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2008년 1월이었을거다. 현대차에서 제대로 된 고급 대형 세단을 내놓은 날이었다. TV 광고에서 현대차 최초로 “다운 포스”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광고 카피를 내놨었다. “아니 주행 성능으로 욕먹는 현대가?”라는 생각을 가진 독자 여러분들 많으시리라 생각하지만 사실이다. 하지만, 정말 고속도로 주행성능은 현대차스럽지 않게 고급 지고 안정감이 좋았던 희대의 명차였다. 심지어 초창기형 MPI 엔진을 가진 제네시스는 OCV 밸브와 VVT가 어쩌다 한번씩 고장 나는 거 외엔 특별한 내구성 이슈도 없는 그런 차였다.
그런 제네시스가 왜 “제네실수”라고 불리는 차인지 한번쯤이라도 타본다면 바로 이해하실듯하다. 아이신 6단 트랜스미션의 믿음직한 내구성과 별달리 트러블이 없는 람다 1 MPI 엔진은 필자가 생각하기에 오래토록 곁에 두기에 좋은 무난한 세단들 중 가장 적합한 세단이 아니었나 싶을 정도다. 모쪼록 오늘 이 시간은 현대차의 역작 혹은 현대차 역사상 가장 큰 실수 1세대 제네시스에 대해 알아보도록 해보자.
글 권영범 에디터
농담 아니라
정말로 좋은 차다
차의 기준이 깐깐한 사람들도 현대차 중 가장 괜찮은 차로 손꼽히는 차가 바로 이 초기형 제네시스다. 일명 BH로 불리며 2008년 1월에 세상에 처음 등장하게 된다. 라인업은 람다 1 3.3L V6 엔진과 3.8L V6 엔진을 제공하였으며 MPI 엔진이다.
트랜스미션도 현대의 자체 미션인 파워텍 대신 아이신제 6단 자동 변속기를 채택하였고 V8 4.6L 엔진에만 한하여 ZF 6단 변속기를 탑재하였다.
허나 둘 다 훌륭한 미션이다. 아이신 미션 특유의 질긴 내구성과 느릿한 거 같은 빠른 변속이 특징이었으며, 도로에 돌아다니는 초기형 제네시스 BH의 경우 해당 미션이 장착된 차량들이다.
당시 1세대 에쿠스 LZ가 병행 판매가 되고 있는 시절이었으며, FR과 FF의 레이아웃 차이로 인한 실내공간 차이를 제외한다면 성능이면 성능, 편의 사양이면 편의 사양, 주행능력이면 주행능력 어느 하나 빠질 게 없었고 오히려 훨씬 더 능가했다. 물론 플랫폼이 오래전 거라 차이가 더 심한 것도 있다.
현대 경영진들은
정말 안 좋아하지만
이 차는 칭찬을 아끼고 싶지 않다
여러분들 제네시스의 디자인이 고난을 한번 겪고 난 뒤에 나온 디자인이라 하면 믿으실련지 모르겠다. 지금 현행 나오는 G80도 나무랄 게 없는 디자인이고, BH 또한 올드 한 점을 뺀다면 나무랄게 전혀 없는 디자인이다.
하지만 출시 직전에도 이걸 내놔도 될지 고민이 깊었다는 사실이 전해져 궁금증을 자아냈다. 일단 사진으로 한번 만나보자.
이걸 차라고 만든 겨?
그런 겨?
차마 할 말이 없었다. 지금 디자인으로 대차게 안 좋은 소릴 듣고 있는 GV60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카더라 통신에 의하자면 정몽구 회장님께서 이 디자인을 보고 극대노를 하셨다고 했다. 근데, 그럴 만도 하다. 어느 하나 디자인의 포인트라곤 찾아볼 수 없고 미국차와 일본 차를 섞어 놓은 듯한 디자인 아니, 그냥 괴물이라 보는 게 맞지 싶다.
요즘 현대차들의 디자인이 좋지 않다고 말하기가 미안할 정도였다. 사실, 거짓말인 줄 알았다. 그냥 프로토 1, 프로토 2, 프로토 3 같은 그냥 실험용 중 하나였을 거란 생각을 했다. 하지만, 정보를 찾아보고 찾아본 결과 저 디자인이 결국 최상위 결재라인에 올라간 것이었고 그 결과는….. 전술한 내용대로다.
다행인 점은 실내 인테리어는 기존 것과 크게 차이가 없다. 거의 흡사한 수준이며 핸드의 형상만 조금 바뀐 것 외엔 없다.
