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오토포스트에서는 K105A1이라는 차륜형 자주포를 소개한 바 있다. K711A1 5톤 트럭의 파생 모델인 K721A1 제독차 신품에 KM101 견인포 양품을 결합해 차륜형 자주포로 탄생시켰다. 그 덕분에 개발 비용을 대폭 절감할 수 있었던 것은 물론 운용 환경이 대폭 개선되었다.
공군에도 이처럼 두 가지를 결합해 탄생시킨 군용차가 하나 있다. 바로 트럭에 버스 차체를 얹은 진중버스다. 산악에 위치한 부대원들을 수송하기 위한 목적으로, 오직 공군에서만 존재하는 특이한 차량이다. 이 차는 어떻게 탄생되었고 어떤 특징이 있을까?
글 이진웅 에디터
생각과는 달리
산악 지대에도 공군 부대가 있다
우리가 떠올리는 공군의 이미지는 흔히 전투기나 수송기와 같은 비행기들이다. 실제로 공군은 주 전력이 비행기이기 때문에 작전도 비행기와 이를 보조하는 것 위주로 짜여 있으며, 부대도 넓은 활주로를 확보할 수 있는 평지에 위치해 있다. 간혹 민간공항과 함께 사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비행기가 주 전력인 공군도 산악에 부대가 위치해있는 경우가 있다. 방공포대와 관제대대가 여기에 해당되는데, 영공으로 쳐들어오는 비행기를 관측, 격추하기 위해서는 높은 곳에 있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한국 영공을 방어하기 위해 전국 22곳에 방공포대와 관제대대가 위치해 있으며 울릉도와 서해 5도에도 존재한다.
험한 산악지대를 운행하기 위해
트럭을 개조해 버스로 사용한다
방공포대와 관제대대는 산악지대에 위치한 특성상 부대까지 가는 길이 매우 험한 편이다. 이러한 곳을 일반적인 민수용 버스가 운행하기에는 너무 어렵다. 육군도 요즘은 웬만하면 민수용 버스를 활용하지만 험한 산악지대에 위치한 부대는 트럭을 통해 병력을 수송한다.
트럭을 통해 병력을 수송하려면 적재함에 있는 간이 의자를 내려 거기에 병력들을 착석시킨다. 이는 민수용 트럭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적재함은 기본적으로 탑승객에 최적화되도록 설계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승차감이 상당히 불편하며, 기온의 영향을 그대로 받는다는 단점이 있다.
이 점을 보완하기 위해 공군에서는 트럭을 버스로 개조한 진중버스를 활용한다. 흔히 버스와 트럭에서 한 글자씩 가져와 버럭이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산악에 위치한 방공포대 및 관제대대 중에서 주로 해발 1000m 이상 고산지대에 위치한 부대에 보급되어 있으며, 여기에 근무하고 있는 병력들의 발이 되어 주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공군 병력들이 넓은 평지에 위치한 비행단에 근무하다 보니 버럭을 실제로 접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노후되고 불편한 점이 많았던
구형 진중버스
공군 진중버스는 1974년에 개발되어 꽤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일명 두돈반 혹은 육공트럭이라고 불리는 K511의 적재함을 탈거 후 탑을 설치한 뒤 내부에 의자를 배치한 형태로 개조되었다. 형태만 보면 K512 정비샵밴을 개조한 것 같지만 그건 아니라고 한다. 총 20명이 탑승 가능하며 출입구는 후면에 설치되어 있다.
하지만 구형 진중버스는 여러 가지 단점이 있었다. 우선 험한 산악 부대를 운행하기에는 출력이 너무 부족했다. 엔진은 대우중공업에서 면허생산한 만 D0846HM 7.2리터 6기통 디젤 엔진이 장착되어 있는데, 성능이 160마력, 55kg.m으로 낮은 편이였다.
전투 차량의 적재함 부분이 기본적으로 승객 탑승에 최적화되도록 설계된 것이 아닌 데다 실내가 비좁아 승차감이 대폭 떨어졌다. 물론 나무 간이의자가 적용된 일반적인 K511보다는 낫지만 험로를 주행하다 보면 그게 그거라고 한다.
