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가다 실수로 자신에게 부딪힌 사람이 사과를 하지 않고 지나친다면 어떨까? 물론 고의가 아닌 실수인 걸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사과 한마디 없이 자리를 뜨는 것은 사람에 따라 온종일 기분이 언짢아지기도 한다. 일상에서 일어날 수 있는 사소한 실수로도 사과를 건네는 것이 일반적인데, 교통사고와 같이 명백한 잘잘못이 존재하는 경우에서 사과 한마디 받지 못한다면 피해자의 심정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뉴스 사망사고의 생존자입니다. 이런 사고 못 보셨을 거예요”라는 제목의 글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한때 큰 사고를 당해 뉴스에까지 보도되었던 사고의 피해자가 근황을 전한 것이다. 피해자는 현재 교통사고로 인해 여러 상병이 겹치며 힘겨운 생활을 하고 있다 전했다. 그렇지만 그를 진정 힘들게 하는 것은 몸의 상처가 아닌 마음의 상처였다고 하는데, 오늘은 피해자가 밝히는 사건의 전말과 근황에 대해 한걸음 더 다가가 보려 한다.
글 김성수 인턴
약 2년 전 경기도 광주
덤프트럭 3대를 포함한 연쇄 추돌사고가 발생했었다
2019년 1월 12일, 경기도 광주시 1터널에서 5중 추돌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1명이 사망하고 4명이 중경상을 입는 큰 사고였다. 사건 발생의 경위는 이러하다. 먼저 K5를 몰던 피해자 앞의 덤프트럭 C는 앞의 봉고에서 떨어진 적재물을 보고 정차하였다. 뒤이어 A역시 C를 따라 정차한다.
그러다 피해자의 뒤에서 따라오던 덤프트럭 A는 차량을 세우지 않고 그대로 피해자의 차와 추돌한다. 이어 피해자는 C와 추돌하고 왼쪽 차선으로 튕겨져 나갔으며, C는 반대편으로 튕겨져 해당 차선을 향해 오던 스타렉스와 충돌한다. 피해자는 옆 차선에서 달려오던 또 다른 덤프트럭 B와 다시 한번 추돌한다.
이 사고의 가해자는 적재함을 고정시키지 않은 봉고차와 피해자의 뒤에서 뒤따라 오던 덤프트럭 A, 그리고 옆 차선에서 주행하다 피해자 차량을 보지 못하고 추돌한 덤프트럭 B 3명이다. 첫 덤프트럭 A와의 추돌로 인해 피해자가 타고 있던 K5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이 파손되었으며 동승하고 있던 또 다른 피해자는 사망했다.
생존한 피해자는 수차례 큰 수술 끝에 3주 만에 눈을 뜨게 됐다고 한다. 하지만 워낙 큰 사고였다 보니 피해자의 신체는 크게 훼손되고 말았다. 해당 사고로 인해 피해자는 장애뿐 아니라 여러 상병까지 얻게 되고 말았다.
하반신 마비 및 기타 상병으로
고통 속에 하루하루를 버티는 피해자
피해자의 안면은 형체를 알 수 없이 뭉개져 성형 복원을 하여 얼굴이 바뀌게 되었고, 뇌출혈, 뇌경색, 척추 골절, 장기 마비, 전체 골절 27부위 등 일일이 다 나열하기도 힘든 수준이라고 한다. 왼팔은 잘 움직이지 않는 상태이며 뇌 손상으로 기억이 일부 지워지기까지 했다고 한다.
피해자는 30대 초 젊은 나이에 하반신 마비에 걸려 기저귀를 차고 생활한다 밝혔다. 감각이 없어 일어서지 못하는 것은 물론, 대소변도 조절할 수 없게 되었으며 성 기능 역시 마비가 오게 되었다고 한다.
병원과 집에서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한 체 앉아서만 생활하게 되니 엉덩이엔 진물이 날 정도였다. 사고가 난 후 지금까지 약 2년 동안 한 시도 쉬지 않는 통증으로 진통제를 떼놓고는 살 수 없는 수준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런 그를 정말 힘들게 하는 것은 신체의 고통이 아닌 가해자들의 태도였다. 피해자는 사고가 발생한지 2년이 흐른 지금까지 가해자들로부터 진정성 있는 사과를 받지 못한 상태이다.
