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차와 수입차의 수리비 차이는 상당히 큰 편이다. 동일한 부위의 파손이 발생했을 때, 국산차라면 50만 원 정도면 수리가 가능할 때, 수입차의 경우 수백만 원이 들며, 슈퍼카나 럭셔리카로 가게 되면 수천만 원이 되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 보니 이런 문제도 발생하는데, 국산차는 납부한 보험료의 78.4%를 보험금으로 받은 반면, 수입차는 납부한 보험료의 2배가 넘는 금액을 보험금으로 지급받는다고 한다. 또한 국산차와 수입차가 부딪히는 사고가 발생했을 때, 수입차의 높은 수리비로 인해 되려 국산차 차주의 보험료가 인상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글 이진웅 에디터
국산차와 수입차의 사고 발생 시
국산차 과실이 더 적어도
보험료 할증으로 이어진다
국산차와 수입차가 서로 부딪혀 사고가 발생할 경우 수입차의 높은 수리비 때문에 국산차의 과실이 더 적게 나와도 추후 국산차 차주의 보험료가 인상되는 문제점이 있다. 한 예시를 살펴보면 2018년 3월 서해안고속도로의 한 휴게소에서 주차된 차를 빼던 고가의 수입차는 직진 중이던 국산차와 접촉 사고가 발생했다.
이때 고가 수입차의 과실 70%, 국산차의 과실 30%였다. 하지만 고가 수입차의 손해액이 8,847만 원이 나오는 바람에 과실이 적은 국산차는 과실 30%라도 2,654만 원을 책임져야 했다. 반면 국산차의 손해액은 148만 원으로, 고가 수입차는 과실 70%라도 103만 원만 책임지면 됐다. 국산차 차주는 물론 보험 처리를 하겠지만 문제는 상대 차량에 지급된 보험금을 기준으로 전체 대물배상 보험료가 산정되기 때문에 향후 국산차 차주는 보험료가 더 크게 할증된다. 즉 실질적인 손해는 국산차 차주가 더 큰 셈이다.
감사원 분석 결과
가액이 3.8배 차이 나는 차도
대물배상 보험료 차이는 7%에 불과
감사원은 27일 위 사례처럼 자동차 사고가 났을 때 수입차 등 고가 차량의 비싼 수리 비용이 일반 차량의 보험료를 인상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는데도, 대물배상 보험료 산정에 이런 사정이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자동차 보험료가 합리적으로 산정·부과되고 있는지 자동차 의무보험 가입 및 무보험 자동차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국토교통부와 금융감독원 등의 관리 감독 업무를 감사하는 과정에서 밝혀졌다.
이날 공개된 ‘자동차보험 및 손해배상 제도 운영 실태’ 감사보고서를 보면 2019년 기준 수입차의 사고 건당 수리비는 289만 원으로, 국산차 114만 원의 2.5배였다. 반면 국산 대형 차의 수리비는 소형차의 1.26배, 수입 대형차는 소형차의 1.35배로 확인됐다.
즉 차량의 크기보다는 수입 여부가 자동차보험 수리비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현재 자동차보험은 국산차와 수입차의 구분 없이 소형·중형·대형 등 차량의 크기에 따라 보험료를 부과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예로 한 국산차와 수입차의 경우 차 값은 3.8배 차이가 나는데 보험료 차이는 7%에 불과하며, 세부적으로는 국산 중형차의 평균 보험료가 23만 8838원으로, 수입 중형차 21만 9639원이나 국산 대형차 22만 9595원보다 높은 실정이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5년 뒤 수입차 점유율이 현재보다 5.5% 포인트 증가할 경우, 일반 차량의 보험료가 약 9%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감사원은 또 이런 불합리한 보험료 산정 탓에 현행 체계에서는 수입차 등 고가 차량의 경우 납부한 보험료의 2배가 넘는 보험금 혜택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개인 승용차의 경우, 2019년 수입차는 4653억 원을 보험료로 내고, 보험료의 241%에 달하는 1조 1253억 원을 보험금으로 지급받는 반면, 국산차는 2조 8675억 원을 내고 보험료의 78.4%에 해당하는 2조 2491억 원만 보험금으로 받았다.
