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눈치를 왜 봐?” 이 문장은 80년대 당시,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고자 했던 X세대를 대표할 수 있는 카피였다. 하지만 파격과 유연의 상징이던 X세대들이 기성세대로 변모하여 사회의 관리직을 차지하게 되면서, 오늘날 젊은 층과 “꼰대”로 설명되는 새로운 형태의 세대 갈등을 빚어내고 있다.
자동차 업계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포착되고 있다. 제조 노동자 중심으로 이뤄진 기존 노조에 대항하여 새로운 노조가 설립된 것이다. 대다수 MZ 세대로 구성된 신규 노조는 기성세대 중심의 기존 노조를 “꼰대 노조”로 규정하며, 성과에 따른 공정한 보상을 주창하고 있다.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에서는 자동차 업계의 기울어진 보상 체계와 사무직 노조의 등장 이야기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글 이충의 에디터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기존 자동차 노조 문제
해를 거듭할 때마다 파업, 단결 소식을 전해오는 자동차 업계의 강성 노조 문제는 이미 오래전부터 사회 문제로 거론되어왔다. 타 국가보다 높은 임금 수준과 처우에도 불구하고, 짧은 노사 협상 주기로 인해 거의 매년 갈등 소식이 전해지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일부 제조사의 노조는 코로나19와 시장 점유율 하락 문제로 기업이 경영난을 겪고 있는 와중에도 자신들의 처우 개선을 우선적으로 주장하는 모습을 보여 세간의 빈축을 사기도 했다. 더불어 현재 노조원 대부분은 제조 노동자로 구성되어 있어, 제조 노동자를 중심으로 노사 협의가 이뤄진다는 점도 문제로 거론되고 있다.
직군 별 불균형과
품질 저하를 야기한다
제조 노동자 중심의 노조가 문제가 되는 이유는, 노사 협의에 있어 노동자의 목소리가 균형 있게 나오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일부 직군 노동자들만 권리를 누리게 되며 노동자들 사이에서도 불균형이 발생하게 된다. 또한, 강한 힘을 가진 일부 직군이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기 위해 기업의 경영에 차질을 빚을 정도로 목소리를 내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현재 자동차 제조 업계의 노조가 비판받고 있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타 국가에 비해 비싼 임금에도 불구하고 저조한 생산율을 보이고 있으며, 처우가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파업을 강행하거나 라인을 점거하는 등의 행태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더불어 조립 불량이나 검수 문제와 같은 생산 단계의 결함도 꾸준히 전해지는 것도 노조에 대한 소비자들의 부정적인 시선이 이어지고 있는 이유이다.
동결된 성과급에 대한
불만을 내비친 임직원들
제조 노동자들에게 힘이 쏠리고 있는 현상에 대해 불만을 갖고 있는 것은 비단 소비자 뿐만이 아니다. 지난 3월, 현대차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타운홀 미팅에선 제조 노동자를 중심으로 이뤄진 성과급 협의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지난해 현대차의 영업 이익은 2조 3947억 원에 달했지만, 직원들의 성과급은 격려금 120만 원에 성과급 150%로, 전년도 수준인 격려금 300만 원에 성과금 150% 보다 감소했다. 이에 대해 현대차 임직원들은, 노조가 생산직의 고용 안정을 위해 성과급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며 비판을 가하기도 했다.
사무직 중심의
새로운 노조가 탄생한다
생산직 중심 노조에 대한 불만이 점차 커져가는 가운데, 현대차 그룹 내 새로운 노조가 설립된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영업 이익 대비 연봉과 성과급이 동결된 것에 대한 불만과, 생산직 중심의 노조로 인해 노동자 간 불균형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 반발하여 사무직 노동자들이 행동에 나선 것이다.
이번 노조는 생산직 없이 사무직 노동자로만 구성되며, 사무직 노동자로만 구성된 노조는 현대자동차그룹 역사상 최초이다. 새로운 노조는 그룹 단위로 구성되었으며, 현대케피코, 현대제철, 기아 등의 임직원을 중추로 설립되었다. 노조 위원장은 현대케피코 소속 20대 직원인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한 보상에 익숙한
MZ 세대의 특성
해당 노조에 가입 의사를 밝힌 직원은 현재 500여 명 이상이며, 모두 입사 8년 차 이하인 20,30대 노동자로 알려졌다. 소위 MZ 세대로 불리는 이들은, 경쟁 사회 속에서 성장하며 공정한 보상 체제에 익숙하고, 자신의 주장을 피력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는 특성이 있다.
앞서 이들은 SNS 등을 통해 성과급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며, 기존 노조의 문제와 노동자 간 불균형에 대한 문제 제기를 진행해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 제기가 이뤄진 네이버 밴드에 가입되어 있던 20,30대 현대차 임직원의 수는 4,500명에 달했다고 한다.
기존 노조의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전해지고 있다
사무직 중심으로 구성된 새로운 노조에 가입하기 위해선 먼저 기존 노조에서 탈퇴해야 한다. 이는 기존 생산직 중심 기성세대로 구성된 기존 노조의 낡은 관습에서 탈피하고, 공정한 보상 체계와 권리 확보라는 새로운 노조의 목적을 이뤄내기 위한 조처로 보인다.
기존 노조를 탈퇴해야 한다는 조건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노조에 가입 의사를 밝힌 수가 500명을 넘어선다는 것은, 그만큼 기존 노조에 대한 반감이 상당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새로운 노조는 고용노동청에 이달 26일 오전, 노조 설립 신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며, 별다른 이변이 없을 경우 문제없이 노조가 설립될 전망이다.
기대와 우려의 목소리를
찾아볼 수 있었다
한편 사무직 중심의 노조 출범에 대해 네티즌들은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먼저, 기존 낡은 관습을 깨부수고 건강한 노조 문화를 만들길 바란다는 응원의 메시지를 찾아볼 수 있었다. “적어도 최소한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건강한 노조는 필요하다”, “건강한 조합을 응원한다”, “기성세대 중심의 낡은 노조를 개혁하자” 등의 응원이 이어졌다.
반면, 사무직 노조의 탄생이 또 다른 강성 노조의 등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찾아볼 수 있었다. “처음에야 다들 정의로 시작하지만, 그것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 “결국에는 노조가 현대차를 망하게 할 것이다”, “초심을 잃지 않길 바란다”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건강한 노조 문화 정착,
새로운 노조가 해낼 수 있을까?
새로운 노조의 등장에 대해 소비자들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기존 노조가 노동조합의 순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사무직 노조의 출범에 대해 우려를 전하는 소비자들의 마음도 큰 의미에선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겠다.
소비자들의 기대처럼, 더불어 우려처럼 새로운 사무직 노조가 공정한 보상과 노동자 권리 보호라는 설립 목적을 잊지 않고 노조의 순기능을 수행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사무직 노조를 중심으로 건강한 노조 문화가 정착되길 기원한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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