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가야지 수입차 구경할 수 있다”라는 말은 이제 옛말이 돼버렸다. 독 3사 벤츠, BMW, 아우디는 이제 국산차만큼이나 흔해졌고, BMW 3시리즈는 강남의 아반떼, 5시리즈는 강남의 쏘나타로 불리기 시작한 지도 제법 긴 시작이 흘렀기 때문이다. 그만큼이나 수입차의 보급이 빨라진 요즘 세상에 국내 자동차 커뮤니티에서 심상치 않은 차 한 대가 포착되었다.
그 차는 바로 부가티의 시론 이란 녀석이다. 베이론의 후속으로도 잘 알려진 이 녀석은, 19년도쯤에 국내에서 최초로 발견이 된다. 인터넷상으로는 이차가 국내 최초의 시론 1호 차로 알려져 있기도 한 상황, 그 이후로 부가티 코리아에서 한국판 에디션인 KOREA ONE OF ONE 에디션이 500대 한정으로, 한국 시장을 위한 원 오프 모델이 수입이 되고 있다.
글 권영범 수습 에디터
부가티의 역사를
잠시 알아보자
현행 부가티는 하이퍼카만 전문으로 생산을 하지만, 과거 최고급 세단까지 섭렵한 말 그대로 프리미엄 브랜드였다. 1909년 설립된 이후 세계 최고급 자동차들을 생산하던 회사였으며, 모든 차량은 손으로 제작되었다.
엔진을 제작할 때 별도의 밀봉이 필요 없을 정도로 각 부품이 완벽히 들어맞을 때까지 일일이 손으로 깎아 모양을 내는 등, 대량 생산은 기대할 수 없는 체제였다. 그러나 그만큼 차량 하나하나에 엄청난 심혈을 기울여 제작했다는 의미이므로, 특유의 뛰어난 마감과 내구성, 그리고 심미성으로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의 럭셔리카 회사 중 하나였다.
여기까지만 보면 럭셔리카만 만들던 회사인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럭셔리카 사업에만 집중한 것이 아니다. 레이싱 모델이나 스포츠카 제작에서도 명성을 높였고, 모터스포츠에도 많이 참가했으며 Type 35 단일 모델로만 7년간 2,000번 이상 우승하는 등, 전설 급의 실적을 거뒀다.
지금의 폭스바겐 산하 부가티가 그러하듯 세계 최고속의 자동차를 만드는 데도 힘을 썼다. 이 중 1939년 르망 24시에 출전해 우승한 적이 있었는데, 이때 드라이버 이름이 피에르 베이론(Pierre Veyron) 이었다. 당시 부가티의 위치는 현재 시각으로 보자면 페라리의 레이스 성능에 람보르기니의 디자인, 그리고 코닉세그의 속도에 롤스로이스의 품격까지 더한, 말 그대로 독보적인 위치였다.
집착에 가까웠던 고급화
그리고 불운의 시대 배경
부가티는 엄청난 품질과 성능, 그리고 명성에 걸맞게 가격도 굉장하게 비쌌으며, 전 세계의 왕족과 부유층이 주요 타깃이었다. 그러나 불행히도 시대를 잘못 골랐던 탓에 하필이면 제1차 세계 대전, 대공황, 제2차 세계 대전과 시대가 겹친 데다가, 설상가상으로 당시는 각국에서 군주제가 폐지되던 시기였기에 판매량은 처참히 곤두박질쳤다. 에토레 부가티의 장남이자 차기 사장 감이었던 장 부가티가 1939년에 자동차 시험 주행 도중 사고로 사망하고, 2차 세계대전의 여파로 공장이 파괴되면서 회사는 걷잡을 수없이 기울기 시작했다.
에토레 부가티가 1947년 65세의 나이로 사망하면서 리더를 잃은 회사는, 1952년 파리 모터쇼에 T57, 타입 101과 함께 마지막으로 모습을 비추고는 가동이 중단되었다. 그 후 크라이슬러의 엔지니어 버질 엑스너와 장의 동생 롤랑 부가티를 포함한 몇 명이 회사를 다시 살려보고자 했지만, 모두 수포로 돌아가 1963년 완전히 문을 닫았다. 당시에 불우한 악재와 철학을 넘어선 집착스럽기까지 한 독보적인 최고급의 열망은, 시장의 흐름을 제대로 파악하질 못한 까닭에 회사가 2번의 우여곡절을 겪었고, 결국 스페인의 방위산업체 겸 자동차 제조사로 알려진 스페인의 이스파노-수이자 그리고 폭스바겐에 팔렸던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현재 폭스바겐이 부가티의 주인이다.
