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대중화에 박차를 가하겠다며 등장한 차가 있다. 현대차의 아이오닉 5다. 역대급 사전계약 대수를 뽐내며 소비자에게 찾아온 아이오닉 5는 반도체 수급난으로 인해 일시 휴업을 하는 등 한차례 난항을 겪은 바 있다. 그런데, 최근 아이오닉 5의 실제 출고량이 알려지며 소비자들 사이에서 공분을 사고 있다고 알려져 화제다.
더 심각한 것은 그 와중에 테슬라는 출고 물량이 비교도 되지 않게 많다는 것이다. 이에 뭇 소비자들은 “스펙도 경쟁 안 되는데, 생산까지 뒤처지면 어떡하냐”라며 쓴소리를 아끼지 않는 상황이다. 오늘 오토포스트 비하인드 뉴스는 아이오닉 5의 실제 출고량 이야기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글 정지현 에디터
아이오닉 5는 어떤 차?
간단하게 살펴보자
아이오닉 5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의 적용으로 새로운 공간감을 제공한다는 것, 그리고 전기차 특유의 정숙하면서 민첩한 가속력을 선보인다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아이오닉 5는 다양한 첨단 사양을 비롯해 3,000mm가 넘는 긴 휠베이스를 선보여 화제를 모은 바 있다.
현대차는 아이오닉 5를 공개할 당시, “아이오닉 5를 통해 세계 전기차 시장을 선도할 탑 티어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겠다”라는 다짐을 밝혔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대차의 다짐과는 별개로 아이오닉 5는 여러 문제에 당착했다.
사전계약 약 4만여 대에도
울산 1공장은 일시 휴업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다
지난 2월 25일에 사전계약을 시작한 아이오닉 5의 계약 대수는 무려 4만여 대에 이른다. 하지만 아이오닉 5는 양산에 들어간 지 약 보름 만에 난항을 겪기 시작했다. 구동모터 수급에 차질이 생긴 탓이다. 이에 지난 7~14일에 아이오닉 5를 생산하는 울산 1공장이 일주일간 일시 휴업을 하기도 했다.
일시 휴업이 악몽의 끝이었으면 좋았겠지만, 현실은 더 참혹했다. 최근 아이오닉 5의 첫 달 출고량이 밝혀지자 상황이 더욱 심각해진 것이다. 게다가 특정 옵션을 추가한 사전 구매자는 언제 차량을 인도받을 수 있을지조차 불투명한 상황이기에 더 문제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지 살펴보자.
첫 달 출고량 1,000대 수준
특정 옵션을 선택하면
차량 인도일 장담 불가
최근 아이오닉 5의 첫 달 출고량이 1,000대 수준으로 파악됐다. 5월 말까지 생산할 물량까지 합치면 최대 2,000대로 전망된다. 애초 계획한 월간 생산량이 약 1만 대인 것을 고려했을 때 상당히 적은 출고량이며, 이는 차량용 반도체와 전동모터 등의 부품 수급 문제 탓으로 밝혀졌다.
여기에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 어려움이 장기화되면서 아이오닉 5의 파킹 어시스턴트 등 특정 옵션 선택한 소비자는 당분간 차량 인도일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실제로 현재 컴포트플러스 옵션을 적용할 차량만 해도 7월부터나 생산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계획한 월간 생산량 1만 대
현실은 내수 물량 1천 대
애당초 현대차는 하루 약 400대씩, 평일 조업과 주말 특근을 통해 아이오닉 5의 월간 생산량을 8,000대에서 1만 대까지로 정했다. 이어 4월부터 연말까지의 판매량을 2만 6,000대로 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전동모터 생산시설에 문제가 발생하면서 월 생산량은 3분의 1 수준인 2,500~3,000대로 떨어졌다.
하지만 이 물량은 국내뿐 아니라 유럽 등 다른 국가에도 배정하기 때문에 내수 물량은 당분간 1,000대 수준이 될 전망이다. 현재 현대차는 해외 전문 업체를 통해 전동모터 설비 개선에 나서고 있지만 이른 시일 내의 정상 가동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보조금 문제로
차량 출고 시기에
더 민감할 수밖에 없다
전기차는 정부 보조금 문제와 연관돼 있어 소비자들이 차량 출고 시기에 특히 민감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현대차의 생산 지연 이슈는 매번 반복되고 있다. 실제로 ‘아이오닉 일렉트릭’ 역시, 본격 판매를 시작한 2017년에 판매 계획 물량을 8,000대로 잡았지만, 그해 국내 출고 물량은 5,000대 수준에 그쳤다.
코나 EV도 출시 첫해인 2018년에 1만 3,000대 생산을 계획했음에도 실제 인도된 물량은 1만 1,000대였으며, 2019년에도 약 2만 대 사전예약을 받았지만, 실제 차량 인도 물량 1만 3,587대에 불과했다.
테슬라는 7,000대 판매
“왜 현대차는 이렇게 못 하나”
반면, 테슬라는 1분기 때보다 두 배 이상 많은 최소 6,000~7,000대 물량을 시장에 풀 것으로 알려져 화제다. 이에 테슬라는 지난 1분기 판매량인 약 3,000대를 합쳐 상반기 내 최소 1만 대 이상 국내 판매 실적을 올릴 것으로 점쳐진다.
5월부터 전기차 구매 보조금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계획대로 물량 공급이 이뤄지는 테슬라와 그렇지 못한 현대차를 향한 소비자의 온도차가 선명해 보인다. 실제로 뭇 소비자는 “현대차는 왜 원래의 계획을 지키지 못하는 거냐”라며 불만을 제기하는 상황이다.
“테슬라한테 밀리겠다”
“사전예약을 그렇게 받고?”
이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은 어땠을까? 물론 “어쩔 수 없지”라며 상황을 받아들이자고 말하는 소비자도 있었지만, 대부분 네티즌의 의견은 긍정적이지만은 않았다. 일각에선 “제대로 판매할 준비조차 안 된 상태에서 사전계약을 받은 건가?”, “테슬라 출시 때문에 보조금 지급 어려울까 봐 아이오닉 5 사전계약 서둘렀더니 결국….”, “아이오닉 5 없어서 못 판다더니 진짜 없어서 못 파네”라며 현대차에 비판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편, 몇몇 소비자는 “주행거리도 테슬라보다 짧고, 생각보다 가속력이 달린다는 평가도 나오던데….”, “테슬라한테 완전히 밀리겠다”, “주행거리도 광고보다 짧은데 거기다가 사전계약을 그렇게 받아놓고 2달 만에 출고하면서 1,000대라니”라며 테슬라와 경쟁할 아이오닉 5의 입지가 더욱 좁아질 것으로 보기도 했다.
한편, 지난 3월 전국 대부분의 지자체는 보조금 신청서 접수를 시작했다. 2개월 내 차량 출고 혹은 차량 등록증 제출을 기준으로 보조금을 최종 지급하기 때문에, 5월에 보조금 경쟁이 최고점을 찍을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보조금 물량을 정할 때 지자체 수요뿐 아니라 국내외 완성차로부터 계획 물량을 받아 이를 예산 및 정책에 반영한다”라며 “현대차는 매번 계획한 물량을 지키지 못해 정부나 소비자 모두 불만이 적지 않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번에도 현대차가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생각된다. 오토포스트 비하인드 뉴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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