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가 가니
미세먼지가 온다
조금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하니 주변에서도 다양한 반응들을 관찰할 수 있었다. “여름이 가니 가을이 오긴 오는구나”라며 일상적이고도 감성적인 말을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더위가 가니 이제 미세먼지가 오겠다”라며 비관적으로 반응하는 사람도 있었다.
어쨌거나 두 사람 모두 해석과 방법이 조금 다를 뿐 “무엇인가 가니 무엇인가 다시 온다”라는 것을 표현했다. 자동차도 마찬가지로 구형이 가면 신형이 오는 법. 어떤 자동차가 어떻게 변화를 맞이했는지가 다를 뿐이다.
‘코란도 1.5 가솔린 터보’ 모델 미디어 시승행사가 진행된 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았다. 행사 당일까지만 해도 뜨겁게만 느껴졌던 날씨가 시승기를 쓰고 있는 지금은 언제 그랬냐는 듯 선선한 바람을 조금씩 몰고 온다.
구형 코란도가 가고 신형 코란도가 왔다. 그런데 신형 코란도가 오니 다른 차가 방해 아닌 방해를 하기 시작했다. 일본 불매운동 이후 꽤 오랜만에 시승기를 내보내드린다. 오늘 오토포스트 시선집중은 쌍용차가 최근 출시한 코란도 가솔린 터보 모델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글 김승현 기자
사진 이진웅 기자
내용에 앞서 살펴보는
파워트레인 제원
이날 미디어 행사에서 탄 자동차는 ‘코란도 1.5 가솔린 터보 AWD’ 모델이었다. 170마력, 28.6kg.m 토크를 내는 4기통 싱글 터보 가솔린 엔진과 자동 6단 변속기를 장착한다. AWD 모델 공인 복합 연비는 10.1km/L, 공차중량은 1,535kg이다.
크기 제원은 가솔린 AWD 모델 기준으로 길이 4,450mm, 너비 1,870mm, 높이 1,630mm, 휠베이스 2,675mm다. 승차 가능 인원은 5명이다.
Q. 패밀리카로 좋은가?
A. 거슬릴 만큼 부족한 건 없다
“거슬릴 만큼 부족한 건 없다”라는 것은 “나쁘진 않지만 어딘가 아쉽다”라는 말과 비슷하다. 쌍용차 스스로 “요즘 가족”이라는 키워드로 코란도를 홍보하고 있다. 홍보 키워드와 코란도가 얼마나 잘 맞아떨어지는 모르겠으나, 가족들과 함께 타고 다니기에 나쁘지 않다는 것은 분명했다.
앞 좌석보다 뒷좌석에서 생각보다 넓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물론 코란도 급 SUV에서 비교적 넓다는 것이다. 뒤에서 자세히 이야기하겠지만 디테일한 부분을 따져보기 전까지는 전체적으로 “생각보다 괜찮다”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손에 닿는 내장재도 신경을 쓴 흔적이 엿보였고, 요즘 소비자들이 좋아할 만한 눈으로 보았을 때 고급스러워 보이는 연출을 적절히 녹였다.
Q. 패밀리카로 좋은가?
A. 거슬릴 만큼 부족한 건 없다
“거슬릴 만큼 부족한 건 없다”라는 것은 “나쁘진 않지만 어딘가 아쉽다”라는 말과 비슷하다. 쌍용차 스스로 “요즘 가족”이라는 키워드로 코란도를 홍보하고 있다. 홍보 키워드와 코란도가 얼마나 잘 맞아떨어지는 모르겠으나, 가족들과 함께 타고 다니기에 나쁘지 않다는 것은 분명했다.
앞 좌석보다 뒷좌석에서 생각보다 넓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물론 코란도 급 SUV에서 비교적 넓다는 것이다. 뒤에서 자세히 이야기하겠지만 디테일한 부분을 따져보기 전까지는 전체적으로 “생각보다 괜찮다”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손에 닿는 내장재도 신경을 쓴 흔적이 엿보였고, 요즘 소비자들이 좋아할 만한 눈으로 보았을 때 고급스러워 보이는 연출을 적절히 녹였다.
다만 액셀러레이터 반응은 다시 세팅할 필요가 있다. 거의 대부분의 쌍용차가 초반 가속 반응이 매우 민감하다. 과속방지턱을 넘은 다음 평소 다른 차를 타는 것처럼 가속페달을 밟으면 순간적으로 훅 나가버린다. 그 느낌이 썩 좋은 편은 아니다. 운전자 의도와 상관없이 나오는 민감한 반응을 전반적으로 개선해주었으면 한다.
