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쫄딱 망할 거다” 우려 속에 천재 설계자가 만들어 낸 전설의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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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맥라렌 F1 개발자 & 테스트 드라이버들

    슈퍼카 브랜드를 논할 때 항상 후 순위로 분류되어 서러울 수도 있는 맥라렌 이야기다. 맥라렌이 로드카를 마음먹고 제대로 만들기 시작한 건 MP4-12C 때부터라고 할 수 있지만 훨씬 전인 90년대엔 전설적인 머신 맥라렌 F1이 존재했다.

    1993년 등장하여 세계에서 가장 빠른 로드카 타이틀을 획득하며 오랜 기간 이보다 빠른 차는 나타나지 못했다. 세기가 바뀌고 나서야 코닉세그 CCR이 등장하며 F1의 기록을 넘길 수 있었다. 맥라렌이 얼마나 대단한 차를 만들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엄청난 성능과는 달리 국내에선 마니아들에게 그렇게 주목을 받지 못하는 차량이기도 하다.

    아무래도 맥라렌 브랜드 자체가 항상 포람페로 이야기되는 포르쉐, 람보르기니, 페라리에 비해 로드카 네임밸류가 떨어지기 때문이 아닐까. 항상 성능으로는 정평이 나 있었지만 브랜드 네임밸류를 이야기할 땐 포람페에 끼지 못하는 안타깝기도 한 브랜드다. 물론 이는 국내에서의 이야기다.

    요즘은 맥라렌 인지도가 예전보다는 많이 좋아져 포람페가 이제는 맥람페가 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으니 나름 인지도가 많이 올라갔다고 할 수도 있겠다. 오늘은 맥라렌이 90년대에 얼마나 대단한 차를 만들었었는지 소개해 보려 한다. 주인공은 맥라렌 F1이다.

    박준영 기자


    Ultima Mk3 12번 키트로 제작된 Albert

    다소 엉뚱할 수도 있지만 실제 상황이었다. 맥라렌 디자이너이자 엔지니어였던 고든 머레이는 맥라렌 개발자들과 함께 공항에서 비행기를 기다리는 중에 “슈퍼카를 사러 왜 이탈리아까지 가야 하나, 우리가 직접 만들지 뭐”라고 말을 했고 그것이 바로 맥라렌 F1의 시작이었다.

    행동이 빨랐던 맥라렌 그룹은 곧바로 F1 개발에 착수하였으며 먼저 Noble Motorsport 사의 Ultima Mk3 키트 2 개를 구매했다. 맥라렌은 Ultima MK3의 뛰어난 엔지니어링에 매료되었었으며 맥라렌이 원했던 설계 가중치에 가장 잘 부합하는 훌륭한 키트였기 때문에 두 개를 구매하여 실험을 시작하였다.

    그렇게 Noble Motorsport를 통해 Ultima Mk3 12번, 13번 키트 두 개를 구매한 맥라렌은 Albert와 Edward 두 가지 프로토 타입을 만들어 낸다. Albert로 명명 한 섀시 번호 12는 BMW V12의 토크를 모방하기 위해 Chevrolet V8 엔진을 사용하여 새 기어 박스를 테스트하는 데 사용되었다. 또한 맥라렌 F1에서 특이하게 설계된 중앙 운전석 및 카본 브레이크와 같은 다양한 다른 기능을 테스트하는데도 사용되었다.

    Ultima Mk3 13번 키트로 제작된 Edward

    두 가지 맥라렌 프로토 타입은 한 잡지에서 몰래 사진을 유출하면서 그대로 폐기처분 되었다.

    두 번째 프로토 타입인 Edward라는 이름으로 명명된 섀시 번호 13은 배기 및 냉각 시스템과 같은 모든 보조 장치와 함께 BMW가 디자인 한 V12 엔진을 테스트하는 데 사용되었다. 기존 Albert와는 다르게 바디 디자인과 많은 부분들이 수정되었다. Albert와 Edward는 맥라렌 F1의 시작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F1의 개발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Albert와 Edward는 한 전문 자동차 잡지가 몰래 사진을 유출하게 되면서 그대로 폐기되는 쓸쓸한 결말을 맞이했다.


    최초의 로드 테스트카 XP1

    XP3 테스트카

    1992년 12월 23일엔 본격적인 실험 차량이 등장했다. XP1으로 명명된 프로토타입 차량은 양산형 모델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모습을 가지고 있었다. 양산형과는 다르게 버터플라이 도어 위쪽에 장착된 사이드미러와 범퍼 디자인은 XP1에서만 볼 수 있었던 요소다.

    1993년도엔 테스트 도중 차량이 전복되어 폭발하는 사고도 발생했었다. 하지만 테스트 드라이버는 무사히 탈출에 성공하여 인명피해는 없었고 당시 맥라렌 CEO 론 데니스는 XP1 잔해를 모두 모아 상자에 담아 묻어놓았다는 일화도 있다.