1974년에 처음 개발된 만큼 차가 노후된 점도 문제다. 군용차 특성상 내구성은 문제없겠지만 오래된 만큼 주행 능력이 신차 대비 떨어질 수밖에 없으며 에어컨과 같은 편의 장비나 ABS와 같은 안전 장비가 부족해 운전병이나 탑승 병력 모두 죽을 맛이었다고 한다. 이동시간이 매우 오래 걸렸으며 장병들의 안전에도 늘 부담으로 작용했다.
2011년부터 배치된
신형 진중버스
위와 같은 단점이 전투력 약화에 영향을 준다고 판단한 공군은 2007년 전문 업체에 용역을 맡겨 2007년부터 3년간 개발 및 테스트를 마치고 2011년 3월부터 신형 진중버스를 도입했다. 기존의 전투차량과는 달리 민수용 트럭을 개조한 것으로, 타타대우의 노부스 8.5톤 트럭을 베이스 모델로 활용했다.
당시 타타대우에는 신형 모델로 프리마가 있었지만 고급 모델인 만큼 비용 절약을 위해 염가형으로 계속 생산되던 노부스를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개조된 신형 진중버스는 기존 대비 많은 발전이 이뤄졌다.
우선 엔진 출력이 대폭 강화되었다. 두산인프라코어(구 대우중공업)의 DL08 7.6리터 6기통 디젤엔진이 탑재되어 320마력, 125kg.m을 낸다. 다만 2015년 이후에 생산된 차량의 경우 두산 인프라코어의 엔진 개발이 지지부진했던 관계로 이베코의 파워트레인 계열사 FPT의 NEF 엔진이 장착된다. 이 엔진은 6.7리터 배기량으로 320마력, 112kg.m의 토크를 낸다. 변속기는 현재 기준으로 수동 9단 혹은 자동 6단 중 선택 가능하다.
신형 진중버스는 전장 8,360mm, 전폭 2,480mm, 전고 3,450mm로 기존 두돈반 기반의 진중버스의 전장 6,712mm, 전폭 2,438mm, 전고 3,302mm보다 전장과 전고가 커졌다. 전장이 길어진 만큼 승차인원도 5명 증가해 총 25명이 탑승할 수 있으며, 좌석 앞뒤 무릎 공간도 40cm로 늘어났다.
그 외 최소회전반경이 11m에서 8.45m로 굴곡도로에서 주행능력이 향상되었으며, 최저지상고가 278mm에서 327mm로 높아졌고, 전륜과 후륜에 리지드 액슬 서스펜션이 장착되어 험지 주파 능력이 좋아졌다. 경사도 60%, 측면 경사도 30%, 접근각 30.1도, 수평등판 높이 0.5m까지 가능하며, 0.9m 높이의 하천 도하도 가능하다.
편의 사양도 대폭 좋아졌다. 운전석이 있는 캡 공간은 기본적으로 시중에 판매 중인 노부스와 동일한 옵션 사양을 가지고 있다. 에어컨은 물론 라디오, ABS, 후방카메라, 배기브레이크 등이 장착되어 있으며, 수납공간도 대폭 늘어났다. 병력 탑승 공간의 인테리어는 일반적인 버스와 유사한 수준이며, 별도의 에어컨과 측면에 위치한 출입문 자동개폐장치가 장착되어 있다.
현재 신형 진중버스로
모두 교체 완료된 상태
2011년부터 배치되기 시작된 신형 진중버스는 2016년까지 총 30대를 도입해 전국 22개의 방공포대, 관제대대에 부대별로 1~2대씩 배치되어 구형 진중버스를 완전히 대체한 상태다.
신형 진중버스는 기존 구형 진중버스 대비 안전할 뿐만 아니라 높아진 성능 덕분에 이동 시간을 줄여 작전 능력 및 전투력 향상에 크게 기여하고 있으며, 정비성도 편하고 시중 부품과도 호환되어 유지비도 줄어드는 부가적인 효과도 가져오고 있다. 앞으로도 오랫동안 공군 병력들의 안전한 발로 활약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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