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라고 안 샐까”. 북미에서 막대한 소송 비용을 부담하거나 대규모 리콜을 진행하는 현대차의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보이던 국내 네티즌들의 반응이다. 최근에도 현대차의 집단 소송 소식이 전해졌다. 아반떼의 북미형 모델, 엘란트라 차주들이 엔진 결함을 주장하며 집단 소송에 나선 것이다.
현대차는 해당 소송과 관련하여 차주들에게 보증 연장을 제공하며 차량에 책임지는 태도를 보였지만, 국내 네티즌들의 반응은 여전히 싸늘하다. 과연 그 이유가 무엇일지, 오늘 오토포스트 비하인드 뉴스에서는 현대차의 북미 품질 이슈와 국내 네티즌들의 반응 이야기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글 이충의 에디터
북미 엘란트라 차주들은
엔진 결함을 주장하며
집단 소송에 나섰다
지난 22일, 미국 뉴저지 주에서 엘란트라 차주들이 제기한 집단 소송에 현대차가 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엘란트라는 아반떼의 북미 모델명이다. 앞서 현지 소비자들은 현대차의 특정 모델에 엔진 결함이 있다고 주장했으며, 피스톤 결함이 엔진 압착이나 정지 등의 결함을 야기할 수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동일 엔진 장착 모델에서 유사한 엔진 결함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면서, 소비자들은 엔진 결함의 가능성을 두고 현대차에게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문제가 된 차량은 2011년부터 2016년 사이 생산된 엘란트라와 2013년형 엘란트라 GT, 2013년형 엘란트라 쿠페 차량으로, 모두 1.8 누우 엔진을 사용하고 있다.
결함을 인정하진 않았지만
보증 기간 연장으로
합의를 진행한 현대차
현대차는 차주들이 주장하는 결함에 대해선 시인하지 않았지만, 해당 차량의 파워트레인 보증 기간을 연장해 주는 것으로 합의를 진행했다. 더불어, 과거에 유상 수리를 진행했을 경우, 해당 수리비를 차주에게 직접 상환해 주는 방식으로 보상을 진행할 것이라 전했다.
하지만 이러한 보상에도 현지 소비자들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북미 대규모 엘란트라 소송에 참여한 한 소비자는 미국 소송 관련 홈페이지에 “엘란트라를 운전하는 동안 수리 비용으로만 2,000달러를 사용했다”라며 다시는 현대차를 구입하지 않겠다는 울분을 토하기도 했다.
현대차는 세타2 엔진 결함으로
900억 원의 과징금을 물었다
현대차는 이전부터 북미 시장에서 품질 이슈로 곤욕을 치러왔다. 지난 2015년과 2017년에는 세타2 엔진에 대한 결함 가능성으로 대규모 리콜을 진행했으며, 이에 대한 소비자들의 집단 소송이 진행되어 미국 도로교통국 NHTSA에서 2017년, 리콜 적정성 조사가 시행되었다.
현대차는 지난 2019년, 소비자들의 집단 소송에 대해 평생 보증 관련 합의를 진행했으며, 최종적으로 지난 20년 6월, 검찰 조사에서 무혐의 판결을 받았다. 이후 NHTSA에 총 900억 규모의 리콜 과징금을 지불하며 세타2 엔진 문제에 종지부를 찍었다.
북미 수출형 팰리세이드에서
원인 불명 악취가 발생하기도 했다
국내 인기 모델 팰리세이드도 북미 시장에서 품질 이슈가 발생했다. 차량 내부에서 원인 불명의 악취가 발생한다고 호소하는 소비자들이 속출한 것이다. 피해 차주들은 해당 냄새를 “마늘 썩는 냄새”라고 묘사했다. 해당 악취가 발생하는 차량의 공통점은 나파 가죽이 장착된 밝은 색 실내 인테리어가 적용된 모델이라는 점이었다. 조사 결과, 해당 악취는 시트 헤드레스트의 인조 가죽에서 발생한 것으로 밝혀졌다.
