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인기 많아서 웃돈 주고도 못 구한다는 기아 텔루라이드, 하지만 미국 전략 모델로 출시되었던 탓에 국내에서는 구매할 수 없다. 국내에서는 텔루라이드 대신 모하비가 역할을 대신하고 있지만 페이스리프트만 2번 진행한 노후 모델이다 보니 텔루라이드를 국내에 출시해달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텔루라이드를 국내에서 아예 못 타는 것은 아니다. 미국에서 구매 후 직수입으로 들여오면 가능하다. 실제로 국내에 직수입 후 정식 등록해 번호판을 발급받고 운행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직수입하는 과정이 만만치는 않은 편이며, 이 과정에서 세금도 꽤 나온다. 텔루라이드를 국내에 직수입하는 과정에 대해 살펴보자.
글 이진웅 에디터
직수입 업체를
통한 방법
텔루라이드를 국내로 직수입하는 방법은 두 가지 방법이 있다. 먼저 직수입 업체를 통한 방법이다. 우선 신차를 들여오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데, 현대차 미국법인에서 미등록 상태에서 개인이나 업체를 통한 타국 수출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으며, 미국 내 누구의 명의로든 등록을 거친 후 말소해 보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중고차를 구매한 것과 다름없게 된다.
텔루라이드 중고차를 직수입하는 것은 그나마 수월하다. 우선 원하는 차량을 업체와 상담을 받고 나서 미국 내 거래처를 통해 견적을 받아본 후 최종 계약이 성립되면 수출자가 해당 차량을 말소 후 한국으로 차를 보낸다.
차가 한국에 도착하면 선하증권, 상업송장, 자동차 말소증, 송금 영수증 등 서류를 준비해 세관에 수입 신고를 하고 세금을 납부하고 차를 받는다. 인수 후에는 임시운행 허가증 발급이 가능하다. 자동차 신규 검사, 소음 및 배출가스 인증을 받아야 하는데, 자동차 검사는 이 차가 국내 자동차 관리법에 맞게 제작되었는지 검사하는 것으로 국토교통부 혹은 교통안전공단에서 진행하면 된다. 이를 자기인증이라고 한다.
소음 및 배출가스는 이 차가 소음이 기준치를 넘지 않는지, 배출가스가 기준치를 넘어서는 수치가 나오는지 검사하는 것으로, 한국환경공단에서 진행하면 된다. 이를 환경인증이라고 한다. 자동차 검사와 소음 및 배출가스 인증이 완료되면 지방세를 납부하고 자동차 신규 등록증을 발급받을 수 있으며, 이를 번호판 제작소에 가져가 번호판을 발급받고 차에 장착하면 운행이 가능하다. 차가 한국에 들어온 뒤 진행하는 절차는 꽤 번거롭기 때문에 보통은 직수입 업체에 대행을 맡기는 편이다.
이사를 통한
직수입 방법
업체가 아닌 개인이 직접 직수입하는 방법은 이사를 통한 방법밖에 없다. 여행 혹은 출장으로 미국을 방문해 차를 사서 보낼 수는 없으며, 미국에서 1년 이상 거주하다가 한국으로 돌아올 때 이사자 자격으로 보낼 수 있다. 유학이나 워킹홀리데이로 거주한 사람도 보낼 수 있다.
다만 조건이 있다. 가구당 1대, 10인승 이하, 이사자 명의, 3개월 이상 사용해야 이사물품 자동차로 인정된다. 즉 이사자 본인 명의로 텔루라이드를 구매 후 미국에 등록하고 3개월이 경과하면 한국으로 보낼 수 있다.
우선 운송 업체에 이삿짐과 함께 화물을 인도한 후 운송 업체로부터 선하증권, 포장명세서, 화물인도지시서 등 선적서류를 받으면 된다. 한국에 도착하면 일반 수입통관 절차를 거치게 되는데, 이때 세금 납부와 함께 자동차 임시운행 허가증을 발급받으면 된다. 텔루라이드는 한국에서 생산되어 수출되는 것이 아닌 미국에서 생산된 차량이기 때문에 한국 브랜드라도 이사물품 통관이 아닌 일반 수입통관 절차를 거치게 된다.
미국에 1년 이상 거주하고 차를 3개월 이상 사용해 이사자, 이사물품 자동차로 인정이 되었을 경우 자기인증과 환경인증이 면제되고 지방세만 납부 후 등록이 가능하다. 3개월 이상 1년 미만 거주했을 경우에는 단기 체류자 자격으로 차를 보낼 수 있지만 자기인증과 환경인증을 받은 후에야 등록이 가능하다.
