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출신의 자동차 디자이너이자, 현재 현대차그룹 디자인 고문을 맡고 있는 피터 슈라이너, 이 피터슈라이너가 디자인한 차 중 네티즌들에게 가장 멋있다는 평가를 받는 차가 무엇인지 알고 있는가? 피터슈라이너를 지금의 자리에 있게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출시 당시 디자인만으로 큰 파장을 일으킨 차, 바로 K5이다. 하지만 현재 대한민국에서 K5는 일명 ‘과학 5호기’로 불리고 있다. 이름만 들으면 뭔가 달나라로 날아갈 것 같은데, 실상은 양카의 대명사인 젠쿱마저 뛰어넘을 정도이다.
여기에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또 한번 이 K5가 왜 과학 5호기로 불리는 지 제대로 확인을 시켜주는 사건이 하나 발생했다.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에선 모든 K5를 타는 차주가 양아치는 아니지만, 양아치는 K5를 타더라”는 말이 팩트가 되버리는 한 K5 차주의 만행을 알아보았다.
글 김민창 에디터
‘로체’의 후속 모델로 지난
2010년에 1세대 모델이 공개
많은 독자들이 K5가 양아치들이 타는 차라는 이미지를 가진 건 알고 있을 것이다. 모든 K5를 타는 차주들이 양아치라는 소리는 아니지만, 대체 왜 K5는 양카 이미지를 가지게 된 걸까? 이를 설명하기 위해선 지난 2010년, K5의 탄생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K5는 기존 ‘로체’의 후속 모델로 지난 2010년에 1세대 모델이 공개되었다. 당시 K5 1세대 디자인을 계획한 건 2008년에 아우디와 폭스바겐을 거쳐 기아자동차로 영입된 피터 슈라이어였다. 피터 슈라이어가 만든 작품 중
최고의 디자인으로 꼽히는 K5
피터 슈라이어는 오자마자 기존에 다소 밋밋한 디자인을 갖고 있던 로체를 ‘로체 이노베이션’이라는 이름으로 페이스리프트하며 완벽하게 디자인을 가다듬었다. 이 로체 이노베이션에 최초로 적용된 디자인이 바로 오늘날 기아차의 가장 중요한 디자인 아이덴티티인 ‘호랑이코’이다.
페리 전 모델과 비교하면 상당한 디자인 차이를 보인다. 여기에 후속모델로 등장한 K5는 이러한 로체 이노베이션의 디자인 기조를 더욱 발전시켜 완벽한 모습으로 대중들 앞에 등장하게 된 것이다. 좀 논다는 형들의 귀에까지 들어간
K5 1세대 모델의 디자인 입소문
이렇게 출시된 K5 1세대는 국산차 디자인에 혁신을 불러일으켰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당시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 그런데, 이렇게 국산차답지 않은 디자인을 지녔다는 K5의 입소문은 전국 방방곡곡 양지를 거쳐 음지까지 퍼지며, 좀 논다는 형들의 귀에까지 들어가게 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양카가 되는 건 아니다. 양카가 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까다로운 테스트들을 통과해야만 한다.
양카가 되기 위한 가혹한
조건을 모두 통과한 K5
첫 번째, 디자인이 멋있는가? 두 번째, 가격 대비 운전 재미가 높은가?, 세 번째, 내구성이 뛰어난가?, 제일 중요한 마지막 네 번째, 튜닝빨을 잘 받는가? 이런 가혹한 네 가지 조건들을 충족해야만 비로소 양카의 전당에 오를 수 있게 된다. 하지만, 1세대 K5에 이 조건들은 누워서 떡 먹기, 아니 누워서 숨쉬기 수준이었다.
지금 봐도 굉장히 스포티하며 잘 빠진 디자인, 여기에 4도어 중형 세단으로서 실용성은 물론, 1,975만 원부터 시작하는 상당히 착한 가격, 마지막으로 어마무시한 튜닝 범용성까지 갖춘 K5는 그야말로 양카로서의 자질이 타고난 차량이었기에 많은 노는 형들의 사랑을 받게 되며 이후 각종 논란에 휩싸이게 된 것이다.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역주행
주정차를 시전하고 있던 K5
그럼 양카란 이미지는 1세대 모델에만 국한되는 것이냐? 축구계엔 이런 말이 있다. ‘폼은 일시적이지만, 클래스는 영원하다’ 1세대의 양카 이미지는 2세대를 거쳐 이번 3세대에서도 그 영원한 클래스가 또 증명됐다고 한다.
