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부진을 이겨내지 못하고 결국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한 쌍용차의 마지막 희망은 전기차다. 지난해 4월 이미 특허 등록을 완료했으며, 7월엔 디자인 관련 출원도 이루어졌다. 당초 계획에 따르면 올해 초 출시될 예정이었지만, 모두가 알고 있는 쌍용차의 좋지 못한 현재 사정 때문에 이 차의 출시 계획은 계속해서 뒤로 밀려나고 있는 상황.
이를 바라보는 소비자들의 심리에도 변화가 생겼다.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그래 쌍용차가 전기차 시장은 빨리 선점해라”, “이번엔 잘 만들어서 성공해보자”라며 응원하던 네티즌들이 이제는 “너무 늦었다”, “안타깝지만 솔직히 저 차를 누가 살까”라는 반응들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는 쌍용차가 마지막으로 작정하고 만들었다는 전기차 이야기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글 박준영 에디터
2018 제네바 모터쇼에서
공개됐던 E-SIV EV 콘셉트카
쌍용 전기차의 예고편이었다
쌍용차가 준비 중인 전기차는 2018년 제네바 모터쇼를 통해 최초로 공개됐다. 당시 e-SIV라는 이름으로 공개됐던 콘셉트카는 전기자동차를 뜻하는 EV와 SUV가 합성된 뜻으로 가까운 미래에 구현될 전략 모델을 예고하는 것이었다.
쌍용차는 당시 “한국 최초의 본격 C 세그먼트 EV SUV 시대의 도래를 예고하는 자동차”라며 이차를 소개했다. 이후 이 자동차는 내연기관 버전의 코란도로 먼저 모습을 드러냈고, 이후 전기차 버전 테스트카가 도로 위에서 종종 포착되며 화제가 된 바 있다.
작년 7월 티저를 공개하며
코란도 E-모션이라는
이름까지 붙여
지난해 7월엔 코드네임 E100으로 불리던 코란도 전기차의 티저 이미지도 공개됐다. 당시 쌍용차는 올해 상반기 출시를 목표로 마지막 담금질에 한창이었으며, 코란도를 기반으로 만들었기에 패밀리카로 활용해도 손색이 없을 실내공간을 가진 실용성 있는 전기 SUV가 될 것임을 예고했다. 이름 역시 코란도 E-모션으로 상표출원을 했다.
전체적인 디자인은 내연기관 버전 코란도와 크게 다를 바 없지만, 전기차에만 존재하는 몇 가지 디테일들이 추가되는 수준에 그칠 전망이었다. 이후 위장막을 둘러쓴 코란도 전기차가 국내 도로 곳곳에서 포착되며 출시가 임박했음을 알려 주목받기도 했다.
티저 공개 이후
약 1년이 다 되어가는 현시점까지
출시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티저 공개 이후 어연 1년이 다 되어가는 현시점까지도 쌍용차는 코란도 E-모션의 출시 시기를 정확히 고지하지 못하고 있다. 다들 잘 알고 있듯이 현재 쌍용차의 회사 사정이 너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원래는 코란도 전기차가 더 일찍 출시됐어야 한다. 쌍용차가 2019년 온실가스 배출량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서 388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은 이력이 있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상황이 어려운 쌍용차에게 이런 과징금까지 부과되는 것은 너무나 가혹한 일일 것이다. 이를 피하려면 향후 3년간 발생하는 초과 달성분으로 미 달성분을 상환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쌍용차가 이런 목표를 달성하려면 전기차를 출시하는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여전히 출시 시기조차 제대로 정하고 있지 못하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올해 하반기 출시 예정
보조금은 제대로 받을 수 있나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흘러 올해 상반기도 거의 다 지나가는 시점에 코란도 E모션 출시와 관련된 소식이 들려왔다. 쌍용차 관계자에 의하면 “정확한 시기는 아직 정해진 바가 없지만 올해 하반기엔 가능한 출시하려고 노력 중”이라는 답변을 받았다.
그런데 쌍용차 입장에선 올해 하반기에 출시를 한다고 하더라도 또 다른 문제가 생겼다. 전기차 보조금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는 것이다. 현대기아차의 전기차 출시 공세와 더불어 테슬라 판매량이 눈에 띄게 다시 증가하고 있어 벌써 각 지자체 전기차 보조금은 소진 단계에 접어들었다. 코란도 E모션은 출시가 되더라도 보조금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것이다.
상품성에 발목을 잡는
주행 가능 거리 306km
거기에 상품성에 발목을 잡는 주행 가능 거리 역시 문제다. 최근 환경부 인증 수치가 확인됐는데, 쌍용 코란도 E모션의 인증 주행 가능 거리는 306km다. 전기 모터 최대출력은 190마력을 발휘하며 주행거리는 2WD 기준이다. 휠 타이어는 215/65R 17기준이며, 배터리 용량은 61.6kWh다.
아이오닉 5 주행거리가 500km가 안되는 이유로 구설수에 올랐던 것을 생각해 보면 코란도 전기차의 주행거리 306km는 많은 누리꾼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릴 수밖에 없는 수준이다. 거기에 4륜 구동이 아닌 2륜 구동 기준 주행거리라 더욱 아쉬운 수치다.
기업 회생절차에 돌입한 쌍용차
제대로 출시될 지도 불투명한 상황
쌍용차 회사 사정만 놓고 보면 더욱더 안타깝다. 현재 쌍용차는 기업 회생절차에 돌입한 상태로 그 어느 때보다도 어려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한때 쌍용차를 인수할 것으로 거론되던 몇몇 회사들은 어느새 소리 소문 없이 자취를 감췄고, 최근엔 쌍용차에 부품을 납품하는 업체들이 공급 중단을 선언하는 사태까지 벌어져 파국으로 치닫는 중이다.
거기에 글로벌 반도체 수급난으로 인해 정식 출시 이후에도 생산을 계획대로 진행할 수 있을지 역시 미지수라 그야말로 여러 가지 악재가 겹친 상황이다.
“이미 늦었다”
“응원은 하지만 글쎄”
네티즌들마저 등을 돌렸다
코란도 E모션을 바라보는 네티즌들의 반응은 어땠을까. 앞서 글의 서두에 언급했지만 지난해 티저가 공개될 때까지만 하더라도 네티즌들은 “쌍용차 파이팅”, “이번엔 진짜 잘해보자”, “그래 전기차 빨리 만들어서 많이 좀 팔아봐라”, “제대로 만들면 하나 살 생각 있다”라며 쌍용차를 응원했으나, 이제는 그런 반응들을 보기 어려워졌다.
네티즌들은 “이러다 회사 망하고 나면 그때 출시할 듯”, “3년 내내 개발만 하다가 끝난 차”, “솔직히 지금 누가 저걸 사냐”, “306km 면 가망 없다”, “쌍용차 안타깝지만 여기까지인 거 같다”, “이젠 응원할 힘도 없다”라는 반응들을 보였다.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하는 쌍용차
앞으로의 전망은?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나날을 보내고 있는 쌍용차는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하는 상황이다. 어떻게든 회사가 살아나려면 소비자들이 사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매력적인 자동차를 만들어 내야 한다. 그러나 쌍용의 행보를 보고 있자면, 과연 쌍용차가 정말 매력적인 차를 만들어 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간 많은 소비자들이 요구했던 지프 코란도나, 레트로 디자인을 재해석한 신차를 출시하지 않는 이상 분위기를 반전시킬만한 아이템이 떠오르지 않는다. 이런 상황이라면 앞으로도 라이벌 제조사라고 하기에도 너무 멀어진 현대기아차의 뒤를 쫓아가는 수준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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