이후 2차 프로토 타입에서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제네시스 디자인으로 변경이 되었고, 현대 엠블럼을 장착한 버전과 제외한 버전 두 가지가 모터쇼에서 공개가 되었는데 이 엠블럼이 삭제된 버전이 평가가 더 좋아서 BH만의 독자 엠블럼이 탄생하게 된 부분이다. 아마 익스테리어 1차 디자인 그대로 나왔다면 오늘날의 제네시스는 존재치 못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조심스레 해본다.
마이너 체인지
그리고
파워트레인 변경과 트림 추가
2012년부터 후기형이 탄생하게 되었다. 전반적으로 외형의 변화는 크지 않고 램프류의 형상만 조금씩 변하였을 뿐이다. 그만큼 디자인 면에서도 완성도가 높다는 반증이기도 하며, 요즘에도 19인치 순정 휠을 장착한 BH를 보고 있노라면 꽤나 그럴싸하다.
여하튼 후기형이 출시되면서 엔진이 모두 GDI 방식으로 바뀌었고, 변속기도 기존 아이신과 ZF의 변속기를 버리고 현대 파워텍 8단이 맞물리게 된다.
북미 수출형의 경우 V8 4.6L에서 5.0L로 커졌으며, 북미 수출형 한정으로 R-spec 5.0L 모델도 추가했다. 변속기의 셋팅을 보다 스포티하게 한 점이 특징으로 꼽히며 하체도 스포츠 성향에 맞춰 단단하게 셋팅되었던 모델이다.
이후 2013년 마지막 모델에서 브레이크 디스크의 직경을 키우고, 4P 캘리퍼를 장착, 19인치 휠과 컨티넨탈 타이어, 북미 수출형과 동일한 스포츠 서스펜션을 장착한 다이나믹 에디션이 탄생하게 되었고, 2013년 연말 단종되기까지 편의 사양 옵션이 보강되어 출시되었다.
2011년 5월
프라다 에디션 탄생
제네시스 BH를 논하려면 역시나 프라다와 콜라보레이션을 한 프라다 에디션을 빼먹을 수 없다. 2년 동안 현대차와 공동 개발을 하며 전용 컬러와 내장재를 적용하여 GP500이란 트림으로 출시하게 되었다.
수출형에 적용되었던 V8 5.0L 타우엔진이 적용되었으며 2011년 600대, 2012년 600대 각 연도별로 한정 판매를 하기도 계획되었으나 정말 안 팔렸다. 오죽했으면 V6 엔진 사양으로도 프라다 에디션이 잠시나마 판매되었으니 말이다.
이 프라다 에디션은 현재 중고시장에서 근근이 구경이 가능하다. 대신 대배기량 모델답게 주로 장거리를 뛴 녀석들이 많으며 평균적으로 16만 ~ 20만 km 가량 운행한 차량들이 대부분이다. 대신 중고차로는 그다지 추천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당연히 내구성을 비롯한 메인터넌스의 문젠데…. 이 문제는 언젠가 또 이야기할 수 있는 날이 올 때 진중하게 후술해보도록 해보겠다.
제네시스 BH의 경우 국산 차량들 중에서 명차 반열에 5손가락 안에 꼽을만한 명작이다. 2000년대 중후반기의 트렌드가 고스란히 잘 녹아져 내린 디자인, 미끈한 차체, 웬만한 큰 휠도 너끈히 소화할 수 있는 압도적인 휠 하우스 크기는 한때 튜닝카로도 종종 이용되었던 차였다. 에어 서스펜션을 비롯해 전기 전장 부품도 수입산 부품을 대거 사용하여 전반적인 부품의 만듦새 그리고 내장재 질은 당시 국산차 중에선 감히 따라올 차가 없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현행 돌아다니는 제네시스 BH는 대체적으로 키로수가 많은 차량들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가지고 있다는 건 그만큼 그 차에 대한 만족도가 크다는 점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인간은 만족감 부분에서 본능적으로 움직이는 동물이다. 속이려고 해도 속일 수 없는 게 바로 인간의 본능이다. 흘러가는 세월에 같이 떠밀려 점차 잊혀가는 차량 중 하나에 속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이 차는 명차로써 기억해 줄 누군가가 곳곳에 존재할 것이고, 가면 갈수록 물질적인 가치는 더 떨어질지언정 잘 만든 차였음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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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제네시스디자인은 정말 ㅎㄷㄷ하네
옛날 제네시스디자인은 정말 ㅎㄷㄷ하네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