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철 변호사는 개인 유튜브 채널을 통해 블랙박스 영상의 제보를 받고, 다양한 사건사고를 살펴 운전자들에게 유사 피해 사례 발생 시의 대응 방안을 제시해 주곤 한다. 최근에 한 변호사의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한 피해 사례 제보가 네티즌들의 뜨거운 화두에 오르고 있다.
해당 영상은 게재된 지 불과 수 시간 만에 10만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그러나 해당 영상에 달린 “좋아요”는 1,500개인 반면 “싫어요”는 8천 개 가까이 달리며 이래적인 네티즌 반응을 이끌어냈다. 심지어 네티즌들은 해당 영상의 앞뒤 영상에까지 해당 영상에 대한 댓글을 남기는 일까지 일어났는데, 과연 무슨 사건이었기에 네티즌들이 이만큼 흥분하게 된 것인지 지금부터 살펴보도록 하자.
글 김성수 인턴
8차로 도로에 별안간 뛰어든
반려견을 치고 만 한 운전자
이번 논란을 불러일으킨 게시물은 “반려견은 그냥 개?”라는 제목의 한 동영상이었다. 현시점 해당 동영상은 조회수가 15만 회를 돌파했으며 1,500개의 “좋아요”가 달린 반면, “싫어요”는 무려 8,000개가 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한 변호사는 영상 게재 당시 상당한 논란이 발생할 가능성을 우려하여 댓글창을 막아두었다. 그러나 해당 영상을 시청한 네티즌들은 해당 영상의 앞뒤 영상에까지 찾아가 위 영상 내용에 대한 댓글들을 쏟아내기에 이르렀다. 과연 어떤 상황이 담겨있었던 것일까?
해당 동영상에 담겨있는 사건의 전말은 이러하다. 영상에는 사건 당시 상황을 보여주는 CCTV 영상을 확인할 수 있다. 배경은 왕복 8차로 도로이다. 도로의 왼편 인도에서 이번 사건의 중심이 되는 강아지와 견주가 등장한다.
강아지 중 한 마리가 목줄이 풀린 상태에서 갑자기 도로를 향해 뛰어든다. 강아지는 중앙선을 넘어 반대편 차로까지 달리기 시작한다. 이윽고 강아지는 반대편 2차로에서 달려오던 승용차의 측면에 충돌하였고, 곧이어 주인에게 되돌아온다.
순식간에 발생한 상황이지만, 이 사고로 인해 해당 강아지는 대퇴골이 탈골되는 큰 부상을 입었다. 치료비는 무려 90여만 원이 청구되었다. 사고 당시 운전자는 강아지가 충돌 후 곧바로 주인에게 되돌아가는 것을 보고 별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현장을 그대로 떠났다.
견주는 후에 운전자를 찾아내지만, 보험사 측에서는 치료비를 단 한 푼도 지급할 수 없다고 말한다. 이에 견주는 운전자를 고소하지만, 소송 결과 운전자는 과실이 없다고 판명되어 견주는 패소한다.
그러나 견주는 포기하지 않았다. 이후 견주는 한 변호사에게 당시 상황을 설명하며 항소가 가능할지에 대해 문의하였다. 한 변호사는 “항소는 가능하지만 패소 가능성이 농후하다”라는 답변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미련이 남을 것 같다면 변호사 선임 비용 30만 원을 물어줄 각오를 하고 시도해 보시라”는 말을 전했다.
한 변호사 역시 운전자에게 책임을 묻기 어려울 것이라 판단했지만 사랑하는 반려견의 안타까운 사고에 상심했을 제보자를 배려한 것으로 보였다. 이후 견주는 긴급조정절차에 돌입했고, 당시 견주가 조정위원에게 들은 발언이 결정적 항소 계기가 되었다고 말했다.
당시 조정위원은 “죽은 개 한 마리 때문에 뭐 하는 거냐”라고 말하며, “본인에게는 반려견이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그냥 개다”, “이 소송을 계속할 경우 상대방 변호사비 수백만 원을 물어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견주의 강아지는 죽진 않았지만, 큰 부상을 입은 상황이었다.
견주는 자신의 반려견이 물건 취급을 받는 것과 “변호사 비용 수백만 원을 물어줘야 한다”는 말에 자극을 받았다고 한다. 패소 시 물어야 할 변호사 선임 비용은 사실 30만 원 정도였고, 이를 알고 있던 견주에게 이 발언은 협박성으로 들렸기 때문이었다.