신차 가격,
이삿짐으로 보낼 때 기준으로
계산을 해 보았다
자동차 직수입 가격은 차 값, 어디에서 보내는지, 직수입 업체를 이용한다면 그에 대한 비용 등 변수가 많기 때문에 정확하게 산출하는 것은 어렵다. 특히나 중고차인 경우 잔존가치까지 따져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여기서는 신차 기준으로 직수입 업체를 활용하지 않고 미국에서 구매 후 이사물품으로 보낼 때 기준으로 산출해보았다. 그렇기 때문에 실제 가격과는 다소 차이가 있으며, 참고 정도만 하는 것이 좋겠다. 가격은 만 단위까지만 표시하고 나머지는 버림 처리했다.
우선 텔루라이드 기본형을 기준으로 계산해보았다. 기본형의 가격은 3만 2,790달러이며, 한화로 약 3,839만 원이다. 현재 텔루라이드 공급 부족으로 딜러가 웃돈을 붙여 팔지만 여기서는 고려하지 않겠다. 그리고 최소 3개월 이상 사용해야 이사물품으로 보낼 수 있지만 이것 또한 여기서는 고려하지 않겠다.
이제 다음으로 차를 배에 실어 한국으로 보낼 차례다. 운임은 운송회사마다 다르지만 관세청에서는 미국 동부 기준으로 1,600달러로 안내하고 있으니 이걸 대입해보겠다. 한화로 환산하면 약 187만 원이 소요되며 보험료는 271달러, 약 31만 원이 들어간다.
한국에 왔으면 통관을 시켜야 하는데, 미국에서 생산된 차량은 FTA 협정으로 인해 관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다만 개별소비세와 교육세, 부가세는 내야 한다. 개별소비세는 과세가격과 관세를 더한 금액의 5%, 교육세는 개별소비세의 30%, 부가세는 과세가격에 세금을 더한 값의 10%가 부과된다. 관세가 없기 때문에 개별소비세는 과세가격의 5%만 내면 되므로 약 191만 원, 교육세는 약 57만 원, 부가세는 약 408만 원이 나온다. 통관할 때 세금은 총 656만 원이다.
다음으로 통관 후 발급받는 임시 번호판은 3,800원이지만 여기서는 만 단위 계산을 위해 제외하도록 하겠다. 차를 이사물품으로 보냈기 때문에 자기인증과 환경인증은 면제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수수료는 없다. 마지막으로 등록할 때 내는 취등록세는 약 268만 원, 공채 매입비는 345만 원이다. 모두 다 합하면 5,326만 원이 나온다. 기본 모델, FTA 협정으로 인한 관세 면제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으로 차를 들여오는데 만 1,500만 원 가까이 들었다.
다음으로 풀옵션이다. 최상위 모델에 AWD과 모든 옵션을 추가하면 5만 1,845달러가 나온다. 한화로 약 6,066만 원이다. 위와 동일한 조건으로 보내면 미국 동부 기준 운송요금 187만 원, 보험료 50만 원, 개별소비세 303만 원, 교육세 90만 원, 부가세 660만 원, 취등록세 424만 원, 공채 매입비 546만 원이 나온다. 이를 모두 합하면 8,326만 원이 나온다. 들여오는데 만 2천만 원 넘게 나온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실제 가격과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으며, 업체를 통해 직수입할 경우 이보다 더 나올 수 있다.
텔루라이드를 정말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면 추천하지 않는다
텔루라이드를 직수입해서 국내에서 타는 것은 생각보다 가격이 꽤 비싸다. 2008년 한창 제네시스 BH 역수입 열풍이 불 때도 직수입 업체는 3.8 VIP 팩과 비슷한 사양의 차량을 4,500만 원에 팔기로 하고 계약을 맺었지만 실제로는 세금과 운송료 등을 합하면 5,700만 원 정도가 나오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된 바 있었다.
텔루라이드 무 옵션 기본형 차량을 직수입해 타는 가격은 국내에서 팰리세이드 3.8 가솔린 AWD 캘리그래피 풀옵션에 취등록세 합한 가격보다 비싸며(5,264만 원) 텔루라이드 풀옵션 차량을 직수입해 타는 가격으로는 GV80에 옵션 꽤 많이 넣어 구입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텔루라이드를 정말 좋아하고 타고 싶은 것이 아니라면 직수입은 추천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차가 고장이 났을 때 국내에서 무상보증을 받을 수 없으며, 부품도 해외에서 공수해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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