말 많은 변속기 반응도 일상 주행에서만큼은 크게 문제를 보이지 않는다. 승차감은 푹신함보단 단단함에 가깝다. 이 정도 크기의 SUV들이 가지고 있는 전형적인 통통 튀는 승차감이라고 하면 될 것 같다. 움직임도 많이 좋아졌다. 이전 모델에 비하면 스티어링 휠 세팅도 좋아져 트럭 스티어링 휠을 돌리듯 바쁘게 움직일 필요가 없다.
반자율 주행 장비도 제 역할을 잘 수행한다. 인텔리전트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에는 차선 중심 추종 제어와 횡 방향 제어 콘셉트 기능이 포함되어 있다. 차로 중앙을 원활하게 유지하며, 앞차와의 거리도 잘 유지한다.
다만 스스로 속도를 조절하는 능력은 조금 개선했으면 한다. 앞차와의 간격을 잘 유지하고 가속도 부드럽게 하지만, 멈춰 서는 것은 다소 거칠다. 감속하는 능력만 개선하면 더욱 좋은 반자율 주행 장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Q. 스포티하게 주행하면 어떤가?
A. 스포츠카가 아니기 때문에
위기 대처와 안전 측면에서 본다면
가족용 SUV에게 스포츠카스러운 주행 능력까지 바란다는 것이 그리 적절한 것인지는 모르겠다. 다만 스포티한 주행 능력이라는 키워드를 위기 대처와 안전 측면에서는 충분히 다룰만하다. 내 차의 한계를 알고 있어야 사고 위험 범위에서 최대한 멀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했듯 엔진 출력과 토크는 꽤 합리적이다. 나름 경쾌하게 가속할 수 있는 수준이다. 다만 변속기는 합리적이라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거의 모든 쌍용차에서 나타나는 것과 비슷한 현상인데, 코란도에 장착된 아이신 6단 변속기는 엔진의 힘을 적절하게 받쳐주지 못한다. 변속 시간이 느릴 뿐 아니라 변속되는 동안 동력 손실도 발생한다.
아이신 8단 변속기의 경우, 변속 시간은 비슷할지 모르지만 적어도 변속되는 동안 동력 손실이 발생하지는 않는다. 지금 쌍용차 입장에서는 자동 6단 변속기가 최선의 선택일 수도 있다. 가능하다면 변속기 세팅을 바꾸거나, 아예 다른 변속기를 장착하면 훨씬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고속 진동은 적절한 수준으로 잡았다. 주행에서 느껴지는 하체 세팅도 이전 모델에 비하면 많이 개선됐다. 다만, 위급 상황에서 무리하게 회피하면 다소 위험할 수도 있겠다. 엔진이 앞쪽에 있어 차체 앞쪽은 충분히 무게감이 느껴진다. 그러나 급격한 코너가 반복되는 곳에서는 뒷부분이 날리는 듯한 느낌도 있었다. 티볼리와 마찬가지로 고속 코너에서 출렁이는 움직임을 개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Q. 실내는 어떤가?
A. 옵션 선택이 필요하지만
나아지고 있음은 분명하다
비록 옵션으로 선택해야 모두 누릴 수 있는 것들이지만 선택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차이가 크다. 실내 디자인은 ‘G4 렉스턴’을 시작으로 코란도와 티볼리 페이스리프트 모델 모두 큰 폭으로 개선되었다. 디지털 계기판, 9.2인치 센터 디스플레이, 그리고 무드 램프 등 요즘 소비자들이 좋아할 만한 것들을 실내 디자인 요소로 채택했다.
지난번 디젤 모델 시승기 때도 언급했듯 개인적으로 아쉬운 것은 센터 터널 높이다. 사진에서도 알 수 있듯 센터 터널 높이가 시트 높이와 비슷하다. 좋게 말하면 개방감을 강조한 것이고, 안 좋게 말하면 요즘 운전자들이 좋아하는 안락한 분위기를 연출하기 힘들다. 전자식 파킹 브레이크, 오토홀드, 주행모드 다이얼, 그리고 변속 레버가 위치하는 곳이다. 즉, 높이가 낮을수록 좋지 못하다는 이야기다.
