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학창시절 지겹도록 수많은 문제를 풀어야만 했던 경험이 있다. 이 때문에 모든 교육과정이 끝난 뒤엔 몇십 년 동안 문제집 한번 들여다본 적 없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현대기아차의 신차를 구매하기 위해선 지난 학창시절에 문제를 풀기 위해 애썼던 것처럼 ‘옵션표’를 풀어야만 한다.
기아가 3년 만에 부분변경을 거친 플래그십 세단 K9의 사전계약을 시작했다. 그러나 역시 옵션질 장난질은 빠질리가 없었다. 최근 출시한 K8에 사륜구동 옵션을 추가할 수 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던 기아지만, 알고 보니 상위 트림만 넣을 수 있게 장난질을 해놓은 사례가 있었다. 그런데 이번엔 신형 K9에다간 AWD 옵션을 깡통모델 이외엔 무조건 선택할 수밖에 없도록 해놔 논란이다.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는 신형 K9도 피할수 없던 옵션 장난질에 대해 알아본다.
글 김민창 수습기자
5ℓ 가솔린 모델 제외
220~285만 원 더 비싸져
이번 부분변경을 거친 신형 K9의 시작 가격은 5,800만 원부터이다. 구형 K9 3.8 가솔린의 시작 가격이 5,580만 원인 것에 비해 약 220만 원 정도 인상된 가격이다. 여기에 신형 K9의 파워트레인에는 변화가 있었다.
기존 5.0ℓ 가솔린 모델들이 빠졌으며, 3.3 가솔린 터보는 그대로 장착되었지만, 상위 트림 모델을 기준으로 신형 K9 베스트 셀렉션2는 8,550만원으로 구형 K9 베스트셀렉션2보다 285만원 정도 가격이 인상돼 전체적으로 220~285만 원의 인상 폭을 보여 주었다.
기본 트림인 플래티넘 외 모든
트림에 AWD 옵션 넣어버린 기아
그런데 높아진 가격 말고도 소비자들의 원성을 산 부분이 더 있다. 바로 기아가 K9에 적용한 이상한 옵션구성이다. 기아는 신형 K9의 기본 모델인 3.8 가솔린 플래티넘, 3.3 가솔린 터보 플래티넘 외 모든 트림에 AWD 옵션을 기본 사양으로 포함시켜 버린 것이다.
이걸 보고 “대형 세단에 사륜구동 넣어준 게 뭐 어때서?”, “안 넣어줘도 난리, 넣어줘도 난리”라는 반응을 보이는 소비자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소비자의 옵션 선택 자유를 기아가 사전에 차단한 것뿐만 아니라, 필요하지도 않은 옵션으로 인해 안 그래도 올라간 차량 가격이 더 올라갔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5,800만 원 플래티넘 다음
6,480만 원 베스트셀렉션1
5,800만 원 3.8 가솔린 플래티넘 바로 위 트림은 6,480만 원인 베스트셀렉션 1로, 깡통모델 다음에 바로 천만 원 정도의 차이를 보이는 트림이 존재하는 것이다. 베스트 셀렉션1은 플래티넘의 기본사양에 모니터링 팩, 컴포트 팩, 19인치 휠&타이어, 헤드업 디스플레이 그리고 4륜 옵션이 추가된 트림이다.
이다음은 7,270만 원인 마스터즈 트림인데 마스터즈 트림에도 AWD 옵션은 기본 사양으로 장착되어 있다. 결국, AWD 옵션이 빠진 모델을 고르려면 제일 기본 깡통모델인 플래티넘을 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제일 비싼 K8 3.5 가솔린만
선택할 수 있던 사륜구동 옵션
기아는 이번 신형 K9에 보인 사륜구동 옵션 장난질을 최근 출시한 K8에도 비슷하게 보였었다. 현대기아차 준대형 세단 최초로 사륜구동 시스템을 탑재한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던 기아였지만, 정작 출시된 K8 옵션표에는 가장 높은 3.5 가솔린 모델에만 AWD 옵션을 추가시키고 나머지 2.5 가솔린, LPi, 하이브리드 모델에서는 선택할 수가 없는 옵션 구성을 보여 준 것이다.
