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 제작에만 수억 각오하세요” 15억 경매로 뜬 역대급 슈퍼카 정체 공개되자 네티즌들 난리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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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고에 보관된 베이론 / 중앙일보

국내에 이런 차가 있었나 싶은 차들이 최근 경매에 떴다. 놀랍게도 국내 경매 사이트다. 경매에 뜬 차로는 부가티 베이론과 코닉세그 CCR 2대 총 3대다. 모두 신차 기준으로 한대에 수십억에 달하는 가격을 자랑하며, 지금도 전 세계적으로 가치가 높은 차들로 평가받는 차들이다.

경매에 나오는 차들은 대체로 사연이 좋지 않은데, 채권자가 압류한 채무자의 차를 현금화해 상환하기 위해 경매로 나오는 것이다. 한대에 수십억에 달하는 하이퍼카들이 어쩌다가 경매에 나온 것일까?

글 이진웅 에디터

저축은행 영업정지 사태 / 오마이뉴스

10년 전 금융계를 떠들썩하게 한
저축은행 영업 정지 사건
이 하이퍼카들의 사연은 알기 위해서는 먼저 10년 전 있었던 저축은행 영업 정지 사건을 먼저 짚고 가야 한다. 10년 전 저축은행 영업정지 사건은 당시 금융계를 떠들썩하게 할 정도로 파장이 컸다.

2011년 2월에만 7개에 달하는 저축은행이 집단으로 영업 정지 명령을 받았으며, 이후 대대적인 금융당국의 조사 끝에 8개의 부실 저축은행을 추가로 영업 정지 명령을 내렸다.

저축은행 영업정지 사태 / 연합뉴스

대주주가 차명으로 설립한 특수 목적법인에 막대한 자금을 불법으로 대출을 제공하고, 이로 인해 부실채권을 저축은행이 떠안게 되었다. 게다가 부채가 자산을 초과하고 예금주들은 은행을 믿지 못해 대규모 인출을 감행해 유동성이 부족해졌다.

한국금융연구원이 펴낸 상호저축은행 백서를 살펴보면 저축은행 업계 부동산 PF 대출 가운데 부실 우려 대출 비중은 2008년 12.4%에서 2011년 47.8%로 4배 가까이 늘었다. PF 여신 연체율 역시 10%대를 유지하고 있다가 2010년 25%로 증가했다.

저축은행 영업정지 사태 / 연합뉴스

금융당국의 조사 결과 일부 저축은행에서는 대주주들의 비자금 조성 등 각종 비리가 나왔으며, 특히 영업정지를 피하려고 정, 관계 인사들에게 로비를 했다는 의혹이 속속 제기되었다.

이로 인해 저축은행에 돈을 맡긴 다수의 예금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었는데, 일부 고위층 고객들은 영업정지 전에 예금을 사전 인출한 정황까지 드러나 국민적 공분이 일기도 했다. 서민들의 금융 문턱을 낮추겠다는 취지로 출발한 저축은행이 일부 경영진의 부실 운영과 불법행위 탓에 오히려 서민들이 큰 상처를 입었다.

도민저축은행 창고에서 발견된 외제차들 / KBS

도민저축은행 창고에서 나온
3대의 하이퍼카
10년 전 부실 영업으로 영업 정지를 받은 저축은행 중 강원도 춘천을 중심으로 영업을 해온 도민저축은행이 있었는데, 이 하이퍼카들은 바로 도민저축은행 창고에서 나온 것이다. 2011년 저축은행 영업 정지 사태 당시 압수수색에 나선 예금보험공사가 도민저축은행의 담보물로 보고 압류하면서 알려졌다.

채규철 전 도민저축은행 회장은 대주주 등에게 800억 대의 부실 불법대출을 해준 혐의로 구속되어 대법원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슈퍼카 마니아였던 채 전 회장은 총 26대의 외제차를 보유하고 있었다. 페라리, 람보르기니 등 당시에는 국내에서 정말 보기 힘들었던 차들이 즐비했는데, 벤츠는 명함도 못 내밀 정도였다..

도민저축은행 창고에서 발견된 포르쉐 / 중부일보

26대의 외제차 중에는 인기 연예인인 연정훈의 포르쉐 911도 포함되어 있었다. 2007년, 매월 49만 4천 원의 리스료를 60개월간 지급하고 A 리스회사와 계약한 911은 이미 B 리스회사에 팔아넘긴 상태였으나, 해당 리스회사는 이를 알리지 않고 수입신고필증을 위조해 이중계약을 맺었다. 즉 B 리스회사는 실제 차를 넘겨받지 않고 서류상 소유권만 넘겨받은 상태였다.

이와 같은 사실을 연정훈은 모른 채 2년간 포르쉐를 타고 다니다 2009년 한 수리업체에 수리를 맡겼다가 차를 도난당했다. 연정훈은 도난 신고 후에도 리스비를 납부, 2010년 12월까지 완납했는데, 이후 도민저축은행의 창고에서 이 차가 발견된 것이다. 이후 소유권을 되찾기 위해 소송을 벌였으나 재판부는 억대의 차량을 인도받으면서 수입신고필증의 진위 여부로 확인하지 않은 책임이 크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압류 후 예금보험공사는 13대의 차는 소유주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넘겼으며, 10대는 경매 및 공매를 통해 처분해 공적자금을 회수하고 위 하이퍼카 3대가 남았다. 하지만 법률적인 절차가 아직 끝나지 않아 팔 수가 없다. 불법대출과 관련해 검찰에서 수사 중인 사건의 증거물이었기 때문이다.

