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보통 마음에 드는 물건이 생기면 고민 없이 사는 부류와 온갖 고민을 하며 구매를 망설이는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하지만 제아무리 마음에 들어도 이용할 수 없거나 차지할 수 없는 경우에 우리는 그림의 떡이라고 한다.
최근 국내 도로에서 위장막 없이 포착된 현대차의 산타크루즈 역시 국내 소비자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이유는 산타크루즈는 국내 출시용이 아닌 북미전용 수출 차량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산타크루즈의 실물을 본 소비자들은 “국내에도 출시해달라”는 반응이 솟구치고 있다고 한다.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는 산타크루즈의 국내 출시가 어려운 이유에 대해 알아보도록 한다.
글 김민창 수습기자
투싼 기반의 픽업트럭
주황색 주차 등이 적용
북미 수출형 테스트카
국내에 출시 안 된다던 싼타크루즈의 실물이 국내 도로에 포착이 되었다. 하지만 주황색 주차등이 적용된 모습을 보면 북미 수출형 테스트카로 짐작할 수 있었다. 검은색으로 된 외장디자인은 산타크루즈의 당당함을 한 층 더 과시하는 모습이었다. 사진 속의 휠은 20인치로 싼타크루즈에는 18인치와 20인치 두 가지 휠 옵션으로 구성된다.
전면부 디자인은 히든라이팅으로 대표되는 북미 최다 볼륨 SUV ‘투싼’을 베이스로 개발한 만큼 비슷한 형상을 띄고 있는데, 전체적으로 투싼(NX4) 바탕의 픽업트럭으로 비슷하게 디자인이 완성된 모습이다. 프로젝트명도 NX4 OB, OB는 Open Bed를 뜻해 SUV와 달리 짐칸이 따로 개방되어 있으므로 이렇게 불리는 것으로 보인다.
투싼보다 휠베이스, 전장 길어
경쟁모델 대비 현대화된 실내
투싼보다 휠베이스도 25cm 정도 더 길고, 전장도 47cm 늘어서 5m에 가까운 큰 몸집을 자랑하는데 픽업트럭에서 중요한 견인능력이 좋기 위해서는 휠베이스가 짧기보다는 긴 게 더 성능 향상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사진에 보이진 않지만, 싼타크루즈 뒷 범퍼에는 발판이 있어 적재함으로 올라갈 일이 있을때 편하게 올라갈 수 있는데 이는 쌍용 픽업트럭에서는 볼 수 없는 부분이다.
특히나 기존에 있는 타 제조사의 경쟁 픽업트럭에서는 볼 수 없는 모던하면서 현대화된 실내디자인 갖춘 것이 특징이다. 전체적인 인테리어는 투싼과 거의 같았고 기존 투싼 실내에 아반떼 기어봉을 적용한 모습이라 생각하면 된다. 뒷좌석은 넓어진 휠 베이스에 비해 다소 좁아 보이지만 픽업트럭은 원래 길이 대비 뒷좌석이 좁아 이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두 가지 엔진 라인업으로
구성된 싼타크루즈
싼타크루즈의 파워트레인은 두 가지로 구성되었다. 2.5L 자연 흡기 가솔린 모델과 터보 모델이다. 2.5L 자연흡기 모델의 최고 출력은 190마력에 최대토크 24.9kg.m의 성능을 발휘하고, 2.5L 터보 모델은 275마력에 최대토크 42.9kg.m 성능을 발휘한다.
