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유독 장마가 길었고 비가 험하게 와서 자동차 침수 피해가 많았는데 올해도 심상치 않다. 전국적으로 가을 장마가 진행 중이며 현재 장마로 인한 침수 피해가 극심하다. 부산은 장마 기간에 시간 당 최대 53mm에 이르는 장대비가 내리면서 침수와 고립 피해가 생겼다. 하천 도로와 시설물이 물에 잠기기도 했으며 지하 차도 등 도로 17곳이 침수돼 차량 운행이 통제됐다.
폭우나 태풍으로 인해 건물 지하와 도로가 침수되어 물에 반쯤 잠겨 주행하는 자동차를 뉴스에서 본 적 있을 것이다. 대부분 시청자들은 차주를 걱정하지만 중고차 구매를 예정 중인 소비자들은 다른 걱정을 하고 있을 것이다. 바로 ‘침수차가 중고차 시장에 매물로 나오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이다. 이런 소비자들의 걱정을 덜어주고자 오늘은 침수차의 현황과 구별하는 방법을 중점적으로 다뤄보려고 한다.
글 정서연 수습에디터
작년 여름 침수차
2만대 이상 접수
작년에 장마 기간이 54일로 매우 길었고 비가 집중적으로 내리는 국지성 호우가 많아서 침수차 피해가 심했다. 손해보험협회와 자동차보험을 취급하는 손해보험사에 따르면 지난해 7~9월 장마와 태풍으로 접수된 피해 건수만 2만 1,194건, 추정 손해액은 1,157억 원에 달한다. 이는 ‘역대급 피해’로 접수 1건 당 1대가 피해를 입었다고 가정하면 2003년 9월 태풍 매미로 4만 1,042대가 피해를 입었고 2012년에는 태풍과 집중호우 2만 3,051대가 피해를 입은 것에 이어 세 번째로 많았다.
그 밖에 보험사에 접수되지 않은 침수 피해 차량도 많다. 자동차보험 자기차량손해담보에 가입해야 보험사에 피해를 보상해달라고 접수할 수 있다. 보험개발원이 집계한 지난해 1분기 자차 보험 가입률은 71.5%다. 단순 산정하면 침수차 10대 중 3대는 손해보험사 집계에 포함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
물에 잠기면
다 침수차 아닌가요?
보통 침수차라고 하면 물에 완전히 잠긴 자동차를 생각하는데 사실 정도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다. 물에 잠긴 정도에 따라 3단계 정도로 나뉜다. 1단계는 바닥까지 침수, 2단계는 시트높이 혹은 핸들 시작점까지 침수, 3단계는 엔진까지 침수된 것으로 침수차의 등급을 나눈다.
1,2단계까지는 수리해서 탈 수 있지만 3단계는 전기 계통이 손상됐기 때문에 폐차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폐차 대상인 침수차 중 일부가 중고차 시장에 매물로 나오는 경우가 끊이질 않고 있다. 침수차는 사고차가 아니기 때문에 오염만 제거하고 외관상 멀쩡하게 세차를 시킨 후 중고차 시장에 내보내고 있는 것이다.
침수차
바로 폐차할까?
만약 폐차 대상인 침수 차량이 수리된 후 중고차 시장에 유통되어 운행하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크게 세가지로 구분해서 살펴볼 수 있다. 첫 번째로 시간이 흐를수록 철판의 부식이 빠르게 이뤄져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철판과 프레인의 부식이 생기면서 차량의 강성이 약해지며 이는 미관상 좋지 않은 뿐만 아니라 고속으로 주행하거나 접촉 사고가 발생할 때 탑승자의 안전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두 번째는 극심한 악취가 발생한다. 차량 내부까지 침수된 차량의 경우 보이지 않는 내부 곳곳에 세균과 곰팡이의 서식지가 되기 때문에 점점 악취가 심하게 발생할 것이다. 에어컨 및 히터 작동 시에도 악취가 사라지지 않을 수 있다. 이는 탑승자의 호흡기 질환과 각종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엔진과 변속기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자동차가 움직이는 원동력이 되는 엔진과 변속기 침수가 됐다면 큰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최근 자동차들의 엔진과 변속기에는 각종 전자제어장치와 센서류들이 상당히 많다. 이러한 전자제어장치가 함께 침수되면 작동 오류, 미작동 등으로 크고 작은 안전사고들을 유발할 수 있다.
소비자들이
침수차 구별하는 방법
일반 소비자들이 중고차를 구매할 때 침수 차량을 구분하기 위해 제일 많이 보는 부분은 도어트림과 고무 트림이다. 여기를 쭉 따라 뒤집어보면 흙이 묻어있는지 유무에 따라 침수 차량인지 아닌지 구분할 수 있다. 그다음으로 많이 보는 부분은 안전벨트다. 안전벨트를 끝까지 당겼을 때 모래나 진흙 등 이물질이 나오거나 약품 처리한 흔적이 있을 경우 침수 차량으로 의심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침수차 구별하는 방법은 바닥 매트 확인이다. 바닥을 올려봐서 흙이 묻어있거나 물에 젖어 있는 부분이 있다면 침수 차량으로 의심해 봐야 한다. 이외에도 외관과 엔진룸, 트렁크 공간도 꼼꼼하게 살펴봐야 한다. 엔진룸 내부까지 디테일하게 살펴보는 것은 어렵지만 겉으로 보이는 각종 배선, 퓨즈박스 내부 등을 빠짐없이 체크해야 한다. 트렁크 공간은 스페어 타이어가 있는 곳까지 들여다보고 진흙이나 녹슨 부분이 있다면 의심해봐야 한다.
