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두지세’. 장대 끝에 선 형세라는 뜻으로 아주 위태로운 상황을 이르는 말이다. 딱 오늘의 주인공인 르쌍쉐의 현실을 말해주는 듯한 사자성어다. 연이은 파업과 판매량 저조 현상으로 르쌍쉐는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와 반대로 현대차와 기아는 나날이 점유율이 늘어가며 파죽지세로 국내 자동차 시장을 점령하는 추세다.
심지어 일각에선 현대차와 기아는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으로 ‘없어서 못 팔’지만, 르쌍쉐는 물량이 있고 각종 프로모션을 진행하는데도 안 팔리는 지경이라고 말한다. 지금부터는 르쌍쉐가 왜 간두지세에 이르렀다고 표현한 것인지, 왜 판매량이 이토록 저조해진 것인지에 대해 알아보겠다.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는 르쌍쉐 이야기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글 정지현 에디터
현대차의 성행 이면에는
르쌍쉐의 눈물이 있다
현대차와 비교했을 때, 쉐보레, 르노삼성, 쌍용의 실적은 가히 심각하다고 볼 수 있다. 심지어 국내 5사를 2강 3약이라 언급하는 소비자도 있을 정도다. 3사의 실적은 예전에도 저조하긴 했지만, 최근에는 그 양상이 더욱 심각해졌다.
실제로 점차 점유율이 줄면서 이제는 3사의 존재조차 희박해지고 있다. 현재 현대차와 기아가 국내 자동차 시장 주도권을 쥐고 있으며, 작년만 해도 현대차와 기아의 점유율은 84%에 이르렀다. 게다가 현대차와 기아의 올해 1/4분기의 점유율은 86%에 이르러 곧 90%를 석권할 기세다. 이에 남은 14%의 점유율을 세 제조사가 나눠 가지는 실정이다.
르노삼성
공장폐쇄 진행 중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일명 르쌍쉐 자체가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다. 제조사별로 이들이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살펴보자. 르노삼성은 현재도 노조 파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에 사 측은 대응으로 공장폐쇄를 진행 중이다.
르노삼성은 예전부터 부분 파업이 간헐적으로 진행됐던 바 있으며, 이에 닛산 신형 로그 물량 등 다양한 신차 생산도 불투명한 상태다. 상황의 심각성은 최근 르노 본사 부회장의 발언으로 더욱 선명해졌다. 실제로 본사 측은 “글로벌 르노 공장 15개 중 부산공장은 13위”라고 말한 바 있다.
쌍용차
법정관리 상태
쌍용차는 독자들도 잘 알고 있듯이 현재 법정관리에 들어갔으며, 이는 다시 말해 존폐의 기로에 서 있다는 뜻이다. 사 측에서는 이미 임원의 약 30%를 줄였으며, 생산직원에 관한 구조조정 등의 고민도 하는 상태다.
이러한 상태에서는 존속 가치보다 청산 가치가 커서 쌍용차가 역사 속으로 사라질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이미 쌍용차는 10여 년 전부터 뭇 소비자들 사이에서 “1미래 가치가 없어서 청산해야 한다”라는 목소리가 큰 상황이다. 현재와 같은 위기 상황에서 쌍용차에 투자한다는 기업이 없는 것은 당연한 결과이며, 이에 더욱 위기가 커지는 실정이다.
쉐보레
1년 내내 임단협에
매달리고 있다
쉐보레 역시 그동안 신차 판매율이 줄었고 내수 시장이 더욱 줄어들었다. 그나마 미국 수출용 트랙스 등이 인기가 있어서 버티고 있으나, 르노삼성과 쌍용차처럼 항상 노조 파업의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
게다가 작년 임단협이 간신히 12월에 통과됐으나, 다음 달에 다시 올해 임단협을 할 예정이어서 1년 내내 임단협에 매달리는 실정이다. 이렇듯 각 기업은 위기 상황에 놓여있다. 그런데 기업의 상황과 별개로 이들이 소비자의 마음도 사로잡지 못하고 있다고 해 화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대안이 없다”
현대차가 잘 하는 게 아니라
르쌍쉐가 못하는 거다?
흔히 현대차를 구매하는 소비자는 “현대차 말고는 대안이 없다”라고 말한다. 그런데 일각에선 “대안이 없다”라는 말은 현대차가 잘해서가 아닌 또 다른 완성차 기업들, 즉 르쌍쉐가 못해서 생겨난 말이 아니냐는 의견이 주로 포착된다.