결국 견주는 판결에 항소하였고 2심 재판에 돌입하게 되었는데, 결과는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견주가 당시 운전자의 과실을 이끌어 냈던 것이었다. CCTV 화면을 토대로 당시 시야가 방해되지 않는 맑은 날이었으며 전방 주시를 확실히 했다면 회피할 수 있었을 거리를 근거로 들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치료비와 위자료 등 최종 결과는 소송비용 원고 90%, 피고 10%로 확정되었다. 재판이 종료된 후 견주는 한 변호사에게 “저 해냈습니다. 제가 이겼습니다”라며 소식을 전했다. 견주는 위 재판에 대해 “피고의 과실 유무에 대해 따져보고 싶은 소송이었다”, “피고의 과실이 1% 가 나오든, 10% 가 나오든, 어떻게 나오든 애초에 상관하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는 말을 전했다.
견주는 반려견을 대상으로 발생한 교통사고 사례에 좋은 선례를 남기고자 하는 의도가 있었다고 말했다. 후에 한 변호사는 영상을 통해 “원래 같았으면 운전자의 과실이 성립되지 않았어야 할 사건이지만, 피해자의 적극적 변호와 피고 측의 소극적인 대응이 영향을 주었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판결 결과와 견주의 발언에
네티즌들은 충격에 빠지고 말았다
그러나 위 내용들이 담긴 영상이 게재되자 네티즌들은 상당히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운전자가 당시 개를 인지하고 사건을 예방하는 것은 불가능했음에도 과실이 인정되었다는 것에 상당한 분노를 표했다. 영상의 곳곳에 남겨진 네티즌들의 반응은 다음과 같았다.
“판사가 미치지 않고서야 어떻게 일부 잘못이 있다고 판단하지?”, “판사가 개를 겁나 좋아하나 보네. 진짜 저게 말이 되는 판결인가?”, “차주분 이거 언론에 제보해서 공론화 시켜야 합니다”, “이건 차주가 보상받아야 하는 사건 아닌가?”, “차주가 개 피하려다 사고 났으면 견주한테도 책임 물렸을까?”, “이제 조만간 푸들 법도 나오겠다” 등 부정적인 반응들이 줄을 이었다.
차주를 소송한 견주를 향해서도 거센 비판이 이어졌다. “와 자기 개 관리 못해서 남 인생 피해 주는 거 너무 역겹다”, “본인이 잘못한 걸로 돈 뜯어내고 자랑스러워하는 게 너무 역겹다”, “진짜 저건 자기 죄책감 남한테 뒤집어 씌우려는 걸로 밖엔 안 보인다”, “이걸 차주한테 소송 건다고? 양심 어따 팔아먹음?”, “진짜 상식 이하의 사건이다” 등의 비판이 이어졌다.
해당 영상과 관련한 논란이 계속되자 한 변호사는 추가 영상을 게재하였다. 한 변호사는 “해당 영상이 반려견을 물건 취급하고 변호사비 배상 등의 협박성 발언이 있었던 사건임에 초점을 맞춘 영상”이라는 말을 하였다. 또 댓글창을 닫은 이유에 대해 “사건을 보고 도움을 드리고자 하는 의도에 반하는 댓글이 많이 달릴 것으로 예상되었다”는 말도 전했다. 그러나 네티즌들은 사건 자체에 초점을 맞추지 않을 수 없었고, 견주를 향한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운전자들 점점 옥죄는 제도들
판결마저 일관성을 보이지 않는다
이번 사건은 단순히 불리한 판결을 원고의 철저한 준비 하에 결과를 뒤집은 사례라고만 볼 수 없을 것 같다. 제아무리 피고가 물어주어야 할 금액이 많지 않다 하더라도, 과실이 0.1%라도 인정된 것은 생각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제아무리 피고 측의 안일한 대처가 있었다고 해도, 1심에서 과실이 전혀 인정되지 않았던 사건이 2심에서는 어떻게 인정될 수 있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최근에도 여러 융통성 없는 판결들로 네티즌들의 분노를 사는 사례가 많았지만, 재판이라는 것이 융통성을 요구하지 않는, 오로지 법에 준하여 냉철한 판결이 이루어져야 하는 행위이기에 어쩔 방안이 없다는 것도 대부분의 네티즌들은 인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판결 내용은 그동안 보여왔던 기존에 보아왔던 사례들과는 다르다. 사고 상황을 다시금 보더라도 과연 차주가 강아지를 인지할 수 있었을지, 인지했다 하더라도 대처할 수 있을지 의구심을 떨쳐버리기 힘들다. 그럼에도 과실이 인정되어버린 이 사건이 앞으로 도로교통 환경에 커다란 바람을 일으키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심정이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autopostmedia@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