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은 모든 금속 제품의 적이다. 자동차 역시 많은 부분이 금속으로 이루어져 있는 만큼 녹이 발생하면 치명적인 문제가 발생한다. 특히 차체 프레임에 녹이 발생할 경우 그 영향은 상당한데, 심하면 차가 아예 주저앉아 버릴 수 있다.
자동차 업계에서도 차체나 부품 등에 녹이 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방청 처리를 하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 녹이 조금씩 발생하는 것은 금속 특성상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출고한 지 1년도 안된 차에서 녹이 발생하게 된다면 제작상에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에서는 지난해 9월 등록한 신형 카니발에서 녹이 심각하게 발생했다는 한 차주의 이야기에 대해 다뤄본다. 이 포스트는 지난 22일 인터뷰한 내용을 재구성한 것이다.
글 이진웅 에디터
2020년 9월 등록
지금까지 2만여 km 운행
제보자의 차량은 4세대 신형 카니발 디젤이고 2020년 9월 16일, 제보 당시 기준으로 2만 123km 정도 탔다고 한다. 지금 차에 운행하는 데는 지장이 없다고 하지만 등속 베어링, 너클, 허브 베어링 등 휠과 하체 부품 및 볼트와 너트까지 눈으로 봤을 때 ‘이거 좀 아닌데?’ 싶을 정도로 녹이 심하게 올라왔다고 한다.
또한 차가 오래되어서 발생하는 관통 부식이 아닌 금속 표면 전체가 빨갛게 된 표면 부식이라고 한다. 무엇보다 2012년 출고한 모닝에도 이렇게까지는 녹이 심하지 않았다고 한다. 하다못해 너클에 방청 처리된 검은색 부분도 녹이 조금씩 있는 것이 확인된다고 한다.
이러한 부식 문제는
제보자 뿐만 아닌
4세대 카니발 전체의 문제로 추정
제보자의 차량은 아예 다 뜯어서 이와 같은 녹을 확인한 상태고, 주차장에 있는 다른 카니발 차량도 혹시나 해서 하부를 슥 봤는데, 제보자의 차량과 동일한 부위에 부식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부식이 진행된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동호회에도 올리고 자동차 커뮤니티에도 올려 확인을 했는데, ‘자기 차도 똑같다’라고 댓글을 단 사람도 있었으며, 이미 이것을 확인하고 기아차 지정 정비소에 가서 컴플레인을 건 사람도 있다고 한다.
그런데 돌아오는 답변은 “이거 정상인데요”, “이거 이럴 리가 없는데?”, “정 불편하면 교체를 해드릴게요” 등 이런 식의 무책임한 답변을 받았다고 한다.
글쓴이는 녹이 슨 차를 출고한 것 같지 않은데, 녹이 올라오는 시간이 너무 짧다는 것이다. 동일한 부위에 녹이 올라온 것을 확인한 것으로 봐서 현재 4세대 카니발의 공통적인 문제로 추정된다고 한다.
방청 작업을
직접 진행한 글쓴이
제보자는 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직접 방청 작업을 진행했다. 녹을 환원하면서 표면에 얇은 피막으로 코팅을 해주는 러스트 트리트먼트를 도포했다고 한다. 기아 정비소에 방문해봐야 조치가 안될 것 같아 직접 조치를 취한 것으로 보인다.
제보한 시점 기준으로 작업한 지 1주일 정도밖에 되지 않아 이것이 해결책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으며,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 범위 내에서 최대한 부식을 막기 위해 시도하고 있다고 한다. 현재 붓 자국 그대로 녹이 환원되면서 까막이 도막이 코팅되는 것을 확인한 상태다. 그리고 “우선 시간을 두고 더 지켜봐야겠지만 일단은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효과는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기본적인 방청, QC에
실망한 제보자
제보자는 “이런 것은 기본적인 방청인데 너무 미흡하다. 10년은커녕 5년, 3년 보증기간을 지난 것도 아닌데, 이렇게까지 녹이 올라와 있는 것은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또한 “이 부품을 어디에선가 납품을 받아 조립을 했을 텐데 QC에 대한 품질 검수를 조금 더 잘해야 되지 않을까 싶다”, “누군가에게는 싼 차량이겠지만 누군가에게는 정발 비싼 차일 수도 있다. 자산으로서 10년 이상 탈 수도 있는데 이 부분은 정말 화가 난다”라고 말했다.
네티즌들은
“현대차가 현대차했다”
해당 인터뷰 내용을 본 네티즌들은 분노하고 있다. “현대차가 현대차했다”, “이번에도 현대차가…”, “10년 넘은 내 쉐보레도 아직 저렇게 부식이 안되는데…”, “원가절감을 저렇게 세심한 곳까지 했네”, 이젠 하다 하다 조립 마감을 소비자가 해야 되나?”등의 반응을 보여주고 있다.
그 외에도 “녹 한번 발생하면 속까지 썩는데 저 조치로는 해결이 안 될 거 같다”, “보이는데만 노력하고 안 보이는 데는 여전히 대충 한다”, “미국이라면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등의 반응도 있다.
말로만 외치는 품질 경영
실상은 아직 갈 길이 멀어…
정의선 회장은 취임 후 여러 차례 품질에 대해 강조한 바 있다. 올해 초에도 직접 임직원들에게 정주영 명예회장의 ‘품질은 곧 신용’이라는 말을 인용하면서 품질 관리에 주력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그리고 “품질 관련 루머나 오해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완벽한 품질 서비스와 제품을 제공하면 루머들은 줄어들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또한 “올바른 지적에 대해 겸허하게 받아들여 기대 이상의 결과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말하면서 각 사의 최고 CEO, 본부장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정의선 회장은 “정 회장은 “조직이 크고 인원이 많기 때문에 복잡한 문제들이 많다”라며 “기존 시스템에 잘못이 있다면 바로 고치고, 아니면 새로 만들어 신속하게 해결해야 한다”라며 품질에 대해 강조했다.
하지만 현재 현대차 실태를 보면 아직 갈 길은 멀어 보인다. 기본적인 QC 조차 제대로 안된 차들이 여전히 출고되는가 하면 전체가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문제가 발생해서 정비소를 찾아가면 ‘정상이다’, ‘고객 탓이다’ 등 무책임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정비소에서 조치 받는 것이 아닌 직접 방청 처리를 하는 부분에서 이미 제보자 입장에서 현대차에 대한 신뢰도가 사라졌다고 볼 수 있다. 한번 돌아선 소비자들의 마음은 쉽게 돌리기란 쉽지 않다. 새로운 시도보다는 기존에 발생한 문제점을 개선하는 데 집중하는 것이 먼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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