여기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르쌍쉐가 신차의 출시 타이밍을 제대로 잡지 못한다는 것, 출시 가격의 경쟁력이 없다는 것이다. 위와 같은 이유로 르쌍쉐는 일부 소비자들에게 “현대차를 제대로 이길 만한 요소가 없다”라는 굴욕적인 평가를 받기도 한다.
“인생은 타이밍인데…”
신차 출시 타이밍
앞서 언급한 이유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신차 출시 타이밍이라니, 무슨 말일까? 쌍용차를 제외한 르노삼성과 쉐보레의 경우, 본사가 있는 해외에서 먼저 출시한 다음에 국내에 해당 모델들이 들어오게 된다. 그런데 바로 이 과정에서 일정 시간이 소요돼 결론적으로 국내에 너무 늦게 출시한다는 게 문제라는 지적이 있다.
실제로 네티즌 사이에서도 “신차가 너무 늦게 출시되면서 기대감이 줄어든다”라는 반응이 대다수였다. 이는 다시 말해, 흔히들 말하는 ‘신차 효과’를 보지 못한다는 것이다. 신차가 쏟아져 나오는 요즘 같은 시대에 신차 출시 타이밍을 잡지 못하는 건 큰 약점이 될 수밖에 없다.
“르쌍쉐는 비싸”
사실 그렇진 않지만…
두 번째로 언급한 문제는 가격 경쟁력이다. 뭇 소비자들은 “르쌍쉐는 비싸다”라는 의견을 자주 드러낸다. 그런데 실제로 하나하나 살펴보면 가격이 크게 다르지 않다. 예컨대 현대차 쏘나타와 동급인 쉐보레 말리부, 르노삼성 SM6은 쏘나타와 약 8만 원에서 100만 원 정도 차이가 난다. 말리부와 SM6가 좀 더 비싼 것은 사실이나, 엔진 등을 고려해 보면 오히려 가성비가 나쁘지 않은 편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가격이 비슷하다고 해도 이 점이 과연 르쌍쉐의 장점이 될 수 있을까? 이는 고민해 봐야 하는 문제다. 오히려 이렇게 ‘비싸다’라는 오명이 있는 경우엔 ‘사실 그렇게 비싸지 않습니다’라며 비슷한 가격을 어필할 것이 아니라, 가격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값을 낮추는 방안을 고안해야 할 것이다.
“이대로 가면 현대차랑
수입차만 남겠다”
르쌍쉐에 대한 소비자의 생각은 어땠을까? 일부 소비자는 “현기는 그래도 차가 잘 팔리니 노조가 힘을 써도 버티는데, 하위 3사는…”라며 노조 파업 문제로 골치를 앓는 현 상황을 비판적으로 바라봤다.
일각에선 “반값에 팔면 팔리지, 박리다매 모르나?”, “소비자 요구에 상대적으로 피드백도 느리고 가격은 현대차나 기아랑 맞먹거나 비싸니 안 팔리지. 가격만 낮춰도 많이 팔릴 듯”이라며 가격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항간에선 “요즘 수입차 많이 팔리던데, 이러다가는 현대차랑 수입차 제조사만 남겠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네티즌의 의견처럼 실제로도 수입차 판매는 호황을 맞고 있으며, 매해 판매량이 급증하는 추세다. 반면에 나머지 마이너 3사는 더욱 판매가 줄어 3사의 판매를 모두 합해 30만 대가 안 되는 최악의 실적을 나타내고 있다. 이는 “현대차, 수입차만 남겠다”라는 말이 그저 말뿐만이 아니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대로 르쌍쉐가 무너진다면, 머지않아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철수해 국산 제조사에 현대차와 기아만 남는 구조로 바뀔 가능성도 크다. 이는 타 제조사와 치열하게 경쟁하며, 자동차 품질과 마케팅 전략을 발전시킬 필요성이 있는 현대차에도 안 좋은 소식이다. 오늘 언급한 신차 출시, 가격 경쟁력 등의 문제점을 살펴봤을 때 르쌍쉐가 현대차 독과점 시장을 스스로 만들어 준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아무쪼록 르쌍쉐의 부단한 노력으로 편향된 구조를 개선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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