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이나 노트북, 태블릿 PC처럼 전기를 이용하는 전자기기의 가장 큰 불편 사항이 무엇일까? 바로 배터리 충전이다. 사용 후에 반드시 전력을 충전해야 하는 것이 전자기기의 가장 큰 불편이자 안타까운 숙명이다. 때문에 많은 기업에서 무선 충전이나 급속 충전 기술을 도입하여 전자기기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전기를 사용하는 전기차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주행 거리 성능을 결정짓는 배터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최근 현대차에선 다소 아쉬운 아이오닉5의 주행 거리를 보완하고 전기차 인프라를 확충하기 위해 압도적인 속도의 초급속 충전기 설비를 구축했다. 그런데, 해당 충전기의 실제 사양이 알려진 것과 달라 논란이 되고 있다. 오늘 오토포스트 비하인드 뉴스에서는 “아” 다르고 “어” 다른 E피트 충전소 이야기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글 이충의 에디터
차세대 전기차 아이오닉5의
가장 큰 약점은 주행 거리이다
전기차 성능을 따질 때, 가장 고려해야 할 부분이 무엇일까? 강력한 토크나 주행 성능을 꼽는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배터리 용량과 충전 속도를 따진다. 두 요소 다 주행 거리 성능을 결정짓는 요인이며, 주행 거리 성능에 따라 일상에서 차량을 이용하는 방식이 천차만별로 달라지기 때문이다.
500km 이상의 주행 거리 성능을 발휘한다 예고한 E-GMP를 기반으로 제작된 아이오닉5는 출시 초반만 해도 이러한 주행 거리 성능 부분에서 경쟁력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실제 주행 거리가 370km 수준까지 떨어지면서, 세간에는 주행 거리와 관련된 논란이 거세게 일었다. 경쟁 상대로 언급했던 테슬라 모델3에 한참 못 미칠뿐더러 기존 상용화 된 전기차의 성능보다도 떨어지는 주행 거리였기 때문이다.
첫 논란의 시작은 아이오닉5 공식 보도자료에서 공개된 주행 성능이었다. 전기차 시장으로의 발돋움을 예고하며 자체 전용 전기차 플랫폼 E-GMP를 개발하면서 500km 이상의 주행 성능을 발휘할 것이라 예고했던 터라, 사람들은 당연히 같은 플랫폼을 적용한 아이오닉5도 500Km 이상의 주행 거리 성능을 보여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보도 자료에서 전한 아이오닉5의 주행 거리는 410~430km였으며, 이마저도 공식 환경부 인증 수치가 아닌 현대차 자체 측정 수치였다. 환경부 공식 인증 주행 거리는 403km 정도, 그마저도 고용량 배터리 탑재 롱레인지 모델이었다. 이에 대해 현대차에선 E-GMP의 성능이 500km를 넘는 것일 뿐, 적용 모델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전했다.
부족한 주행 거리를 보완하고
전기차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E피트를 설치했다
세간에서는 주행 거리 성능을 부족한 인프라 문제와 엮어, 일상에서 차량을 이용하는데 심각한 불편이 있을 것이란 우려를 내비쳤다. 이에 현대차는 도로교통공사와 손을 잡고 전국 주요 고속도로 휴게소에 전기차 충전 거점을 설치했다. 이것이 바로 현대차의 자체 충전 브랜드, “E피트”이다.
350kW의 초급속 충전기 E피트는 표준 규격을 사용하는 모든 전기차가 사용할 수 있지만, 자사 전용 전기차 플랫폼 E-GMP에 특화된 충전기이다. 각종 보도자료에서는 E-GMP를 적용한 아이오닉5나 EV6 차량이 E피트를 이용할 경우, 18분 만에 최대 80%의 용량을 충전할 수 있다고 전했다.
18분에 80% 충전이라는
E피트의 사양 관련 내용이
도마 위에 올랐다
그런데 최근, 부족한 인프라를 확충하고 주행 거리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떠올랐던 E피트와 관련된 논란이 계속 터져 나오고 있다. 당초 18분에 80% 이상 충전이 가능하다는 보도가 사실과 달랐기 때문이다.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350kW급 충전기로 18분에 80% 충전이 가능한 것은 맞지만, 이는 E피트 충전소에 설치된 6대의 충전기 중 한 대만 충전을 이용할 때의 성능이다.
