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신 차린듯한 한국 GM이 국내 전기차 시장에 내놓은 신형 전기차, 볼트 EV와 EUV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뜨겁다. 볼트 EV와 EUV는 이전 쉐보레 차들과 비교해 훨씬 나아진 얼굴과 더불어 전기차에 있어 가장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주행거리 또한 준수한 수준이었고, 여기에 보조금을 받으면 3천만 원대에 구매할 수 있어 전기차 구매를 고려하던 소비자들에게는 기쁜 소식이 아닐 수가 없다. 게다가 한국 GM은 이 중 볼트 EUV 모델을 국내 완성차업계 최초로 온라인으로만 판매하기로 하면서 큰 이슈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런데 이러면 또 말이 나오는 곳이 있다. 다들 알다시피 현대차다. 그럼 현대차는 뭐 하고 있는 는 걸까? 현대차도 곧 출시할 경형 SUV 캐스퍼를 온라인으로 판매하려 했지만, 이번에도 역시나 노조에 막혀 무산될 위기라고 한다.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는 현대차가 아무리 용 써봤자 미래 차 시장을 선도할 수 없는 이유에 대해 알아보았다.
글 김민창 에디터
견적부터 결제 및 탁송까지
전시장 방문 없이 집에서 주문
한국 GM은 볼트 EUV를 쉐보레 온라인 샵에서 볼트 EUV 사전계약을 실시하고, 견적부터 결제 및 탁송까지 전시장 방문 없이 손가락만을 이용해 구매할 수 있다고 하니, 이젠 자동차마저 집에 누워서 주문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런데 사실 자동차 온라인 판매는 옛날부터 많이 듣던 얘기다. 자동차를 온라인으로 살 수 있다는 사실이 다소 생소한 사람들이 있을 수 있지만, 해외에서는 이미 많이 사용되고 있는 판매방식이다. 테슬라는 이미 코로나 사태가 터지기 전인 2019년부터 100% 온라인으로만 판매를 해왔으니 말이다.
그런데, 사실 이젠 집에 누워서 못 시키는 물건이 없을 정도로 모든 것이 손가락만으로 주문이 가능한 시대에 자동차 구매 방식만큼은 시대에 뒤떨어진다는 느낌이 강했는데, 이는 자동차가 고가인 만큼 실제로 보지 않고 구매하는 것에 대한 소비자들의 보수적인 시각도 어느 정도 작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 GM이 이런 업계 관행을 과감히 깨뜨리고 영업 일선의 직원들을 설득해내면서 매우 이례적인 성과로 업계 관계자들을 보고 있다. ‘BMW 샵 온라인’을 오픈한 BMW코리아
‘세일즈 터치’를 도입한 벤츠 코리아
온라인으로만 차량을 판매하던 테슬라 외에도 최근엔 ‘BMW 샵 온라인’을 오픈한 BMW코리아, 비대면 방식의 고객서비스인 ‘세일즈 터치’를 도입한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등 수입차 업체들이 온라인 차량 판매 판로를 개척해 나가는 중이고, 심지어 길 건너 중국 같은 경우엔 자판기로 자동차를 판매하면서 규제개혁과 유통혁신을 뽐내는 중이다.
이렇게 세계 자동차 업계는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온라인 판매 채널 구축에 나섰지만, 한국 기업만큼은 여전히 온라인 차량 판매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 이유는 다소 명확한데, 온라인으로 차량 판매 전환이 이루어지게 된다면 오프라인 판매를 담당하던 기존 인력과의 갈등, 즉 노조와의 갈등이 빚어지기 때문이었다. EV6 온라인 사전계약 저지
캐스퍼 온라인 판매 반발
하지만, 이런 어려움 속에서 한국 GM의 이번 볼트 EUV 온라인 판매 결정은 국내 자동차 업계 중 최초로 온라인 차량 판매의 물꼬를 틀었단 점에서 큰 성과를 냈다고 볼 수 있겠다. 한국 GM과 반대로 현대기아차는 노조의 반발로 시도조차 못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 3월 기아는 EV6를 사전계약을 온라인으로만 진행하려다 노조 반대에 부딪혀 실패한 전적이 있고, 이번엔 현대차가 광주형 일자리로 알려진 광주글로벌모터스에 위탁해 생산하는 경형 SUV 캐스퍼를 온라인 고객직접판매를 추진 중에 있으나 노조의 심한 반발에 부딪힌 상황이다.
“온라인 판매는 영업직들의
고용 안정을 해친다”라는 주장
온라인 판매를 반대하는 노조의 얘기를 들어보면 “온라인 차량 판매는 영업 노동자의 고용 안정을 해치게 될 것이다”라는 게 그들의 주된 입장이다. 하지만 이런 노조의 주장을 다시 소비자의 입장에서 해석해보면 “노조의 이해관계에 얽매여 결국 독박을 쓰게 되는 건 소비자다”라고 풀이할 수도 있겠다.