    고든 머레이와 맥라렌 F1

    지난번 소개한 페라리 F40에 엔초 페라리의 영혼이 담겨있다고 한다면 맥라렌 F1은 맥라렌의 수석 엔지니어이자 디자이너인 고든 머레이의 영혼이 담긴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는 최고의 로드고잉카 개발을 목표로 F1을 만들어 내었으며 그가 추구했던 경량화와 고성능을 모두 이루어 내었다.

    맥라렌 F1은 탄소 섬유 강화 폴리머 (CFRP) 모노코크 섀시 구조를 가진 최초의 로드카였으며 최종적으로 생산된 맥라렌 F1 표준 사양은 1,140kg이라는 가벼운 몸무게를 자랑했다. 독특한 버터플라이 도어 디자인은 토요타 세라에서 영감을 받았다.

    4번째 테스트카 XP4

    고든 머레이는 항상 모든 차량을 제작할 때 저중량 및 고출력을 추구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맥라렌 F1에는 탄소섬유, 금, 마그네슘, 티타늄 등등 첨단 기술과 고가의 재료를 아낌없이 사용했다. 차량 무게가 가벼울수록 운동성능 측면에서는 유리하다는 건 너무나 당연한 사실이었다.

    그리고 그는 젊었을 때부터 남들은 시도하지 않는 3인승 스포츠카를 만들고 싶어 했던 꿈이 있었다. 1988년 이탈리아 그랑프리에서 비행기를 기다리는 동안 3인승 스포츠카 스케치를 그려내어 제안하기도 했었던 그는 결국 F1을 만들어 내면서 그 꿈을 이루었다.

    4번째 테스트카 XP4 양산형에 가까운 모습이다

    최종적으로 완성된 맥라렌 F1은 공기역학에도 상당한 공을 들여 공기저항 계수가 0.32cd밖에 되지 않았으며 이는 현재 출시되는 슈퍼카들과 비교해도 뒤떨어지지 않는 수치다. 서스펜션 역시 슈퍼카지만 일상에서 탈 수 있는 편안한 승차감을 목표로 개발되었다.

    ‘성능을 놓치지 않아야 하지만 트랙 머신보다는 부드러워야 한다’라는 말로는 쉽지만 설계가 상당히 어려운 것을 극복해 낸 것이다. 개발자들의 두통이 느껴지는 순간이다. 또한 잘 달리는 만큼 잘 서야 하는 슈퍼카 F1은 이탈리아 브렘보 사에서 브레이크를 제공받아 전륜 332mm, 후륜 305mm 로터를 사용하였다.


    테스트 카로 썬 마지막이었던 XP5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차량 등극에 성공하였다. 영국 자동차 잡지인 Autocar는 1994년 5월 XP5 프로토타입 차량 최고 속도 측정을 활주로에서 진행하였다. 당시 기록한 최고 속도는 370km/h , 후일인 1998년 3월 31일 앤디 월러스는 XP5 프로토타입을 운전해 391km/h 달성에 성공하며 세계에서 가장 빠른 차량 등극에 성공하였다.

    이 기록이 대단한 이유는 오랜 기간 맥라렌 F1보다 빠른 차량이 나오지 못했다는 것이다. 자존심이 센 페라리는 F50으로 도전장을 내밀었으나 맥라렌 F1보다 빠르지 못했고 최고 속도가 아닌 랩타임이 더 빠르다는 것을 내세우며 랩타임 경쟁이라는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내기도 했었다. 맥라렌 F1의 최고 속도 기록은 코닉세그 CCR과 부가티 베이론이 등장하기 전까진 깨지지 않던 기록이었다. 21세기 차량들이 등장한 지금도 대단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재미있는 이야기다. 맥라렌 F1은 자사가 독점으로 개발한 것이 아닌 BMW 엔진을 사용하였다. 파가니 존다에 AMG 엔진이 사용된 것처럼 맥라렌은 BMW M 12기통 엔진을 사용한 것이다. 고든 머레이는 맥라렌 F1을 개발하면서 BMW에 접근하였고 엔진 전문가 폴 로쉬가 이끄는 BMW M에서 V12 6.0 리터 엔진을 설계하고 제작하여 공급해 주었다.

    이 엔진은 알루미늄 합금으로 블록 및 헤드를 제작하였고 건식 드라이섬프 타입 오일 윤활 시스템을 채택하였다. 최종적으로 양산차에 적용된 엔진은 627마력과 62.9kg.m 토크를 발휘하였고 맥라렌 F1이 세계에서 가장 빠른 자동차로 등극할 수 있었던 힘의 원동력이 되었다.


