업계의 선두에 위치해 있다
“내연 기관보다 연료 충전 시간도 길고 힘도 부족하다”, “양산형 차량을 제작하기엔 아직 완성되지 않은 기술이다” 2000년대 초 전기차에 대한 세간의 인식이었다. 당시에도 전기차는 미래 사회를 이끌어갈 친환경 기술로 주목받았지만, 전기차가 내연 기관 차량을 대체하는 시대는 먼 미래의 일로만 여겨졌다.
이러한 인식을 뒤집고 양산형 전기차를 보기 좋게 성공시킨 것이 바로 테슬라이다. 테슬라는 모델S를 통해 내연 기관의 성능을 능가하는 전기차를 선보이며 전기차 시대의 문을 열었다. 덕분에 전기차 시장은 급속히 성장하고 있으며, 시대의 문을 개척한 선두주자 테슬라는 업계 1위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현대기아차는
아이오닉5, EV6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이 전기차 산업에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대표 제조사 현대기아차도 자체 전용 전기차 플랫폼을 개발하며 전기차 시장에 뛰어들었다. 그리고 올해 상반기, 현대기아차는 각각 자체 전용 전기차 플랫폼을 적용한 아이오닉5와 EV6를 공개하며 뜨거운 시장 반응을 일으켰다.
아이오닉5와 EV6는 지금까지의 자동차에선 찾아볼 수 없었던 새로운 기능과 뛰어난 주행 성능, 전기차의 이미지에 걸맞은 미래지향적 디자인까지 다양한 매력을 선보였다. 덕분에 두 차량 모두 공개 직후부터 역대급 사전 계약 기록을 경신하는 등 기염을 토했다.
그런데 전기차 보조금을
지급받지 못할 수도 있다?
아이오닉5와 EV6가 뜨거운 시장 반응을 불러일으킬 수 있었던 원인에는 승용차로 선택하기에 부담 없는 가격이라는 점도 한몫했다. 시작 가격은 4천만 원 후반대로 다소 부담이 되지만, 전기차 구매 권장을 위해 정부에서 지원하는 전기차 보조금 혜택을 받는다면, 실구매 가격은 3천만 원 대로 낮아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아이오닉5와 EV6를 구입한 차주들이 전기차 지원 보조금을 받을 수 없을 수도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사전 계약을 진행했던 차주들의 원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 상태라면 국내 전기차 보조금은 테슬라가 독식하게 될 상황이라고 하는데, 과연 어떻게 된 일인지 자세히 살펴보자.
전기차 지원 보조금은
제조사, 수입사에게 지원된다
전기차는 탄소 가스를 배출하지 않고, 지속 가능한 에너지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미래형 자동차로 각광받고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충전 시간문제나 충전소 확충 문제 등 인프라가 완전히 구축되지 않은 상황이다. 때문에 정부에서는 소비자들의 전기차 구매를 권장하기 위해 매년 전기차 구매 보조금을 지급한다.
예산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정부에서는 올해 전기차 보조금 지급 대수는 약 7만 5천 대 정도로 상정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전해진 아이오닉5와 EV6의 사전 계약 물량만 6~7만 대에 달하고, 점차 늘어날 전망이라 보조금 지급 여부가 불투명해지고 있다.
출고 순으로 보조금 지급이 이뤄지지만
출고 지연이 예상되고 있다
설상가상 아이오닉5와 EV6의 생산이 지연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어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맨 아워 협상과 더불어 구동 모터 설비 이상으로 아이오닉5 생산량이 조절되었으며, 전 세계적 심각한 반도체 수급난으로 EV6의 생산 일정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가 지원 전기차 보조금은 고객에게 지급되는 것이 아닌, 제조사와 수입사에 지급된다.
때문에 먼저 차량을 인도받는 고객 순으로 보조금이 지급될 수밖에 없는데, 생산 지연으로 인도가 늦어진다면 보조금이 소진되어 지원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게다가 이미 국내 시장에서 꾸준히 판매량을 기록하는 테슬라가 있기 때문에, 아이오닉5와 EV6의 출고가 지연되는 동안 테슬라 구매 차주들이 지원금을 독식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과거에도 현대차의
수요 예측 실패로
비슷한 현상이 벌어졌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을 마냥 테슬라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 현대기아차가 전기차 시장에 새로 뛰어드는 만큼 철저한 상황 조사를 통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미연에 방지해야 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현대차는 앞선 팰리세이드 출시 당시에도 수요 예측 실패로 심각한 출고 지연 현상을 야기한 바 있다.
현재 아이오닉5와 EV6에 대한 시장 열기는 팰리세이드보다 뜨거운 상황인 반면, 현대차 측에선 생산 라인이 안정화된 이후에 증산 협의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과거 팰리세이드 사태 당시에도 증산 협의가 길어지며 출고 지연 현상이 악화되었던 만큼 이번에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현대차에게 세금 퍼주는 꼴”
네티즌들은 추경에 대해
비판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편 네티즌들은 아이오닉5, EV6를 둘러싼 보조금 논란에 다양한 의견을 전했다. 먼저 테슬라가 보조금을 독식하고 있다는 보도에 대해선 “현대차가 생산 계획을 제대로 세우지 못한 탓이지 테슬라 때문이 아니다”, “앞뒤 바뀐 서술로 테슬라를 폄하하려는 의도가 다분하다” 등의 지탄을 보냈다.
보조금 지급을 위해 추가 경정 예산을 고려하고 있다는 소식에도 부정적인 반응을 내비쳤다. “추경은 결국 현대차에게 세금을 퍼주겠다는 소리밖에 안 된다”, “전기차 구매 촉진을 위한 보조인데, 지금처럼 전기차 수요가 폭발하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촉진 보조금을 위해 추경까지 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등의 반응을 찾아볼 수 있었다.
정부와 기업 간 협의를 통해
해결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전기차 보조금은 말 그대로 전기차의 대중화를 위한 정부의 지원금이다. 때문에 지금처럼 사전 계약이 폭주하고 수요가 폭발적으로 확인된 상황에서 굳이 전기차 보조금을 위해 추가적인 예산을 지원이 검토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도 충분히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아이오닉5, EV6를 선택한 소비자들의 고려 사항엔 전기차 보조금이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 될 것이다. 현재 네티즌들이 가장 비판하는 대목은, 전기차 보조금 추경이 현대차에게 세금을 퍼주는 형상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러한 비판을 일축하기 위해선, 정부와 기업의 협의를 통해 해당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autopostmedia@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