물론, 내가 자동차 업계에서 영업직으로 실제로 종사하고 있다면 이렇게 쉽게 얘기하진 못하겠지만, 노조가 온라인 판매를 단순히 고용 안정을 해친다는 명목하에 반대하는 것은 점차 비대면으로 자리 잡은 소비 트렌드를 무시하고 있다는 뜻이다.
쿠팡과 롯데가 보여준
소비 트렌드의 중요성
이렇게 소비 트렌드를 일찌감치 캐치한 기업과 트렌드를 무시한 기업의 차이가 극명하게 나뉜 사례가 있는데, 바로 쿠팡과 롯데다. ‘팔수록 밑진다’라는 수익 구조에 대한 비난을 받던 쿠팡은 로켓 배송 등 소비 트렌드에 맞춘 파격적인 영업 전략을 앞세워 이젠 유통업계의 새로운 표준이 되며 엄청난 성장세를 보이는 반면, 전통의 유통강자인 롯데는 오프라인 판매에만 몰두한 나머지 이미 온라인으로 전환하기에 그 규모가 비대해 고전하며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비단 유통 산업만의 문제가 아닌 자동차 산업 또한 마찬가지다. 결국엔, 트렌트를 무시하지 못하고 온라인 판매로 모든 완성차 기업들의 방향이 흘러가게 될 텐데, 이렇게 온라인으로 전환되는 타이밍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그 비용은 과대해져 정의선 회장이 원하는 미래 차로의 전환이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회사는 판매 채널 간소화
소비자는 중간 마진 축소
소비자로서는 온라인으로 차를 사면 대면 접촉을 최소화하고 중간 마진이 축소돼 차량 가격이 내려갈수도 있다는 기대심리와 함께, 회사 차원에서도 전통 판매 채널을 간소화시켜 비용을 아끼고 미래 차 전환을 서두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물론 실제로도 온라인 판매가 활성화되면 자동차 가격은 내려갈 가능성이 크다.
이런 이점으로 인해 현대차는 이미 지난 2017년 영국을 시작으로 2018년엔 싱가포르와 이스라엘, 2019년엔 호주와 러시아 등에 해외 시장에선 온라인 판매 채널 ‘클릭 투 바이’를 열어 폭발적인 성장을 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만큼은 수백 개의 대리점과 직영점에 있는 약 6,500명의 조합원으로 구성된 판매 직원 노조가 온라인 채널 구축을 원천 봉쇄하고 있어 어려운 실정이다. 100% 온라인 판매방식을
이용하는 테슬라와 비교되는
현대차의 고전적인 판매방식
이 때문에 현대차 입장에서 오프라인 매장은 급변하는 산업 변화 속에선 인건비와 판매 수수료, 매장 유지 비용 등 막대한 비용만 들어갈 뿐 그저 짐일 뿐이다. 이 차이를 테슬라와 비교해본다면 이 비용들은 그저 바닥에 내다 버리는 수준으로 아까워진다.
테슬라는 모든 차량을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만큼, 소비자가 계약금을 내고 온라인에서 차를 계약한 뒤, 차가 준비되면 잔금을 치르고 찾아가 차를 가져오는 방식이기에 유통 및 판매 비용이 거의 들어가지 않는다. 업계 관계자들도 이 같은 판매방식 차이는 테슬라가 가벼운 몸집으로 비용을 아끼는 동안 현대차와 같이 고전적인 판매방식을 이용하는 기업들은 막대한 판매 채널 유지 비용을 흘리고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미 뒤처지고 있는 현대차의
미래 차로의 전환, 현실적인
갈등 해소 방안이 필요
결국, 온라인 판매는 미래 차 기업으로의 가는 데 있어 무엇보다 중요하고, 자동차 업계에 피할 수 없는 파도와도 같기에 늦으면 늦을수록 회사는 물론, 영업직뿐만 아닌 회사에 몸담은 모든 임직원의 고용 안정을 위협할 수 있단 얘기이다. 그렇기에 자동차 회사들도 무조건 오프라인 판매방식을 온라인으로 전환하기보단 이들에게 일정 부분 안정성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온라인 판매 비중을 서서히 늘리는 게 현실적인 갈등 해소 방안으로 보인다.
50대가 주축인 현대차 오프라인 영업직원의 수당이 감소하는 일이 불가피해 “오프라인 이외 채널에서 자동차 판매를 해선 안 된다”는 노조의 입장을 이번 광주글로벌모터스에서 생산될 경형 SUV 캐스퍼는 이겨낼 수 있을까? 한국 GM이 불러일으킨 바람이 국내 자동차 업계에 새로운 이정표가 되어주길 바란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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