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게는 다양한 본능적 욕구가 있다. 그중 많은 이가 알고 있는 메슬로우의 욕구 5단계에 따르면, 생물학적 욕구 다음으로 자리 잡은 욕구가 바로 ‘안전의 욕구’다. 이 욕구는 외부의 위험 요소들로부터 신체적 혹은 정신적으로 보호되고 안전해지기를 바라는 욕구다.
이렇듯 위험에 빠지고 싶은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인간에게 가장 친숙한 상품, 그리고 안전한 줄 알았던 기술이 나를 위험에 빠지게 한다면 어떨까? 최근 테슬라 오토파일럿 시스템에 대한 미국 도로교통안전국의 조사가 착수됐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그간 해당 시스템으로 발생한 다수의 사고 때문이다. 이번 조사 결과가 테슬라의 미래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많은데, 어떻게 된 일인지 지금부터 살펴보자.
글 정지현 에디터
테슬라 오토파일럿
어떤 시스템인가?
오토파일럿은 테슬라 고객의 주요 구매 결정 요인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일부 차주들은 “오토파일럿 시스템 때문에 테슬라를 구매한다”라고 말하기도 하는데, 그만큼 오토파일럿 시스템은 많은 테슬라 차주의 칭찬을 받는 기능이다.
자율 주행 5단계인 ‘운전자 없는 자동차를 주행’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현재 자율 주행 2단계에 속한다. 또한, 해당 기능은 차선 내에서 차량을 자동으로 조향, 가속 및 제동을 할 수 있게 도와주며, 충돌 회피 및 자동 긴급 제동 시스템을 포함한 액티브 세이프티 기술을 OTA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하여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오토파일럿 사고 사례
11건의 사고들
오토파일럿 시스템은 많은 이의 사랑을 받는 기능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큰 사건 사고의 중심에 선 기능이기도 하다. 2018년 이후 테슬라의 비상 대응 상황과 관련해 벌어진 사고 또는 화재는 총 11건이었다. 또한 관련 사고로 1명이 숨지고 17명이 부상을 당했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은 이에 대해 “모두 테슬라의 오토파일럿 또는 교통 인식 크루즈 컨트롤 기능이 켜진 상태에서 발생한 것으로 확인했다”라고 확실히 밝혔다. 해당 사건들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미국 도로교통안전국이 드디어 ‘결심’을 한 것으로 알려져 화제다.
결국 조사에 착수한
미국 도로교통안전국
현지 언론에 따르면, 최근 미국 도로교통안전국은 테슬라 오토파일럿 시스템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번 조사는 2014년부터 2021년에 생산된 모델 Y, 모델 X, 모델 S, 모델 3 등 테슬라 차량 76만 5,000대를 대상으로 진행된다.
일론 머스크는 그동안 테슬라의 자율 주행 기술력이 구글 웨이모·GM 크루즈 등의 경쟁사보다 앞서 있다고 자신해 왔다. 하지만 이번 조사 결과로 그의 자신감에 타당한 근거가 있었는지 그 여부가 밝혀질 전망이다.
날이 어두워지면
사고가 발생했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에 따르면, 테슬라의 오토파일럿은 주로 카메라 센서로 주변 교통 상황을 감지해 주행하는데, 날이 어두워지자 카메라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해 사고가 났을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전해진다.
실제로 미국 도로교통안전국은 발표문에서 “충돌 사고 대부분은 해가 진 이후 발생했으며, 사고 현장에는 비상 조명이나 도로 원뿔 같은 장치가 있었다”라고 밝혔다. 이에 해당 기관은 앞서 언급한 76만 5,000대의 차량에 대해 운전자가 필요할 때 차량을 완전히 제어할 수 있는지를 확인할 계획이다.
테슬라의 앞날은
이번 조사 결과에 달렸다
일각에선 “이번 오토파일럿 조사 결과에 따라 테슬라의 앞날이 결정될 수도 있다”라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전문가들 역시 “NHTSA가 본격 사고 조사에 착수하는 것은 테슬라에는 큰 압박이 될 것이다”라고 말하는 상황이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까지 테슬라 사고 조사를 주도해왔던 연방 교통안전 위원회와 달리, NHTSA는 완성차 회사에 리콜을 강제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 NHTSA가 오토파일럿의 작동 방법을 바꾸거나 작동 가능한 시기·장소에 제한을 가할 경우, 테슬라의 오토파일럿은 다른 완성차 업체가 제공하고 있는 주행 보조 장치와의 차별성을 잃게 될 수도 있다.
그간 테슬라에서
나타난 결함들
테슬라는 그간 오토파일럿을 제하고도 많은 결함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먼저 테슬라하면 대표적인 ‘단차’가 있다. 헤드램프나 범퍼, 윈도 등 여러 부분에서 심각한 단차가 존재하며, 모델 X는 단차가 맞지 않아 2열 도어를 닫을 때 유리가 깨지면서 닫히는 경우도 있었다고 알려졌다. 이뿐만 아니라 주행 중 모델 3의 범퍼가 떨어져 나간 사례, 천장이 뜯어져 날아가 버린 황당한 사례도 있었다.
여기에 도장 문제, 소음 문제, 스피커 안의 녹 문제 등 다양한 결함이 존재했다. 최근 국내에서는 테슬라가 중대 결함을 은폐하고 차량을 판매한 혐의로 국내 시민단체가 일론 머스크를 고발하는 사례도 있었다. 이는 전력이 끊기면 문을 열 수 없도록 만든 히든 도어 시스템, 무선 차량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등에 관련된 사례다.
네티즌 반응 살펴보니
“진작 조사했어야지”
해당 소식에 대한 네티즌의 반응은 어땠을까? 일각에선 “물론 사고가 난 것은 안타깝지만 3년 반 동안 저 정도의 문제 발생도 안 일어난 브랜드가 있을까?”, “오토파일럿은 아직 미흡하다. 사람이 운전해야지”, “그러니까 왜 이런 걸 믿고 방심하는 거냐” 등의 반응을 보였다.
더하여, “이미 예견된 일이지”, “진작에 조사했어야지”, “누군가의 생명이 달린 문제다. 신중히 조사했으면…”, “테슬라도 진짜 결함이 끊이지 않는 브랜드 중 하나인 듯하다”라는 반응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하루가 다르게 세상이 바뀌고 있다. 신기술들이 대거 개발되고 있고, 이에 첨단 사양을 탑재한 수많은 신차가 출시되고 있다. 특히 지금은 내연기관차의 종말이 다가오면서 전기차 시대로의 전환을 맞이하는 과도기이기도 하다. 변화를 맞이할 때 과도기가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문제는 기술의 발전이 너무 빠르다 보니 원인을 쉽게 알 수 없는 결함이 발견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전기차 등은 내연기관차와 비교해 소비자에게 널리 보급되기 시작한 지 오래되지 않았다. 따라서 제조사도 문제의 원인을 쉽게 알 수 없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오늘 소개한 사례도 ‘가장 진화된 전기차’라는 수식어를 자랑했던 테슬라의 조사 착수 소식이기에 마음이 무겁다. 전기차, 정말 이대로 괜찮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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