소유주 문제, 차 키가 없어
그동안 팔지 못했던 하이퍼카 3대
사건 증거물인 점도 문제였지만 채 전 회장이 자신의 소유라고 주장하며 가환부 신청을 했다는 점도 문제였다. 채 전 회장에 따르면 슈퍼카들은 저축은행과는 관련이 없으며, 자신의 인맥을 활용해 저축은행과는 별개로 자동차수입판매상을 병행하고 있었으며, 국내에 수입되지 않은 차들을 해외에서 구매해 국내로 직수입한 후 재벌가와 기업 총수들에게 판매했던 것이다. 이렇게 수입해온 차들을 도민저축은행의 창고에 보관하고 있던 상태에서 압류로 넘어갔다고 한다.

소유권을 주장하면서도 자동차 키는 어딨는지 모른다고 버티고 있다. 물론 일반적인 차 같으면 키를 새로 만들면 되지만 부가티와 코닉세그와 같은 하이퍼카는 키 가격도 매우 비싼 데다가 국내에서 제작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부가티에 따르면 키를 만들려면 일본으로 차를 옮겨 키 박스 부분만 통째로 뜯어내 새로 만들어야 한다고 한다. 키 제작 비용에 운송비, 보험료까지 합하면 수억이 들어간다. 이 때문에 매각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으며, 예금보험공사는 채 전 회장에게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에서 이겨
소유권을 되찾았지만
결국 경매에 등장했다
하이퍼카 3대의 소유권을 놓고 소송전을 벌인 결과 2019년 채 전 회장이 승소했다. 1심에서는 예금보험공사의 손을 들어줬지만 2심 재판부는 채 전 회장이 승소했다. 이 차들의 소유권이 채 전 회장에게 있다고 본 것이다. 즉 예금보험공사는 소유권을 정확하게 확인하지 않은 채 도민저축은행의 담보물로 보고 압류 후 경매하게 된 것이다. 승소 이후 채 전 회장은 예금보험공사를 상대로 나머지 23대에 대한 차량 매각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그 이후 2년간 별다른 소식이 들려오지 않다가 지난 5일, 경매에 등장했다. 자산 구분이 금융권 담보 재산으로 나와있으며, 집행기관인 도민저축은행(현재 퇴출된 상태이므로 정확하게는 도민저축은행 파산재단)이 양도담보권을 실행해 매각한다고 한다.

부가티 베이론
입찰가 19억 5천만 원
매물로 나온 하이퍼카 3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부가티 베이론은 2006년식으로 초기형이다. 색상은 레드와 블랙 투톤이며, 8.0리터 1001마력의 엔진과 수동변속기가 탑재되어 있다.

올해 6월 감정 결과 15억으로 평가받았으며, 현재 입찰가는 19억 5천만 원이다. 기타 사항을 살펴보면 자동차 키는 여전히 없으며, 10년 이상 시동을 걸지 않아 주행거리를 확인할 수 없다고 한다.

코닉세그 CCR 주황색
입찰가 4억 1,600만 원
코닉세그 CCR 2대도 경매에 올라와 있다. 먼저 주황색 차를 살펴보면 2005년식으로 4.7리터 795마력의 엔진과 수동변속기가 탑재되어 있다.

올해 6월 감정 결과 3억 2천만 원으로 평가받았으며, 현재 입찰가는 4억 1,600만 원이다. 기타 사항을 살펴보면 베이론과 마찬가지로 자동차 키가 없으며, 10년 이상 시동을 걸지 않아 주행거리 확인은 불가능한 상태다.

코닉세그 CCR 검은색
입찰가 4억 2,900만 원
검은색 CCR 역시 스펙은 위의 주황색과 동일하다. 올해 6월 감정 결과 3억 3천만 원으로 평가받았으며, 현재 입찰가는 4억 2,900만 원이다.

이 차 역시 키가 없으며, 10년 이상 시동을 걸지 않아 주행거리는 확인할 수 없다고 한다. 참고로 CCR은 총 14대가 생산되었는데, 무려 2대가 국내에 10년간 방치된 것이다. 이 세대 모두 경매는 8월 26일까지 온라인을 통해 진행된다.

경매 입찰해서 낙찰받으면
어떻게 될까
이 차는 양도담보권을 실행하여 매각하는 것이기 때문에 낙찰자는 소유권 취득에 관련된 사항을 철저히 확인해야 한다. 소유권 확인 후 문제가 없다고 판단되면 소유권은 낙찰자에게 넘어간다. 낙찰을 통해 획득한 금액은 도민저축은행 파산재단이 10년 전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쓰일 것으로 보인다.

또한 해당 차량들은 현재 국내에 등록된 상태가 아니다. 사진을 보면 번호판이 아예 없는 것을 볼 수 있다. 거기다가 키가 없기 때문에 낙찰받은 후에도 당분간 운행은 불가능하다. 또한 10년 이상 방치된 차인 만큼 차의 상태를 보장할 수 없다. 즉 낙찰을 받더라도 이 차들은 당분간은 도로를 달릴 수 없으며, 해외에 다시 판매될 가능성도 있다.

autopostmed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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