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오는 자동차에는 반자율주행이라고 불리는 운전자 보조 기능이 탑재되어 있어 안전한 운전을 도와준다. 전방 추돌 위험이 감지되면 브레이크를 작동시켜주고, 차선 유지는 물론 차선 중앙 유지와 사각지대 감지까지 해준다. 한 번만 제대로 작동해 사고를 예방하기만 해도 옵션의 가치는 충분하다.
하지만 이 사양들은 말 그대로 반자율 주행, 운전자 보조 사양이기 때문에 기능을 활성화하더라도 스티어링 휠을 항상 잡고 있으며, 전방 및 주변 상황을 살펴 돌발 상황에 언제든지 대응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하지만 몇몇 운전자들은 이 기능을 너무 믿고 스티어링 휠에서 손을 떼고 다른 행동을 하기도 하는데, 교통사고 위험을 대폭 높이는 위험한 행동이다.
글 이진웅 에디터
LKAS가 잘못 작동해
스티어링 휠이 훅 돌아가
사고 발생
최근 한문철 변호사의 채널에 “차로 이탈 방지 보조 시스템(LKAS)만 너무 믿지 마세요”라는 제목으로 한 영상이 올라왔다. 영상을 살펴보면 교차로에서 좌회전 후 2차로를 주행하고 있다가 1차로로 차로 변경 후 직진 중이었는데, 갑자기 차가 왼쪽에 있는 방지턱과 차선분리봉을 치고 옆 차로로 넘어가는 사고가 발생했다. 다행히 주변에 다른 차가 없어서 추돌사고는 일어나지 않았다.
차종은 제네시스 G80이라고 하며, 당시 다른 운전자 보조 기능은 켜지 않고 차로 이탈 방지 보조 시스템만 켠 상태라고 했다. 그리고 직진 구간에서 스티어링 휠을 꽉 잡지 않았다가 예상치 못한 상황에 스티어링 휠을 바로 돌리지 못하고 사고가 발생했다고 한다.
서비스센터에서는 이물질이 바닥에 있어 조향이 돌아갔을 것이라고 말해 차주가 빌트인 캠을 확인해보니 아무것도 없었다고 한다. 이 영상을 본 네티즌들은 기능에 결함 있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었다.
차선이 그려진 맨홀 뚜껑이
돌아간 상태로 닫혀
차선이 옆으로 굽은 것으로 인식
하지만 영상을 잘 살펴보면 사고 나기 직전 차로 왼쪽에 맨홀 뚜껑이 있는데, 그 맨홀 뚜껑에 차선이 도색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맨홀 뚜껑 자체는 잘 닫혀 있는데, 문제는 위아래 차선과 이어지게 닫아놓지 않고 옆으로 돌아가게 닫아놓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시스템에서는 차로가 옆으로 굽은 것으로 인식해 스티어링 휠을 왼쪽으로 돌려버린 것이다. 시스템 자체의 결함일 가능성도 있겠지만 현재 네티즌들은 맨홀이 돌아간 상태로 닫혀 그것을 차선으로 잘못 인식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쪽으로 보는 여론이 강하다.
반자율 주행 기능과
관련된 사고가 꾸준히 나고 있다
반자율 주행 기능과 관련된 사고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작년에 위와 비슷한 사고가 발생했는데, 서해대교를 지나는 도중 갑자기 스티어링 휠이 왼쪽으로 꺾여 중앙분리대를 들이받은 사고가 발생했다. 위 사고와는 달리 차선이 잘못 그려져 있지는 않았다.
2019년에는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을 켜고 고속도로에서 주행하다가 정체로 멈춰져 있는 버스를 인식하지 못해 그대로 추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비슷한 시기에 차를 시승하던 고객이 영업사원의 “브레이크 밟지 말아 보세요”라는 말을 믿고 브레이크를 밟지 않다가 앞에 신호 대기 중인 트럭을 추돌한 사고도 있었다. 2018년에는 야간 주행 중 차로를 인식하지 못해 갑자기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갓길에 주차된 화물차를 그대로 들이받은 사고가 나타났다.
해외에서도 이와 같은 사고가 꾸준히 발생했다. 미국에서는 반자율 주행 기능이 교통 상황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사고가 났다며 제조사를 상대로 소송을 내기도 했으며, 반자율 주행 기능을 켜고 운전석이 아닌 조수석과 뒷좌석에 앉은 상태에서 주행하다가 사고가 나기도 했다.