인조 가죽 처리 과정에서 무언가 문제가 생겨 악취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이에 현대차는 헤드레스트 커버를 열고 냄새 제거제를 뿌리는 무상 조치를 진행했다. 1차 조치로도 냄새가 제거되지 않을 경우 심층 세척 조치가 진행된다. 그럼에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차량 내부의 7개의 헤드레스트를 전체 교체하게 된다. 해당 결함은 북미 수출형 모델에서만 발생한 것으로, 다행히 국내에선 발생하지 않았다.
제네시스 G80, G70에서
화재 가능성이 발견됐다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도 품질 이슈에서 피해 갈 수 없었다. 지난 3월, NHTSA는 제네시스 G80과 G70 차량에서 화재가 발생할 수 있을 가능성이 있다며, 리콜 조치 시행 전까지 옥외 주차할 것을 권고했다. ABS 결함으로 인해 쇼트가 발생하여 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해당 차량은 2017년에서 2020년형 제네시스 G80 모델과 2019년형에서 2021년형 제네시스 G70 모델이다. 해당 모델은 국내에서 판매되는 것과 동일한 모델이며, 국내에선 오는 5월 중에 리콜이 진행될 예정이다.
네티즌들은 북미 시장에서
책임 있는 조치를 진행한
현대차에 대해 반감을 드러냈다
한편, 엘란트라 대규모 소송에서 현대차가 소비자와 합의를 진행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내 네티즌들은 다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먼저 “국내 고객은 고발하고 호소해도 재판은커녕 심의부터 막히던데, 미국은 역시 다르다”, “법과 제도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알 수 있는 사례” 등 국내 제도에 대한 지적을 찾아볼 수 있었다.
또한, 지속적으로 제기된 내수 차별과 관련해서도 “미국은 고객님이고 한국은 호갱님이다”, “막대한 소송 비용을 대한민국 호구들이 다 메꿔줄 것이다”, “미국에서는 아주 납작 엎드리는구먼” 등의 반감을 드러냈다. 차량의 문제에 대해 책임지고 보상하는 모습을 보였음에도 국내 네티즌들은 대체로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국내외 소비자들에 대한
차별 의혹은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네티즌들이 이러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품질 이슈에 대한 현대차의 대처가 국내외 시장에서 차이를 보인다는 국내 네티즌들의 인식 때문이다. 실제로 북미 시장에선 최근까지도 9만 대, 15만 대 대규모 리콜 소식이 꾸준히 전해지는 반면, 국내에선 이 정도의 대규모 리콜이 진행된 일이 거의 없었다.
꼽아본다면 코나 EV 배터리 리콜이 있겠지만 그마저도 1차 리콜 후 다시 화재가 발생하여 다시 진행한 리콜이었다. 북미에서 리콜 소식이 자주 전해지는 이유가 과연, 북미 시장에 판매되는 모델이 국내 시장에 모델에 비해 품질이 떨어져서일까? 그것이 아님을 알기에 꾸준히 내수 차별이나 국내외 소비자 차별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기업을 견제할 수 있는
제도적 개선이 진행되길 바란다
국내 소비자들의 권리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을 때마다 언급되는 법이 있다. 바로 제품 하자가 있을 경우 제조사 측에서 제품을 보상해 주는 “레몬법”이다. 하지만 북미 소비자들의 권리를 지켜주는 레몬법은, 오히려 국내 소비자들의 분노를 격화시키고 있다. 북미 레몬법은 강제력을 지닌 반면, 국내 레몬법은 단순 권고 사항에 불과하여 실질적인 보상을 받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니, 북미에서 책임을 다하는 현대차의 소식에 대해 국내 소비자들이 부정적 반응을 내비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겠다. 꾸준히 제기되는 품질 이슈를 종식시키고, 이로 인한 소비자들의 피해를 줄이려면 소비자 권리 보호를 위한 제도적 개선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오토포스트 비하인드 뉴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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