보험료를 직접 조회해보니
국산차와 수입차 대물 보험료
차이가 적거나 심지어 국산차가 비싸다
그렇다면 감사원 말대로 정말 국산차의 대물배상 보험료가 수입차의 대물배상 보험보다 더 비싸게 책정되는지 에디터 본인이 직접 조회를 해 보았다. 국산차는 제네시스 G80 2.5 가솔린으로, 수입차는 BMW 520i 럭셔리 라인으로 선택하고 나머지 조건은 모두 동일하게 맞췄다.
그 결과 G80의 대인배상 1은 13만 6,100원, 대인배상 2는 25만 4,210원, 대물배상은 37만 3,960원이 나온 반면 5시리즈의 대인배상 1은 12만 7,140원, 대인배상 2는 24만 1,480원, 대물배상은 35만 6,670원이 나왔다. 즉 동급 모델 기준으로 할 시 대물배상뿐만 아니라 대인배상까지 국산차인 G80이 소폭이지만 높게 나오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그렇다면 G80이 아닌 쏘나타로 계산해도 동일한 결과가 나올까? 에디터 본인 기준 쏘나타 2.0 보험료를 조회해보니 대인배상 1은 10만 4,950원, 대인배상 2은 20만 7,360원, 대물배상은 31만 4,700원으로 5시리즈보다는 적게 나오지만 큰 차이는 없는 편이다.
즉 감사원 말대로 대물배상 보험료 산정에 수입 차량의 비싼 수리 비용이 반영되어 있지 않은 상태다. 5시리즈보다 G80이 더 많이 나오고, 5시리즈와 쏘나타 차이는 불과 4만 원 수준이다. 대신 자차보험은 수입 차인 5시리즈가 압도적으로 비싸다. 쏘나타의 4배, G80의 2배 높게 책정되어 있다.
국산차는 보험료의 78.4%
수입차는 보험료의 241%를
보험금으로 지급받았다
감사원은 또 이런 불합리한 보험료 산정 탓에 현행 체계에서는 수입차 등 고가 차량의 경우 납부한 보험료의 2배가 넘는 보험금 혜택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개인 승용차의 경우, 2019년 수입차는 4653억 원을 보험료로 내고, 보험료의 241%에 달하는 1조 1253억 원을 보험금으로 지급받는 반면, 국산차는 2조 8675억 원을 내고 보험료의 78.4%에 해당하는 2조 2491억 원만 보험금으로 받았다.
불합리한 보험 체계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은?
현재의 불합리한 보험 체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고가 수입차에 대한 대물보험료를 지금보다 높이는 방법이 있지만 수입차 차주들 대부분이 국산차보다 몇 배 비싼 자차보험을 가입하고 있다 보니 대물보험까지 높여 버리면 수입차 차주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그렇다면 반대로 국산차 대물보험료를 내리는 방법이 있다. 이렇게 되면 수입차 차주들은 기존처럼 보험료 내면 되고, 국산차 차주들은 보험료가 할인되는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보험료 할증 때 과실 비율을 반영하는 방법도 있다. 국산차의 과실이 적은데, 수입차에 높은 보험료를 지급했다는 이유로 보험료 할증이 크게 이뤄지면 국산차 차주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밖에 없다. 위에서는 국산차 30% 예시를 들었지만 실제로는 국산차 과실 10%만 잡혀도 국산차 쪽의 보험사가 수입차 차주에게 보험료를 더 많이 지급해 줘야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하지만 이렇게 될 경우 수입차 측에 높은 보험료를 지급해 줘야 하는 보험사 입장에서는 손해를 보게 된다. 국산차와 수입차가 동일한 보험사라면 수입차 차주에게 높은 보험금을 지급하는 대신 수입차 차주의 보험료를 대폭 할증해 손해를 채우면 되지만 다른 보험사라면 그것이 불가능하다. 이 부분을 개선해 보험 체계에 반영한다면 소비자들의 환영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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