최근 보배드림에는 ‘욕을 배터지게 먹었습니다’란 게시글이 올라왔다. 글을 쓴 작성자는 여느때와 같이 아침에 자녀들을 등교시키기 위해 도로 위를 달리고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내 오늘의 주인공인 K5를 마주하게 된다. 말 그대로 정말 마주하게 된 것이다. 한 차선 안에서 말이다.
여기에 정차하면 안된다는 말에
돌아온 답변은 “이거 주차한 건데?”
자신을 수줍게 바라보고 있는 K5를 향해 작성자는 클락션을 울렸지만, K5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어 교차로의 신호가 바뀌자 작성자는 차 안에 아무도 없는 것으로 생각해 K5를 피해 우회전을 했지만, 자신을 바라보며 수줍어하던 K5가 눈에 밟혀 차를 잠시 안전한 곳에 주차하고 다시 그곳으로 걸어갔다. 그런데 다시 간 K5 안에는 버젓이 사람이 앉아있었던 것이다.
작성자는 K5 차주의 생김새 이렇게 묘사했다. “젊고 X같이 생긴 사람이었다”. 작성자는 차주의 생김새를 파악하고는 창문을 두드렸고, K5 창문은 살포시 내려갔다고 한다. 작성자는 K5 차주에게 “여기에 정차해놓으시면 안 돼요”라고 누구보다 친절하게 얘기했지만, 돌아온 차주의 답변은 반말로 “이거 주차한 건데?”
다른사람들을 그냥 지나가는데
왜 난리냐며 욕을 하는 K5 차주
하지만 지성이 넘치는 작성자는 다시 한번 화를 다스리며 “여기에 주차한 거라고요?”라며 재차 물었다. 하지만, 이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K5 차주는 이번엔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었다. 차에서 내린 K5 차주는 갑자기 욕을 하면서 “왜 다른 사람들은 그냥 지나가는데 개X랄 하고 있냐”라며 욕이란 욕을 다 먹어야만 했던 작성자였다.
욕이란 욕을 다 듣고도 화가 안 날 대한민국 남자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유치원에 등원시킬 아이들이 차 안에 있었기에 작성자는 참고 경찰에 신고만 했다고 합니다. 대한민국에서 한 집안의 가장이 괜한 사건에 휘말렸다간 잃을 게 많으니 말이다. 작성자는 경찰에게 출근 시간이라 10분 이상 소요될 것 같다는 문자를 받았지만, 이 정도면 제정신이 아니라 판단한 작성자는 “도망가지도 않겠구나”라는 생각에 잠시 자리를 떴다고 한다.
당시 K5에는 렌트카임을
알리는 하,허,호 번호판이 부착
하지만 작성자는 K5 차주를 너무 얕본 것이다. 작성자가 잠시 자리를 뜨자마자 K5 차주는 쏜살같이 도망을 갔다고 한다. 드라마처럼 역시나 그렇듯 경찰은 항상 뒤늦게 도착하는 법이다. K5가 도망간 지 한참이 지난 뒤에야 연락한 경찰은 “이미 현장에서 도망을 갔으면 방법이 없고, 다음에도 또 같은 일이 생기면 국민신문고 앱에 2분 간격으로 사진을 찍어 신고를 해주면 감사하다”는 말뿐이었다고 전했다.
여기에 작성자는 당시 K5의 번호판에는 렌터카 넘버가 박혀있었다고 전하며, ‘흰색 K5에 하,허,호 번호판은 진리’라는 과학을 입증하기도 했다. 이게 그 말로만 듣던 전설의 공도 위 슈퍼카 허이파이브 였을까? 사건을 확인한 네티즌들 역시 “어린이 보호구역 역방향 주정차, 느낌만 봐도 정상은 아님 건들지 마세요. 신고만 하세요”, “역시 구형이든 신형이든 과학을 벗어날 수가 없구만, 진짜 케파 미스테리한 차야”라며 과학 5호기의 명성은 계속된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같이 무개념 차주들을 처벌할
대한민국의 법이 약하다는 것을 증명
K5가 분명 좋은 차라는 건 확실하다. 하지만 몇몇 무개념 차주들로 인해, 현재는 K5를 타는 수많은 멀쩡한 차주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또, 이 양카라는 이미지 때문에 K5 구매를 고민하는 분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출시된 지 10년이 넘었는데도 이런 이미지가 지속된다는 건, 이같이 무개념 차주들을 처벌할 대한민국의 법이 약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기도 하다.
차는 잘못이 없다. 사람이 잘못이다. 10년간 양카라는 이미지를 지녀온 K5, 차를 바꾸는 것이 아닌 사람을 바꿀 법의 강화가 시급해 보인다. 독자 여러분에게 K5는 어떤 이미지인가?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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