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관 디자인이나 파워트레인 성능, 가격 등으로 출시 전부터 인터넷상에서 화제를 모았음에도 정작 저조한 판매량을 기록한 차량을 통틀어 “인터넷 슈퍼카”라고 부른다. 인터넷 슈퍼카의 사례는 차량에 대한 여론이 아무리 좋더라도 그것이 판매량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을 나타낸다. 국내 자동차 시장에선 반대도 성립한다. 인터넷 여론이 아무리 좋지 않아도 뛰어난 판매량을 보이는 제조사가 있는 것이다.
바로 명실상부한 국내 대표 자동차 제조사, 현대차이다. 꾸준히 전해지는 결함 소식에 연일 부정적인 반응이 이어지고 있음에도 압도적인 판매량을 기록하는 현대차. 과연 그 이유가 무엇일까? 오늘 오토포스트 비하인드 뉴스에서는 부정적인 반응과는 상반된 현대차의 판매량 이야기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글 이충의 에디터
전 세계에서 꾸준히 전해지는
현대차의 품질 결함 소식
현대차는 대한민국 자동차 시장을 지배하는 국내 대표 제조사이다. 국내 시장에서의 압도적인 입지를 바탕으로 무섭게 성장한 현대차는 현재,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글로벌 완성차 기업으로 자리하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인 북미 자동차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으며, 세계 각국의 올해의 차로 선정되는 기염을 토하고도 있다.
하지만 세계를 무대로 한 현대차의 승전고만큼 자주 들리는 소식이 바로 결함 소식이다. 사소한 조립 불량이나 결함은 물론, 2.5 스마트 스트림 엔진오일 감소부터 코나 EV 화재, 꾸준히 제기되는 급발진 의혹까지 결함에 대한 소식은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북미 시장에서 대규모 리콜 조치를 진행했다는 소식까지 전해지기도 했다.
돌아서는 민심, 하지만
여전히 판매량은 건재하다
현대차의 결함 소식이 봇물 터지듯 밀려든 것은 불과 1,2년 된 일이 아니다. 계속되는 결함 소식, 그리고 이에 대한 현대차의 대응에 소비자들은 분노하고 있으며, 이미 등을 돌려버린 소비자들도 상당하다. 당장 포털 사이트에 게시된 현대차 관련 기사의 댓글만 봐도 현대차에 대한 비판과 비난의 댓글이 상당하다.
그런데, 꾸준히 결함 소식을 전하고 있음에도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현대차의 입지는 점점 커지고 있으며, 최근 기사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현대차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나 상승했다고 한다. 이는 5년 사이 절반 이하로 점유율이 감소한 중견 3사의 사례와 대비되는 내용이다.
국내 프리미엄 시장
점유율도 마찬가지이다
현대차의 압도적인 판매량은 국산차 시장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국내 유일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 제네시스는 국내 프리미엄 시장에서 벤츠, BMW, 아우디 등 독일 프리미엄 자동차와 경쟁하며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북미 프리미엄 시장 순위와는 상반된 모습이다.
실제로 올해 1분기, 국내 시장에서 제네시스 G80은 1만 3,616대가 판매되었지만, 동급 경쟁 모델인 E클래스는 7,971대가 판매되었으며 BMW 5시리즈의 판매 대수는 4,992대에 불과했다. 대형 SUV도 마찬가지이다. 꾸준히 결함 이슈에 휘말렸음에도 GV80의 판매량은 5,625에 달했지만, GLE와 X5는 각각 1,282대와 1,265대가 팔리며 상대적으로 저조한 판매량을 기록한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자동차,
하지만 전문 지식을
보유한 사람은 적다
꾸준히 품질 이슈나 결함에 대한 이야기가 전해지고, 이에 대한 부정적 반응도 꾸준히 나타나고 있지만 현대차의 시장 점유율과 판매량은 여전히 건재하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자동차에 관심이 없거나 친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자동차는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용하는 기계 장치이지만, 이에 대해서 자세히 알고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다. 이는 우리 모두가 스마트폰을 이용하고 있지만, 스마트폰의 작동 원리나 부품 정보, 상세 스펙을 모두 이해하지 못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일상의 편의를 위해 꼭 필요하긴 하지만, 진입 장벽이 높아 대상에 대해 이해하는 것이 쉽지 않으며 굳이 이해하지 않더라도 사용하는 데 큰 지장이 없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동차 이슈에 크게 관심을 갖지 않는다. 지난 에바 가루 사태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은 이를 잘 드러내는 사례이다.
지난 18년, 쏘렌토의 공조기에서 인체에 유해한 에바포레이터의 가루가 뿜어져 나오는 이른바 “에바 가루” 사태가 발생했다. 이에 관련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국민 청원이 진행되었고, 언론을 통해 해당 이슈가 대대적으로 보도되기도 했다. 하지만 결함이 이슈화되었음에도 당시 쏘렌토의 판매 대수는 에바 가루 관련 국민 청원에 참여한 사람들의 수보다 많았다.
제조사는 품질보다
외관, 편의 사양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제조사 입장에선 품질이나 사양보다는 당장 눈에 보이는 차량 외관이나 실내 인테리어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눈에 띄는 디자인을 적용하고, 당장 체감할 수 있는 편의 및 안전 사양을 선보이는 것이 판매량 증가에 더욱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매번 페이스리프트가 풀체인지 급으로 진행되고, 차량의 신차 출시 주기가 점점 짧아지는 것도 모두 이러한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즉, 결함에 대한 개선이나 해결 방안에 대해선 제대로 공지되지 않았음에도 판매되는 차량 대수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심각한 상황인 것이다.
대한민국 시장에서 자국 차량이
잘 팔리는 것은 당연하다
또 한 가지, 전 세계에서 현대차의 결함이나 리콜 소식이 꾸준히 전해지고 있음에도 현대차가 높은 판매량을 계속해서 기록할 수 있는 이유는 현대차의 시장 입지에 있다. 현대차는 현재 대한민국 자동차 시장에서 가장 높은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고, 브랜드 인지도도 압도적으로 높기 때문에 차량에 대해서 잘 모르는 소비자는 당연히 현대차를 선택하는 것이다.
사실 이러한 현상 자체에 대해 비판할 근거는 없다. 미국 시장에선 미국 제조사의 판매량이 가장 높고, 일본 시장에선 일본 제조사의 차량이 가장 많이 팔리는 것처럼 대한민국 시장에서 자국 제조사의 차량이 가장 잘 팔리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현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곧 판매량과 차량의 품질이 엄연히 다른 것임을 나타낸다.
차량을 안전하게 이용하려면
차량 관련 이슈에 관심을 갖는
태도가 필요할 것이다
자 그럼 이야기의 결론을 내보자. 전 세계에서 현대차 차량에 대한 크고 작은 결함 소식이 끊이지 않고 전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시장에서 압도적인 입지를 보이는 이유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차량 이슈에 대해 크게 관심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때문에 제조사도 결함 개선보다는 디자인이나 편의 사양처럼 판매량과 직결되는 부분에만 치중할 수밖에 없게 된다.
이는 다시 말해, 소비자들이 차량 이슈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는다면 지금과 같은 크고 작은 결함 소식이 끊임없이 반복될 것이라는 이야기겠다. 판매량은 시장 성적일 뿐, 자동차의 품질을 나타내진 않는다. 우리의 편의를 증진시키는 기계 장치, 자동차를 안전하게 이용하기 위해선 자동차 관련 이슈에 꾸준히 관심을 갖는 태도가 필요하겠다. 오토포스트 비하인드 뉴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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