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이슈플러스 “우리 솔직히 이차는까지 말아요” 국산 스포츠카 레전드 계보의 시작을 알린 자동차

“우리 솔직히 이차는까지 말아요” 국산 스포츠카 레전드 계보의 시작을 알린 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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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바야흐로 2001년 9월 대한민국 자동차 시장에 센세이션 한 녀석이 등장했다. 선배였던 티뷰론 터뷸런스의 계보를 이어주는 후속작이며, 아반떼 XD의 플랫폼을 사용하여 만든 마지막 SLC (Sports Looking Car) 바로 현대차의 또 다른 명차 투스카니다.

출시 초반 Speed Machine 이란 슬로건으로 내건 광고 캐치프라이즈는 구준엽 씨를 광고모델로 내세워 강렬한 인상을 줬다. 보는 이들이 절로 ‘국산차에서 감히?’라고 생각할 지경으로 잘 다듬어진 근육질 바디, 각지고 컴팩트한 디자인을 뽐내며 남자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는 두루 갖췄다. 이러다 보니 투스카니는 모든 20~30대 젊은이들에게 꿈이자 희망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고, 한때 수많은 젊은이들의 드림카로 손꼽히는 차 중 하나였던 그런 녀석이다. 오늘 이 시간은 현대의 또 다른 숨겨진 명차 혹은 알고 보니 꽤나 괜찮았던 그런 차 투스카니의 매력을 함께 알아보도록 해보자.

 권영범 수습 에디터

총 두 번의
페이스리프트를 거친
모델 중 가장 초창기형
투스카니는 2001년 9월 어느 가을날에 출시가 되었고, 투스카니의 차명은 이탈리아의 휴양 도시에서 따온 이름이다. 레이싱 게임의 명장 니드 포 스피드 언더그라운드 2, 그란투리스모 4에도 나온 차종이기도 하며, 현대차를 전 세계적으로 알리는데 한몫한 차 중 하나다.

본격적으로 개발에 착수하기 시작한 건 1997년 10월 GK라는 프로젝트명으로 상품 발의가 시작되면서부터다. 2000년에 프로토 타입을 제작하고 2001년에 양산을 목표로 두었고, 총 3년 10개월의 개발 기간을 거쳐 2.0L 베타 엔진과 2.7L V6 엔진이 얹혀진 엘리사 두 가지로 나뉜다.

(그란투리스모 4에 등장한 투스카니)

대한민국 승용차 부문 최초로 6단 수동변속기가 탑재된 차량으로도 유명하며, 21세기 초반부터 초중반까지 엘리사 수동을 따라가는 차가 몇 없었다. 2001년 출시 당시 2.7L 엘리사 기준으로 최고 속도 222km/h로 국산차 부문 고성능의 끝을 달렸다.

당시 현대차에서 진행한 출고식 행사에서 탤런트 겸 레이서인 류시원에게 2.7L 엘리사 수동을 증정하여 투스카니의 1호 차 고객이 된 일화도 유명하다.

남들이 무시하는 그 차
제법 잘 만든 차다
투스카니 순정 시트는 독일의 유명 시트 제작사 레카로에서 기술 자문을 받아 만든 시트다. 순정 시트임에도 불구하고 꽤나 낮게 깔리는 시트 포지션 하며, 갈비뼈를 잡아주는 능력까지 기본적인 세미 버킷 시트의 기능을 충실히 해내는 시트다.

그러다 보니 오늘날에도 여전히 중고거래로 투스카니 시트가 활발히 거래되고 있으며, 오래된 차량들을 리스토어 할 때 많이들 찾는다. 여하튼, 스쿠프가 국내 모터스포츠 산업에 텃밭을 일궈놨고, 티뷰론 터뷸런스가 씨를 뿌려 물을 줬다면 투스카니는 수확을 했다.

(사진 = AICHIKIKAI)

90년대 초반부터 가지고 있는 고유의 포지션 덕분에 튜닝 산업의 기반 겸 본격적인 튜닝 산업을 개척해나간 차가 바로 투스카니다. 2.7L 엘리사 모델은 파워텍 4단 자동과 6단 수동이 제공되는데, 이 6단 수동 미션이 국내 생산 제작품이 아닌 아이치기공제 6단 수동변속기다. 이 아이치제 6단 수동변속기는 순정상태로서도 대응 토크가 높기로 유명한데, 웬만한 터보 튜닝을 한 차량들에서도 별달리 강화 없이 사용이 가능했다.

하지만, 변속기 자체 신품은 국내 제고로 존재치 않으며, 2.0L 모델에 달리는 일반 파워텍 수동 5단 변속기 모델에 비해 플라이휠, 클러치 디스크의 가격이 3배가량 차이 나며 이마저도 제고를 구하려면 시간을 좀 줘야 하거나 없는 경우도 존재한다. 이러다 보니 미션을 정비해야 할 경우가 생긴다면 그랜저 XG 2.5L 수동 미션의 부품을 활용하여 교체를 진행하는 게 일반적이다. 아, 참고로 오너들과 일반인들 사이에서 오해하는 부분이 있다. 도요타 계열의 아이신 미션이 아닌 닛산의 자회사 변속기 및 엔진 제조업체 아이치기공이다. 마티즈 1세대의 악명 높은 CVT 미션을 공급한 회사로도 유명하다.

