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노홍철이 타고 다니던 ‘홍카’를 기억하는가? 해당 차량은 과거 무한도전의 스피드 특집에서 폭발했던 차량이기도 한데, 당시 이 특집이 홍카의 폭발로 엄청난 화제를 몰았던 기억이 있다. 물론, 제작진의 철저한 계획 하에 비슷한 차량을 대신 폭발시킨 것은 이미 밝혀진 사실이지만 말이다.
하지만 당시 노홍철의 세상을 다 잃은 표정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눈앞에서 자신의 차가 불에 활활 타고 있었으니 참담한 표정을 짓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이런 일이 TV 속이 아닌, 자신에게 벌어진다면? 게다가 여러 모델에서 벌어진 화재가 모두 같은 배터리를 품고 있었다면? 현실에서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일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오늘은 LG 배터리와 화재 사건들을 알아보자.
글 정지현 에디터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얼마나 잘나가나?
2021년 상반기 세계 각국에 차량 등록된 전기 승용차의 배터리 에너지 총량은 105.2GWh로 전년 동기와 비교해 2.6배 이상 증가했다. 그중 LG에너지솔루션은 27.9GWh로 2.7배 급증하면서 1위를 차지한 중국의 CATL을 맹추격했다. 업계에서는 LG가 하반기 1위를 탈환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조사를 맡은 SNE 리서치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 사태로 위축됐던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2020년 3분기부터 12개월 연속 회복세를 보였다”라고 한다. 더하여 “2021년 상반기를 지나면서 갈수록 심화하고 있는 중국계 업체들의 공세에 대해 국내 3사가 나름대로 선방해오고 있는 상황”이라는 소식도 들려온다.
LG 배터리 탑재한
폭스바겐 ID3 화재
그런데 문제는 LG의 배터리를 탑재한 여러 차종에서 결함 및 화재 사건이 터진다는 것이다. 오늘은 LG 배터리를 품은 세 모델을 살펴보면서 이야기를 나눌까 한다. 먼저 폭스바겐 ID3다. ID3는 최근 화재가 발생했는데, 사건 당시 해당 차량은 최근 충전이 끝난 상태였다고 전해진다.
ID3의 차주는 충전이 끝나고 세 살 아이를 차에 태운 후 차량에 앉아있었는데 얼마간 시간이 흐르자 뒷바퀴 쪽에서 연기가 발생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증언했다. 다행히 차주의 빠른 판단으로 긴급히 대피해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차량은 전소해버렸다. ID3는 지난해 출시와 함께 부품 문제로 리콜에 나서는 등 판매 과정이 매끄럽지 못했기 때문에 해당 사건이 더욱 주목받고 있다.
불난 쉐보레 볼트도
LG 배터리 탑재
폭스바겐 ID3뿐만이 아니라, 쉐보레 볼트 EV와 EUV도 결함 사태의 주인공이 됐다. GM은 이미 지난해 소비자들로부터 차량 화재 사고에 대한 불만 신고를 접수한 이후 LG화학과 함께 일부 생산시설의 제조 데이터를 검토하고 배터리 팩을 분해해 셀 이상 여부를 파악해 왔다.
그리고 그 결과 볼트 EV와 신형 볼트 EUV에 장착된 배터리 모듈까지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GM은 LG 측에 추가 리콜 비용 일부에 대한 보상을 요청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이번 추가 리콜 비용에 대한 충당금과 분담비율에 따라 LG 측이 부담해야 할 전기차 리콜 비용이 최대 2조 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코나 화재 때도
LG 배터리가 있었다
독자 대부분이 알고 있을 듯한 모델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코나 EV다. 코나 EV는 작년부터 화재 결함이 끊이지 않은 비운의 차량이다.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유사한 형태의 화재가 연이어 15건 발생하면서 도합 1조 4,000억 원을 들여 배터리 셀과 주변부 일체를 교체하는 자발적 리콜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지난 6월에도 또다시 화재가 발생하며 코나 EV는 다시 한번 도마 위에 올랐다. 게다가 해당 차량은 작년 3월까지인 리콜 기간 이후에 제작하고 판매한 차량으로 파악됐다. 배터리는 역시나 LG 에너지솔루션 제품이었다.
“중국산 분리막 쓰면서
이런 문제 생긴 거 아냐?”
한편, 일각에선 “싸구려 중국산 분리막 쓰면서 이런 문제 생긴 거 아니냐”라는 의문도 이어지는 상황이다. 이게 무슨 말일까? 실제로 그간 LG에너지솔루션은 중국산 분리막 비중을 점진적으로 늘려왔다. 원가절감을 위한 선택이었다.
업계에 따르면 중국 상해은첩은 LG에너지솔루션과 GM의 합작사, 얼티엄셀즈와 약 2,900억 원 규모의 배터리 분리막 공급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전해졌다. LG에너지솔루션은 코팅이 없는 베어 필름을 중국 업체에서 받아왔으며, 안정성강화분리막과 같은 세라믹 코팅 기술을 더해 배터리에 적용했다. 만약 상해은첩이 코팅한 분리막을 공급한다면, 분리막 관련 핵심기술을 모두 중국에 의존하는 셈이다.
주가도 9.7% 하락
LG 화학 정말 위기인가?
미국 GM의 전기차 추가 리콜 결정 소식이 전해지자 LG화학 주가가 급락세를 보였다. LG화학은 23일 오전 중 코스피 816개 상장사 중 하락률 1위를 기록했는데, 전날보다 약 9.7% 하락한 수치였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GM이 LG 화학에 강력히 책임을 물을 것을 선포했으니, 이러한 결과가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한편, 뭇 전문가는 “충당금 증가로 인한 부담은 있더라도 LG에너지솔루션의 기업가치 훼손으로는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을 더하기도 했다.
네티즌 살펴보니
“전기차는 아직인가 보다”
LG 배터리 화재 사건이 연이어 터지자, 네티즌의 반응도 점점 차가워지고 있다. 물론 “혹시 모르잖아요. 전후 관계 잘 따져봐야죠” 등의 반응도 있었지만, “무섭긴 하네요”, “전기차 무서워서 타겠냐”, “아직까지는 내연기관이 답이네요” 등의 반응이 다수였다.
더하여 “K-배터리 민폐 끼치지 말자”, “화재가 이렇게 많이 나면 진짜 문제 있는 거 아닌가?”, “잘 나갈 때 더 조심해야 한다던데…. 반대로 가고 있네”, “중국산이 문제라니까” 등의 반응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의 화재 건수는 최근 2개월 동안만 해도 6건이 넘어간다. 먼저 국내에서는 앞에서 언급한 현대차 코나 일렉트릭, 그리고 르노삼성차 SM3 Z.E. 등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해외에서는 폭스바겐 ID.3, 쉐보레 볼트 EV을 비롯해 아우디 e-트론 GT 등에서 사고가 보고됐다.
LG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에 계속해서 화재가 발생하고 있으니 소비자의 마음이 돌아서는 것은 시간문제인 듯 보인다. 물론 LG만의 잘못은 아닐 수 있다. 여러 원인이 결합해 생긴 결과일 수 있기에 그만큼 전후 관계가 투명하게 공개돼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의문이 하나 생긴다. 지금까지 발생한 모든 화재의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지는 그때가 올 때까지 화재 가능성으로 불안에 떠는 소비자의 마음은 누가 알아줄 수 있을까.
autopostmedia@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