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상황일수록 힘을 합쳐 난관을 헤쳐나가야 한다. 상식적인 이야기이다. 하지만 최근 자동차 제조업계에선 상식이 통하지 않는 듯한 소식이 자주 들려왔다. 반도체 수급난과 판매량 저조로 경영이 악화되었음에도 해당 기업의 노조들이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파업까지 나서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그런데 최근, 파업이나 투쟁하면 빠지지 않았던 한 대기업의 노조에서 이와 대비된 행동을 보이고 있어 세간의 칭찬이 이어지고 있다. 바로 현대차 노조이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위기 극복을 위해 노사가 합심하면서 놀라운 성과가 벌어지고 있다는데,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에서는 국내 자동차 노조와 현대차 노사 이야기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글 이충의 에디터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
반도체 수급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최근 전 세계 완성차 제조사들의 차량 생산 공장이 하나 둘 멈춰 서고 있다. 자동차에는 다양한 편의, 안전 기능을 위해 차량용 반도체가 장착되는데, 코로나19로 반도체 수급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 수급난이 발생하게 된 것이다.
이는 전 세계 반도체 공급을 담당하는 중국 생산 공장의 시장 수요 예측 실패로 인한 결과였다. 코로나19로 시장 위축을 예상하여 관련 생산 설비를 증축하지 않았지만, 자동차 시장의 성장세가 이어짐에 따라 수요가 증가하게 되면서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게 된 것이다.
제조사들은 생산량을 조절하며
대응에 나서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수급 차질이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정부와 기업은 반도체 생산 설비 구축에 힘쓰는 한편, 완성차 제조사들은 급하게 차량 생산 일정과 생산량 조율에 나섰다. 현대차는 이미 쏘나타와 그랜저를 생산하는 아산 공장과 팰리세이드 등의 차량을 생산하는 울산 공장을 한차례 멈춰 세웠다.
최근 정식으로 출시된 아이오닉5 등의 신차 생산 일정을 재조정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한국GM은 제너럴 모터스 본사의 지침에 따라 부평 2공장의 가동률을 절반으로 유지해오다 결국 일주일 간 중단하기도 했다. 국내외 판매량 감소로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르노 삼성도 반도체 수급난이라는 파고를 넘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어려운 상황임에도
노사 갈등 소식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경영난과 반도체 수급난으로 인한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와중에도 노조가 파업에 돌입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세간의 빈축을 사고 있다. 한국 GM과 르노 삼성 등 중견 제조사의 노조들이 처우 개선과 임금 향상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한국 GM은 지난 4월 26일, 1인당 천만 원 규모의 임금 인상안을 내세우며 노사 갈등 상황을 이어가고 있다. 르노 삼성은 경영 악화 상황에서도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한 노조의 조치에 대해 직장 폐쇄 조치로 강경 대응에 나서기도 했다.
현대차에 노조에 대한
칭찬이 이어지고 있다
기업의 경영 상황이나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노사의 파업 소식이 잇달아 전해지는 가운데, 국내 대표 제조사인 현대차 노조에 대해선 칭찬이 이어지고 있다. 매년 임금 관련 노사 협상 과정에서 파업이 반복되었던 것과 달리 2년 연속 무분규 합의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진행된 협상에선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한 글로벌 위기에 노사가 협력하여 대응해야 한다는 합의를 통해 기본급을 동결하기도 했다. 이는 11년 만의 임금 동결로, 지난 1998년의 외환 위기 때와 2009년 세계 금융 위기 확산 당시와 더불어 3번째 임금 동결이다.
현대차의 노사 간 협력은
매출액 상승으로 이어졌다
물론 이러한 과정이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당시 노조 내부에서도 기본급 동결안에 대한 반대 의견이 거세게 일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지도부는 “조합원의 이익만을 내세운 총 파업이 반복된다면 노조의 사회적 고립이 고착화될 것이다” 라며 조합원을 설득했다고 한다.
노사가 협력한 덕분인지 글로벌 시장을 강타했던 코로나19 팬데믹 와중에서도 현대기아차는 준수한 성적을 기록했으며,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이 증가하기도 했다. 현대차는 올해 1분기, 약 43조 9천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0% 정도 증가한 수치이다.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노사 간 협력을 통해 성장한 현대차의 소식에 대해 네티즌들은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먼저 중견 제조사의 노사 갈등 소식이 꾸준히 전해지는 것과 연관 지어 “노조가 정신 차리고 새 출발 하나보다”, “경영 악화에도 이익을 주장하는 타사 노조보다 백번 낫다” 등의 긍정적인 반응을 찾아볼 수 있었다.
하지만 수년간의 파업으로 인해 형성된 노조에 대한 반감을 드러내는 사람도 있었다. 무분규 합의를 진행한 것에 대해서도 “지금만으로도 충분히 배가 부르니 만족하고 한 수 접은 것뿐이다”, “안심하기엔 이르다”, “잘 나갈 땐 노조 요구 다 들어주니 무분규지”, “임금이 너무 높아지니까 1~2년 눈치 보는 것일 뿐이다” 등의 부정적인 반응도 찾아볼 수 있었다.
현대차그룹 최초
사무직 노조라는
변수가 생겼다
한편, 지난 2년에 이어 노사의 무분규 합의가 3년 연속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도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최근 진행된 타운 홀 미팅에서 현대차 임직원들이 기본급 동결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으며, 임원들의 연봉 인상에 반감을 드러내기도 하여 무분규 합의가 진행될 것인지에 대한 여부는 불확실해졌다.
사무직 노조의 출현도 변수 중 하나이다. 최근, 기본급 동결과 성과급 합의가 기존 노동자 중심의 노조를 통해 진행되었다는 점에 반발하여 사무직을 중심으로 새로운 노조가 출범한 것이다. 사무직 중심의 노조가 등장한 것은 현대자동차 그룹 출범 이후 최초이다.
무분규 합의를 통해
기존 노조에 대한 인식을
타개할 수 있을까?
기존 노동자 중심의 강성 노조, 귀족 노조의 공고한 틀에 균열이 가고 있다. 수십 년간 이어진 노조의 파업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감과 더불어 기성세대의 완고한 방식에 반감을 가진 MZ세대의 등장으로 더 이상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권리를 주장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기본급 동결과 무분규 합의 당시 노조 지도부가 경계했던 것도 이러한 부분일 것이다. 노동자 중심 노조의 사회적 고립의 고착화는 이미 상당히 진행되었다. 과연 현대차의 노동자 중심 노조가 무분규 합의를 통해 세간의 부정적인 인식과 사회적 고립 상황을 타개하고 기존과 같은 권한을 유지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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