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만 원짜리 휴대폰과 357만 원짜리 차량용 블랙박스. 얼핏 극심한 인플레이션이 찾아온 미래의 이야기처럼 들릴 수도 있겠다. 하지만 놀랍게도 모두 21세기 대한민국에서 판매된 제품의 가격이다. 일부 판매자들이 정보의 차이를 이용하여 소비자를 기만하고, 말도 안 되는 바가지요금을 씌운 사건이다.
정보의 격차를 이용한 소비자 기만행위가 사회 문제로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블랙박스를 220만 원에 구입했다는 한 소비자의 피해 소식까지 전해지고 있다. 과연 어떻게 된 일인지,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에서는 소비자를 우롱한 블랙박스 사기 이야기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글 이충의 에디터
한 차주가 올린 게시글에
커뮤니티가 발칵 뒤집혔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한 게시글이 게시판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한 차주가 내비게이션 업데이트를 위해 근처 센터를 찾았다가 점원의 권유에 220만 원을 지불하고 블랙박스를 계약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게시글을 올린 차주는 본인이 사기를 당한 것인지조차 제대로 인지하고 있지 못했다.
차주는 블랙박스가 오래되어 사고 시 정확한 판별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점원의 말에 따라 새 제품을 구매했는데, 자신이 사기를 당한 것이냐며 게시판에 질문글을 올렸다. 피해 차주는 중고 차량을 구입한 지 채 일주일도 지나지 않았던 상태였으며, 차에 대해 잘 알지 못한 상태에서 센터를 찾았다가 피해를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블랙박스는 설치비 포함
10만 원에서 30만 원 사이에
구입할 수 있다
그렇다면 적절한 블랙박스의 가격은 어느 정도일까? 인터넷 최저가로 구입할 경우 8만 원 대에 구입할 수 있으며, 대리점을 통한다고 하더라도 10만 원에서 30만 원 전후로 구입할 수 있다. 선명한 화질이나 전, 후방 2채널을 지원하는 블랙박스라 하더라도 가격이 100만 원을 넘어갈 일은 거의 없다.
메모리 카드도 마찬가지이다. 용량이나 브랜드, 구매처에 따라 가격이 달라질 수는 있겠지만, 32기가 바이트 메모리 카드를 42만 9천 원으로 책정한 것은 말도 안 되는 바가지이다. 업체에서는 차주의 블랙박스를 36개월, 48개월마다 점검해 주는 조건으로 6년 계약을 진행하며 이런 가격을 청구했다고 한다.
“아직도 이런 일이 벌어지나?”
네티즌들은 자신의 일처럼 공분했다
해당 게시글을 접한 네티즌들은 강한 분노를 표출하며 업체를 밝혀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무조건 환불받아야 한다”, “아직도 저런 식으로 장사하는 데가 있었나?”, “내가 4년 전에 설치비 포함해서 14만 원에 샀는데 220만 원은 어느 나라 계산법이냐?” 등의 반응을 찾아볼 수 있었다.
네티즌들은 소비자를 기만한 업체의 행위에 대해 분개하는 한편, 말도 안 되는 가격에 블랙박스 요금을 결제한 차주의 안일함에 대해서도 지적을 이어갔다. “인터넷 검색을 하지도 않는 거냐?”, “사기 치는 사람도 문제지만 당하는 사람도 문제다”, “아직도 속는 사람이 있다니 답답하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작년, 블랙박스를 357만 원에 구입한
피해 사례가 전해지기도 했다
사람들이 이토록 블랙박스 바가지요금 사건에 분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작년에도 비슷한 사건 내용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당시 게시글 작성자는 자신의 어머니가 내비게이션을 업데이트하러 한 업체를 찾았다가 피해를 당했다고 전했다.
업체 관계자는 피해 차주의 어머니에게 6년간 블랙박스를 관리해 주는 조건으로 계약을 제안했으며, 이는 최근 피해 차주가 당했던 방법과 유사하다. 이러한 방식의 사기는 ‘블랙박스 회원제’로 불리며, 이후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알아차리고 계약 철회를 요청하더라도, 블랙박스 해체 비용과 제품 감가 명목으로 수십만 원단위의 피해 금액을 청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차주를 향한 지탄이 이어지자
결국 차주는 입장을 표명했다
한편, 제대로 가격을 알아보지 않고 섣불리 블랙박스를 결제한 차주의 행동에 대해 질책이 이어지자, 차주는 “제가 바보 같아서 죄송합니다”라며 입장을 전했다. 중고 차량을 구입한 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았고, 내비게이션 업데이트를 위해 센터를 찾았을 때 직원들이 친절하게 응대해 주었기 때문에 바가지라는 의심을 하지 못했다는 내용이었다.
또한, 해당 업체가 본사 직영점은 아니지만 전국에 지점이 있는 큰 업체였고, 차량에 설치된 내비게이션 업체에서 소개해준 곳이라 블랙박스의 가격이 비상식적으로 비싼 정도인 점에 대해서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다고 한다.
차주의 사과에 네티즌들은
위로의 말을 전했다
이에 네티즌들은 “너무 자책하진 말았으면 좋겠다”, “사기꾼들이 얼굴에 사기꾼이라고 붙이고 다니는 것도 아니니, 차주의 잘못이 아니다”, “여기서 차주의 잘못이 어디에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등 피해 차주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동시에 “아직까지 이런 일이 성행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 “차주가 사과할 일이 아닌데 왜 차주가 사과를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비양심 업체들을 강력하게 제제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등, 미비한 관리 체제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환불 조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작년과 비슷한 수순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과거 357만 원에 블랙박스를 구입했던 피해 차주는 커뮤니티를 통해 사건을 공론화시킨 덕분에 업체와 합의에 이를 수 있었다. 소식을 듣고 분개한 네티즌들이 매장에 직접 전화를 걸거나 업체 정보를 전하는 포털사이트에 관련 내용을 퍼트리는 등의 행동을 보였던 덕분이었다.
피해 차주는 앞서 거래했던 357만 원을 모두 환불받았으며, 매장 관계자 3명에게 고개 숙인 사과를 받았다고 한다. 때문에 이번 220만 원 블랙박스 피해 사건도 공론화가 원활히 진행된다면, 과거 357만 원 블랙박스 피해 사건처럼 원만히 합의에 이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비양심 업체를 관리하고
감독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번 사건이 잘 해결된다고 해서 블랙박스 바가지요금 문제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차량 운행에 있어 블랙박스 설치가 필수인 것처럼 여겨지는 세상이 되었음에도, 아직까지 블랙박스의 정가나 구매 방식을 잘 모르는 소비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블랙박스에 대한 지식이 없는 소비자들의 경우 높은 확률로 온라인 커뮤니티를 이용하는 방법도 모를 것이기에, 이번처럼 공론화를 통해 보상받는 일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이번 사건처럼 정보의 격차를 이용하여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태가 반복되지 않으려면, 이를 관리하고 감독할 수 있는 철저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할 것이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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