시론은 그럼
어떤 차인가요
위에서 부가티의 역사를 짤막이 알아봤다. 시론은 부가티 베이론의 후속작이다. 맞다, 1939년 르망 24시 레이스에 참여했던 레이서의 이름을 따온 모델이다. 2005년에 출시된 베이론은 2015년도 450대 생산을 끝으로 2015년에 단종을 하였고, 당시에 1,001마력에 최고 속도 407km/h라는 엄청난 출력과 최고 속도를 자랑하며, 하이퍼카들 사이에서 엄청난 충격과 공포를 안겨줬다. 10년의 긴 시간 동안 베이론 이상의 하이퍼카들이 속속들이 등장하며 부가티는 새 모델 개발에 착수를 하게 되고, 2016년 공식적으로 시론을 론칭하게 된다. 시론은 W16 8.0L 쿼드 터보 엔진을 업그레이드해 4륜 구동과 함께 사용한다. 연료 분사 방식이 직분사로 바뀌었고, 터보 랙을 줄이기 위해 4개의 터보 차저 중 2개가 전자적으로 제어된다. 그 결과 1,500마력이라는 상식 밖의 출력을 내며 0-100km/h를 2.4초에, 0-200km/h를 6.1초에, 0-300km/h를 13.1초에, 0-400km/h를 32.6초 만에 기록한다.
차체는 탄소섬유지만, 중량은 베이론보다 증가한 1,996kg이다. 속도제한을 풀게 되면 450km/h까지 도달이 가능하지만 안전을 위해 420km/h로 최고 속도가 제한된다. 당시의 부가티의 회장 볼프강 뒤르하이머가 밝힌 바에 따르면 자체 개발 기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고 한다. 최고의 차인 베이론을 더 훌륭하게 다듬은 작품이라 하였다. 그의 말에 따른다면, 완전히 새로운 모델이라기보다는 베이론을 한번 다듬어 완성형 모델이란 뜻이 된다.
국내에 알려진
차만 3대
국내에서 국내에서 최초로 포착된 시론은 이미 19년 11월 경 보도해 드린 바 있다. 이 부가티 시론이 최초로 한국으로 들여온 차로 확인이 되었다. 이로부터 근 1년 뒤인 20년 7월에 부가티 코리아 딜러가 보배드림에 코리아 에디션 모델을 들여와 판매를 한 이력이 확인되었다.
여기에 피치스에서 전시된 적이 있는, 110ANS까지 합하면 총 3대의 시론이 대한민국 땅 위에 존재하게 되는 것. 피치스에서 전시되었던 110ANS는 한 유튜버를 통해 시승기 영상이 올라온 적도 있다.
차주들은 도대체 뭐 하는 사람들일까
네티즌들의 반응
네티즌들의 반응은 예상대로 부러움과 부정의 반응들이다. 일부 네티즌은 “합성이네.. 할 짓 없구나 ㅋㅋㅋㅋㅋㅋㅋ”라며 현실을 부정하는 모습을 보였으며, 대체적으로 “만약에 길에서 마주치면 절대 근처로 가면 안 됨” 혹은 “어떤 일을 하면 저런 차를 살 수 있을까” 등의 의문과 부러움의 반응을 보여주고 있다.
한편 “현타온다…”의 반응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일각에서 대한민국에 숨겨진 재벌들이 많으니 목격담이 많이 올라오는 거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폭스바겐의 흔적이 드문 남아있지만
부가티는 부가티다
하이퍼카 마니아들 특징을 보면 유난히 족보를 따지는 경향이 짙다. 회사의 오너에 따라서, 그리고 차에 달리는 파워 트레인이 독자적인 그들의 것이냐, 아니면 타사의 유닛을 받아들여 쓰냐에 따라 하이퍼카 마니아들은 열광 혹은 비난을 하기도 하는데, 사실 그럴 이유가 없다. 인수가 되었더라 하더라도 그들의 고유 정체성은 잃지 않는다. 당장에 폭스바겐 손아귀에 있는 람보르기니 만 봐도 그렇다. 그들의 품 안에 있어서 람보르기니의 평가가 절하되어 실직적인 성능이 못 봐줄 정도로 뒤떨어졌던 적이 있던가? 혹은 람보르기니의 전매특허인 앙칼진 감각의 자연흡기 엔진을 전부 다 갔다 버리고, 독일제의 투박한 터보 엔진으로 전부 다 갈아엎었던 적이 있던가?
시론의 스펙을 잠시 봐보면 언뜻 봐도 폭스바겐의 냄새가 짙게 나는 부분이 있다. 이는 기업의 오너가 폭스바겐이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다만, 그들이 말하는 독자적인 파워 트레인의 부재가 이들의 위상을 깎아내리는데 합리적인 이유가 되진 못한다고 생각한다. 어찌 되었던 그들은 하이퍼카의 덕목인 아찔하고 위험한 출력을 손에 쥐었고, 과거부터 이어온 엔지니어링의 노하우는 독일산 엔진 미션을 달았다 해서 부가티만의 정체성을 일그러 트리는 일은 아니란 것, 거기에 부가티의 전매특허인 호화롭다 못해 사치스러운 고급감 또한 그 누가 표방할 수 있겠는가라는 의견을 조심스레 내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