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만 2,000대. 아이오닉 5의 사전 예약 대수 기록이다. 전기차 대중화 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한 만큼, 아이오닉 5는 뭇 소비자들의 큰 기대와 주목을 받고 등장했다. 게다가 전기차의 고질적인 문제인 충전 부담을 ‘초급속 충전’으로 덜어준다는 홍보 방식도 소비자의 기대에 한몫했다.
그런데 최근 이 ‘초급속 충전’에 제동이 걸렸다. 전기차 초급속 충전소에 대해 국토교통부가 거짓말을 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이에 연장 선상으로 현대차의 “E-GMP 기반의 차종인 아이오닉 5는 18분 이내에 80%까지 충전할 수 있다”라는 주장도 신뢰를 잃어가는 실정이다. 오늘 오토포스트 비하인드 뉴스는 초급속 충전의 진실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글 정지현 에디터
72기 -> 48기
350kW -> 260kW, 140kW
최근 전기차 초급속 충전소에 대해 국토교통부가 거짓말을 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현대차가 고속도로 휴게소에 설치한 350kW 급 충전기의 출력이 앞서 발표된 것과 달리 2기당 총 400kW로 제한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국토부는 현대차그룹이 350kW 급 충전기 72기를 설치했다고 밝혔다가 이후 48기라고 정정한 바 있다. 하지만 이 또한 사실과 거리가 있었다. 1기당 출력은 350kW가 아닌 각각 260kW과 140kW로 제한된다. 이는 아이오닉 5가 받아들일 수 있는 최대 출력인 240kW에 한참 못 미치는 수치다.
현대차가 총용량을
1,000kW로 제한하면서
문제가 시작됐다
이러한 문제는 현대차그룹이 충전소의 총용량을 1000kW로 제한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충전소에는 충전기 6기가 있으며, 충전기 2기씩 하나의 파워 뱅크에 연결돼 있다. 파워 뱅크 용량은 각각 400kW, 400kW, 200kW다.
각 충전기가 350kW의 출력을 내려면 파워 뱅크 용량은 그 두 배인 700kW 여야 하는데 현실은 이보다 훨씬 적은 것이다. 따라서 충전기 6기를 동시에 쓸 경우, 차량 2대는 260kW, 2대는 140kW, 2대는 100kW로 충전하게 된다.
진실이 밝혀지자
국토부 직원의 황당한 발언?
그럼에도 지금까지 국토부는 초급속 충전기 숫자를 거듭 부풀려왔다. 실제로 2주 전 국토부가 내보낸 보도자료에서는 “전기차 초급속 충전기 72기 설치를 완료했다”라는 식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 중 24기의 출력이 100kW로 제한된 점이 드러난 후에는 “현재 48기만 350kW 급으로 운영 중이다”라며 말을 바꿨다. 이마저 사실과 거리가 있는 것으로 밝혀지자 국토부 도로정책과장 측은 “충전소에 가면 다 써져 있다”라는 황당한 발언으로 해명 아닌 해명을 덧붙였다.
현대차도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현대차에서 처음으로 ‘초고속 충전’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은 2019년으로, 당시에는 초고속 충전이 곧 350kW 급 충전을 가리켰다. 하지만 현대차는 이후 출력이 크게 줄었는데도 별다른 설명 없이 같은 용어를 써왔고 심지어 일부 자료에서는 350kW 급이라고 못 박기도 했다.
실제로 최근까지도 “이번에 개소한 충전소는 전기차 초고속 충전소로, 출력량 기준 국내 최고 수준인 350kW 급 초고속 충전설비를 갖춘 것이 특징”이라는 등의 표현을 쓴 것이 확인됐던 바 있다. 이러한 부분에 있어서 현대차 역시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사료된다.
초고속 충전에 열 올렸던 현대차
“그럼 이거 거짓 광고 아냐?”
그간 현대차는 ‘초고속 충전’ 홍보에 열과 성을 다한 바 있다. 충전의 불편함이 전기차 구매의 가장 큰 장애물 중 하나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대차는 각종 보도자료 등에서 “충전 시연에서 아이오닉 5와 EV6는 18분 이내에 배터리 용량 10%에서 최대 80%까지 빠른 속도로 충전되며, 초고속 충전 대중화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라는 등의 표현을 서슴없이 썼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정황상, 현대차가 말하는 350kW 급 충전 속도는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다면 필연적으로 18분 이내에 80%까지 충전된다는 말도 실현하기 어려울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러한 거짓 및 과장 광고가 소비자의 구매 선택에 영향을 줬을 경우 표시광고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현대차가 출력 제한을 풀어줄
가능성이 낮다는 것도 문제다
게다가 향후 현대차가 출력 제한을 풀어줄 가능성이 낮다는 점에서 또 한 번 논란이 예상된다. 현대차는 고용 문제로 인해 각 충전소의 출력을 1,000kW로 제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안전관리법에 따르면 용량이 1,000kW 이상인 전기 수용 설비의 안전은 설비를 소유 및 점유한 업체에 소속된 직원이 상주하며 관리해야 한다.
1,000kW 미만인 경우에만 대행사업자가 관리할 수 있고, 현대차그룹 충전소는 대부분 전기차 충전 전문 업체가 대신 관리하고 있다. 이에 뭇 소비자 사이에선 “현대차그룹이 인건비 등을 줄이려 출력을 제한해 전기차 이용자에게 충전 부담을 키운 것 아니냐”라는 비판이 포착되는 상황이다.
지금까지 초고속 충전에 대한 진실을 알아봤다. 이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은 어땠을까? 일각에선 “전기차 관련해서는 정부하고 현대차랑 기아가 똘똘 뭉쳐서 거짓 대잔치를 하네”, “이건 진짜 과장광고에 허위광고다”라며 소비자에게 거짓말을 한 현대차와 국토부에 비판적인 반응을 보였다.
여기에 “전기차는 10년 뒤에 사세요”라며 전기차의 인프라 구축이 불안정하다는 의견을 더하는 소비자도 있었다. 그리고 몇몇 네티즌은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이런 식으로 장난치는 건지”, “이게 정경유착 아니냐”, “국토부가 아니라 현토부네”라며 강력한 불만을 제기하기도 했다. 오토포스트 비하인드 뉴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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