직접 확인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침수차를 구별하기 위해 직접 차량을 확인하는 방법도 있지만 중고차를 구매하기 전에 차량 번호만 알고 있다면 간단하게 스마트폰이나 웹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보험개발원에서 제공하는 ‘카히스토리’ 조회 서비스를 통해서 간단하게 차량 번호를 입력해서 확인할 수 있다. 정보 조회 시 보험 처리한 내역을 상세하게 보여준다.
예를 들면 사고 난 부위와 수리비 내역 등 꼼꼼히 확인할 수 있다. 또 전손이나 도난, 침수 피해 소유자 변경 이력까지 모두 조회가 가능하기 때문에 침수차 구별이 아니더라도 중고차를 구입할 예정이라면 조회를 해보는 것도 좋다. 그러나 카히스토리에도 한계가 있다. 카히스토리에서 조회되는 정보는 보험 처리가 된 차량에 한하여 조회가 가능하기 때문에 보험 처리가 되지 않은 침수차는 사고에 대해서는 조회가 불가능하다. 그때는 차량을 직접 확인하여 침수 차량인지 아닌지 판단해야 한다.
국토부
수리 불가 침수차
폐차 요청 의무화
정부가 올해 6월, 침수차가 수리될 수 없을 정도로 피해가 심하다면 30일 이내로 폐차할 것을 요청하는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번 개정안에 따르면 침수로 수리할 수 없거나 수리비가 차량 가액을 초과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경우 보험사의 전손 결정 후 30일 이내에 소유자가 자동차 해체 재활용업자에게 폐차를 요청해야 한다. 이를 위반할 경우 지연 기간에 따라 과태료를 최대 300만 원까지 차등 부과하도록 했다. 하지만 네티즌들은 이런 법안이 침수차가 불법으로 중고차 시장에 유입되는 것을 막을 수 있을지 실용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침수로 차량 가액보다 더 많은 수리비가 나오면 보험사는 차량 가액만큼 보험금을 지급해 새 차를 구입할 수 있도록 전손처리를 해준다. 이를 위해선 자동차보험 자기차량손해담보에 가입돼 있어야 한다. 그런데 보험개발원이 집계한 지난해 1분기 자차 보험 가입률은 71.5%인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히 산정하면 침수차 10대 중 3대는 자차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자차 보험에 가입되지 않은 침수차는 손해보험사 집계에 포함되지 않은 가능성이 높고 실제로 폐차 처리됐는지 확인할 수 있는 폐차 이행 확인제에 등록되지 않을 수 있다. 만약 등록되지 않은 침수차를 전문가도 알아채기 어려운 수준으로 침수 흔적을 없앤 뒤 몰래 중고차 시장에 판다면 일반 소비자들은 속고 구매하게 되는 것이다.
정부가 단속해도
당할 수 있으니 조심하자
정부가 침수차 관련 정책을 강화했음에도 침수차의 중고차 시장 유입을 막기에는 부족해 보인다. 전손처리되지 않았거나 자차보험에 가입되지 않은 침수차가 중고차 시장에 유입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더 강력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최근 침수차 구별법이 널리 알려지면서 교묘하게 침수 흔적을 없애는 만큼 안전벨트, 퓨즈박스 등이 새것이거나 교체 흔적이 있다면 침수 여부를 의심해야 한다. 침수차가 대량으로 발생한 시기에 하체, 시트, 엔진오일 등이 집중적으로 교환됐다면 침수 피해를 입었을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침수차를 판매하려는 사기꾼들은 경계심이 느슨하거나 매물이 부족할 때를 노린다”라며 “정상적인 매물보다 저렴한 가격에 나온 중고차는 침수차일 가능성이 있으니 경계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침수차를 구별하는 방법을 파악한 네티즌들은 “이렇게 봐도 잘 모르겠어요”, “침수차 구별하는 방법 알아도 당할까 봐 걱정됩니다”, “돈 많이 벌어서 신차사는 게 답인가요”, “이제는 속고 사지 않으리”, “내 안전과 직결되는 일인 만큼 더 신중하고 꼼꼼하게 살펴봐야겠어요”라는 반응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중고차 구매 기간도 중요하다”라고 당부했다. 그리고 “보통 여름에 침수 피해를 입은 차량은 수리 기간을 거치고 그다음 해, 중고차 시장에 나타난다”라며 “여름에만 바짝 살펴보는 것이 아닌 중고차 시장에 들어간 순간부터 계속 긴장을 늦추면 안 된다”라고 조언했다. 혹시 오늘 공유한 침수차 구별 방법 이외에 자신이 중고차를 살 때 살펴보는 방법이 있다면 댓글로 공유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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