보다 감각적으로
변한 외모 혹은
투스카니 중 가장 뛰어난 외모
2004년 9월 첫 번째 페이스리프트가 공개되었다. 그리고 투스카니 모델 중 가장 투스카니 다운 외모를 가진 차라고 평가되기도 하며, 이 F/L 1 모델에 제공되는 옵션의 폭이 굉장했다. 투스카니 중 2.0L 베타 엔진에 아이치 6단 수동변속기가 적용되는 GTS ll 트림이 생겼다. HID 램프, VDC, 프론트 디스크 로터에 타공 디스크가 제공되었다.

이 로터는 ‘엘리사 타공’으로 불리기도 했으며 그랜저 XG 16인치 2P 캘리퍼와 조합이 가능하다. 필자도 전에 타던 차량에 일리아드 알루미늄 2P 캘리퍼에 엘리사 타공 조합으로 타고 다녔었다. 추가로 순정 캘리퍼 중 대용량 알루미늄 1P 캘리퍼가 존재한다. 다만, 이 캘리퍼는 구하고 싶어도 못 구하는 소문이 무성한 캘리퍼다. “HYUNDAI” 음각이 존재하며 빨간색으로 멋을 부린 캘리퍼다. 비슷한 맥락으로 기아차 쎄라토도 흡사한 캘리퍼가 존재한다.

(해당 사진은 수출형입니다.)

추가로 ASA 사의 순정 17인치 경량 단조 휠을 제공했다. 여하튼, 이 F/L 1 모델은 램프류의 디자인이 변경되었고, 범퍼의 형상이 조금 변했다.

초기형과 호환이 되는지라 모두들 F/L 1의 범퍼와 라이트를 이식하고 다니는 일이 많았다. 함정은 중고시장에서 차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라면 신형인 줄 알고 덜컥 구매하는 경우도 상당히 많았다.

2006년 10월
F/L 2 탄생
프론트 마스크가 대공사 수준으로 변한 F/L 2가 탄생하게 되었다. 리어 테일램프의 디자인도 변경이 이뤄졌는데, 뒷모습의 디자인은 호평을 이뤘지만 프론트 마스크의 생김새는 호불호가 극명하게 나뉘었다.
날렵해졌다고 좋아해 주는 소비자가 존재하는 반면, F/L 1보다 디자인이 퇴보되었다며 대차게 비판하는 이도 많았다.

실내 인테리어는 기존 오렌지빛 조명을 기반으로 계기판과 공조기의 존재를 알려줬지만, F/L 2로 넘어오면서 센터패시아 디자인이 변경되었다. 그리고 실내조명이 블루로 바뀌고 계기판의 폰트가 바뀌는 등 디테일한 부분에서 많은 변경이 이뤄졌으며, 요즘도 중고시장에서 간간이 ‘레드 팩 투스카니 시트 구합니다.’의 주인공이 모델이 바로 이 F/L 2 모델에서 탄생한 거다.

GT-R 거장의
조언이 섞인 투스카니
한때 투스카니에 열띤 관심을 가졌던 시절 어렴풋이 들었던 개발 비화가 생각났다. “당시 투스카니 개발자가 일본 엔지니어 찾아가서 조언을 구했는데 200마력 언더 셋팅을 해야 한다고 했었다 카더라~”식의 이야길 들은 적이 있었다. 당시에는 그냥 동호회 내부에서 도는 소문이고 카더라 통신으로 치부되던 시절이라 별달리 신경을 안 썼다. 하지만, 이번 아반떼 N이 출시되면서 그 개발 비화가 사실임이 확인되었다. 그 기사의 내용을 인용하자면 이렇다.

“내가 보기에 현대자동차는 아직 젊은 회사고, 앞으로의 성장이 기대된다. 그런 회사에서 근무하는 자네는 행운아다. 마지막으로 충고하고 싶은 것은, 기획하는 스포츠카가 최대 출력이 200마력을 넘겨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200마력이 넘는 앞바퀴 굴림 차는 일반인에게 아주 위험할 수 있다. 네 다리가 달린 동물 중에 앞다리가 뒷다리보다 큰 동물이 얼마나 있느냐를 생각해 봐라.” 지금은 고인이 된 사쿠라이 신이치로 옹의 말이다. 이 글귀를 보는 순간 괜한 소리가 아니었음을 알게 됨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 자릴 빌어 RPM 9의 임의택 기자님께 진심 어린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지난 세월을 통한
투스카니의 총평
투스카니는 북미에서는 “저렴한 가격에 썩 괜찮은 출력, 준수한 외모”로 가성비란 카테고리를 얻었다. 그들 사전에 만족스러움이란 없는 영국의 BBC 탑기어에서 마저 베이비 페라리라고 부를 정도로 한국 자동차를 평가하는 것치곤 꽤나 후한 평가를 내어줬던 자동차이기도 했다.

이후 제네시스 쿠페의 등장으로 2008년 4월경 단종되었다. 여타 스포츠카들이 그러하지만, 수많은 사건 사고를 일으킨 차량들이었다. 하지만 투스칸의 존재는 실험적이고, 도전적이었으며, 자동차에 대한 열정만큼은 그 누구에게도 뒤처지지 않았던 그 시절의 필드 사람들, 오너들, 개발진들이 있었기에 명차 반열에 올라서지 않았나 싶다. 비록 지금은 단종된 지 10여 년이 훌쩍 지난 노장이지만, 지금 이 순간도, 공도 어딘가에서 “휘리릭 쉬이익” 블로우 밸브 소릴 내며 밤길을 내달리는 현역들이 곳곳에 산재해 있을 것이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autopostmed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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