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자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돈이 있다고 무조건 행복해지지는 않지만, 돈이 없으면 필시 불행해진다”. 자동차 시장에서도 마찬가지인 걸까? 매년 임금협상 시즌이 다가오면 연례행사처럼 노조의 파업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단순히 보면 임금협상 시즌이 됐으니, 어떻게든 임금 올려야 한다고 투쟁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를 지켜보는 네티즌의 반응도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물론 결과적으로 임금을 올리기 위해 벌이는 파업이 맞긴 하지만, 그 이유는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다고 한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오늘 오토포스트 비하인드 뉴스는 현대차 노조 파업 이야기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글 정지현 에디터
현대차와 노조
일촉즉발의 상황
현대차 노조는 지난 2년간 무분규로 임단협을 타결했다. 2019년에는 일본 수출 규제 여파, 2020년에는 코로나 사태를 고려해 파업 없이 협상을 마무리한 것이다. 그러나 올해 노조는 “회사의 실적이 회복된 만큼 최대한 많은 요구 사항을 관철하겠다”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MZ세대 사무 및 연구직들도 노조의 강경 대응에 일부 동조하고 있다. 최근 생산직 중심 노조에 반발해 사무 및 연구직 노조를 출범시켰지만, 법적으로 교섭 분리가 어려워 기존 노조에 기대게 된 것으로 생각된다.
회사안을 거부
노조 약 74%가 파업 찬성
회사는 노조에 기본급 5만 원 인상과 성과급 및 격려금 등 약 1,100만 원을 제안했으나 노조는 기본급 9만 9,000원 인상, 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지급, 최대 만 64세로 정년 연장 등을 요구하며 회사안을 거부했다.
한편 현대차 노조는 최근 4만 8,599명을 상대로 파업 찬반 투표를 벌인 바 있으며, 이에 무려 73.8% 찬성으로 파업안이 통과됐다. 또한, 노조는 앞서 지난달 30일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 조정을 신청했다. 중노위가 노사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조정 중지 결정을 내리면, 노조는 언제든 파업할 수 있다.
“성과급이 현저히 줄었다”
혹시 다른 이유도…?
현대차의 한 직원은 “2014년 전성기엔 2,000만 원의 성과급을 받았지만, 작년엔 600만~700만 원 수준으로 줄었다”라며 “인재 유출도 심각하다”라고 말했다. 반면 회사 측은 올해도 반도체 부족 사태와 원자잿값 상승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데다 미래차에 대규모 투자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렇듯 좁혀지지 않는 입장 차이로 노조와 제조사 모두 난항을 겪는 상황이다. 파업에 따른 피해는 소비자에게 고스란히 전해질 예정이기에 소비자의 근심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런데 일각에선 노조의 파업에 임금 외의, 조금 결이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는 상황이다. 이게 무슨 말일까?
“국내 공장도 생각해 주세요”
미국 투자에 반발한 노조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은 ‘2021년 임금·단체협상’ 첫 상견례를 앞둔 지난 5월 25일, 그룹이 앞서 발표한 74억 달러, 즉 한화로 8조 4,000억 원 규모의 미국 투자에 반발하며 “국내 공장 투자 확약 없는 일방적인 해외투자는 노사 갈등만 야기할 뿐이다”라며 지적한 바 있다.
미국 내 전기차 생산과 설비 확충이 핵심 투자 분야로 거론되자 “미래 신사업 국내 공장 우선 투자를 기반으로 한 미래 특별협약을 체결하고 난 이후에 해외 공장 문제를 거론하는 것이 순서”라면서 제조사 측을 압박한 것이다.
전기차 시대가 도래하자
노조는 불안해졌다
노조가 즉각 반발했던 것은 전기차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산업 재편에 의한 일자리 감소 우려가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전기차의 경우 부품의 수가 내연기관차보다 30% 이상 적게 들어가기 때문에 전기차 생산 비중이 늘어날수록 그만큼 일감이 줄어 고용 감소가 불가피하다.
실제로 현대차 노조가 2019년 내놓은 ‘미래형 자동차 발전 동향과 노조의 대응’ 보고서에 따르면 신차 생산물량 중 전기차 비중이 2025년 15%, 2030년 25%로 늘어나면 현대차에서만 각각 2025년에는 최대 1,629명, 2030년에는 2,837명의 인력이 줄어들 전망이다. 실제로 산업연구원도 내년 국내 전기차 생산 비중이 10.5% 증가할 경우 약 4,718명가량의 일자리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정년 연장도 같은 맥락
“울산 경제도 살려야 한다”
노조가 국민연금과 연계한 정년 연장을 핵심 요구안으로 제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실제로 노조 측은 “해마다 2,000명이 넘는 조합원이 퇴직하지만, 신규인원 충원을 이행하지 않는다. 청년 일자리 문제를 핑계로 정년 연장을 거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의견을 밝히며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한편, 노조는 “침체된 울산 경제를 살리기 위해선 4차 산업 신사업 투자로 돌파해야 하고, 현대차가 발표한 ‘2025 전략’ 속에 60조 1,000억 원 재원을 울산에 투자해야 현대차의 경쟁력도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노조도 알고 있는 겁니다”
하지만 이렇게 가다가는…
이러한 상황에 대해 뭇 전문가는 “전기차엔 내연기관차보다 부품이 훨씬 적게 들어가서 오히려 공장 직원 수를 줄여야 하는 상황이고 이를 알기 때문에 노조도 무리한 요구를 던지면서 극단적으로 나오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을 더했다.
더불어 “아직 파업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라며 “전기차 시대에 전 세계적으로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는 가운데 또다시 악습을 반복하려 하고 있다. 파업이 진행되면 당장 올해 하반기부터 실적이 고꾸라질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하지만 네티즌은 이러한 노조의 움직임에 대해 못마땅한 눈치를 보이는 상황이다. 실제로 다수의 네티즌이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 “진짜 해도 해도 너무한다”, “제발 좀 그만해라”, “파업이 무기냐”, “슈퍼 을이 이런 건가 싶다” 등 노조에 대한 비판을 이어나가고 있다. “그만큼 받았으면 됐지. 그 자리에서 일하고 싶은 젊은이들 많다”라는 반응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마지막 반응 같은 경우는, 현대자동차 생산직의 높은 연봉에 근거를 둔다.
가장 최근의 현대자동차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차 생산직은 평균의 오류가 있을 수는 있지만 전체적으로 7,000만 원에서 8,900만 원 정도의 평균 연봉을 받고 있다. 하지만 노조원들의 의견에 따르면, 위의 연봉은 고정급이 아니며, 특근, 잔업, 성과급을 모두 포함한 수치다. 게다가 연평균 2,100시간 이상을 일하고 있으며, 경기가 나빠지면 성과급이 줄어드는 것도 일상다반사라고 한다. 독자의 의견은 어떤가? 노조가 과연 욕심을 부리는 것일까, 혹은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것일까?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autopostmedia@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