2년간 가해자들의
행동 및 근황에 대해서도 전했다
가해자 3명 중 피해자에게 자발적으로 사과를 한 사람은 덤프트럭 A를 몰고 직접 추돌했던 60대 가해자뿐이었다. 해당 가해자는 사고 발생 3개월이 지난 후 피해자에게 사과를 했고 피해자는 이를 받아들이고 용서하려 노력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가해자 A는 사망자 측과는 합의를 이루지 못하였다.
직접적인 추돌 가해자이다 보니 과실이 가장 큰 가해자였다. 사건 상황에 대해선 “터널 출구에서 햇빛이 비쳐 눈이 잘 보이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징역은 1년 6개월을 선고받았고, 1심이 확정될 경우 내년 출소가 예정되어 있다.
허나 나머지 두 가해자에게선 자발적인 사과를 받지 못한 상황이다. 먼저 적재물을 고정하지 않아 사고 원인을 만들었던 50대 봉고 운전자는 2년이 지난 지금까지 전화 한번 하지 않은 상태다. 책임보험만 들어둔 상태라 금전적인 부분은 몸으로 때우게 되는데, 징역은 8개월을 선고받았다.
옆 차선에서 달리다 2차 추돌을 일으킨 60대 덤프트럭 B 운전자는 사고 당시에 대해선 “사고를 보긴 했으나 빠르게 대응하지 못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1년이 넘도록 사과가 없다 합의 시점이 되어서야 돈이 없다 말하기에, 사과라도 하라는 피해자의 말에 그제서야 사과했다고 한다. 해당 가해자는 징역 8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상태다.
가해자들의 무책임한 태도에
네티즌들의 비난이 쏟아졌다
피해자는 작성 글에서 “고의가 아닌 실수라면 진심을 담은 사과가 있을 경우 용서하려 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피해자는 가해자들을 상대로 합의금을 먼저 제시하거나 요구하는 행동을 한 적이 없고, 돈 한 푼 없는 상황이라 말하는 가해자 C와도 합의를 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가해자 A를 제외하면 자발적으로 진정성 있는 사과를 건넨 가해자는 없다. 심지어 사고 이후에도 먹고살기 힘들다며 여전히 덤프트럭을 몰고 있는 가해자 C를 보고 충격에 빠진 듯한 모습을 보였다.
2년 전 교통사고 피해자의 근황 소식에 네티즌들은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먼저 “안타깝습니다. 항상 용기를 잃지 마세요”, “제발 원하는 일이 이루어지길 바라겠습니다”, “상대는 잊고 건강 되찾길 바랍니다”와 같은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는 댓글들을 볼 수 있었다.
또 “영상 보니 화가 치밀어 오르네요. 화물 하는 사람들이 영상 보고 각성 좀 하라면 몇 명이나 할까요”, “똑같이 당해봐야 피해자 마음을 안다”, “법이 너무 약하다”, “저렇게 해도 처벌이 약하니 근절은커녕 더 많아지기만 한다”, “진짜 동물만도 못한 사람들이다”등의 반응도 볼 수 있었다.
과실로 덮어지는 무책임한 태도
피해자는 누가 위로해 주나?
피해자는 억울한 사고를 당해 큰 후유증을 안고 있음에도 진심 어린 사과가 있다면 용서하고자 하는 의향을 계속해서 밝혔다. 또 “고의가 아니라 실수였다면 사과를 했을 텐데 고의였던 건지…”라 말하며 씁쓸한 심정을 드러냈다.
사고로 인해 사망한 또 다른 피해자 측과는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음에도, 과실로 인한 치사, 치상 사례이기에 형량은 그다지 높지 않다. 허나 아무리 과실로 인한 사고라 한들 피해자에 대한 진심 어린 사과와 용서를 구하지 않는 가해자에게 취해진 조치가 적절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은 지울 수 없어 보인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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