    맥라렌 F1에서 볼 수 있었던 또 하나의 특징은 바로 다른 슈퍼카들에선 볼 수 없는 특이한 3시트 구조였다. 운전자가 정중앙에 위치하며 양옆으로 한 명씩 더 앉을 수 있는 독특한 구조다. 이는 앞서 언급했듯이 고든 머레이가 젊은 시절부터 생각해온 이상적인 시트 구조였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운전자가 중앙에 위치하기 때문에 무게 중심이 좌우로 쏠리지 않으며 좌우 동일한 시야가 보장되어 효율성이 극대화된 이상적인 구조라고 했다. 하지만 후일에 제작된 맥라렌 차량들은 일반적인 시트 구조로 돌아선 것을 보면 결론적으로 딱히 효율적인 구조는 아니었던 거 같다.


    맥라렌 F1의 어마어마한 성능에 레이싱 팀들은 국제 시리즈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F1의 레이싱 버전을 만들도록 맥라렌을 설득했다. 하지만 고든 머레이는 처음에 F1을 레이싱카로 제작하는데 반대하였다. 그는 최고의 로드고잉카를 개발한 것이지 레이싱카를 개발한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었던 것이다.

    로드카로 개발된 맥라렌 F1을 레이싱카로 다시 제작하는 것은 원래의 제작 취지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그는 끝까지 반대했다. 하지만 결국 고든 머레이는 의견을 굽힐 수밖에 없었고 1995년부터 1997년까지 약 3년 동안 F1 GTR 레이싱카가 생산되었다.

    맥라렌 F1 롱 테일 버전

    정말 다행인 것은 F1 GTR이 각종 대회를 휩쓸고 다니면서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는 것이다. 1995년도 처음 제작된 F1 GTR은 1995년 르망 24시 레이스에서 1위, 3위, 4위, 5위, 13위를 싹쓸이하며 말도 안 되는 최고의 성과를 거두었다. 로드고잉카를 개조한 레이싱카가 맞춤형으로 제작된 프로토타입 스포츠카들을 눌러버린 것이다.

    1996년도엔 일본 JGTC (All-Japan Grand Touring Car Championship) 에서 레이스에서마저 우승을 차지했다. 이는 대회 최초 비 일본 차량의 우승이라 더욱더 의미가 컸다. 1997년도 제작된 레이싱카들은 차체를 확장하여 다운 포스를 더 늘린 롱테일 모델로 제작이 되었다. 로드카뿐만 아니라 레이싱카로도 최고의 성적을 내어준 맥라렌 F1이었다.


    맥라렌 세나와 P1, F1

    전설적인 로드카 맥라렌 F1은 후속 모델로 P1을 출시하였다. P1이 출시될 시점엔 페라리 라페라리와 포르쉐 918 스파이더가 하이브리드 하이퍼카 최강자 자리를 놓고 다투고 있었을 때라 P1의 등장에 3파전이 진행되었다.

    P1은 라페라리와 엎치락 뒷치락하며 인상적인 성능을 뽐내는데 성공하였고 최근엔 전설의 F1 드라이버 ‘아일톤 세나’의 이름을 딴 세나를 출시하였다. 맥라렌은 앞으로 출시할 로드카들을 코어(Core), 하이(High), 얼티밋(Ultimate)세가지 라인업으로 분류하여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앞으로도 어마어마한 성능을 자랑하는 하이퍼카가 언제든지 등장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글의 시작에서도 언급했듯이 맥라렌은 항상 세 브랜드의 네임밸류에 밀려 제3자로 취급받는 경우가 많다. 특히 국내에서도 맥라렌은 중고차 감가가 가장 심한 슈퍼카 브랜드로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맥라렌은 F1부터 시작해서 현재 생산하고 있는 로드카들까지, 만들어낸 결과물을 본다면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저력 있는 브랜드다.

    맥라렌, 그들은 한 가지에 집착하면 대단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무서운 기술자들이다. 일반인들에게 더 인지도가 높은 포르쉐, 람보르기니, 페라리는 90년대 맥라렌 F1의 벽을 넘을 수 없었다. 맥라렌이 슈퍼카 브랜드 사이에서 아직 인정받지 못하는 이유는 감성과 로드카 제작 역사가 짧은 것 두 가지로 해석된다. 세 브랜드는 이름만 들어도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브랜드라면 맥라렌은 그런 감성 부분에서 아직까진 어필이 부족하다고 할 수 있겠다.

    로드카를 만들어낸 역사도 아직은 짧기 때문에 맥라렌을 타보면 아직은 타 브랜드들과 비교해 보면 탑승자를 위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어마 무시한 성능은 이미 증명되었으니 앞으로 등장할 맥라렌 로드카들은 감성품질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여 더욱더 멋진 차량으로 만나볼 수 있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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