변속기는 자연 흡기 모델이 8단 자동 토크컨버터 방식이 적용되었으며, 터보 모델에는 8단 DCT가 장착되었다. 두 모델 모두 사륜구동 선택이 가능하고 최대 견인력은 2.5 자연 흡기 모델이 최대 3,500파운드, 2.5L 터보 사륜구동 모델이 최대 5,000파운드의 견인능력을 자랑했다. “한국에 출시해줘라”
“이 정도면 국내 출시 필요 없다”
반응 나뉘는 소비자들
싼타크루즈의 위장막 벗은 사진을 본 네티즌들은 “와 진짜 멋있다”, “도심형 소형 픽업트럭으로 괜찮을 거 같다”, “한국에 좀 갖고와줘라”, “요즘 현대기아차 모델 쩐다”, “한국 출시했으면 대박났을듯”, “쌍용차 픽업은 짐차 냄새나는데 이건 전혀 안 그렇다.”, “렉스턴 스포츠는 이제 끝났다”라며 긍정적인 반응과 동시에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소비자들 역시 존재했는데 “디자인 애매하긴 하다”, “생각보다 별로다.”, “국내 안 들어와도 되겠다”, “픽업트럭치고 웅장함 없이 가벼워 보인다”, “우리나라에서 픽업트럭 타면 짐칸에 자꾸 쓰레기 쌓인다”, “2.5 엔진에서 거른다” 등의 반응을 보여주기도 했다. 노조 간 협의 조항이 발목
노조의 합의 없이는 불가능
싼타크루즈가 국내에 출시하기 어려울 전망으로 꼽히는 문제 중 하나는 바로 노조의 승인이다. 현대차의 노사 간 협의 조항에는 현대차가 해외에서 생산하는 부품 및 완성차를 역수입하기 위해서는 노조의 합의가 있어야 한다는 조항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껏 현대기아차의 역수입이 진행된 사례는 아직 전무, 그렇다고 국내에서 직접 생산을 한다 쳐도 공장의 생산라인 및 근무 조정이 불가피해 이 또한 역시 노조와의 합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국내에서 생산하려면 그만큼 수요가 뒷받침 되어야 하는데, 산타크루즈가 국내에서 아이오닉 5만큼 잘 팔린다는 보장이 없으므로 국내 출시될 가능성이 희박한 게 사실이다. 2041년까지 이어지는
한미 FTA 규정
국내 출시를 발목 잡는 이유 중에는 한미 FTA 규정으로 인한 높은 관세도 있다. 싼타크루즈는 오는 6월부터 미국 Alabama에서 생산이 될 것으로 예정되어, 올해 하반기부터 판매가 이루어질 예정으로 전 물량이 미국 현지에서 생산 및 판매하게 되는데 이는 한미 FTA 규정 때문이다.
국내에서 픽업트럭을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게 되는 경우에는 무려 25%의 높은 관세가 부여되게 되는데 FTA 협의 당시, 국내에서 픽업트럭을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국내 제조사가 없었기에 관세가 철폐되는 2041년까지는 국내에서 생산된 픽업트럭이 미국으로 수출할 가능성은 전무인 상태이다. 국내 픽업트럭 세제 혜택
미포함 대상인 싼타크루즈
일반적으로 국내에서는 픽업트럭 차종에 대한 세제 혜택이 부여된다. 이 때문에 픽업트럭 차주들은 연간 2만 8,000원의 자동차세만 납부하면 되고, 신차 구매 시에도 차량 가격에 3.5%가 부과되는 개소세와 교육세가 면제되게 된다.
하지만 싼타크루즈는 이와 같은 세제 혜택을 받지 못하는데, 국내법상 싼타크루즈는 픽업트럭으로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픽업트럭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차량의 승객석과 적재함이 완전히 분리가 되어야 하지만, 투싼 기반의 싼타크루즈는 유니바디 형태로 승객석과 적재함이 일체형이기 때문이다. 중국 수출전용 MPV 쿠스토
북미 수출전용 픽업트럭 싼타크루즈
최근에 현대차가 중국시장 전용 수출 미니밴인 8인승 MPV 쿠스토가 공개되고, 산타크루즈마저 국내 출시 가능성이 희박해지자 국내 소비자들의 아쉬움은 더해지고 있다. 안 타는 것과 못 타는 것 엄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현재 북미시장에서 싼타크루즈와 직접적인 경쟁모델이 없는 만큼 미국 내 픽업트럭 시장에서 싼타크루즈의 선전이 기대가 되는 상황이다. 비록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모델이지만 미국 시장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다면 국내에도 더 다양한 픽업트럭이 출시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걸어본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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