E피트의 충전기는 하나당 양쪽에서 충전이 가능하지만, 최대 출력을 400kW로 제한하고 있어 만약 하나의 충전기로 2대의 차량이 충전할 경우에는 각각 200kW 정도의 출력 밖에 이용하지 못한다. 보도 자료에서 전한 350kW급의 급속 충전, 그러니까 18분에 80%의 성능을 맞추기 위해선 충전기 하나당 최소한 700kW의 출력이 필요하다.
E피트의 성능에 대한
국토부의 보도 자료 내용도
논란이 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이 전해지면서, E피트 성능이 보도 자료에 전해진 것과 다르다는 점에 대한 소비자들의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E피트 설치 당시, 보도자료를 통해 초급속 충전기 72대를 전국 고속도로 거점에 설치했다고 전했지만, 충전기 출력이 각각 다름을 언론에서 문제 삼기 시작하자 추후 초급속 충전 대수를 48기로 정정하기도 했다.
여러 대를 충전할 경우 충전 성능이 떨어지는 부분도, “현대차 전기차 전용 플랫폼은 “E-GMP 기반 차종은 18분 내에 80% 충전이 가능하다”라는 국토부의 보도 자료에선 쉽게 유추할 수 없다. 물론 이와 관련되어 “다만 차량별로 수용 가능한 전력량에 따라 충전 속도는 상이할 수 있다”라는 내용이 있다. 하지만 정확한 내용을 전달해야 할 보도 자료임에도 정확한 수치나 충전 대수 별 속도를 정리한 내용 없이 뜬구름 잡는 식으로 뭉뚱그린 것에 대해 소비자들은 거센 비판을 보내고 있다.
“그렇게 말한 적 없다”
국토부 직원의 답변도
문제가 되고 있다
한편, 해당 논란에 대한 국토부 직원의 답변이 전해지면서 비판의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여러 대를 충전할 시 충전 성능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점에 대해서도 언론의 지적이 이어지자, 국토부 직원이 “차량 여러 대가 동시에 된다고 말한 적은 없다”라고 답변한 것이다. 더불어 충전소 당 총용량이 1,000kW로 제한되는 부분도 보도 자료를 통해서는 쉽게 알 수 없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서도 국토부 직원은 “충전소 가면 다 써져 있다”라고 답변하여 세간의 분노를 들끓게 했다. 보도 자료에서 E피트 설치나 사양 관련 내용을 전할 땐 해당 수치에 대한 정확한 언급이나 표지 없이 두루뭉술하게 표현한 뒤, “충전소에 가면 다 써 있다”, “그렇게 말한 적 없다”라는 식으로 답변하는 것은 명백한 기만 행위라는 것이다.
네티즌들은 해당 이슈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갔다
먼저 네티즌들은 18분에 80% 초급속 충전이 가능하다는 내용이 단일 충전일 경우에만 해당된다는 것에 대해 거센 비판을 보냈다. “이건 국민들 상대로 사기 치는 거나 마찬가지 아닌가요?”, “결국 언론이 문제다”, “나라에서 뭐 따내려면 문서 그리 깐깐하게 요구하면서 자기들은 이렇게 일을 대충 한다니 웃음만 나온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또한 해당 이슈가 국토부 보도 자료 관련 내용이라는 점에 대해서 정부의 기업 밀어주기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냄새가 난다 냄새가”, “이렇게까지 하는데 조사를 안 하고 내버려 두네”, “이러니까 기업이 독점하지 국가가 나서서 보호하고 지켜주는데” 등 강도 높은 비판을 찾아볼 수 있었다. 그밖에 답변한 국토부 직원을 국민 청원으로 징계에 올려야 한다는 등의 반응도 이어졌다.
소비자를 화나게 하는 건
계속 말이 바뀐다는 것
전기안전 관리법에 따르면 1,000kW 이상의 전기 수용 설비의 경우, 해당 설비의 소유 업체 직원이 상주하며 안전을 관리해야 하지만, 1,000kW 미만일 경우 대행업체에 맡길 수 있다. 이에 현대차 입장에서도 인력이나 설비 관련 문제로 충전소 용량을 1,000kW로 제한한 것으로 보인다. 기업 입장에서 이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처사이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비판하는 것은, 항상 보도 자료와 실제 사용 성능이 다르다는 지점이다. 아이오닉5 출시 전후에 100km 이상 차이를 보인 주행 거리 성능도 이번 E피트 충전 성능 논란과 같은 맥락이다. 소비자들은 보도 자료와 기사를 통해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차량의 구매를 결정한다. 때문에 제품을 홍보할 때이든, 관련 내용을 전하는 사람이든 책임감을 갖고 내용을 전달해야 할 것이다. 오토포스트 비하인드 뉴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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