운전자 보조 기능에 불과한
반자율 기능, 과신하면 안 된다
반자율 주행 기능은 운전자 보조 기능에 불과하며, 실제로 많은 제조사들이 반자율 주행이라는 용어보다는 운전자 보조 기능 혹은 이와 비슷한 용어로 안내하고 있다. 물론 차가 어느 정도 스스로 주행해 주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보조하는 것에 가까운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해당 기능을 활성화시키더라도 주행 중 스티어링 휠에서 손을 떼면 안 되며, 전방과 주변 상황을 항상 살펴 돌발 상황에 언제든지 대응할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 또한 제조사는 이를 과신하고 차량 조작을 소홀히 해 사고가 발생하면 운전자 책임이라고 안내하고 있으며, 스티어링 휠에 오랫동안 두 손을 떼고 있으면 경고음이 켜지도록 설계되어 있다. 도로 상황은 실시간으로 급변할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자율 주행 단계에 따른
6가지 분류 살펴보기
자율 주행에는 기술 단계에 따라 총 6가지로 나뉜다. 먼저 레벨 0은 차가 운전에 대해 전혀 개입하지 않는 것으로, 운전에 대한 모든 부분을 운전자가 직접 제어해야 되는 것이다. 2000년대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자동차들이 여기에 해당되었다.
레벨 1부터는 차가 운전에 조금씩 개입하기 시작한다. 운전자 보조 단계라고도 하며, 차량의 속도와 차간거리 유지, 차선 유지를 보조하며, 앞차와 충돌이 예상될 때는 긴급 제동도 걸어준다.
레벨 2는 부분 자동화로 기존 자율 주행 기술들이 통합되어 기능하는 것으로 현재 지원 중인 대부분의 ADAS 기능들은 레벨 2에 해당된다. 특정 조건에서 일정 시간 동안 조향 및 가감속, 차간거리 유지, 차로 중앙 유지가 가능하다. 하지만 여전히 운전자는 도로 상황을 모니터링해야 하며, 돌발적인 상황에서는 즉각 개입해야 한다.
레벨 3은 조건부 자율 주행으로, 고속도로나 고속화도로 등 특정 조건에서 차가 스스로 주행이 가능하며, 주행 중 변수 감지도 시스템이 어느 정도 해낸다. 하지만 100% 감지하는 것은 아니며, 시스템이 감지하는 범위를 넘어서면 운전자에게 개입할 것을 요청한다.
레벨 4는 고등 자율 주행으로 대부분의 도로에서 자율 주행이 가능하며, 눈길, 빗길 등 특정 조건을 제외하고는 운전자의 개입이 불필요한 단계다. 주행 제어와 주행 책임 모두 시스템에 있다.
레벨 5는 완전 자율 주행이며, 운전자가 불필요한 단계다. 차에 탄 후 목적지만 입력하면 차가 스스로 주행하며, 중간에 누구의 개입도 불필요하다. 레벨 5가 완전히 정착되면 스티어링 휠, 브레이크 및 가속 페달, 기어 셀렉트 등 장치가 굳이 없어도 되며, 운전면허 제도도 사라질 전망이다.
5단계가 되려면
아직 한참 멀었다
현재 자율 주행 단계는 2단계에서 3단계로 넘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S클래스, A8등 몇몇 고급차에만 레벨 3 수준의 자율 주행기술이 적용되었으며, 아직 대부분의 시판 차량은 레벨 2 수준의 자율 주행 기술이 적용되었다. 레벨 3부터는 주행 책임이 시스템에 있다고 하지만 위험 상황에서는 여전히 운전자가 개입해야 하며, 레벨 2는 주행 책임이 운전자에게 있다.
현재 많은 브랜드들이 4단계를 목표로 자율 주행 기술 개발 중이지만 이것도 2027년 정도는 되어야 상용화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완전 자율 주행 단계인 5단계는 한참 더 멀었다. 물론 기술 발전의 속도가 워낙 빨라지고 있다 보니 생각보다 빨리 나올 수도 있긴 하지만 명백한 사실은 아직 손을 놓고 운전할 단계는 아니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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