사실 기아가 이번 깡통모델 외 모든 모델 AWD 옵션을 기본 사양으로 추가시킨 건 구형 K9 모델서부터 이어져 온 것이다. 하지만 구형에서도 굳이 AWD가 필요하지 않다는 소비자들의 원성을 샀는데 이번에도 똑같은 옵션 구성을 들고 오면서 같은 이유로 또 한 번 비난을 받는 것이다. 눈길, 빗길에서 주행 안정성 높아
국내도로 사정상 굳이 필요 없는 AWD
그렇다면 K9에 AWD는 무조건 필요 없는 옵션일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 구형 K9과 마찬가지로 이번 신형 K9은 기본적으로 후륜 구동 기반의 대형 세단이다. 그렇기에 눈길이나 비가 내리는 도로 상황에서는 후륜 기반의 차량보다 사륜구동 기반 차량의 주행 안전성이 뛰어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강원도나 눈길 주행이 많지 않은 차주한테는 굳이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또한, 옛날 후륜 구동 기반의 세단과 요즘 후륜 구동 기반의 세단은 많이 다르다는 실차주들의 의견이다. 무엇보다 대형 세단에 AWD 옵션이 필요 없다는 차주들의 의견은 앞 핸들 조향이 불필요하게 둔해지고, 차량 무게가 늘어 연비가 떨어지는 단점에 더불어 고장이 나면 수리비가 높아지게 된다는 것이다. “윈터타이어만 껴도 겨울에 문제없다.”
“돈 있고 연비 상관없다면 다는 게 좋다”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대형세단 AWD 옵션 필요성을 묻는 게시글에서 네티즌들의 반응은 “본인이 사는 지역의 환경을 고려하면 된다, 나라면 도심 살고 오프로드 안 다녀 굳이 안 넣을 거 같다”, “AWD 추가함으로써 생기는 단점 생각하면 안 한다”, “지금 후륜 K9 타는데 윈터타이어만 껴도 겨울에 문제없다”라며 굳이 AWD 옵션이 필요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무조건 다는 게 이득이다”, “커브에서 속도 좀 내면 다는 게 낫다”, “돈 있고 연비 상관없다면 다는 게 좋다”, “어떻게 따져도 없는 거보다는 훨 나은 게 요즘 사륜이다”라며 AWD 옵션을 추천하는 의견도 있었다. 4륜보다 후륜이 더 승차감이
좋다는 실차주들의 의견
벤츠 S클래스는 4륜보다 후륜이 더 승차감이 좋다는 실차주들의 의견이 지배적이다. 특히 이전 구형 S클래스 4륜 모델엔 구조적인 문제로 인해 매직 바디컨트롤 옵션이 빠지고, 후륜모델에만 옵션이 들어간 적이 있다.
하지만 그 당시 S클래스를 구매했던 대부분 소비자는 매직바디컨트롤이 탑재된 후륜 모델을 선택했다. 결국, 대형 세단을 타는 소비자들은 눈길, 빗길에서 오는 후륜의 불안함보다는 승차감을 더 많이 고려한다는 것이다. 눈길, 빗길 운전만을 위해
AWD 옵션을 선택하기엔 낭비
대한민국은 4계절이 뚜렷한 나라이기 때문에 2륜과 사륜을 고민하는 차주들은 ‘눈길 운전’을 가장 염두에 둔다. 하지만 바로 이 눈길 때문에 4륜을 사는 것은 낭비이다. 사실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빨리 제설작업이 이루어지는 나라 중 하나이기 때문에 겨울철엔 스노타이어만으로도 충분하다. 오히려 4륜을 믿고 겨울철 스노타이어를 장착하지 않는 것이 더 위험할 수도 있다.
결국, 기아는 이번에도 소비자들의 옵션 선택의 자유를 뺏으며 억지로 AWD 옵션을 K9에 추가한 모습이다. 물론 AWD 옵션을 선택하는 것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지만, AWD 옵션이 필요하지 않은 소비자도 분명 존재한다는 것이다. 소비자들이 수입차 말고 현대기아차를 사는 이유 중 하나는 옵션 선택을 내 입맛대로 고를 수 있었다는 장점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현대차그룹이 보이는 행보는 오히려 수입차가 선녀로 보이게 만들고 있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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