Q. 섬세한가?
A. 아직 정리할게 많다
좋은 점과 개선된 점도 많지만 그만큼 정리해야 할 것도 많다. “섬세한 자동차인가”라고 물으면 선뜻 “그렇다”라고 대답하긴 어려울 것 같다. 눈에 보이는 것부터 주행해야만 알 수 있는 것들까지 말이다. 그중 눈에 보이는 것부터 이야기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가장 개선이 시급한 것은 실내 내장재다. 가죽이나 버튼 촉감은 좋으나, 손이 많이 닿는 부분에 하이그로시 소재를 사용한 것은 다소 이해하기가 어렵다. 운전자 손이 자주 닿는 스티어링 휠 오디오 리모컨 주변, 비상등 버튼, 심지어 기어 레버 상단도 하이그로시 블랙으로 마감됐다. 지문이 매우 잘 남는 재질이기 떄문에 손이 닿는 곳이라면 최대한 피하는 것이 좋다. 시승 몇 시간 했을 뿐인데 대시보드가 지문으로 가득 찼다. 지문에 민감한 소비자라면 꽤나 신경 쓸만한 내용이다.
2열 에어벤트에 대한 이야기도 많다. 정리해보자면 ‘투싼’ 가솔린 모델은 모든 트림에 에어벤트가 들어가고, ‘스포티지’는 중간 트림부터, 그리고 ‘셀토스’는 최상위 트림부터 에어벤트가 기본 적용된다. 그러나 ‘코란도’는 최상위 트림에도 에어벤트가 없으며, 옵션으로 장착할 수도 없다.
셀토스처럼 최상위 트림이나 옵션으로라도 제공했다면 어땠을까 싶다. 앞서 언급했듯 선택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은 큰 차이다. 다른 차종과 싸워야 하는데 경쟁력을 하나 손해 보고 가는 것과 마찬가지다.
고속에서 떨리는 보닛도 개선이 필요하다. 눈으로 보일 정도로 떨림이 있기 때문에 운전자가 심리적으로 불안함을 느낄 수 있다. 엔진룸을 촬영하고 보닛을 덜 닫은 것이 아닌가 했으나, 내려서 확인해보니 정상적으로 닫혀있었다.
소비자에겐 눈에 보이는 것이 가장 큰 경쟁력이다. 그것이 디자인이 될 수도 있고, 고급스러워 보이는 내장재일 수도 있다. 쌍용차에게 지금 필요한 건 눈에 보이는 경쟁력이다. 이전 세대 차량들보다 큰 폭으로 개선된 점은 명백하다. 부분 변경이나 세대교체 때는 개선과 더불어 보완도 함께 이뤄져야 할 것이다. 경쟁 상대들은 보다 빠른 속도로 개선과 보완을 이뤄내고 있기 때문이다.
코란도를 보고 있자니
부분변경된 티볼리가
눈에 밟힌다
사실 코란도 디젤 모델을 시승할 때까지만 해도 티볼리가 전혀 신경 쓰이지 않았다. 외관 디자인이야 ‘코나’와 ‘싼타페’가 비슷하게 생겼듯 쌍용차만의 새로운 패밀리룩이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도 크게 문제 삼지 않았다. “지프 코란도가 나와야 한다”라는 여론이 생각보다 많았고 나 역시 그런 생각을 갖고 있었으나, 쌍용차 관계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 역시 아직은 무리라는 것을 다시금 되새길 수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가솔린 모델을 시승할 때에는 티볼리가 신경 쓰였다. 코란도 디젤을 시승할 때는 티볼리가 페이스리프트 되지 않았었지만, 지금은 티볼리가 페이스리프트 되었기 때문이다. 티볼리가 페이스리프트 되면서 코란도에서 볼 수 있는 장비들을 꽤 많이 장착했다. 실내 레이아웃과 디자인까지 코란도와 거의 똑같이 따라가면서 사실상 스스로 ‘티볼리와 티란도’를 만들어버린 것이다.
일종의 과도기라고 본다. 만약 새로운 ‘렉스턴’도 이와 비슷한 외관과 실내 디자인을 적용받는다면 쌍용차의 새로운 패밀리룩으로 이해할 수 있으나, 지금은 코란도와 티볼리만 실내까지 형제처럼 닮아있다. 여기에 파워 트레인까지 같은 것을 사용하고 있고, 신형 코란도가 출시된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티볼리 페이스리프트가 등장하기도 했으니 소비자 입장에서는 둘의 차이를 더욱 모호하게 느낄 수도 있다.
코란도를 티볼리와 다르게 더 뛰어나게 만들거나, 코란도를 생각해 티볼리의 변화 폭을 조금 좁혔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티볼리가 싸워야 하는 경쟁 시장과 코란도가 싸워야 하는 경쟁 시장이 모두 치열하니 쌍용차 입장에서는 최선책이었다고 이해할 여지도 충분하다. 아니면 집안에서 가장 잘 나가는 티볼리를 위한 쌍용차의 치밀한 전략이었을까. 오토포스트 시선집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